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란 무엇인가 (반양장) - 벌린, 아렌트, 푸코의 자유 개념을 넘어
사이토 준이치 지음, 이혜진.김수영.송미정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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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를 통치하는 자유

 

 문제의식

18세기 말 이후의 리버럴리즘은 '간섭의 부재'라는 영역을 확정하는 일에만 전념했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어떻게 과잉통치 - 가령, 칸트와 훔볼트가 가부장주의를 비판했던 국가의 내무행정 = 경찰과 같은 - 를 억제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서 피통치자 자신에 의한 자기 통치의 실천을 추구해 왔다. 그렇다면 현재 자유롭다고 간주된 개인에게는 어떤 자기통치 [각자에 대한 자신의 지도(指導)]가 요구되어야 할까

 

자유에는 자기 규율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가령 '자유통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성격을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자조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견해는 밀에서 부터 하이예크에 이르는 리버럴리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고 방식이다.

 

로즈나 딘의 지적처럼 현대의 통치는 국가에 의한 직접적 일원적 통치에서 개인에 의한 능동적인 자기 통치에 작용하는 간접적 다원적 통치로 급속하게 변화화고 있다.

 

자기통치의 주체는 변화된 통치하에서 어떻게 자유의 규율을 수행하고 있는지 그 특징을 세가지로 지적해 보면

첫째, 현대의 자기통치에 요구되는 것은 유연한 자기개발 자기실현이다.

둘째, 자기의 행위에 대한 자기 평가의 시선이다.

세째, 자기 책임의 강조다.

즉, 자기의 능력을 모두 끌어내 자신이 소유한 잠재력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자기 / 타자 / 사회에 적극적으로 맡기면서 자기가 선택한 결과를 개인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긍정하는 선택의 주체. 이것이 바로 현대의 '자유의 규율'이 추구하는 주체상인 것이다.

 

2. 자기 통치의 문제성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잇는 것은 자기 통치의 주체는 자기 통치와 자신의 삶에 대해 항상 불안과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평가해야 할 척도가 절대적인 안정성을 담보하지 않는 이상 그 척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으며, 또 무엇보다 앞으로 자신을 자기 통치의 주체로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좀 더 근본적인 불안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두번째 문제는 자기 선택에 대한 자기 책임이 당연한 것으로 수용되는 환경에서는 사회적 문제가 개인적 문제로 환원됨으로써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할 문제가 사람들 '내부'의 문제로 전환되는 경향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세번째 문제는 자기선택 - 자기책임의 윤리는 이렇게 문제를 개인화하는 태도를 조장하는데, 이런 태도는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 개인에게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타자의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타자의 좌절이나 실패는 - 조금 안타깝기는 하지만 - 나와 '관계 없는'일이 된다.

 

마지막으로 자기를 통치하는 주체의 관심의 방식은 이러한 상호 배타성뿐만 아니라, 특히 '자유의 규율'에 복종하지 않는다고 간주된 타자에 대해 징벌적인 태도를 갖는 다는 특징이 있다.

'의존적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적의와 증오는 그/ 그녀들이 의존하고 있는 '공적인 것' 일반에 대한 멸시와도 관련이 있다.

또한 바우만과 모리스 스즈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자기 책임이 과잉적으로 강조되는 정치 문화와 '공통의 적'으로 간주되는 사람들 - 범죄자나 어떤 부류의 외국(인)등 - 에 대한 '공동체적 증오'의 고조 사이에는 분리하기 힘든 관계가 있다.

 

자기선택 - 자기 책임의 논리가 타당한 권역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재교육이나 직업훈련 등과 같은 좀 더 직접적인 규율 대상, 즉 자기 통치의 주체가 되는 것을 저해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교정/치료의 대상이된다. 그/ 그녀들은 능동적인 '자조'의 주체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 간섭으로 통치되어야 할 '피통치자'의 위치에 놓이는 것이다.

 

다른 한편 대체로 자기 통치능력이나 의욕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은 감시/ 치안 관리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대도시 저변의 하류층은 이동의 자유, 통신의 자유, 또는 프라이버시까지 침해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시민적 자유에 가해지는 제약은 실제로 안저의 확보라는 이유로 정당화 되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직접적인 치안관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그들은 거주공간의 분리, 격리 및 상업시설 등의 경비 강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동 = 접근의 자유를 제약 받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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