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황토빛 표지에 둘러진 하늘색 띠지...거기에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아버지가 손을 흔든다. 얼굴 가득 커다란 웃음(꼭 개구쟁이 웃음 같다)을 띠고서 날 반겨준다. “여~어, 안녕! 잘 지내지?”....그 옆으로 흰곰 한 마리가 편지를 손에 들고 온다. 할아버지와 흰곰...뭔가 엉뚱한 이 조합에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긴장감은 어느새 달아나버리고 쿡, 웃음이 나온다. 순식간에 완전히 무장해제 되버렸다.




‘정말 알고 싶은 게 있다면 일본 최고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에게 물어보세요’ 라고 띠지에 씌여있듯이 <무엇이든 질문해주는 질문상자>는 정말 다양한 질문과 답변들로 이뤄진 책이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눠졌는데 저자가 시인이어선지 멋지게 표현했다. 새벽녘 플랫폼, 떠들썩한 깊은 숲, 운동장의 아이들, 친구들에게 온 편지, 해질녘 해변, 출구의 점원들...(우와!!)..여기에 총 64개의 질문과 64개의 답변들이 있는데 질문한 사람의 나이가 최저 4살 꼬마부터 64살의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만큼 질문의 내용도 정말 가지각색이다.




6살 꼬마가 “왜 사람은 죽어?”라고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20대의 젊은이는 “왜 매일 목욕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러시아워를 잘 보내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왜 친구들과 놀아야 하나’ ‘‘나라‘에 속하지 않은 인간은 나쁜지’ ‘왜 둥근 것이 많은지’ ‘거짓말을 왜 멈출 수 없는지’...등등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이 뚝뚝 묻어 나오는 질문부터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거지?’란 의문이 들 정도의 엉뚱하고 어처구니 없는 질문, 삶과 인생에 대해 저마다 진지하게 고민한 이들의 심오한 물음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저자의 답변이다. 질문한 이의 나이와 성별, 내용에 따라 때론 유머스럽고 익살스럽게, 때론 따스한 부모의 품이 느껴지는 애정이 담긴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물론 오히려 질문자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다니카와 씨의 ‘어른’을 가르쳐주세요. (고모모, 17세)

-->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 아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각하여, 늘 거기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소한의 어른 룰은 지켜야 하겠지만 때로 그 룰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어른의 증거. (다니카와의 대답)




그리고 이 책은 일러스트나 삽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른 책과 좀 다르다. 정확하게 꼬집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냥 쓱쓱 그려넣은 듯은 모나지 않은 선과 한 두가지의 색감으로 표현된 삽화가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분위기나 본문의 내용과 정말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끝에 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9살 큰아이에게 늘 얘기한다. 사람은 평생을 공부해야 한다고.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거나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누구한테든 물으라고...이제 그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진다. 그래, 넌 뭐가 가장 궁금한데? 뭘 알고 싶지?....멋진 질문을 하고 싶은데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생각나는 거라곤 고작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어떻하면 되죠?”....이 질문에 다니카와 슌타로 씨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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