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배신 - 화이트칼라의 꿈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 얘기다.... 미국의 교육받고 멀쩡하게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이 어느 날인가 벼랑으로 몰리기 시작한다. 물론 경기 좋을 때야 잠시 직장을 쉬고 다른 직장을 구하면 된다.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실업은 곧 전반적인 실패로 귀결되고 만다.

 

미국얘기다... 그런데 마치 이 땅의 얘기 같다.

마흔 줄 넘어 다니던 회사에서 짤려나간 친구가 있다. 재경쪽 일을 보는 친구였는데 회사의 인력 감축으로 권고 사직을 받았다. 노동법에 따라 이 친구는 1개월치 월급을 받고 퇴사 했는데... 부인과 자라는 애들 둘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서 직장을 구해야 한다. 실업급여도 대략 6개월 정도 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고 실업급여를 받는 다는 것은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생활을 바닥에서 견디는 것일 뿐이다.

 

다음이 문제다. 실직 후 다시 재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자신감? 긍정적인 사고?

재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절박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직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새로운 직장은 나타나지 않는다. 인터넷에 수없이 자소서를 올리고 적당한 직장에 이력서를 보내고 아무런 답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국에도 이직을 도와주는 코칭 산업이 있는지 몰라도, 이제 취업을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 되지 않는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취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코치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당당하고 항상 취업해 있는 상황을 그려보면서 실업자임에도 취업자처럼 행동하라고 코칭한다. 개인의 열망과 성격이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인 것처럼.. 그렇게 황당한 코칭을 하면서 돈을 받는다.

 

바브라도 실직자가 되어 취업을 준비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 만난 것은 몰락한 중산층의 비애였다. 실직이 오래 될 수록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경험했던 것이다. 물론 바브라는 이 실험을 관두고 다시 작가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계속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그 벼랑의 끝에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이 희망의 배신인 이유다.

 

다시 한국에 있는 친구 얘기다.

이 친구 취업을 위해 뛰다뛰다 실업급여 기간도 지나버리고... 지금 생계를 위해 일당 5만원짜리 잡일을 하고 있다. 토요일도 근무해야 한다고 하니 주 40시간 근무제는 아닌 모양이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육체 노동을 하니 저녁 시간은 피곤해서 어디 움직일 기력이 없다고 한다. 여기서 사무직에서 내몰린 사람들은 악순환으로 접어 든다. 구직활동이 길어지면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한고 일은 어쩔 수 없이 남들이 기피하면서 임금이 낮은 직종 밖에 구할 수 없다. 아니 구하기만 해도 다행인 지경이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면 구직은 더욱 더 힘들어 진다. 그렇게 점점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신자유주의의 모습은 비슷하다.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 결국 기업은 사람을 줄이고 이윤을 늘리고 자른 사람들은 계약직이나 아웃소싱으로 처리하고 ... 기술의 발전은 고용을 늘리기 보다 줄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복지는 취약하고.... 이른바 중산층이 분해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상층으로 대다수는 하층으로 ...

 

어디에 희망을 둘 것인가?

아니 희망을 갖느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물론 대다수의 실직자는 희망을 가지고 산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그 희망이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의 코칭 문화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개인의 문제로 치환해 버리는 이데오로기 작용까지 하고 있다. 여기는 그렇지 않은가? 우리 주변에 흘러 넘치는 자기계발 서적들은 모든 책임은 결국 개인에게 있다고 설파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고립된 절망에서 집단행동으로 나아가려면 태도와 마음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변화는 커리어코치들이 권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실업자와 불안한 취업자인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호감'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뻗쳐 공통의 문제로 끌어들이는 능력이다. 이때 다앙한 사람들, 특히 만성적인 억압에 시달리는 블루 칼라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한 번도 언급되는 것을 들어본 적 없는 이 자질은  다름 아닌 '용기'다 엄청난 역경 속에서도 같이 손잡고 변화를 위해 싸울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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