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 Unbow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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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의 다음 영화는 < 흥진비래_BBK(부끄럽고 부끄러운 그들) >이 되지 않을까, 감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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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男兒 2012-01-27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든 기대되네요 벌써부터 ㅎㅎ

굿바이 2012-01-28 12:3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기대만 둥실~!

Arch 2012-01-2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진 화살을 보진 않았지만 흥진비래는 꼭 보고 싶네요. 어떻게 생각하신거에요?

굿바이 2012-01-28 12: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Arch님!

영화를 보면 교도관들이 신문을 읽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신문 내용 중에
BBK관련 기사가 있었어요. 그래서 왠지 감독이 다음 영화에 대한 생각을 슬쩍 끼워넣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비로그인 2012-01-2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진비래, BBk! 벌써부터 예약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굿바이 2012-01-28 12:39   좋아요 0 | URL
혹여 진짜로 저런 영화가 나오면 우리 손잡고 가서 보아요~!!!

라로 2012-01-2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보고싶은데,,,흥진비래,BBK,,온 국민이 제작비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요???ㅎㅎㅎ

굿바이 2012-01-28 12:40   좋아요 0 | URL
나비님, 어떻께 펀드 한 번 만들어 볼까요? ^_______^

페크pek0501 2012-01-2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안의 화제네요. 그런데 전 이 영화, 아직 못 봤다는... 꼭 보고 싶어요. ㅋ

굿바이 2012-01-30 12:57   좋아요 0 | URL
시간이 나면 한 번 보세요. 영화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냥 영화는 영화다, 뭐 이러면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폴리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임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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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앙 비베스의 그림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3초의 망설임도 없이 집어왔다.

폴리나 울리노프.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여섯 살 소녀. 그림책은 보진스키 발레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르러 가는 소녀의 뚱한 표정과 보진스키 선생의 더 뚱한 표정으로 시작한다.

 

 

 

 

소녀의 성장과 사랑, 예술에 대한 열정이 주된 이야기인 이 그림책은 군더더기 없고 유연한 데생이 압권이다. 그림책을 두고 그림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이 좀 우습지만 책장을 넘기는 동안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수백 번은 그림을 쓰다듬었다. 소녀의 춤이 보진스키 선생의 마음이 심지의 그의 얼굴을 반 이상 덮고 있는 수염이 손끝으로 전달될 것만 같아서였다.

 

 

 

보진스키 선생이 "유연성과 우아함은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는 폴리나 보다 더 심술 난 얼굴로 그림책을 노려보았다. 인정은 하지만 뭐랄까 그것을 활자로 대할 때 느껴지는 열패감이란. 신음에 가까운 끙,소리가 절로 났다. 

물론 선생은 폴리나의 재능을 이미 알아보았고, 어쩌면 오래 기억하게 될 소녀라는 것도 감지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재능있는 제자를 가르침에 있어 타협은 없었다. 춤꾼의 기질을 타고났더라도 연습을 하지 않고 그것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보진스키 선생은 말한다. "더 경쾌하게, 쉽게 하는 것 처럼 보여야 해"  물론 이 말이 갖는 의미와 의도를 알면서도 나는, 이런. 말이 쉽소! 막, 이렇게 대들고 싶었다. 너무 몰입하나 싶었다. 늙었나?

 

여튼 폴리나라는 한 소녀의 성장기가, 좀 노골적으로 말하면 환장하게 우아한 그림들로 변해 200쪽 그림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극적인 상황도 없고, 뒤숭숭한 암시도 없고, 애타는 관계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예술이라는 것에 투신한 소녀의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희열이 과장 없이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인으로 성숙한 폴리나의 춤이 그리고 보진스키 선생과 왈츠를 추는 장면이 그려진 마지막 장면은 꼭 실제하는 장면을 보는 것 처럼 아름다웠다. 쉽게 그려진 것 같은 그래서 어떤 기교도 없는 것 같은 바스티앙 비베스의 천재적인 그림 실력이 끌어낸 감동이었다.

 

뭐든 대가의 그것들은 다르구나. 그것이 그림이건 춤이건 연주건 노래건 전혀 힘을 들이지 않은 것 같은 아무렇게나 슥슥,하는 것 같은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런 건 정녕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나야 하는 것, 보진스키의 입을 빌려 작가가 하는 말 "춤은 예술이고, 타고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는 말이 이가 갈리도록 분하지만 할 수 없는 노릇.

여튼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이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랑하는 소녀, 더 나아가 심정적으로 여전히 소녀로 머물러 있는 그녀들에게 선물할 것이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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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1-1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은 예술이고, 타고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 - 글쓰기도 이렇다고 하면 저도 이 갈리도록 분해요. ㅋ

저를 큰엄마라고 부르는 조카 초등생들에게 선물하면 될까요? 저도 읽고 싶은데...ㅋㅋ

좋은 소개, 보고 갑니다.

굿바이 2012-01-19 00:28   좋아요 0 | URL
pek0501님의 글을 종종 그것도 열심히 읽는 제 속내를 말씀드리자면 충분히 타고난 게다가 훌륭한 글쓰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굉장히 비장한 어투로 말씀드리는 것인데...보이지가 않으니 참...아쉽습니다.

너무 어린 초등학생이 아니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치니 2012-01-1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가 갈리도록 분하다 - 으흑흑, 동감 동감요.
이런 책을 딱 알고 선물해주는 이모가 있는 조카 님은 얼마나 좋으까요. 그나저나 요새 조카 님 이야기가 뜸해요 ~ 궁금. :)

굿바이 2012-01-19 00:31   좋아요 0 | URL
우리 귀연양이 요즘 쫌 이상합니다요.
뭐랄까 소녀적 심술이 살짝 보이려고 하는 듯!!!!

아~ 우리 귀연이는 대한민국의 모든 이모가 다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할겁니다. 저는 뭐 평균이죠 ㅋㅋㅋ

風流男兒 2012-01-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나쁜 책이군요. 사야겠어요.

굿바이 2012-01-19 00:32   좋아요 0 | URL
오~! 보이 ^^
집에 오거든 훔쳐가시오!

라로 2012-01-1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여아들이 웃통을 벗고 춤을 추나요??;;;;
이런 책을 딱 알고 선물해주는 이모가 있는 조카 님가 부러워요,,,우리 딸이 갑자기 막 불쌍해요,,ㅠㅠㅠㅠㅠㅠ

참! 저 겉은 쭈글거려도,,,,심정적으로 여전히 소녀로 머물러 있는 그녀인데요,,( ")ㅎㅎㅎㅎㅎㅎ

굿바이 2012-01-19 00:35   좋아요 0 | URL
음...저도 그게 살짝 궁금했는데, 어린 나이라 그런게.... 딱히 몸에 맞는 발레복이 없나???? 아님 발레스쿨에 입학해야 옷을 사줄까요???? ㅋㅋㅋ

에이~ 나비 님 같은 엄마를 둔 딸이 불쌍하면...에이~ 그건 아니죠~!
아이고...부담스럽지 않으면 비밀글로 주소 남겨주세요^^

cyrus 2012-01-18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베스의 신간이네요. 아직 안 읽어봤지만 이 만화가가 그린 <염소의 맛>이 생각났어요.
한 번 읽어보려고 했는데 제가 이용하는 공공 도서관에 없어서 아쉽기도 했어요.
리뷰 덕분에 처음으로 비베스의 일러스트를 보게 되었네요 ^^

굿바이 2012-01-19 00:38   좋아요 0 | URL
역시 바스티앙 비베스의 작품을 알고 계셨군요.
cyrus님 만세!!!ㅋㅋㅋ
<염소의 맛>도 좋았지만 <폴리나>의 데생과 이야기도 참 근사합니다.

비로그인 2012-01-1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제 맘에 쏙 들어요.. 봐야겠어요!!!

굿바이 2012-01-19 00:38   좋아요 0 | URL
후회없으실 겁니다. 만약 실망스럽다면 말씀하세요.
환불 및 교환이 가능하다고....ㅋㅋㅋ

웽스북스 2012-01-1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마법사가 저에게 이 책을 매일 추천해줘서 보관함에 담아놨었는데요. 역시나 사야겠어요! 히힛. 느끼는 바가 매우매우 많을 것 같아요. 너무 좌절하면 어쩌죠? ㅜ_ㅜ (나도 무용은 바라지 않고 요가나 어떻게 좀;;;; ㅋㅋ)

굿바이 2012-01-20 17:30   좋아요 0 | URL
오늘도 요가를 가야하는데, 무섭다 ㅜㅜ

네꼬 2012-01-19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땡스투예요. 몰랐던 세계! 굿바이님 감사해요!

굿바이 2012-01-20 17:30   좋아요 0 | URL
우와~! 감사해요!!! 네꼬님!!!
 

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 오르면 나는 정과리선생의 책을 아니 더 적확히 정과리선생의 문장을 읽는다.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 더 나아가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언어에 매달려 있는 그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지만 어찌되었건 선명함에 있어서 정과리의 언어와 규칙을 흉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본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1월의 시작, 어느 지점에 오면 정과리의 책을 꺼낸다. 선명해 지고 싶은 순간이니까. 여튼 오늘 내 책상에 있는 책은 <네안데르탈인의 귀향-내가 사랑한 시인들·처음>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읽히지가 않는다.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지,라고 혼자 중얼거린다. 어떤 문장도 단어도 심지어 인용된 어느 시구도 와닿지가 않는다. 더는 내게 스며들지 않는 활자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본다. 1월인데 나는 벌써 지친걸까.

 

이번에는 책꽂이를 본다. 사두고 읽지 않은 책.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_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시>가 눈에 들어온다. 아무 기대 없이 읽는다.

"시를 읽는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용한 사람이 된다, 시를 읽는 일의 쓸모를 찾기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날마다 시를 찾아서 읽으며 날마다 우리는 무용한 사람이 될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최소한 1시간은 무용해질 수 있다.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뭔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걸 순수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김연수의 말이다. 이상하다. 한 번도 위로받은 적 없는 사람처럼 나는 저 문장에서 바들거린다. 무용해질 수 있다,는 말이 이렇게 큰 원을 그리며 내게 스며든 적이 있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정과리의 책을 한 켠에 밀어 놓고 김연수의 시간으로 편입한다. 

 

 

그때에도

 

신해욱

 

나는 오늘도

사람들과 함께 있다.

 

누군가의 머리는 아주 길고

누군가는 버스를 탄다.

 

그때에도

이렇게 햇빛이 비치고 있을 테지.

 

그때에도

당연한 것들이 보고 싶겠지.

 

신해욱의 시가 동공을 키운다. 그때에도 당연한 것들이 보고 싶겠지,라고 말하는 시인은 어떤 상징이나 은유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내 마음에 스미는 것이리라. 보고 싶다는 것은 더군다나 당연한 것들을 보고 싶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 당연한 마음을 '아, 오늘 밤에도 별이 뜨는구나'와 같은 어조로 말할 수 있는 시인이 고맙고 부러웠다.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말하는 것. 이것 참 낯설어진 일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이렇게 놀라워하는 것이겠지. 무슨 창피가 그리 많아 당연한 것들이 왜 당연한지 묻기만 했던 것일까. 그냥 한 번 넘어갈 수도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이제 다시 돌아와 정과리의 책을 편다. 56쪽 이다.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정현종

 

안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

알았다고 깔깔거릴 것도 없고

낄낄거릴 것도 없고

너무 배부를 것도 없고,

안다고 알았다고

우주를 제 목소리로 채울 것도 없고

누구 죽일 궁리를 할 것도 없고

엉엉 울 것도 없다

뭐든지 간에 하여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정현종의 시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의 일부분이 그곳에 있었다. 정과리는 이 시를 옮기며 "시가 딴죽 거는 자리에선, 나도 이젠 세상살이를 알 만큼은 안다고 자부하던 마음이 대책 없이 무너져내린다."라고 썼다. 더 나아가 "나는 내가 방금 쏟았던 탄식, 내 깨달음의 헛됨에 대한 탄식 자체가 지나친 과장이고 또 하나의 앎의 포즈임을 깨닫는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것이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라고 의심하고 이어서 내 짐작을 확인한다. 물론 내 짐작이 틀렸을 수도 있다. 선생은 선명한 문장을 쓰고 있지만 내가 습관처럼 오독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여튼 정과리는 정현종의 잠언에 가까운 시를 분석하며 "길의 눈부신 길 없음"이라고 글을 맺었다. 물론 이 문장 역시 정현종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길의 눈부신 길 없음,이라는 말이 또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나는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다시 신해욱의 시를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과리선생의 글보다 오늘은 이 시가 그리고 이 시를 소개하는 김연수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과리선생이 이 시를 읽었다면 그리고 내 오독이 오독이 아니었다면 그 글의 마지막을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싶다.

"당연한 것들로 붐비는 시는 슬픔이니"라고-

 

그리고 오늘 내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위로는

"당연한 것들을 모르고 사는 삶은 슬픔이니"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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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1-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굿바이 2012-01-12 23:02   좋아요 0 | URL
헤헤^_______^

라로 2012-01-1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굿바이님 페이퍼로 김연수를 만나요,,,그러면서 정과리책을 보관함에 슬쩍,,,^^;;

굿바이 2012-01-12 23:03   좋아요 0 | URL
앗! 그러셨어요?
저도 나비님 글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

꽃도둑 2012-01-1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만나는군요 굿바이씨,

이성과 감성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가 굿바이님 페이퍼 읽고는 중간지대로 들어서는
기분이에요. 시, 한동안 잊고 있었네요..시평론,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올해들어 아주 큰 바람이 생겼어요. 하루종일 책만 뒤적이는 거, 그거 하고 싶어졌어요.
그러면 감성과 이성의 빈공간에 뭔가 채워질 것 같기도 한데...
그럴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행복한 상태를 찰랑차랑 넘치지 않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만보고 어떻게 살아? 아니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요...흑흑
내게 있어 당연한 것들이여~~
아침부터 투정을 하게 하시니 굿바이님, 너무하셔요..ㅡ.ㅡ



굿바이 2012-01-12 23:06   좋아요 0 | URL
무조건 바람이 이루어지길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시는 그렇게 잊고 있다가 또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랄까 와락, 덜컹, 털썩, 이런 심정으로 만나야 제대로 읽히거나 아무렇게나 읽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나저나 이런 투정이라면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_______^

흰 그늘 2012-01-1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쉰들러리스트' 보신적 있으시죠?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그장면 있잖아요 쉰들러의 유태인 여성들과
아이들을 태운 기차가 서류상의 실수로 아우슈비츠로 가게 되었을때

그 곳 목욕탕 안에서 이제 가스가 나오겠지 이제 죽는 거구나..라며 모두가 공포에 떨며
체념하고 있었을때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

목욕탕의 샤워기에선 당연히 물이 나오는데도 그러한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를 그 당연함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환희에 찬 모습들이 참 오랜시간
기억에 남았드랬는데..

살아가다 보니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은 날들도 있더라구요.. 그럴때면 슬퍼거나
서럽다기 보다 서글퍼지던걸요
한데.. 그 당연함이 처절함이 되었던 날들 또한 찾아 오더라구요.

'빛' 과 너무나도 빛 같았던 빛 사이에서 참으로 절실해 지던건
정말 '선명함' 이었어요.

굿바이 2012-01-16 22:29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영화의 장면이 저도 생각납니다.
영화를 볼 때도 먹먹했었는데 복기해도 여전히 그렇군요.

빛 같았던 빛 사이에서 '선명함'이 절실했다는 말씀이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그게 어떤 상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절실함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 순간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매번 실패합니다.

잘 지내시나요?
어디서 어떤 시간을 보내실 지 모르겠지만
그저 기쁜 날들의 연속이었으면 합니다. 욕심이겠지만 말입니다.
 

다음은 로베르토 볼라뇨의 인터뷰로 그가 사망하기 3년 전 칠레의 일간지에 실린 내용이다. 이러한 인터뷰를 <프루스트 인터뷰> 또는 <프루스트 질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떤 인물의 성격이나 성향 등을 아주 짤막하고 재치있는 질문으로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갑자기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고 싶은 이유는 어제밤에 있었던 황군과의 대화 때문이었다. 여튼 나는 이책 115쪽을 폈다.

이책은 다름아닌 이녀석. A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대답이고 A'는 나의 대답이다.

 

 

 

 

 

 

 

 

 

 

우선 몇 가지 질문들을 옮기면

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

A 나는 단점투성이인 사람입니다. 그 단점들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죠.

A' 오호 어쩌면 나와 이렇게 동일한 생각을 하다니.

 

Q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것은요?

A 비타협, 권력 남용, 관용의 부족

A' 나와 비슷한 단점들

 

Q 어떻게 죽음을 맞고 싶은가요?

A 사랑을 나누다가(사실 누구라도 그렇게 죽고 싶을 겁니다)

A' 목욕하고 코코아 마시고 잠옷 입고 잠들어서 깨지 않는 것

 

Q 죽은 다음에 다시 지구에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이나 물건으로 돌아오고 싶습니까?

A 가능하다면 뭄무게가 채 2그램도 되지 않는, 새 중에서 가장 작은 새인 벌새가 되어 돌아오고

   싶습니다. 아니면 스위스 작가의 책상, 아니면 소노라 사막의 도마뱀

A' 무조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와야 한다면 무조건 고래

    혹은 돌고래

 

Q 소설 속 인물을 택한다면요?

A 마이티 마우스, 벅스 버니, 스피디 곤살레스

A'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로빈슨 크루소, 그리스인 조르바

 

Q 어떤 단어나 문장을 가장 많이 사용하시나요?

A <젠장>과 <씨발>

A'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래>, <여튼>, <물 좀 주세요>

 

Q 가장 큰 두려움이 있다면

A 아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

A' 화산이 터지고,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오고, 전쟁이 나고 그래도 막 살아남는 것

 

Q 어떤 재능을 가지고 싶습니까

A 기타를 칠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축구를 하고 당구도 잘 쳤으면 좋겠습니다.

A' 우와~ 너무 많네요. 몸을 쓰는 모든 행위. 머리를 쓰는 모든 행위.

 

Q 가장 거슬리는 게 있다면

A 버릇이 없는 것

A' 집중력 장애

 

Q 당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은

A 나의 책들

A' 없어요

 

Q 여자에게서 가장 높이 사는 것은 무엇입니까?

A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명석함과 착한 마음씨. 세 번째로는 유머 감각. 물론 명석하고 착하면

   유머는 거저 따라오긴 하지만.

A' 볼라뇨씨 여자를 너무 모르시는구나^^ 체력과 지구력(?)

 

Q 그렇다면 남자에게서 가장 높이 사는 것은?

A 오호, 이 질문에는 이미 답한 것 같은데요. 네 번째 것을 추가하자면, 있으면 좋지만 꼭 필수적인

   건 아닙니다. 용기.

A' 체력과 지구력(?)

 

 

이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조금 선명해진 사실. 이런 짧은 물음과 답변으로 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는 것. 타인을 알기 위해서는 역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타인을 알아간다는 것은 체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것. 여튼 우리는 서로를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한 것일까. 그런 노력을 다 했다고 믿기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감정이나 생각에 공감할 수 없는 지점을 안타까워하는 것일까. 궁극적으로 타인을 알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에라이~! 하등에 쓸모없는 생각들로 바쁜 월요일. 나는야 공식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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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굿바이 님 따라하기
    from 음... 2012-01-09 15:52 
    이름도 처음 듣는 아저씨, 로베르토 블라뇨의 인터뷰를(정작 책은 그다지 관심도 안 두고 있;;) 굿바이 님 서재에서 보고 냉큼 따라해본다. 이런 거 안한 지 참 오래인데, 오늘은 왠지 이걸 하면서 생각 정리가 될 것 같은 기분 ~ :)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A 나는 단점투성이인 사람입니다. 그 단점들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죠.A'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하고, 성미가 급해서 결론을 빨리 내리려는 태도. (사실 이것 말고도 많겠으나
  2. 굿바이님 따라하기 2
    from 晩秋佳景 2012-01-09 16:42 
    로베르토 블라뇨의 인터뷰를 (정작 책은 표지만 보고 알고 있었으나 그다지 관심도 안 두고 있;;) 굿바이 님 서재에서 보고 치니님이 따라한다고 하는 것을 보고 냉큼 따라해본다. 이런 거 안한 지 참 오래인데, 오늘은 시간은 촉박하지만 꼭 따라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ㅋㅋ ●굿바이님●치니님●나비님,,ㅋㅋ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A 나는 단점투성이인 사람입니다. 그 단점들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죠.A' 오호 어쩌면 나와 이렇게 동일
  3. 굿바이님 따라하기 3
    from 아름다운 그대에게 2012-01-09 17:16 
     헤헷 그렇다면야 나도 잠깐.    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A 나는 단점투성이인 사람입니다. 그 단점들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죠.A' 살찌고 게으른 것? 이를테면 인간 돼지...  Q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것은요?A 비타협, 권력 남용, 관용의 부족A' 비열함, 비공존하려는 마음가짐, 뻔뻔함 Q 어떻게 죽음을 맞고
 
 
치니 2012-01-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재미있어요. 단편적이긴 해도 굿바이 님이 지구상에서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건 알 것 같은데요.
근데 왜 다시 태어나면 고래 혹은 돌고래일까, 그건 모르겠어요! 궁금 궁금.
힛, 저도 해볼래요.

굿바이 2012-01-09 16:41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셨어요? ㅋㅋㅋ 신나요!!!!

저는요, 혹등고래가 초음파로 노래하는 걸 들었거든요, 감동적이었어요.
육중한 몸으로 큰 원을 그리며 아가 고래랑 노래하고 친구 고래랑 노래하고
북극의 차가운 바다와 적도의 뜨거운 바다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참으로 글로벌한 그 삶이란... 보일러도 없이 냉장고도 없이 그저 자유롭게 유영하고 솟구쳐오르고 무리지어 노래하고 살육의 축제도 없고...
게다가 돌고래는 또 어찌나 예쁜지....뭐 그런 이유에요. ^____^
참고로 저는 침대에 북극곰과 고래인형을 두고 자요.

라로 2012-01-0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저도 굿바이 님 따라 해볼래요, 저는 공식 백수지만 비공식 보따리장수, 흑

굿바이 2012-01-09 16:43   좋아요 0 | URL
비공식 보따리장수요? 유후~~~~ 살짝 감은 오는데, 그건 혹시라도 나중에 나비님을 뵈면 그때 여쭈어볼래요!!!!

이진 2012-01-0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제가 이제껏 본 문답형식의 글 중에 제일 알찬 것 같아요.
역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여성들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알라딘의!

굿바이 2012-01-10 11: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소이진님^^
알찬 내용으로 보였다니 다행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웽스북스 2012-01-10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 이거 하다 잤어요 어제 ㅋㅋㅋ

굿바이 2012-01-11 11:14   좋아요 0 | URL
궁금해요!!!!!ㅋㅋ

페크pek0501 2012-01-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
- 내겐 야망이나 자신감이 없는데, 남들은 있다고 보고 오해 받는 것.
Q 어떻게 죽음을 맞고 싶은가요?
- 할 일 다 해 놓고 유서까지 써 놓고 이젠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잠이 들었을 때, 잠이 드는 순간만큼이나 달콤하게 스르르... 죽음의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싶어요.
Q 어떤 재능을 가지고 싶습니까
- 삶이 다하는 날까지 책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줄 아는 것. 이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함.

(이것, 소이진님의 서재에 제가 댓글 쓴 것을 복사붙이기 했어요. 그냥 가기 섭섭해서요.)
두 개 추가합니다.

Q 가장 큰 두려움이 있다면
- 건강을 잃거나 삶이 추락하는 것. 누군가로부터 배신 당하는 것.
Q 당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은
- 글을 쓸 때 사용하는 넷북. (이것에 흠집내는 사람 있으면 유치하게 과잉반응함.)
아주 재밌어하며 갑니다.

굿바이 2012-01-11 11:16   좋아요 0 | URL
넷북 사용하세요? 찌찌뽕~^^

그런데 pek0501님은 벌써 원하는 재능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부럽습니다.
orz

風流男兒 2012-01-11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만큼은 많이 들어봤네요 정말!
떠올리며 잠깐 큭큭 웃었다는 ;;

근데 책값 정말 저 값이 맞네요. 설마 저 질문만 넣어놓고 저값에 파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ㅎㅎㅎㅎ

굿바이 2012-01-11 11:18   좋아요 0 | URL
그지? ㅋㅋㅋ 쓰면서 나도 웃었다오^^
그나저나 나는 그대가 가장 많이 쓰는 말도 알고 있지.
<그러게요> 맞지? 우하하하하하하!!!!!

책은....읽어보면 알게 된다오 ^_______^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영화
평점 :
현재상영


같은시절을산다는것, 유머를이해할수있다는것, 주름이보기좋기만하다는것, 그것이면충분하다고생각했습니다. 그나저나우리는얼마나많은일들을임파서블이라는이름에가두어놓은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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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0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굿바이님. 보셨군요! 굿바이님의 별 넷이라니! 막 제가 다 뿌듯하네요. ㅎㅎ

굿바이 2012-01-04 13:45   좋아요 0 | URL
우앗 이런 일로 뿌듯함을 드리다니! 제가 더 기뻐요 ^___^
잘 지내시죠?

라로 2012-01-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막 제가 다 뿌듯하네요.ㅎㅎ2
저는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지요.
보면서 그 전에 제가 놓쳤던 그 섬세한 표현을 봤어요,,,더 좋아지더라구요,흐흐흐

굿바이 2012-01-04 22:43   좋아요 0 | URL
두 번 보셨어요? 우와~!
제가 이 영화를 본 건 근래에 최고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__^
신나요!!!!


風流男兒 2012-01-0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실 보면서, 뭐야 또 봐도 재밌겠는데? 라는 생각을 얼핏했었어요 ㅎㅎㅎ

굿바이 2012-01-05 14:09   좋아요 0 | URL
황군 표정도 그렇더라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