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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음 글은 이 책을 읽고서 장영희 선생님의 제자가 아닌 점포의 관리자로서 쓴 글을 그대로 옮긴다. 나의 은사이신 장영희 선생님! 장례식장에만 가고 천안에 있는 묘지에는 가보지 못했는데..늘 그분의 웃는 소리와 힘찬 몸짓을 이 못난 제자는 잊지 못하며 당신의 기대에 못미치는 현재에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장영희 선생님! 그립습니다..
故 마리아 장영희 교수의 경우, 그녀가 카톨릭 신자이고 내가 카톨릭 신자라서 카톨릭 교회 신문 지면을 통해 알고 있는 측면도 있고, 당점에 근무하는 지원매니저가 바로 그녀의 오랜 제자이기 때문에 귀동냥으로 들은 바가 있어서 처음 읽을 때부터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친숙하고 친근했다.
이 책을 읽은 내내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는 평범한 삶, 기적, 편견, 그리고 행복 이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장영희는 자신은 “정말 눈곱만큼도 기적의 기미가 없는, 절대 기적일 수 없는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주장한다. 이 말을 처음 보았을 때, 그러한 삶이 그렇게 부러울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기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점포의 점장, 매니저, 그리고 담당들의 생활은 끊임없는 같은 업무의 반복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측면에서 보면, 정말로 평범한 삶이다. 그런데, 그러한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우리는 잊고 사는 것 같다. 그 평범한 삶을 사는 나나 우리 직원들은 어떻게 그 삶을 보낼까?하고 생각해보니 시간에 쫓기면서 그리고 주어진 업무에 휘둘리면서면 산다고 생각하지 그러한 것이 바로 내 삶의 기적임을 잊고 있다. 생각해보자. 대졸자중 미취업자가 100만명이 넘어가고 그들의 등록금이 연간 천만원이 넘는 현실에서 취업해서 나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그들의 눈에서 보면 기적 같은 일이 않겠느냐고. 어쩌면, 나 자신부터 지금 점장으로서 근무하는 것이 기적 임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반성이 된다.
두 번째 단어인 편견의 경우, 장영희 교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비장애인이 가지는 것으로 간단하게 말하는 과정에서 저녁 식사 때 지원매니저가 해줬던 일화가 생각이 났다. 그녀가 대학 졸업 후 자기 아버지인 장왕록 교수가 있는 서울대학교 영문과 석사과정에 도전했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떨어지고 “킹콩”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 킹콩과 자신이 다를 바 없어서 크게 울었다 한다. 왜냐면, 킹콩은 배우 지망생 앤 드완을 사랑하지만, 그의 다름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결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죽는 장면에서 장애인에 대한 당시 한국사회의 편견에 그렇게 서러웠다고 한다. 미국으로 유학 가서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룸메이트가 화장을 하고 난 후 자기 한테 “Am I pretty?” 라고 묻는 순간에 크게 깨닫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그런 편견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일화를 통해서 점장으로서 나는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하는 반성을 해보게 된다. 재는 4급 출신이라서 아니면 쟤는 5급 출신이라서 아니면 쟤는 고생하는 영업이라서 아니면 쟤는 빈둥빈둥 노는 지원이라서 라고 함부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 부하직원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위치에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팀과 회사를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하며 결과를 낳는지가 더 중요함에도 그냥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며, 장영희 교수의 표현대로 무더기 부하직원으로서 평가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 개인으로서 그들을 평가해야만 하는 것이 나의 일임을 고과철이 다가와서 그런지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언급하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은 사랑하는 사람들, 내일을 위한 희망, 그리고 나의 능력과 재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그대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점포에 대입시켜 보자. 우선, 주변에 나와 같이 일을 하면서 때로는 갈등을 빚어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부하직원들이 있고, 비록 오늘 매출이 부진해도 내일은 오늘 보다 더 팔 수 있다라는 희망을 갖을 수 있으며, 또한 25년 동안 근무하면서 나의 재능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가진 나는 바로 그 장영희가 부러웠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기적을 행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롯데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온 것도 나에게는 큰 기적이었고 앞으로 다가올 기적을 나 혼자 만이 아닌 당점의 부하직원들과 같이 나누고 싶다. 더불어서, 이런 깨달음을 준 故 장영희 교수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