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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를 일등으로 - 野神 김성근
김성근 지음, 박태옥 말꾸밈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야신(野神) 김성근이라 대체 무얼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싶어서 집어들게 된 책이다. 사실, 그 이전에도 메이저리그 야구에 대한 관심으로 번역본도 읽어보고 경영학과 접목한 이론서로 읽어보았지만, 한국 감독에 대한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책을 읽기 前에 김성근 감독에 대한 인상을 떠올려보면, 지독한 연습을 시키는 감독, 그리고 한국말이 어눌한 사람, 데이터 야구를 중시하는 정도일까? 또 하나 더 있다. 회사에 입사할 무렵인데 추운 겨울 오대산 계곡에서 선수들과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과 같이 입욕하던 장면을 스포츠 신문에서 봤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 그 나름대로의 고충. 특히 일본과 한국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뿌리내릴 수 없었던 아웃사이더의 삶이 무척 와 닿았다. 그래서, 김성근은 자신의 정체성을 야구에다 둔 것은 아닌지? 특히, 학연,혈연,지연이 서로 얽혀있는 한국사회에서 그 어디에도 줄을 댈 수 없고 오직 실력으로만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김성근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이 책에 기억이 나는 부분은 야구의 득점하는 장면을 채우면 비우고 비우면 채우는 것이라고 서술한 면이다. 누구나 타자가 홈런을 치면 경기에 이기는 줄 알지만, 끊임없이 1루, 2루, 3루를 채워가면서 그 1루, 2루, 3루를 비워야만 득점을 하고 다시 1루, 2루, 3루를 채우가야만 이기는 야구에서 어쩌면 회사의 생활도 매일 매일 조금씩 해야할 목표를 이루고 다시 목표를 세워 그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 오버랩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든지 스토리의 시작은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라고 말한 부분에서 과연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나만의 스토리를 쓰는 것인지? 마지 못해 일어나서 출근 시간에 맞춰서 가기가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본인이 해임할 때 상황을 너무 간단하게 설명한 점과 메이저리그에서는 단장의 권한에 대한 설명은 의도적으로 뺀 점이라고 할까? 일본야구가 감독의 색깔에 맞춘 야구라면, 메이저리그의 야구는 단장의 색깔에 맟춘 야구라는 얘기가 있다. 무턱대고 구단이나 단정에 대한 본인의 평가를 내리는 것은 조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의 얘기가 틀렸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SK가 주도하는 스포테인먼트를 지향한다면, 야구 역시 한 상품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단장의 역활도 같이 중요할 수 있음을 지적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고 좀 더 균형적으로 서술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