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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평전
윌리엄 J. 듀이커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4월
평점 :
사실, 이 책의 경우 예전에 읽다가 1,000페이지 가량이 되는 책의 분량과 상당한 분량의 각주를 보기가 싫어서 중간에 그만둔 책이었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베트남과 관련된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추천도서로 다시 선정되었기에 읽다가 만 부분에서 시작하지 않고 처음부터 쭈~욱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회사일과 수업으로 인해 밍기적 밍기적 하다가 그저께 다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호치민에 대해서 먼저 언급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서 한 번 언급을 해야겠다. 저번에 쓴 촘스키의 미국비판에 대한 책의 리뷰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것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작가 혹은 지식인의 가장 기본적인 양심의 척도가 뭘까하는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특히 교수 출신들 중에서 표절에 대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점이나 BK21에 관련된 논문이라서 자기는 모른다고 얘기하는 변명 - 자기가 쓰지도 않으면서 자기 이름으로 되어 있다면 이는 본인 스스로가 수정해야만 함에도 하지 않은 것은 도덕적 해이를 떠나서 기본적인 학자 혹은 지식인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 - 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이 책의 저자인 월리엄 J.듀이커는 각 구절구절마다 상세하고 방대한 각주와 인용부호를 확실히 사용하고 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임에도 그렇지 못한 인간들이 사회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그런지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비범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적이었던 북베트남의 지도자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서 입체적으로 구성해놓은 것 - 아쉬운 것이 있다면 디엔비엔푸 전투와 그 이후에 벌어지는 미국과의 전쟁에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자 하였으나 미국의 입장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이 조금 아쉽다. - 을 볼 때 저자의 수 많은 노고와 땀들이 보여 정말로 괜찮은 평전을 읽었다라는 생각에 즐거웠다.
이 책에 나오는 호치민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가 워낙 방대한 자료를 통해서 입체적으로 구성해놓고 있기 때문에 한 두마디로 정의할 수 없겠지만, 내가 이 책에서 바라본 그는 민족의 해방을 위해서라면 열린 마음과 실용적인 정책을 구사한 정치가이며 세계에 대한 이해가 넓은 외교관이기도 하다. 실용주의자로서의 호치민은 공산주의를 민족해방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신적 구심적으로 선택- 식민지 경험을 한 그로서는 자본주의를 선험적으로 거부할 수 밖에 없었다 - 하였으며, 중,소 분쟁 이후 공산주의 한계를 인식한 그는 끊임없이 미국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미국 정치 집단의 레드 콤플렉스 및 도미노 두려움으로 그는 거부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굴하지 아니 않고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지도자로서 그리고 정치가로서 명확한 현실파악과 실용성을 엿볼 수 있게 된다. 과연 한국의 지도자라는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대통령 후보들께서 대선 때 마치 과거 조선의 세자나 왕의 책봉시에 중국에 사신을 보냈던 것처럼 위대한 United States of America의 대통령을 배알하고자 도미길에 오르는 것은 뭘까? 오로지 미국만 받들어 모시면 세상일이 잘되어간다라는 것인가?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가 유일한 세계 최강대국이며 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라는 것은 알지만, 적어도 정치가와 외교가의 경우 증권용어로 말하면 몰빵이 아닌 분산투자를 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워낙 똑똑하신 분들이라서 우리나라가 너무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네~~~ 쓰고 싶은 말은 많지만, 비교하면 할 수록 우리에게 호치민 같은 지도자가 없다라는 것이 불운인 듯 하다.
이 책은 어렸을 때 빨갱이는 다 늑대와 이리의 모습으로 세뇌를 당한 우리같은 세대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이며, 특히 이 책의 번역자인 정영목의 경우, 용어 및 베트남 지명과 인명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음에 대해서 번역자의 노고도 저자의 노고 못지 않게 높이 평가하고 싶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하면, 상기 책을 읽고서 다른 책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을 읽고 있는 중인데 번역자의 참으로 성의없게 했구나 군데군데 - 예를 들어 본문에 영어가 아니고 우리말로 베트남 헬멧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건 베트남 전통모자인 롱을 말하는 것임데도 베트남 헬멧으로 번역하는 위대한 번역자의 능력!!! 그리고 베트남 인명에서 t 발음의 경우 우리나라 된소리인 ㄸ에 가까운데 ㅌ으로 자기 마음대로 바꿔 쓰는 탁월한 능력!!! - 보면서 번역자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어떻게 호치민 평전을 쓴다고 하면서 저자와 번역자에 대한 이야기를 상당부분 할애하고 말았다. 사실 호치민 대해 평을 쓸려고 하면 할수록 한국의 지도자나 지도층에 대해서 비분의 마음이 일어나 타협하고 살아야하는 40대 가장이 할바가 아니라는 생각도 조금 - 비겁한 마음이지만 - 들었다. 읽고나기 좋았지만 읽어가는 중에는 분량때문에 고생한 책이기도 하다. 어쨋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