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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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남자이면서 한 명의 여자를 두고서 한 사람은 아버지로 다른 한 사람은 아들로서 관계지움으로 인해 서로 잘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오해와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어린 시절 아버지를 많이 원망하면서 대화도 하지 않고 40대 중반에 이르러 아들 녀석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의 상황과도 많이 오버랩이 된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두 부자 관계의 갈등과 해소라는 한 축과 비정규직/수영 사건에 대한 은폐를 둘러싼 사회 비판으로 이뤄져 있지만, 내 자신의 경험인지도 몰라도 그 부자 관계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고 본 것 같다. 가가 형사 부자나 유토나 다케아키 부자 관계도 과거의 나처럼 소통 단절의 관계에서 서로의 진심을 보지 못하고 오해와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과정의 연장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가가나 유토의 경우, 아버지의 죽음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으나 아버지에 대한 그들의 오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찰나에 도키코의 다음 대사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와 닿았다. 왜냐하면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가가 씨가 본 것은 시체지 살아 있는 사람의 죽음이 아니에요. 저는 죽어 가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 왔어요. 죽음을 눈 앞에 두었을 때 사람은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죠. 자존심이나 의지 같은 것을 다 버리고 자신의 마지막 소원과 마주하게 돼요. 그런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의무예요. 가가 씨는 그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p313)

     40대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고 나서 아들을 가진 아버지로서의 입장변화가 생긴 시점에서 말을 하지 않고 지냈던 아버지에게 말을 건낼려고 마음 준비하는 시기에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뇌경색으로 인한 소통의 불가능성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병원에서 울었던 것 같다. 지금도 아버지 산소에 가면 눈물이 나도 모르게 나오곤 한다. 같은 남자로서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소통을 하고 싶었던 그 아버지가 없다라는 사실 때문에 그러리라 생각한다. 왜 아버지가 좀 더 건강하실 때 대화하면서 믿지를 못했던 것일까? 오히려 10대의 유토의 다음 다짐은 나에게 많은 부끄러움을 주고 있다.

 

그런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기리라. 아빠는 산재 은폐 따위의 비열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면 나만은 그렇게 믿으리라.(p396)

    대다수의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아버지와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없고 그러다 보니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어서 많이 아쉬움을 느낀다. 그러면서, 지금 어린 아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어겠다라는 다짐을 다음 인용구로 마무리고 하고자 한다.

 

후유키와 둘이서 즐거운 추억을 잔뜩 만들엇으니까요. 추억은 절대 망가지거나 없어지지 않잖아요.(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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