거대한 도박 -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클로드 쿠에니 지음, 두행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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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돈, 쓸 데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지 오래다. 월급날, 통장에 입금된 급여는 빠져나가기 바쁘다. 정해진 날짜에 제 갈 길을 찾아 착착착 줄지어 나간다. 그리고 남은 얼마의 돈. 그것도 내 수중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재래시장에서 반찬거리 몇 개 사고 나면 지갑이 휑~하다. 만원짜리 지폐 몇 장으론 어림도 없다. 예전엔 지갑에 만원짜리 한 장만 있으면 두 명이 영화 한 프로 보고도 커피 한 잔 할 수 있었는데...요즘은 돈이 돈이 아니다. 좀 있으면 십만원짜리 지폐가 발행된다는데 그땐 어찌 살까...벌써부터 걱정이다.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이란 부제가 눈길을 잡아끄는 <거대한 도박> 이 책은 ‘지폐의 아버지’라 불리는 실존인물, 존 로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금세공사이자 주화 감식가이고 왕립 조폐국의 고문 등 성공한 금융인인 존 로의 아버지 윌리엄 로는 프랑스에서 결석수술을 받다가 죽는다. 부인과 장남인 존 로에게 각각 재산의 1/2을 남긴 윌리엄은 아들 존에게 단서를 붙인다. 존의 타고난 오만함과 경박함이 그의 재능을 갉아먹지 않도록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글스햄의 기숙사 학교에 들어가라고 한 것이다.

 

추방과도 같은 고인의 명에 의해 이글스햄의 기숙사 학교에 들어간 존. 그곳에서도 존은 도박과 여색에 빠져 지낸다. 존의 도박친구였던 조지는 기숙사를 떠날 무렵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존에게 엄청난 게임 머니를 빚진 상태라는 걸 알고 조지는 복수의 계획을 세운다. 많은 동급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존과 조지는 결투를 하고 그 결과 조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10년만에 집에 돌아온 존은 에든버러의 살롱에서 순식간에 가장 환영받는 손님이 된다. 하지만 아버지에서 상속받은 로리스턴 성의 절반, 즉 자신의 전 재산을 하룻밤에 도박으로 날려버리고 만다. 자신의 도박빚을 어머니인 잔 로 부인이 대신 지불하는 과정에서 존은 그동안 잊고 있던 걸 떠올린다. 그리고 런던으로 향하는 마차에 몸을 싣는다.

 

“그건 비문이란다, 존. 비문이지. 논 옵스쿠라 네크 이마. 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지팡이를 가져오게, 존.” - 83쪽.

 

런던에 도착한 존은 살롱에서 도박을 하며 지내고 타고난 수학적 재능과 천재적인 사교술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다. 그리고 ‘멋쟁이 윌슨’이라고 부르는 에드워드 윌슨과 만나게 되는데....

 

500페이지를 훌쩍 넘긴 두툼한 책으로 만난 존 로. 그는 전설적인 도박사이자 천부적인 수학자였고 시대를 앞서간 화폐개혁가로 불리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실존인물이었다. 그런 그를 클로드 쿠에니의 이 실화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은행을 설립하고 주화를 대신할 지폐란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었는지, 그로 인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음에도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됐는지 볼 수 있었다. 어떤 일에도 포기하지 않는 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18세기 유럽, 특히 프랑스의 당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상류층의 살롱에서 귀족들이 벌이는 여러 행각들. 건전한 사교의 범위를 넘어선 불륜과 도박, 사치는 책을 읽는 내내 거부감이 들었다. 그에 비해 전쟁과 가난, 질병,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생활은 한마디로 비참했다.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어떤 내용일까...어떤 일을 벌였기에 18세기 유럽사회를 들썩들썩하게 했을까...많이 궁금했다. 하지만 경제나 금융, 유럽사에 관한 지식이 얕아선지 책 속의 인물들이 툭툭 내뱉는 확률이나 이론들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반면에 다니엘 드 포나 몽테스키외 같은 낯익은 인물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캐서린에게, 나는 죽음으로 가족에게 가져온 저주를 씻어버린다고 말해라. 그리고 그 지팡이를 잊지 말아라. 논 옵스쿠라 네크 이마.” - 5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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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9 1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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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건사고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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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만화나 일본소설을 읽을 때면 이 사람들은 참 작고 사소한 일에서도 의미를 찾는다...싶다. 어떻게 이런 사소한 일상이나 일까지 소재로 삼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 자주 해본다. 더구나 그 얘기가 전혀 허무맹랑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될 때,  그 글을 쓴 작가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이 사람에게 하루는 그냥 24시간이 아닐거야...나와 다른 차원의 시간을 보내고 나와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사람들과의 짧막한 대화에서도 가늘지만 아주 밝게 빛나는 실을 뽑아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에 그런 책을 만났다. 시바사키 토모카의 <오늘의 사건사고>. 이 소설은 2003년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국내엔 부천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다고 하는데 당시 이 영화를 두고 평이 분분했던 모양이다. 아니, 이런 것도 영화로!...아니, 이것도 영화냐? 영화를  직접 보질 못한 난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지금으로선 무척 안타깝다. 지방에 살아서 좋은 기회를 또하나 놓쳤구나...싶다.



<오늘의 사건사고> 이 책의 내용은 무척 간단하다. 교토의 대학원에 진학한 마사미치를 축하할겸 친구들이 3월 24일 집들이를 한다. 바로 그 날인 3월 24일 오후 1시부터 다음날인 3월 25일 오전 4시까지....마사미치의 집들이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벌어진 일을 그 중 다섯 명의 시선으로 그려나간 기록이다.



이게 전부냐고? 그렇다. 집들이란 게 원래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왁자하게 축하하면서 술이나 맛난 음식을 먹는 건데...그다지 큰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이게 전부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다만....이것도 사건이나 사고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몇 가지 꼽아보자.



하나, 케이토, 꽃미남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그녀는 이번 집들이에서 나카자와의 친구 가와치에게 접근한다. 목적은 그와의 데이트...성공여부는? 글쎄....

두울, 나카자와의 여자친구인 마키는 케이토와 진창 술을 먹고선 가위손으로 둔갑한다. 나카자와의 친구인 니시야마의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주물러놓고 그것도 모자라 가와치의 머리에도 손을 댄다.

세엣,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굉장한 영화를 만들고픈 나카자와는 술에 취한 마키와 케이토를 차에 태우고 가면서 케이토의 꿈 이야기를 떠올린다. 등은 악어지만 뒤집으면 거북이 되는 큰악어붉은강거북을. 마키는 그 동물이 등장하는 SF영화를 찍어보라고 격려한다.

네엣, 꽃미남이란 이유로 케이토의 부담스런 관심을 받는 가와치는 타인을 배려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가와치의 장점이나 단점이었다. 여자친구 치요와 동물원을 찾은 가와치는 어린 시절 동물원에서의 기억을 얘기한다. 사생대회때 자기에게 줄곧 뒷모습만 보이던 북극곰을 향해 그림물감을 던졌는데 그걸 북극곰이 먹어버렸다고. 저 곰이 그때의 곰일까?

다서~엇, 집들이의 주인공 마사미치. 마키가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니시야마의 머리 때문에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마실거리를 사러 밤길에 열심히 자전거 패달을 밟는다. 그러다 자전거를 탄 채 넘어진다.




거봐라.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범한 인물과 평범한 이야기가 반짝반짝 빛난다. 마치 예쁜 사금파리 같다.


책장을 덮고 국어사전을 펼쳤다. 사건(事件) :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 사고(事故) :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 사람에게 해를 입혔거나 말썽을 일으킨 나쁜 짓. 어떤 일이 일어난 까닭....국어사전에 기록된 걸로 보자면 이 책에서 일어난 일은 사건사고축에 끼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빛나는 이유는 뭘까.


나 역시 오늘 하루는 무척 평범했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그렇지도 않다. 두달전에 걸음마를 시작한 작은아이는 조금씩 말을 배우고 큰아이는 아빠따라 간 화원에서 이쁜 꽃화분을 하나 사왔다. 자기가 물을 주며 기를거란다. 참 이쁜 마음....이런 일들이 있었던 나의 오늘 하루, 사건사고는 없었지만 그래도 특별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을 빛 속으로 끌어올려 나의 하루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일은 언제나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고, 어느덧 다시 오늘이 되고 있다. - 165쪽.


사족 : 이 책을 다 보고 나서 궁금해진 것....표지엔 11명이 그려져있는데 왜 책 속에선 7명만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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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발명, 수 GO GO 과학특공대 1
정완상 지음 / 이치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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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초였나...큰아이 학교에 급식도우미를 하러갔다. 작은아이는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낸 신랑에게 맡기고서. 급식이랑 교실청소를 마치고 아이 사물함 정리를 해주려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다. 아이의 수학 시험지. 아이의 점수를 보는 순간, “허억!!” -0-;; 잠깐이지만 호흡이 멈추고 몸은 경직상태에 이르렀다. 그 다음엔 아~니, 요 넘이 시험을 친다면 친다고, 쳤으면 쳤다고 얘길해야 할 거 아냐...점수가 이게 뭐야, 이게!! 세자리수가 뭐 어렵다고 이렇게나 많이 틀리냐??? 아이가 공부에 부담갖지 말라고 그동안 학습지도 안 시켰는데 내 생각이 잘못된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책, <GOGO 과학특공대> 1권, <가장 위대한 수>. 표지의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있었으니...‘초등학교 선생님 100분이 추천한 화제의 도서!!’ ...정말? ‘빽3 +그냥2=빽1’???? 잉? 이게 무슨 말이지?....음, 내용도 왠지 재밌을 것 같은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군. 오호, 바로 이것이야.




이 책의 주인공은 12살 매쓰팬, 수학천재다. 아버지가 제작한 MR(Methematical Reality), 수학현실이란 프로그램으로 모든 공부를 한다. 오늘 매쓰팬이 선택한 주제는 수에 관한 것, 초기화면에 ‘수학>수>’를 입력한다.




수에 대한 MR 프로그램입니다. 당신은 다음 상황을 체험하게 됩니다. □ 수몰라 왕국 여행.




수를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수몰라 왕국. 그 나라에선 요즘 매일 양이 자꾸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수를 모르고 헤아릴 줄도 모르기 때문에 쩔쩔 매는데...이 때 매쓰팬이 해결사로 등장한다. 바로 수를 헤아리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 일명 ‘찔찔수’. 1=찔, 2=찔찔, 3=찔찔찔.... 여태 수를 모르고 살던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획기적인 방법이었지만 계속 찔찔찔....거릴 수는 없는 법. 수를 잘 아는 쪼마라 박사가 ‘코찔수’란 걸 만든다. 하지만 ‘코찔수’ 역시 불편했다. 코찔수로는 덧셈, 뺄셈이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수 발명 대회를 열게 되는데....






아이들이 게임을 할때 1단계, 2단계...를 거치듯 이 책의 구성도 같은 방식이다. 수학현실이란 가상현실 속 이야기를 통해 단계별 게임(스테이지 1 -> 스테이지 2 -> 3 -> 4.)을 하면서 학습에 필요한 기초적인 개념이나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짜여있다. 한 단계를 통과하고 나면 새로운 아이템도 받는다. 이야~!





<GOGO 과학특공대>시리즈 이 책은 아이들이 매쓰팬의 여행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었거나 어렵게만 여겼던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마법 장치을 만들어뒀다. 주인공인 매쓰팬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수학현실이란 가상공간 속 게임, 또 단계 사이사이에 몇 개의 코너가 있는데 이 부분이 무척 돋보였다. ‘피타고라스(혹은  페르마)와 채팅하기’는 본문의 내용에서 다뤄지는 지식을 좀 더 알기 쉽게 하기 위해 ‘채팅’이란 방식을 이용했다. ‘서프라이즈 진실 혹은 거짓’, ‘알쏭달쏭 내 생각’은 앞서 배웠던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복습겸 응용게임을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인 매쓰팬의 나이가 12살이듯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씌여졌다. 출간예정인 책목록을 보니 약수배수, 분수, 확률...등 고학년 아이들이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아이의 수학 시험을 계기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요즘 초등학교에선 시험을 안 친다더니 그게 아니었다. 시험이 수행평가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학교홈페이지에 수행평가 일정이 공지되어 있었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이고, 이 무심한 엄마야!!  이제부터라도 챙기자. 챙겨!!  하지만 그전에 나부터 일단 무식을 면해야겠지? 매쓰팬을 부르자. 도와줘~, 매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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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세이타로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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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쿵쿵, 딱딱, 쿵쿵딱 쿵쿵딱, 뿌빠뿌~우, 삐로로...., 띵까띵까...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난다. 서커스단이라도 왔나....쿵쿵, 딱딱, 쿵쿵딱 쿵쿵딱, 뿌빠뿌~우, 삐로로...., 띵까띵까...마구 제멋대로 불어대고 두드려서 불협화음인 듯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저마다 개성이 있고 어울리는 소리들. <유랑가족 세이타로> 표지에선 이런 소리가 들린다.


<유랑가족 세이타로> 이 책은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란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독자를 사정없이 웃기면서 울리는 작가로 알려진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이다. 그의 작품을 아직 한 편도 접하지 못했던 나로선 무척 궁금했다. 빨강과 노랑, 하양 줄무늬 바탕 위에 무대화장을 한 캐릭터를 테두리만 검은색으로 짙게 그린, 어찌보면 촌스런 이 표지 속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꾸려나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세이타로 가족이다. 유랑극단의 배우 출신인 아버지 하나비시 세이타로와 그의 아름답고 상냥한 아내 미호코, 록밴드에 매료되어 고등학교도 마치기 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싱글맘이 된 모모요와 그녀의 딸 다마미, 특수분장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장남 다이치,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데다 지능도 평균에 못 미치는 막내 간지. 이들은 한때 일가족 모두가 전국을 돌며 대중연극을 했지만 그 일을 그만두고 대여가족 파견업이란 사업을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거나 떠나보낸 사람, 혹은 임시로 부족한 가족의 자리를 메워주는 일인 대여가족 파견업. 그 일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고객의 요구대로 해줬는데도 나중에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였고 심하게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을 가리켜  항상 운이 없다...자신의 운은 세상하고 파장이 다르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세이타로는 결국 그 사업마저 실패하자 빚을 갚지 못해 다시 유랑생활을 하게 되는데....


세이타로 가족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꾸려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웃기면서 눈물도 주고 감동도 주고 재미도 주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등장인물 각각이 벌이는 사건과 행동이 때로 배꼽을 잡을만큼 웃겼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웃음으로 포장된 그 속에 뭔가가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건 바로 외로움과 슬픔, 고독이었다. 세이타로와 간지를 통해, 다이치와 모모요, 미호코....그들이 내뱉는 말과 무심결에 취한 행동 속에서 진정 가족을 위하고 자신을 위하는 일이 어떤 길인지 가족이란 진정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는 저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다른 가족에 비해 어리고 부족하지만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가려는 간지, 자신은 이제 병아리가 아니니까...주둥이를 벌린채 먹이를 기다리며 삐악삐악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앞으로 나아가는 간지. 자신은 이제 괜찮다고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간지의 모습이 대견했다.


항상 가까이에 있는 가족...그렇기에 때로 소홀해지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게 정말 가족일까. 가족의 의미, 그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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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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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빛 표지에 둘러진 하늘색 띠지...거기에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아버지가 손을 흔든다. 얼굴 가득 커다란 웃음(꼭 개구쟁이 웃음 같다)을 띠고서 날 반겨준다. “여~어, 안녕! 잘 지내지?”....그 옆으로 흰곰 한 마리가 편지를 손에 들고 온다. 할아버지와 흰곰...뭔가 엉뚱한 이 조합에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긴장감은 어느새 달아나버리고 쿡, 웃음이 나온다. 순식간에 완전히 무장해제 되버렸다.




‘정말 알고 싶은 게 있다면 일본 최고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에게 물어보세요’ 라고 띠지에 씌여있듯이 <무엇이든 질문해주는 질문상자>는 정말 다양한 질문과 답변들로 이뤄진 책이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눠졌는데 저자가 시인이어선지 멋지게 표현했다. 새벽녘 플랫폼, 떠들썩한 깊은 숲, 운동장의 아이들, 친구들에게 온 편지, 해질녘 해변, 출구의 점원들...(우와!!)..여기에 총 64개의 질문과 64개의 답변들이 있는데 질문한 사람의 나이가 최저 4살 꼬마부터 64살의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만큼 질문의 내용도 정말 가지각색이다.




6살 꼬마가 “왜 사람은 죽어?”라고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20대의 젊은이는 “왜 매일 목욕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러시아워를 잘 보내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왜 친구들과 놀아야 하나’ ‘‘나라‘에 속하지 않은 인간은 나쁜지’ ‘왜 둥근 것이 많은지’ ‘거짓말을 왜 멈출 수 없는지’...등등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이 뚝뚝 묻어 나오는 질문부터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거지?’란 의문이 들 정도의 엉뚱하고 어처구니 없는 질문, 삶과 인생에 대해 저마다 진지하게 고민한 이들의 심오한 물음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저자의 답변이다. 질문한 이의 나이와 성별, 내용에 따라 때론 유머스럽고 익살스럽게, 때론 따스한 부모의 품이 느껴지는 애정이 담긴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물론 오히려 질문자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다니카와 씨의 ‘어른’을 가르쳐주세요. (고모모, 17세)

-->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 아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각하여, 늘 거기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소한의 어른 룰은 지켜야 하겠지만 때로 그 룰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어른의 증거. (다니카와의 대답)




그리고 이 책은 일러스트나 삽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른 책과 좀 다르다. 정확하게 꼬집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냥 쓱쓱 그려넣은 듯은 모나지 않은 선과 한 두가지의 색감으로 표현된 삽화가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분위기나 본문의 내용과 정말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끝에 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9살 큰아이에게 늘 얘기한다. 사람은 평생을 공부해야 한다고.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거나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누구한테든 물으라고...이제 그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진다. 그래, 넌 뭐가 가장 궁금한데? 뭘 알고 싶지?....멋진 질문을 하고 싶은데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생각나는 거라곤 고작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어떻하면 되죠?”....이 질문에 다니카와 슌타로 씨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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