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컷 - 신성 불가침의 한국 스포츠에 날리는 한 방
정희준 지음 / 미지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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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은 후 한 방 얻어 맞은 듯 얼얼한 느낌이다.  

이전 프레시안에서 평창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는 글을 읽었을 때부터 시니컬하면서도 논리적인 글에 혹했지만 책으로 엮어 나온 그의 글들은 통렬하고 시원하다. 비판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는 다면 등골이 서늘할 것이다.  

무엇보다 신선했던 점은 주로 스포츠의 세계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커다란 왜곡 투성이다. 엘리트 스포츠 위주로 발전한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외관상 세계에서 뒤쳐질 것 없이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냈지만, 그 속내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그야말로 모순덩어리에 문제 투성이다. 스포츠와 정치, 스포츠와 교육, 선수와 팬들의 연관관계만 잘 파악해도 세상에 이유없이 벌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확연하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연관관계에 대해 속 시원하게 독설을 날려 주신다. (난 이런 독설이 좋다) 

스포츠와 정치의 문제는 아무래도 민감한 사항이다. 더구나 스포츠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할 때 스포츠에 대한 열광과 국가 이념이 결합되는 순간 지배자들의 의도에 휘말리는 경우가 생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히틀러의 파시즘이 그러했고 체력은 국력이라는 군사정권의 구호가 그러했다. 더구나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함으로서 정권의 정당성과 치적을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전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치루어지던 이런 행사가 이제는 지방 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지방권력의 치적 홍보로 바뀐 것이 새롭다면 새롭다 할 것이다. 거기에는 공동체 성원의 세금을 자신의 사금고처럼 사용하는 부도덕한 정치인의 욕심과 치적을 쌓고자 하는 욕망이 결합되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언론과 지식인은 검증되지도 않은 경제효과를 창출하여 공동체 성원들을 현혹시킨다.  

스포츠 구성원 내부의 권력 문제도 그렇다. 언제나 국제 대회에서 대한민국의 낭자 군단이 혁혁한 공을 세우곤 하지만, 대부분 스포츠계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남성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파렴치한 행위는 권력에 기반하여 지금까지 감춰져 왔다. 감독이 왕이 되어버린 반근대적 행위가 민주주의가 발달했다는 이 시대에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잘못이 적발되어도 끼리끼리 감싸주는 구조는 이 사회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 하진 않는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선수생활을 했다는 것은 일부 성공한 사람들 외에 고통과 질곡으로 작용한다. 이런 현실에서 누군들 자식이 운동한다는 걸 응원할 수 있겠는가? 

교육도 마찬가지다. 운동했다고 하면 무식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건 운동한 사람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이 그렇다. 주변에 운동한다고 수업도 듣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말로는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개털이 된다는 것이다. 아니 성공을 해도 은퇴 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면서 본 '우생순'은 역으로 운동한 사람들의 삶이 일상에서는 얼마나 질곡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선수 육성이란 미명아래 얼마나 폭력이 난무하는가? 지금도 대학교 체육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나타나는 무지막지한 폭력은 이 땅의 스포츠 교육의 아픈 상흔이다. 더군나 이호성의 살인에서 나타나듯 극단적 범죄의 기저에는 이러한 폭력성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을까?  

결국 일반사람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스포츠 활동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그 속에서 훌륭한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는 일반적 상식을 주장한다. 요즘 평범하고 일반적 상식이 통용되는 세상이야 말로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세상인지에 대한 생각이 가득해진다.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시니컬한 독설의 끝은 이렇듯 평범하다. 평범함에 이르기 위해서 이렇게 독하게 지적하고 비판해야 하는 현실이야 말로 정말 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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