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습니다!!)



토요일에는 친구와 영화 《서치》를 봤다. 굉장히 젊은 감각의 영화였다. 문자메세지와 페이스타임을 비롯해 유캐스트, 트위터(잠시), 텀블러, 유튭 등이 나오는데, 주인공 '데이비드'가 어찌나 스맛폰이며 맥을 잘 사용하는지 너무 맥 사고 싶었어.. 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있지만 그걸 어떻게 뭐랄까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들, 그러니까 전화,문자,동영상 보기가 전부인 사람이라서 .. 왜 좋은 걸 가지고 있어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하나.. 싶었다.


영화는 실제 장면 보다는 맥북, 맥, 스맛폰, 유캐스트 등의 화면들이 훨씬 많이 보여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완전 깔끔한 영화였다. 영화적인 재미도 있고 게다가 반전도 있어. 수시로 '맥을 사야되는걸까' 했지만, 맥을 사고 싶지만, 할부는 어떻게 갚지.. 같은 생각하다가도 영화가 재미있어서, 다 끝나고 나서는 친구와 '재미있네' 했다. 친구는 맥북을 살까? 완전 고민중이라고 했고.. 내 추천으로 이 영화 본 남동생은 안드로이드폰 유저인데, '왜 애플 광고하냐!' 며 씅질을 냈어... ㅋㅋㅋ




데이비드는 몇 해전 아내 '팸'을 잃고 딸 '마고'와 함께 살아간다. 마고는 이제 고등학생인데 생물스터디에 참가했다가 밤을 새고 오겠다는 연락을 끝으로 더이상 연락되지 않는다. 새벽에 마고로부터 온 전화를 자느라 자지 못했던 데이비드는 시간이 지나 이것이 뭔가 불길한 사건이라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고, 그렇게 유능한 '로즈메리' 형사와 함께 딸의 실종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영화는 재미있으면서 굉장히 인상적이다. 중간에 용의자가 자살한 영상을 보여주는 뉴스 장면에서 몇 번이나 앵커가 '이것은 잔인합니다, 여러분 시청에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라고 안내해주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아동학대 영상이나 혹은 학생들의 집단구타 장면들이 내가 의도치 않아도 여기저기 보여지는데서 나는 큰 피로를 느끼고, 또 그것들을 무조건 피하고자 하는데(그런 영상 못봄 ㅠㅠ), 그런 참에 이런 안내는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으악 어떡하지' 싶었는데, 실제로 그 영상에서 뭔가 잔인한 건 보여지지 않는다. 영화는 굳이 잔인함을 보여내지 않아도 잔인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잘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건 '상실에 대처하는 각자의 방법' 이었다.

'데이비드'의 동생 '피터'는 '형 마고와 대화는 잘 하고 있는거냐'고 묻고, 데이비드는 그렇다고 한다. 순간순간 데이비드는 마고에게 엄마 얘기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흐르면 이 상실감은 점차 옅어지겠지, 하고 애써 엄마 얘기를 피한다. 그러나 마고는 엄마의 상실, 엄마의 기억 때문에 엄마 얘기를 계속 하고 싶은 쪽이었다. 그러나 아빠가 자꾸 엄마 얘기를 피하니,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마고는 누군가와는 엄마 얘기를 계속 하고 싶었어.


이렇게 상실에 대처하는 각자의 방법이 다르다. 그리고 이 방법이 다를 때 상대와 나는 엇나갈 수밖에 없다. 한 쪽은 하고 싶은 대화를 한쪽은 피하고 싶어하는데, 우리 사이에 사랑이 있다고 해도 그 대화가 자연스레 잘 될 리가 없다. 그러니 대화를 하고 싶은 쪽은, 그 대화를 같이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게 된다.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이 상실감이고, 지금 그것이 나를 지탱하는 가장 큰 중심인데, 그런데 그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그 사람과 지금 가장 큰 관계를 만드는 데에도 무리가 있지 않을까?



나란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지만 누군가와 대화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아빠도 그렇다. 문제는 아빠와 나의 타이밍이 어긋난다는 것. 나는 회사에 다녀와 집에 오면 그 때부터는 혼자 있고 싶고 쉬고 싶은데, 하루종일 집에 있던 아빠는 내가 오는 순간 얘기를 하고 싶어지는 거다. 이렇게 어긋나면 누군가의 취향 혹은 욕망은 차단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각자 다르다. 그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나는 빨강색을 좋아하지만 너는 파랑색을 좋아할 수도 있고 나는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지만 너는 이야기 나누는 걸 귀찮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하는 데에는, 연인이나 부부가 된다면, 그리고 아빠와 자식 간이라도, 그 다름 속에서도 서로 조율하며 맞춰가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그 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단단해질 수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지금 현재 이것이 고민이야, 라고 하는데 '그것 따위가 무슨 고민거리냐' 라고 응수하면 내가 나의 다른 고민을 그 사람에게 또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 사이의 관계는 그 때부터 벌어지게 되는 거 아닐까.  내가 지금 현재 이것이 고민이라고 하면 그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건 사소해' 라고 말하는 건, 해서는 안될 말이 아닐까.



얼마전에 무슨 프로였더라, 어떤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남편과 사이가 안좋아 이혼할 뻔했지만 상담 받으며 극복했다고 하면서 '사랑의 다섯가지 언어'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 다섯가지가 뭐였는지 다 기억은 안나지만, 남편에게 사랑은 '함께 있는 것' 이었고 자신에게 사랑은 '스킨십' 이었던 것. 이걸 모르는 채로 상대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가봐' 라는 오해가 쌓이면 관계가 멀어지게 된다는 거였다. 그 배우의 말에 모든 걸 다 긍정할 순 없었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더라. 우리는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과'상대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상대와 내가 만들어가는 관계가 단단해질 수 있는 거다.



영화중에 데이비드가 하는 말중에 '폭우로 인해서 이틀이면 됐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스포일러가 될테니 장면 설명은 하지 않겠다. 스포일러는 안돼요~ 그 말을 듣는데 영화를 보다가 소름이 쫙 돋았어.


영화를 보고나니 책 두 권이 생각났다. 국내 소설 한 권가 번역 소설 한 권.


















같이 영화를 본 친구에게 이 두 책이 생각난다 했더니 줄거리까지 묻는거야.. 그러면 스포일러 될텐데 괜찮아? 했더니 괜찮다고 내용 말해달라고 해서 말해주었는데, 내 이야길 들은 친구는 얼른 알라딘 들어가 이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읽는 거 너무 좋아요!! >.< (뜬금)

서로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이 두 책들이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 동시에 생각나는 두 권이란 말이다.

궁금하죠? 궁금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일요일 오전, 전날 요가의 후유증으로 격한 근육통에 시달리면서도 책장 조립을 했다. 박스를 뜯었는데 뭐랄까, 너무 형태없이 나무들만 있어서 잠깐 당황...




뭐랄까, 어떤 윤곽이나 틀 같은 것이 잡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너무 그냥 나무들이네.. 하하하하하. 내가 이걸 잘 조립할 수 있을까?


내가 이걸 조립한다고 꼬물꼬물 대고 있으니 아빠가 와서는 '아빠가 해줄까?' 하시더라. 나는 "내가 할거야!!" 크게 소리치고 차분하게 설명서를 펼쳤다. 으으, 따라하면 되려나, 하고 차근차근 따라하다 보니, 그렇게 힘을 쓰고(망치질 해야 함) 땀을 흘리고 나니 뚝딱, 완성되었다.



이렇게 조립하는 게 튼튼한걸까 싶었지만 만들고나니 튼튼했고, 걱정하시던 엄마도 만져 보시더니 오, 튼튼하네? 하셨다. 이걸 해놓고 내가 어찌나 뿌듯한지 으쓱하고 있는데, 아빠가 보시더니


"너는 진짜 못하는 게 없구나"


하셨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근육맨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말고는 더 바랄 게 없지는 않고, 그래도 더 바랄 게 있어. 나는 망치같은, 도끼같은 여자가 되는 게 바람이다. 어쨌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페미니즘 책들을 다 저리로 옮겨 놓았는데, 그래도 자리가 남아서 토지도 일렬로 줄세워 보았다.





조립하고 형태를 갖춰가면서 결국 완성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하나 더 사다 해볼까, 이번엔 시간도 덜 걸릴텐데..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책장을 놓아둘 자리가 없어...


그나저나 책 옮기면서 봤더니, 책을 두 줄로 진열해 두었던 책장들이 있어서... ㅠㅠ 책이 너무 많다고 또 새삼스레 ㅠㅠㅠ 책 너무 많아, 이제 그만 사고 있는 책 읽자...했지만 또 책 사고 싶은 9월의 아침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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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9-0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 공간이 너무 허전하네요. 똑같이 생긴 책장이 하나 더 놓이면 딱이겠는데요?

그런데 책장만 놓이면 허전하잖아요. 그 책장을 채울 책도 있어야 되겠죠? 자, 장바구니를 채우는 겁니다 후후후후후후후후

다락방 2018-09-03 18:11   좋아요 0 | URL
아 저옆에는 매트리스가 없어서 공간이 없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지만 저 책장에 책을 옮겼더니 기존 책장에 자리가 한 칸 생겼어요....네....그러한 것입니다.

장바구니 말입니까? 그건 늘상 채워져 있는거 아닌가요? 결제는 그저 도울 뿐... -0-

단발머리 2018-09-0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다락방님 못 하는게 없군요.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책장 조립 전 사진 보고 급 하애지는 머릿속을 가진 사람도 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 책이 많으시네요, 다락방님!! 첫줄에 토지도 근사하고요^^

다락방 2018-09-03 18:13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 설명서 피고는 머리가 하얘졌는데요, 제가 시도해보지도 않고 그저 겁먹고 하얘진 거더라고요. 막상 해보니까 뭐 별 거 아니었어요. 하하하하하. 한 번 하고나니까 이거 또 하면 더 빨리 하게 될 것 같아요. 이걸 부업삼아 할까..그러니까 단발머리님이 이 책장 샀다고 하면 제가 가서 조립해 드리고... 이걸 부업으로 해서 부자 될까...뭐,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하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18-09-0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진짜 조립마저 잘하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9-03 18:13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8-09-0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넘치면 책장을 사죠 조금 넉넉하게 그리고 그 책장을 채우기 위해 책을 더 삽니다 조금 넉넉하게 그렇게 수레바퀴는 끝이 없이 돌아간다는 ㅎㅎㅎ

다락방 2018-09-03 18:14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책장 한 칸이 남고, 저 책장 조차도 조금 헐렁해서 꽉꽉 채우리라, 더 사도 된다!! 막 이러고 있긴 해요. 그러다가 말씀하신대로 또 책장을 사겠죠... 인생....인생은 뭘까요, 트랜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연 2018-09-0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의 규모상.. 저 책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찌릿... 근데 저 책장에 빈 곳이 보이네요. 빈 곳. 빈 곳. 책으로 채워야 할 공간... 빈 곳.. (휘릭)

다락방 2018-09-03 18:15   좋아요 1 | URL
제가 딱 오백권 정도만 집에 두자...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이니 그정도만 지키자...해서 부지런히 책을 팔고 있는데, 그런데도 책은 자꾸 늘어나네요..... 책 구입이란 뭘까요?
어쨌든 저렇게 책장 하나 더 사서 책 꽂고 일요일에 책 몇 권 또 팔았습니다. 그러니 또 살 수 있지요. 네, 그런 것입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09-03 18: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이상하게 어디서 본 상황입니다.. 전 이사 나왔어도 더 못사고 있어요. 책장 다 찬 ㅠㅠ 이제 위에 쌓아야 하나 ㅠ

clavis 2018-09-03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아름다워요! 늘 다정하신 아빠 덕분에 저도 힐링이 됩니다. 넌 못 하는게 없구나♡♡♡저도 이런 말 너무너무 듣고싶..크흙
 
개똥이

남동생네 상품 개똥이 영상광고 나왔습니다. 이김에 다시 한번 광고...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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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 개의 나로 살아가는 것
    from 마지막 키스 2018-09-04 09:38 
    "여기다 집을 지을 생각 없어?" 1월의 어느 추운 날 아침, 많은 여행객들과 함께 말 농장에 모여 앉아 차를 마시던 중에 자시가 내게 갑자기 물었다. 대녀와 대자를 만난 다음날이었다."뭐? 말 농장에다가?" 나는 이 황당한 제안에 놀라 되물었다."맞아, 여기다가. 달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이 아름다운 곳에 말이야. 조그만 모쒀식 집을 지을 수 있어. 돈도 그리 많이 들지 않을 거야." 자시가 말했다."많지 않은 게 얼마인데?" 그가 내민 미끼를 물어서라
  2. (이벤트)친환경 생분해 비닐봉투 나눔
    from 마지막 키스 2018-09-18 15:02 
    지난 주에 만난 친구1, 친구2는 모두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남동생네 회사에서 만든 <친환경 생분해 다용도 비닐봉투>에 대해 얘기하니, 고양이 변처리에 비닐이 꼭 필요하므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말을 그 친구들로부터 들었다. 어? 고양이는 모래위에 응아 하고... 그거 변기에 버리는 거 아니었어? 고양이랑 살지 않는 나는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이게 모래를 어떤 모래를 쓰느냐에 따라서 변기에 버리지 못하고 반드시 비닐에 버려야 되는
 
 
2018-09-02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바디는 회사에 있지만 일하기 너무 싫고, 그래도 억지로 일을 좀 해보려고 하면 졸음이 마구 찾아오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이럴 땐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라딘에 올라온 다른 친구들의 글을 읽거나 내가 페이퍼를 쓰면 된다. 알라딘에 사람들이 책 읽고 글 써서 올리는 거 너무 좋다! 읽었던 책에 대한 같은 혹은 다른 감상 읽는 것도 재미있고, 그 책에 대해 작게 수다 떠는 걸 보는 것도 즐겁다. 달리기에 관심이 생겨 달리기 책 읽는 사람의 글 보는 것도 너무 좋고, 수십권의 책을 읽고 수다를 떠는 글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아. 알라딘이 너무 좋은 건 이렇게 책에 대한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많아서인 것 같다. 내가 어디가서 책 이야기를 하거나 들을 수 있겠는가!




나는 언젠가부터 나의 힐링이 그림으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왔다. 내가 그림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누군가 그림을 보고 힐링이 된다, 힐링하기 위해 화가의 작품집을 본다고 했을 때 너무 있어보여서, 나도 그렇게 되고자 했지. 그러나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나는 고흐의 그림으로, 드가의 그림으로 힐링되는 사람이 아니었어. 나는... 이제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음식 사진으로 힐링 되는 사람이야.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오늘 또 한권의 요리책, 음식 사진이 가득 담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북플 친구 덕에 알게된 책. 아아, 이 책은 얼마나 나를 위로할까..














나는 아마 이 책을 넘기면서 가정식을 요리해볼 생각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완성된 음식 사진 보면서 아아 너무좋다 너무 좋다 하게될 것이야..나는 누군가의 밥상 사진을 보고 요리 사진을 보는 게 너무 좋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 뭐 들어가는 거아니면 딱히 누가 먹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고, 그래서 소위 먹방? 이런 것도 잘 안보는데, 그런데 이렇게 막 이런 요리 사진 이런거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장바구니에 넣어뒀다.


















이 책도 장바구니에 오늘 들어간 책이다. 처음에 어떻게 보게된거지? 어쨌든 오늘 아침에 암스테르담 풍경을 보게된 거다. 그런데 너무 예쁜거다! 검색창에 암스테르담 여행 쳐놓고보니 암스테르담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글들이 여러개였다. 오호라. 하이네켄 박물관이 있다고? 으아아악.


그래서 알라딘에 와 네덜란드를 넣고 책을 검색했다. 그저 글로만 쓰여진 책이 아니라 사진이 있는 누군가의 글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미리보기 해보니 사진도 있더라. 내가 볼 수 있는 화면에서는 그런데 사진들이 다 작고 아직 내가 좋아라 하는 류의 사진은 안나왔지만, 그래도 사서 읽으면서 넘기다보면...내가 내년 여름엔 암스테르담에 가게 되지 않을까?

















장바구니엔 이 책도 들어가있다.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해 각자 다른 법과 역사를 지닌 프랑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루마니아, 폴란드 다섯 나라를 방문해 활동가들을 인터뷰한 이야기'라고 하니, 얼른 읽고 싶다. 지하철 안이나 까페에서 이 표지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다. 자 사람들아, 이런 책이 있다. 유럽 낙태 여행이란 제목을 가진 책이 있어. 이런 책을 쓰는 여자들이 있고 또 읽는 여자도 있다. 사람들아, 이런 책이 있다!!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어제는 닷새만에 요가를 갔다. 오랜만에 가니 매 동작들이 힘들었는데, 그렇다면 자주 가면 안힘드냐 하면 또 그건 아니야? 그냥 힘들다. 여러분 요가는 스트레칭이 아닙니다.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명상이라고 생각하시면 클나요. 노노 네버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졸 빡센 운동인 것입니다!! 스트레칭을 하더라도 온 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극강의 고통... 아무튼,


어제는 코어 요가라서 차마 다 따라하지도 못했어. 나란 여자.. 요가 일 년 했지만 되는 것보다 안되는 게 더 많은 여자. 그래서인지, 요가 선생님들 진짜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는 바둥바둥 거리다가 하지도 못하는 힘든 동작들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계속 말을 하는 거다. 호흡을 놓지 마라, 가슴을 펴라, 셋, 둘, 들이쉬고 내쉬고... 나는 버티느라 호흡도 잊어버리기 일쑤인데, 이렇게 선생님이 호흡 챙기라고 하시면 그제야 '아, 또 호흡을 잊었네' 하고는 호흡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 이 힘든 동작, 나는 호흡조차 잊어버리는 동작에서, 선생님들은 어떻게 말까지 하는걸까?



어제 스트레칭 중에는(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단 엎드린 채로 팔을 양쪽으로 펼친 후에, 한 쪽 팔을 뒤로 넘겨 몸까지 젖혀지게 하는 동작이 있었다. 다리 역시 반대쪽으로 가고. 엎드린 채로 뒤로 왼팔과 오른팔을 만나게 하는건데, 이건 진짜 가슴이 활짝, 아주 활짝 젖혀지는 동작. 그간 요가를 하면서 내가 가슴을 움추리고 살았는데 요가에서는 펴게 시키는구나, 하고 나름 뭉클했었는데, 어제는 그간 가슴 편 동작들 중에 최고로 가슴을 펴는 동작이었어. 어깨를 열었다고! 어제 한 동작은 정말이지, 요가를 다니지 않았다면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동작이었다!



나는 몹시 좋았다.


12월이면 요가 등록기간이 끝나는데, 어제는 요가 마치고 가면서 리셉션으로 가 '1년 등록 얼마지요?' 물었더랬다. 크- 다시 일 년을 등록해야겠어...



이번주에 요가 네 번 가는게 나의 목표인데, 그렇다면 어제 갔고, 오늘,내일,모레..를 연속해 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내가..갈 수 있을까?



요가 좋아 ♡

못하는데 계속 좋아 ♡

나를 봐주지 않는 사람을 계속 혼자 사랑하는, 이거슨 바로 그 짝사랑과 같아... ♡

못하지만 좋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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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8-08-3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락방님~ 저도 알라딘 친구의 글 읽거나 제가 쓰는 거 좋아하고, 요가도 좋아해요~ 저도 한 주에 4번이 목표에요!!^^ 뭔가 락방님과 공통점이 느껴져서 좋네요~ㅎㅎ

다락방 2018-08-30 15:41   좋아요 0 | URL
우와 공통점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중요한 건 다 공통점인데요?! 반갑습니다!! ㅋㅋㅋㅋㅋ

일주일에 네 번이 목표기는 한데 사실 ... 네 번까지 가게는 잘 안되더라고요. ㅠㅠ 이번주도 아마 네 번은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노력해 보겠습니다. 우리 함께합시다!! >.<

무해한모리군 2018-08-30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는 진짜 좋은 운동인거 같아요. 저도 목통증 백약이 무효였는데 요가 일주일에 이틀하고 좋아졌거든요. 주 52시간 근무기념으로 다시시작해볼까봐요.

편의점으로 받도록 주문한 책이 안오고 있어요. 읽고싶은 열정이 꺽이기 전에 도착해야 되는데 걱정이예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8-08-30 16:11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보다 코어에 힘이 더 생긴것 같단 생각을 해요. 그래서 요가는 좋구나, 싶지만 여전히 못하는 거 너무 신기해요.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못하는지 ㅋㅋㅋ 요가를 하기 전에 저는 제 몸이 되게 유연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요가를 시작하고 보니 제 몸이 세상 비루한 육신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책장 주문한 게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책장 도착하면 아마도 거기를 가득 채울 책을 또 사고 싶겠죠...아 인생 뭘까.. Orz

비연 2018-08-3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가 좋아요 ~^^
이제 배운 지 흠... 두달 정도인데도 몸이 좋아진 느낌..은 나의 착각? ㅎㅎㅎ 쭈욱 해보려고 해요 으쌰으쌰

clavis 2018-08-3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내년엔 요리로ㅠㅠ
come here~♡♡
 

저 좀 주세요.

두 장 필요합니다.


꾸벅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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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0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8-30 11:02   좋아요 0 | URL
우앙 감사합니다!!

2018-08-3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8-30 11:0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잘 볼게요! 히히.

2018-08-30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8-30 14:31   좋아요 0 | URL
으앗. 제가 일요일에도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주신 쿠폰 알차게 써서 말이지요. 흐흣.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18-08-3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게 있는 건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ㅋㅋㅋㅋ

다락방 2018-08-30 15:41   좋아요 0 | URL
나의계정에 들어가면 있어요. 영화쿠폰 이나 커피할인쿠폰 둘 중에 하나 선택하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2018-09-03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4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07 09:5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사람 일은 알 수가 없고 그러니까 미래를 알 수가 없고, 그것은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모계사회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아 얼마나 흥미로운가 현존하는 모계사회라니, 그런데 뜻밖에 개 이야기를 보게 된다. 개. 그래, 그 멍멍짖는 그 개다. 그리고 이야기속의 개가 너무 착해서 눈물이 난다. 개를 좋아하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떠오르는 오늘 지하철 안이었다. 개는 무엇일까, 개는 어째서 이럴까, 개는 어째서 이렇게 착하고 착하고 착하고 착한걸까. 왜 그런걸까. 대체 인간이 뭐라고, 인간에게 이다지도 착한건가..개 뭐죠?


그러다 내가 개 같은, 그런까 개 과의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 나는 늘상 거울을 보면서 '음, 고양이과의 얼굴이야' 라고 생각하지만, 내 주변에 물어보면 아무도 내게 '응 너는 고양이과의 사람이지' 한 적이 없다. 돌아오는 대답은 '너는 개 과지' 혹은 '언니는 곰이지..' 였어... 내 눈은 개의 그것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아무리 거울을 들여다봐도 고양이 같은데.. 내 성정 역시 고양이 같은데, 나를 '잘'아는 사람들은 나더러 개..를 닮았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게 그런 말을 했지. 내 남동생은 항상 내가 자기를 보면 '주인 만난 강아지마냥 꼬리를 흔들고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너무 잘 알고, 또 나는 그게 너무 티나는 사람이야. 헤어진 애인 역시 내게 그랬었다. '주인 만난 강아지마냥' 좋아한다고... 그리고 또 그런 얘기도 했었다. 너는 '얘가 나를 좋아하는걸까?'라는 의심을 일절 들게 하지 않는다고.. 나는 좋아하면 폭풍 좋아함을 쏟아내버려, 상대가 한 치도 의심할 수 없게 한다. 그런 나는 정말이지 개 과의 사람인걸까..나는 도도한 고양이, 쉬크한 고양이이고 싶은데..어째서 나는 충실한 개이지요???


그런데 개 너무 좋지.. 나는 지금 어떤 반려동물과도 함께 살지 않지만, 만약 내가 앞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게 된다면, 거침없이 고민없이 개를 선택할 거다. 나는 충실한 개가 좋다. 다정한 개가 좋아. 개 너무 좋지 않아요? 개...



밑에 인용은 이 세상에 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몰리님, 쇼님.... 읽으세요...... 저격. 두둥-



개야, 바꿔주지 말지 그랬어, 왜 하필 인간하고 바꿨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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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8-30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멍뭉이가 좋아 미치는지 했는데..... 알고 보니 내 생명이었어..... #멍뭉isMyLifeeeeeee

다락방 2018-08-30 09:40   좋아요 1 | URL
개 너무 착해 그래서 슬퍼요. 너무 착해서 슬퍼.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이런 공식이 성립한다. 나는 개..랑 같은데,

다락방=개=쇼님 라이프....????????????

이런건가요??

syo 2018-08-30 09:49   좋아요 1 | URL
치밀한 공식이다..... 등호가 두 갠데 어디 끊어낼 자리가 없어.....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8-30 10:10   좋아요 1 | URL
역시...저는 수학적 뇌가 발달했는가 봅니다. 나이쓰~~!!

무해한모리군 2018-08-3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픔얘기예요.
어린시절에 쥐약을 먹고 죽었던 내친구 멍구가 요즘도 때로 꿈에 나와요.
기쁨은 정말 강아지처럼 크고 분명하게 표현해야겠다고 늘 생각해요.

다락방 2018-08-30 14:31   좋아요 0 | URL
강아지들 너무 착해서 너무 슬프죠 ㅠㅠ
너무 예뻐서, 착해서,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강아지 한마리 데리고올까 싶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