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습니다!!)



토요일에는 친구와 영화 《서치》를 봤다. 굉장히 젊은 감각의 영화였다. 문자메세지와 페이스타임을 비롯해 유캐스트, 트위터(잠시), 텀블러, 유튭 등이 나오는데, 주인공 '데이비드'가 어찌나 스맛폰이며 맥을 잘 사용하는지 너무 맥 사고 싶었어.. 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있지만 그걸 어떻게 뭐랄까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들, 그러니까 전화,문자,동영상 보기가 전부인 사람이라서 .. 왜 좋은 걸 가지고 있어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하나.. 싶었다.


영화는 실제 장면 보다는 맥북, 맥, 스맛폰, 유캐스트 등의 화면들이 훨씬 많이 보여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완전 깔끔한 영화였다. 영화적인 재미도 있고 게다가 반전도 있어. 수시로 '맥을 사야되는걸까' 했지만, 맥을 사고 싶지만, 할부는 어떻게 갚지.. 같은 생각하다가도 영화가 재미있어서, 다 끝나고 나서는 친구와 '재미있네' 했다. 친구는 맥북을 살까? 완전 고민중이라고 했고.. 내 추천으로 이 영화 본 남동생은 안드로이드폰 유저인데, '왜 애플 광고하냐!' 며 씅질을 냈어... ㅋㅋㅋ




데이비드는 몇 해전 아내 '팸'을 잃고 딸 '마고'와 함께 살아간다. 마고는 이제 고등학생인데 생물스터디에 참가했다가 밤을 새고 오겠다는 연락을 끝으로 더이상 연락되지 않는다. 새벽에 마고로부터 온 전화를 자느라 자지 못했던 데이비드는 시간이 지나 이것이 뭔가 불길한 사건이라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고, 그렇게 유능한 '로즈메리' 형사와 함께 딸의 실종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영화는 재미있으면서 굉장히 인상적이다. 중간에 용의자가 자살한 영상을 보여주는 뉴스 장면에서 몇 번이나 앵커가 '이것은 잔인합니다, 여러분 시청에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라고 안내해주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아동학대 영상이나 혹은 학생들의 집단구타 장면들이 내가 의도치 않아도 여기저기 보여지는데서 나는 큰 피로를 느끼고, 또 그것들을 무조건 피하고자 하는데(그런 영상 못봄 ㅠㅠ), 그런 참에 이런 안내는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으악 어떡하지' 싶었는데, 실제로 그 영상에서 뭔가 잔인한 건 보여지지 않는다. 영화는 굳이 잔인함을 보여내지 않아도 잔인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잘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건 '상실에 대처하는 각자의 방법' 이었다.

'데이비드'의 동생 '피터'는 '형 마고와 대화는 잘 하고 있는거냐'고 묻고, 데이비드는 그렇다고 한다. 순간순간 데이비드는 마고에게 엄마 얘기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흐르면 이 상실감은 점차 옅어지겠지, 하고 애써 엄마 얘기를 피한다. 그러나 마고는 엄마의 상실, 엄마의 기억 때문에 엄마 얘기를 계속 하고 싶은 쪽이었다. 그러나 아빠가 자꾸 엄마 얘기를 피하니,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마고는 누군가와는 엄마 얘기를 계속 하고 싶었어.


이렇게 상실에 대처하는 각자의 방법이 다르다. 그리고 이 방법이 다를 때 상대와 나는 엇나갈 수밖에 없다. 한 쪽은 하고 싶은 대화를 한쪽은 피하고 싶어하는데, 우리 사이에 사랑이 있다고 해도 그 대화가 자연스레 잘 될 리가 없다. 그러니 대화를 하고 싶은 쪽은, 그 대화를 같이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게 된다.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이 상실감이고, 지금 그것이 나를 지탱하는 가장 큰 중심인데, 그런데 그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그 사람과 지금 가장 큰 관계를 만드는 데에도 무리가 있지 않을까?



나란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지만 누군가와 대화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아빠도 그렇다. 문제는 아빠와 나의 타이밍이 어긋난다는 것. 나는 회사에 다녀와 집에 오면 그 때부터는 혼자 있고 싶고 쉬고 싶은데, 하루종일 집에 있던 아빠는 내가 오는 순간 얘기를 하고 싶어지는 거다. 이렇게 어긋나면 누군가의 취향 혹은 욕망은 차단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각자 다르다. 그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나는 빨강색을 좋아하지만 너는 파랑색을 좋아할 수도 있고 나는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지만 너는 이야기 나누는 걸 귀찮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하는 데에는, 연인이나 부부가 된다면, 그리고 아빠와 자식 간이라도, 그 다름 속에서도 서로 조율하며 맞춰가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그 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단단해질 수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지금 현재 이것이 고민이야, 라고 하는데 '그것 따위가 무슨 고민거리냐' 라고 응수하면 내가 나의 다른 고민을 그 사람에게 또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 사이의 관계는 그 때부터 벌어지게 되는 거 아닐까.  내가 지금 현재 이것이 고민이라고 하면 그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건 사소해' 라고 말하는 건, 해서는 안될 말이 아닐까.



얼마전에 무슨 프로였더라, 어떤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남편과 사이가 안좋아 이혼할 뻔했지만 상담 받으며 극복했다고 하면서 '사랑의 다섯가지 언어'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 다섯가지가 뭐였는지 다 기억은 안나지만, 남편에게 사랑은 '함께 있는 것' 이었고 자신에게 사랑은 '스킨십' 이었던 것. 이걸 모르는 채로 상대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가봐' 라는 오해가 쌓이면 관계가 멀어지게 된다는 거였다. 그 배우의 말에 모든 걸 다 긍정할 순 없었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더라. 우리는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과'상대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상대와 내가 만들어가는 관계가 단단해질 수 있는 거다.



영화중에 데이비드가 하는 말중에 '폭우로 인해서 이틀이면 됐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스포일러가 될테니 장면 설명은 하지 않겠다. 스포일러는 안돼요~ 그 말을 듣는데 영화를 보다가 소름이 쫙 돋았어.


영화를 보고나니 책 두 권이 생각났다. 국내 소설 한 권가 번역 소설 한 권.


















같이 영화를 본 친구에게 이 두 책이 생각난다 했더니 줄거리까지 묻는거야.. 그러면 스포일러 될텐데 괜찮아? 했더니 괜찮다고 내용 말해달라고 해서 말해주었는데, 내 이야길 들은 친구는 얼른 알라딘 들어가 이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읽는 거 너무 좋아요!! >.< (뜬금)

서로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이 두 책들이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 동시에 생각나는 두 권이란 말이다.

궁금하죠? 궁금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일요일 오전, 전날 요가의 후유증으로 격한 근육통에 시달리면서도 책장 조립을 했다. 박스를 뜯었는데 뭐랄까, 너무 형태없이 나무들만 있어서 잠깐 당황...




뭐랄까, 어떤 윤곽이나 틀 같은 것이 잡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너무 그냥 나무들이네.. 하하하하하. 내가 이걸 잘 조립할 수 있을까?


내가 이걸 조립한다고 꼬물꼬물 대고 있으니 아빠가 와서는 '아빠가 해줄까?' 하시더라. 나는 "내가 할거야!!" 크게 소리치고 차분하게 설명서를 펼쳤다. 으으, 따라하면 되려나, 하고 차근차근 따라하다 보니, 그렇게 힘을 쓰고(망치질 해야 함) 땀을 흘리고 나니 뚝딱, 완성되었다.



이렇게 조립하는 게 튼튼한걸까 싶었지만 만들고나니 튼튼했고, 걱정하시던 엄마도 만져 보시더니 오, 튼튼하네? 하셨다. 이걸 해놓고 내가 어찌나 뿌듯한지 으쓱하고 있는데, 아빠가 보시더니


"너는 진짜 못하는 게 없구나"


하셨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근육맨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말고는 더 바랄 게 없지는 않고, 그래도 더 바랄 게 있어. 나는 망치같은, 도끼같은 여자가 되는 게 바람이다. 어쨌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페미니즘 책들을 다 저리로 옮겨 놓았는데, 그래도 자리가 남아서 토지도 일렬로 줄세워 보았다.





조립하고 형태를 갖춰가면서 결국 완성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하나 더 사다 해볼까, 이번엔 시간도 덜 걸릴텐데..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책장을 놓아둘 자리가 없어...


그나저나 책 옮기면서 봤더니, 책을 두 줄로 진열해 두었던 책장들이 있어서... ㅠㅠ 책이 너무 많다고 또 새삼스레 ㅠㅠㅠ 책 너무 많아, 이제 그만 사고 있는 책 읽자...했지만 또 책 사고 싶은 9월의 아침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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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9-0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 공간이 너무 허전하네요. 똑같이 생긴 책장이 하나 더 놓이면 딱이겠는데요?

그런데 책장만 놓이면 허전하잖아요. 그 책장을 채울 책도 있어야 되겠죠? 자, 장바구니를 채우는 겁니다 후후후후후후후후

다락방 2018-09-03 18:11   좋아요 0 | URL
아 저옆에는 매트리스가 없어서 공간이 없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지만 저 책장에 책을 옮겼더니 기존 책장에 자리가 한 칸 생겼어요....네....그러한 것입니다.

장바구니 말입니까? 그건 늘상 채워져 있는거 아닌가요? 결제는 그저 도울 뿐... -0-

단발머리 2018-09-0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다락방님 못 하는게 없군요.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책장 조립 전 사진 보고 급 하애지는 머릿속을 가진 사람도 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 책이 많으시네요, 다락방님!! 첫줄에 토지도 근사하고요^^

다락방 2018-09-03 18:13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 설명서 피고는 머리가 하얘졌는데요, 제가 시도해보지도 않고 그저 겁먹고 하얘진 거더라고요. 막상 해보니까 뭐 별 거 아니었어요. 하하하하하. 한 번 하고나니까 이거 또 하면 더 빨리 하게 될 것 같아요. 이걸 부업삼아 할까..그러니까 단발머리님이 이 책장 샀다고 하면 제가 가서 조립해 드리고... 이걸 부업으로 해서 부자 될까...뭐,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하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18-09-0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진짜 조립마저 잘하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9-03 18:13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8-09-0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넘치면 책장을 사죠 조금 넉넉하게 그리고 그 책장을 채우기 위해 책을 더 삽니다 조금 넉넉하게 그렇게 수레바퀴는 끝이 없이 돌아간다는 ㅎㅎㅎ

다락방 2018-09-03 18:14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책장 한 칸이 남고, 저 책장 조차도 조금 헐렁해서 꽉꽉 채우리라, 더 사도 된다!! 막 이러고 있긴 해요. 그러다가 말씀하신대로 또 책장을 사겠죠... 인생....인생은 뭘까요, 트랜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연 2018-09-0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의 규모상.. 저 책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찌릿... 근데 저 책장에 빈 곳이 보이네요. 빈 곳. 빈 곳. 책으로 채워야 할 공간... 빈 곳.. (휘릭)

다락방 2018-09-03 18:15   좋아요 1 | URL
제가 딱 오백권 정도만 집에 두자...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이니 그정도만 지키자...해서 부지런히 책을 팔고 있는데, 그런데도 책은 자꾸 늘어나네요..... 책 구입이란 뭘까요?
어쨌든 저렇게 책장 하나 더 사서 책 꽂고 일요일에 책 몇 권 또 팔았습니다. 그러니 또 살 수 있지요. 네, 그런 것입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09-03 18: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이상하게 어디서 본 상황입니다.. 전 이사 나왔어도 더 못사고 있어요. 책장 다 찬 ㅠㅠ 이제 위에 쌓아야 하나 ㅠ

clavis 2018-09-03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아름다워요! 늘 다정하신 아빠 덕분에 저도 힐링이 됩니다. 넌 못 하는게 없구나♡♡♡저도 이런 말 너무너무 듣고싶..크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