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틀 뒤퐁은 제주도에..
















'챈틀 뒤퐁'은 패리쉬 섬에 다리를 놓기 위해 도시에 사는 남자 '스카우트'를 이용한다. 그 과정에서 스카우트에게 어마어마한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 그러나 스카우트는 도시에 약혼녀가 있는 상황. 서로 엄청 끌리면서도 '이러면 안돼'가 그들 사이에 있다. 정확히는 챈틀 뒤퐁에게. 그를 안고 싶지만, 그는 약혼녀가 있지... 하고 그에게로 끌리는 자신을 애써 막아보려 하는 것.


그렇게 욕망에 시달리는 낮과 밤을 보내다가, 그들은 섬의 문화 때문에 함께 화산이 폭발할지 모르는 곳으로 가게 된다. 챈틀 뒤퐁과 스카우트는 그 곳에 함께 가서 화산의 움직임을 마주한다. 그 곳에 함께하게 되는 것. 위험한 순간, 그 곳에서 그 일을 그들은 함께 겪게 되는데, 그 위험한 순간을 겪고 나서 스카우트는 챈틀 뒤퐁에게 말한다.


"그 순간 이후로 뭔가 달라진 것 같아."


그 마음은 호감에서 사랑으로 변한 것일 수도 있고, 그들 사이가 좀 더 특별하게 엮였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사건은 인생에서 다시 경험하지 못할만큼 큰 일이었고, 그것은 그로 하여금 또 그녀로 하여금 그 순간을 함께 겪어낸 그들을 서로에게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어제 집에서 혼술을 하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게됐다. 마침 호주의 가족이 한국에 와 설악산에 함께 가는 장면이었다. 나는 강원도에 여러차례 갔어도 설악산을 등반한 적은 없었는데, 화면에 보이는 설악산은 정말이지 근사했다. 와, 저기가 저렇게 근사한 곳이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설악산, 설악산 하는구나.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꾸준하게 설악산을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은 거다.


호주에 살면서 낮은 산, 작은 산들만 보다가 이렇게 크고 웅장한 산을 본다는 것은, 호주 가족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같이 정상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며 잠깐의 침묵이 찾아드는 그 시간이 이상하게 벅찼다. 저거 너무 좋지, 특별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거, 그것 만으로 특별한 경험이지. 그들은 올라갈 때 연신 아름답다고, 굉장하다고 감탄했고, 올라가고 나서는 한동안 말을 잃을 정도로 풍경에 반해버렸다. 그래,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걸 경험하는 것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건 그 자체로 대단한 거야!



여행의 마지막에 그들은 여행이 어땠는지를 얘기하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내 인생의 정점을 찍은 것 같아."



물론, 그렇게 말한 그 가족 구성원은 아직 젊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을 것이기에, 인생의 정점이라 불러도 될 순간은 앞으로 여러차례 더 오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며 '이것이 내 인생의 정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얼마나 근사한가! 내가 지금 경험한 바로 이것, 이시간, 이 순간, 이 사람이 내 인생의 정점이라는 걸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그 자체로 인생의 정점을 누리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게 아닌가 말이다.



챈틀 뒤퐁과 스카우트가 경험한 것도 바로 그것일 거란 생각을 했다. 인생의 정점, 그 순간에 그들이 함께 있었다는 것. 시간이 흘러 돌이켜 보았을 때, '그 때가 내 인생의 정점이었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어쩌면 챈틀 뒤퐁에게 인생의 정점은, 잃었다고 생각한 그가 다시 자신의 인생으로 뚜벅뚜벅 걸어온 때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이 내 과거에 있었다는 것은, 앞으로 내가 더한 인생의 정점으로 갱신한다 하더라도 너무 근사한 일이잖아.



나는 내 인생의 정점에 대해 생각했다. 정점을 찍었다고 하면 그 다음은 내리막길인가, 를 물어볼 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정점을 찍었더니 내려가더라고..' 라고 반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정점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 후에 내려왔는가? 를 내게 물었다.



나는 내 인생의 정점이 삼십대 후반이었다고 생각한다. 쭉쭉 올라가더니 확 정점을 찍어서, 와, 내 인생의 정점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후에 내리막길로 착실히 내려왔냐 하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인생의 정점을 찍었고, 어쩌면 앞으로 또 내 인생의 정점을 갱신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정점을 찍은 후에 나는


내.려.오.지.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 정점의 연결선상에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이 자못 만족스럽다. 물론 순간순간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어, 이것만으로는 부족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리막을 향해 내딛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나의 노력이 만든 것이었다. 내가 그러지 않으려고 버티고 또 버텨냈기에 가능했다. 작년 5월즈음 부터 내 컨디션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의욕이 없고, 우울하고, 그래서 삶이 진창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걸 내가 인지하고 자꾸 끌어올리려 애썼다. 이렇게 해볼까, 이건 어떨까, 아니 그렇게 하진 말자, 하면서 자꾸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나를, 내가 붙잡아 끌어 올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내 인생의 정점, 그 연장선상에 머물고 있다. 나는 내 성격으로 보건데, 그리고 그간 내가 살아온 삶의 모습으로 보건데, 이제 바닥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순간순간 우울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겠지만, 그 때마다 나는 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인생의 정점을 찍는 데는 나의 운이 작용하는 걸 수도 있겠고, 분명히 그 운이라는 것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러나 내가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챈틀 뒤퐁과 스카우트가 화산에 올랐던 것처럼, 호주 가족이 설악산에 갔던 것처럼, 내가 무언가를 스스로 해야, 바로 그 정점에 이를 수 있는 것.


인생의 정점은 너무 좋고, 내가 그걸 인지한다는 것도 축복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대로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정점속에서 살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점의 연장선상에 있다가 결국에는 안정적으로 편안히 살고 싶다. 조용히, 나직하게 살면서, '아아, 그 때가 내 인생의 정점이었지'하고 돌이켜볼 수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와 그 정점에 대해 이야기나눌 수 있다면 더 좋겠고.



"기억나? 그 때가 내 인생의 정점이었잖아. 그리고 거기에 당신이 함께였지."


같은 거 말하며 조용히 늙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인생은 참으로 복된 인생이 아닌가. 인생의 정점을 향해 가고 유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치열할 수도 있고, 그 치열함은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 없다. 사람에게 에너지란 고갈되기 마련이라. 결국은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어. 그것이 바닥으로 향해 가지는 않으면서.



















'서민'의 책 『밥보다 일기』를 읽다가, 이 책을 알게되어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다. '화이트'가 흰색이고 '래빗'이 토끼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화이트 래빗이 흰토끼인줄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나는 이거 그냥 흰, 토끼 이렇게 생각했는데, 흰토끼였어... 나에겐 언어감각도 부족한가... 제기랄.....



그렇게 책을 읽으려다가 첫 장 시작도 전에 이런 페이지가 똭- 나왔다.






자 보이는가, 저 『레 미제라블』에 대한 설명이!

저기에 써있는대로, 주변에 레 미제라블 소설 전권을 정독했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발장도 알고 레 미제라블도 알고 영화도 보고 그래서 내용도 알겠지만, 그 책 전권을 완독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게 사실. 그런데 누가 다 읽었게?


나다.

바로 내가 그랬다!

내가 이 책을 펭귄에서 나온 다섯권짜리로 다 읽었다.

게다가 마지막 5권을 읽으면서는 눈물 콧물 흘렸다.

내가, 이 내가, 다 읽은 바로 그 사람, 레 미제라블 소설 전권을 정독한 그 몇 안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내가,

내가!!!





















뭐, 그렇다는 거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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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1-1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하다!! 레미제라블이라니.....

다락방 2018-11-16 09:56   좋아요 0 | URL
쇼님 레미제라블 아직 안읽었어요? 설마?

syo 2018-11-16 10:02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 2018-11-16 10:03   좋아요 0 | URL
맙소사! 이렇게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레미제라블이 아직이라니!
오늘 가서 빌려오면 어때요? 응?

syo 2018-11-16 10:11   좋아요 0 | URL
어제 만땅 채워서 공간이 없다고 한다....
난 알고 보면 고전 엄청 안 읽은 사람.....

다락방 2018-11-16 10:14   좋아요 0 | URL
[화이트 래빗] 등장인물이 레 미제라블 완독하는데 5년 걸렸다고 말하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쇼님은 5일이면 될 것 같아요. 자, 이번 기회에 도전!! 오늘이 안되면 그러니까 어, 아무튼 가까운 시일내에 ㅋㅋㅋㅋㅋㅋㅋㅋ (압박독서)

syo 2018-11-16 10:21   좋아요 1 | URL
당했어..... 댓글 달았다가..... 꼴랑 12자 썼는데 120만자 읽게 생겼네.....

다락방 2018-11-16 10: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서로 맺어진 우리의 소중한 인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8-11-1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나도 [레미제라블] 다 읽었어요! (당당하게 손든다)


내 인생의 정점은 스물한살 때 였어요. 나도 다락방 처럼 정점을 찍고 내려 오지 않았어. 그 정점에 머물마다 정점을 발판삼아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다가 조금 내려 오기도하고 다시 올라가기도 하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이거슨 내 인생.
지금 내 나이가 좋아요. 내일은 내년은 더 좋을 거 같아요. 걱정이나 불안이 늘어나지만 그보다 더 만족이나 행복도 클거라 믿으니깐!

다락방 2018-11-16 10:55   좋아요 0 | URL
크- 레와님도 레미제라블 다 읽었구나. 너무 좋죠! 나는 기회되면 한 번 더 읽을까 싶어요. 시간을 내야 가능하다. 다섯권 짜리니까.

나도 지금의 내 나이, 그래서 이만큼의 경험과 기억이 쌓인 게 좋아요. 스물한살 때가 정점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젊을 때 나는 너무 없는 시간을 보냈어... 그 시간들은 내 삶에서 도려내도 좋을 정도지.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만족하니 괜찮아요. 젊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레와님은 지금 제일 좋아보여요. 내가 레와님을 알면서 지금이 제일 좋아보여. 지금처럼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냅시다!

카알벨루치 2018-11-1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 엄청 긴 장편이죠? 어느 서재에서 책분량별로 데이터를 낸 걸 봤는데 프루스트 다음인 걸로 기억하는데...전 당연히 못 읽었습니다 두분 대단하시고, syo 님도 안 읽은 책인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화이트 래빗>저도 서민교수님 책 덕분에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근데 콧물이 흐르네요 아...병원가야겠다 ㅜㅜ

다락방 2018-11-16 13:41   좋아요 1 | URL
저는 펭귄클래식으로 읽었는데 총 5권 짜리였어요. 카알벨루치님, 레 미제라블 읽어보면 엄청 좋아하실 것 같아요. 도전해보세요! 우리가 아는 장발장 이야기는 이중에서 얼마나 작은 일부만을 가져왔는가를 몸소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카알벨루치님 읽고나면 얼마나 좋은 글을 쓰실지 기대가 되는걸요! >.<

얼른 병원 다녀오세요. 저도 이제 안과에 갈 참입니다. 안구건조증과 결막결석 치료차... 히융

카알벨루치 2018-11-16 13: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댓글에 감동~읽을 책은 넘쳐나고...빅토르 위고가 그냥 빅토르 위고일까요 ㅎ로맹가리의 <자기앞의 생>에서 빅토르위고 좋아하는 할배 등장하쟎아요 우...이 거대한 작가군! 병원 잘 다녀오세요 저도 어서~

다락방 2018-11-16 14:06   좋아요 1 | URL
저는 자기앞의 생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는데, 빅토르 위고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아 너무 좋네. 히히

단발머리 2018-11-16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손 드는 타임 맞죠?
전 민음사판, 다락방님 읽는 거 보고 따라읽었고 마지막에 눈물콧물은 없었지만, 레미제라블 5권 완독!
아, 뿌듯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탄도 해주세요~~ 혼불이라던가, 아니면 으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16 13:43   좋아요 1 | URL
손드세요! 푸쳐핸섭! ㅋㅋㅋㅋㅋ

아, 단발님은 민음사판으로 읽으셨군요! 저는 이거 제 생각보다 아주 많은 것들이 책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고 다시 한 번 읽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 한 알라디너가 말하길, 자기 지인이 일 년에 한 번씩 레 미제라블 다시 읽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레 미제라블 읽어보니, 왜 그런지도 알 것같았어요. 저도 꼭 한 번쯤은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2탄이라면, 후훗, 혼불도 좋고, 제 경우엔 21권 토지도 읽었지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싸~~

카알벨루치 2018-11-16 13: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진짜 싫다 우아~토지 ㅜㅜㅜㅜㅜㅜㅜ

단발머리 2018-11-16 13:53   좋아요 1 | URL
진짜 멋지다!!! 다락방님!!!

저도 혼불이랑 21권 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받고 태백산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16 14:05   좋아요 0 | URL
아아......... 태백산맥 안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졌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8-11-16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11-16 14:10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도 시러요 태백산맥 ㅜㅜ

2018-11-16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1-16 14:11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이번 기회에 다 도전하시는 걸로! 빠샤!!!!

2018-11-1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11-16 14:14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같이 가시죠!!!

카알벨루치 2018-11-16 14:14   좋아요 0 | URL
전 말 안할래요 말해놓고 안 읽은게 넘 많아서 침묵할랍니다 입만 벌리고 감탄만 하는걸로! 박수 칠께요 두분~👏👏👏

syo 2018-11-16 14:54   좋아요 1 | URL
이 사람들 다 신고할 거야.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경찰아저씨한테 잡아가라고 할 거야...

카알벨루치 2018-11-16 15:47   좋아요 0 | URL
난 빼고 두 여성분들만 잡아가는 걸로~난 암것도 안 읽었음!

단발머리 2018-11-16 16:01   좋아요 0 | URL
먼저 잡아가실 분이요!

성은 다, 이름은 락방이구요.
핸드폰 번호, 010-땡땡땡땡-딩동댕동!

얼른 연락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16 16:17   좋아요 0 | URL
아니, 이 분들이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단발머리님은 심지어 태백산맥까지 읽으셨고!! 책 많이 읽기로 치면 카알벨루치님과 쇼님을 누가 따르겠습니까! 잡아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가장 적게 읽은 제게 이러시는 겁니까! 억울합니다!! 이건 반칙이라구욧, 반칙!!! (버럭)

비연 2018-11-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 펭귄으로 2권까지 읽고 그만둔 상태인데.. 갑자기 다 읽어야겠다는 전투력이 상승되네요. 불끈!

다락방 2018-11-22 10:08   좋아요 1 | URL
오오 비연님. 꼭 도전하시고 성공하세요! 저는 5권에서 눈물콧물 줄줄 흘리며 읽었어요. 크-

2018-11-22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5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천재가 아니야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5
로드리고 무뇨스 아비아 지음, 나오미양 그림, 김민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읽은 어린이책 중에 가장 좋았다.

롤라는 천재 오빠에게만 집중되어있는 부모에게 반항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당당하다. 학교의 유일한 여자 축구부원이지만 그 누구보다 잘 싸운다. 그리고 그걸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게 너무 좋아!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들여다보지만, 타인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은 소녀에 대한 이야기라 즐겁게 잘 읽었다.


아빠의 일과 바흐의 일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마태 수난곡>과 세제 광고를 비교하는 게 터무니없다는 건 나도 잘 알지만, 사람들이 자기 일을 잘 마무리하고 흡족해하는 모습이 나는 좋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결과물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게 좋다. (P.160-162)


특히 위의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너무 좋았어. 이 어린아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너무 좋은 거다! 난 줄 알았네 ㅋㅋㅋㅋㅋ



요즘 조카가 책을 읽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이모집엔 책이 많고, 이모가 책도 빌려준다'고 자랑을 하고 다닌단다. 그런 조카 계속 자랑하고 다니라고 책 주문할 때마다 조카와 함께 읽을 책을 한 권씩 껴 넣을 생각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번에 그렇게 주문한 책. 이 책 읽다가 재미있고 좋아서 조카에게 얼른 읽히고 싶어졌다.


좋다.

으흐흐..

침묵이 훨씬 시끄러울 때가 있다.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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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에 여성의 패션 쇼핑 습관에 대한 가장 큰 연구 중 하나를 수행한 웰스리치그린은 여성들의 자신감과 독립성이 높아지면 쇼핑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고, 일을 즐기면 즐길수록 옷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p.284)

















대중문화에서의 반격에 대해 계속 읽고 있는데,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잡지 그리고 나중엔 패션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남자들이 '너무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많은 남자들이 하고 싶은 건, 여자들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여자들에게 자신들의 말을 듣게 하는 거였다.


우리는 너희들 말에 관심은 없고, 너네가 뭘 원하는지도 관심이 없어, 닥치고 시키는대로 인형같은 옷이나 입고 의견 말하지마.


영화에서도 시트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그리고 여자들의 옷을 디자인하고 파는 패션업계에 있어서도, 드물게 여자들은 '아니, 그거 아니야, 그러면 안돼, 그러면 안팔려, 그런 거 싫어해' 라고 말해왔지만, 그렇게 말하는 여자는 정말이지 너무 적었다. 아주 많은 남자들이 그녀들이 그런 말을 하든 말든 자신들의 뜻대로 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거 아니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싶으면서 여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여자옷을 디자인하면서 여자들의 생각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 개놈들..



그러니까 그들은 '너네들이 원하는 것'을 만든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만 몰두했던 거다.



텔레비전 네트워크의 임원들은 자신들이 이 프로그램의 내용에 간섭하는 것은 오직 캐그니와 레이시 같은 직장 여성들에게 위협을 느낄 여성 시청자들을 걱정해서라고 말했다. 로젠즈위그는 이들에게 말했다. "내 책상에는 전혀 위협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여성들에게서 온 팬레터 4,000장이 쌓여 있습니다. 조사를 어떤 식으로 한겁니까? 한 번도 해 본 적도 없으면서." (사실 베커의 아내는 이 드라마의 "왕팬"이었다고 그는 인정한다.) 캐그니와 레이시라는 강인한 두 여성에게 불편해한 건 여성 시청자들이 아니라 바로 CBS 의 남성 프로그래머들이었다. (p.254)



자신의 아내조차도 좋아하는 '강인한 여성들이 주연인 드라마'에 대해 텔레비전 임원은 '여성에게 위협이 되어 걱정이다' 라고 말한다. 아니, 이봐, 당신 아내까지도 이 드라마의 팬이라니까?



전일제로 둥지를 지키는 여성을 떠들썩하게 반기는 건 이 드라마의 여성 배우와 시청자들이 아니라 남성 제작자들이었다. (p.275)


전업주부인 여자를 완벽하게 그려놓고 싱글인 여성을 이제 남자를 사귈 수 없는 한심하고 신경쇠약 걸린 여자를 만들어놓은 드라마에, 많은 여성관객들과 또 드라마 관계자인 여자들조차도 '그러지말라'고 했지만, 이 드라마의 제작자들이 남자였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어디에나 너무 많았다. 특히나 돈이나 힘을 쥔 자리에 그들이 너무 많아서 여자들이 '아니'라고 말해도 그저 제 뜻을 고집한다.


몸무게 약 64킬로그래에 10이나 12 사이즈의 옷을 입는 32세 여성으로 상정하고 '어린 소녀' 드레스와 '호리호리한 실루엣'을 밀어붙였다. 키가 162센티미터가 넘거나 14보다 작은 사이즈를 입는 미국 여성은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패션복의 95퍼센트가 여기에 맞춰 디자인되었다. (p.280)



실제로 옷을 구매해 입을 여자들의 체형을 알아본 게 아니라 자신들이 바라는 체형에 대한 옷을 만들어놓고 옷이 안팔린다고 광광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너무 멍청해들...




한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는 1980년대 중반에 디자인업체들을 돌아보다가 "미국 여성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하고 톡 쏘듯 말했다. "아무리 말을 해도 이젠 듣질 않아요. 우린 그들에게 옷 입는 법을 알려 주지만 들은 척도 안 하네요." 혹은 라크루아가 나중에 불평한 것처럼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여성해방운동 때문에 여성들의 패션 감각이 떨어졌"고 워낙 많은 부유층 여성 고객들이 고급 여성복을 저버리는 바람에 "아랍 공주들과 고풍스러운 노부인들만 고객으로 남았다." 고결한 여성성은 해방된 여성들의 관심을 뒤엎으려는 역공이었다. 고결한 여성성을 주도적으로 기획하는데 참여한 패션 디자이너 아널드 스카시Arnold Scaasi 의 설명에 따르면 이 새로운 패션 칙령은 "페미니즘에 대한 대응이고, 일종의 전쟁이었다."

라크루아와 동료 디자이너들의 사명은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여성들이 말을 듣게 만들고 때로는 말 그대로 이들에게 고삐를 채우는 것이었다. (p.281)



디자이너들은 여성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옷을 입히고 싶어 했다. (p.281)




자신들이 원하는 옷을 입히고 싶어하면 그 옷이 팔리겠는가, 여성들이 '입고 싶어하는 옷'을 디자인해야지, 이 바보들아..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 독자적으로만 일을 하는 게 아니어서 남자 디자이너가 '이것이 여자들이 입어야 할 옷이다' 하고 만들면, 매스컴들이 달려들어 '이 옷이 핫하고 이 옷을 입어야 세련된 여자들이다' 하고 기사 내기에 바빴다. 아..너무 남자들이 많아. 곳곳에 남자들이 많다...



패션업계는 반격의 나팔을 울릴 때마다 가혹하게 몸을 구속하는 옷을 토해 냈고 패션계 언론은 여성들에게 이런 걸 입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후기 빅토리아시대 언론에 실린 코르셋에 대한 많은 남성들의 추천사 중 하나는 "소녀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자태와 감정으로 성숙하기를 원한다면 그녀를 꽉 묶어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p.282)




그러나 꽉 조이는 옷들, 생활하는 데 불편한 옷들을.. 여자들이 사 입을 리가 없잖아. 당장 불편한데 왜 입어...



어찌나 절박했던지 패션업계는 유서깊은 관행마저 부정하기 시작했다. 패션계 홍보 담당자들은 여성성은 여성의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영원하다'고 오랫동안 침이 마르게 예찬해 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잘못된 옷을 입으면 이 영원한 여성적 본성이 지워질 수 있다고 여성들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p.283)



여성성이 여성의 본성이라면, 여자들은 어떤 옷을 입어도 그것이 지워지지 않을것이다. 꽉 조이는 옷 안입는다고 여성적 본성이 지워질 수 있다니... 저 때의 남자들은 그러니까 뭐랄까..생각을 똥구멍으로 했던걸까. 뭐, 지금이라고 딱히 다른 것 같진 않지만.


이들이 여성옷을 만들면서 여성의 의견을 무시하고 머릿속 망상으로 옷을 만들기 때문에 옷이 안팔리고 망한거다. 다음이 바로 대표적인 케이스다.



로스앤젤레스의 의류 제조업체 컴포닉스Componix 의 대표는 "나이 든 여성들은 이제 직장에서 섹시해 보이고 싶어 한다"며 고집을 세웠다. "그들은 남자들이 자신을 여자로 봐 주기를 원해요. 내 견적서가 아리나 다리를 먼저 봐 달라는 거죠." 의류업계의 권위자들은 하나둘 이 새로운 패션 라인을 좇았다. 디자이너 빌 블라스 Bill Blass 는 "여자들은 다리를 보여 주고 싶어 한다"고 잘라 말했다. 디자이너 딕 브란즈마Dick Brandsma는 "여자들은 또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고 읊어댔다. (p.296-297)



하아.. 내가 바로 그들이 말한 '직장에 다니는 나이 든 여성'이다. 나는 전혀, 전혀 섹시해보이고 싶지 않다. 내가 이 직장에서, 내 상사가 있고 또 내가 상사이기도 한 이 직장에서 대체 내가 '왜' 섹시하게 보이고 싶어하는가. 나에게는 직장이 필요하다.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내게는 필요하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회사에 출근을 하는데, 내가 여기서 대체 섹시해야 할 이유란 무엇인가. 나는 회사에 다니면서 남자 직원들에게 내 다리를 봐달라며 치마를 입었던 게 아니다.  '직장에 다니는 나이 많은 여자'가 되어본 적도 없으면서, 어째서 직장에 다니는 나이 많은 여자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중학교 때 엄마가 거들을 입으라고 사다준 적이 있었다. 몸을 꽉 조이는 속옷이었다. 몇 번 입다가 던져버렸다. 그 뒤로 나는 한 번도 거들을 입지 않고 사는데, 이십대 중반에 사귄 남자가 내게 '너도 거들입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배와 허리를 쏙 들어가게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것. 나는 대체 남자들이 왜 배와 허리 쏙 들어간 것을 여자들이 아무때고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그들 머릿속의 망상이다. 되어본 적 없고 살아본 적 없으나, 여자들이 당연히 그럴 거라는 망상. 나는 그 때 남자친구에게 싫다고 말했다. 싫은데? 나는 내 배 숨쉬게 둘건데?



이 책 백래시에 보면 여성들의 투표권이 없는 나라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남자도 나오고, 자기 의견 말하는 여자들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남자들의 예도 나오는데, 나는 사실 그게 대부분 남자들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이제 욕먹을까봐 차마 입밖으로 내지는 못하지만, '내 말대로 해, 니 뜻대로 하지말고'가 그들이 바라는 바겠지. 그러니까 여성은 무조건 성적 대상화 되어야 되고, 성적대상화된 자신에 만족하려면 거들을 입어야 하고 더 꽉 조여야 하고, 다리도 보여야 하고, 직장에서도 더 섹시하게!! 유후~


그 당시 남자친구는 '너 책 그만 읽어' 라고 말하기도 했다. 따박따박 말대답한다고... 내가 연상의 남자를 사귄일이 없는데 ㅋㅋㅋㅋㅋㅋ그 남자가 유일한 연상이었고, 게다가 나이 차이도 많았다. 당시에 정말 그를 좋아했고 또 오래 그를 잊지 못하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너 책 좀 그만읽어. 말대답해서 안되겠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작년 미니스커트는 참담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프루프루도 별로 신통치 않았죠. 여성들은 여전히 정장을 원해요. 아직은 그게 제일 많이 팔려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관찰이 디자인계에서는 씨알도 안 먹히리라는 점을 알고 있다. "평균적인 디자이너는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에 있는 그림들을 보죠. 아마 드레스가 매장 창문에 서 있는 마네킹한테 입혔을 때 훌륭해 보일지에 대해서나 신경 쓸 거예요. 그게 다죠. 난 일반 디자이너들이 애써 이 문제에 대해 여성들과 이야기해 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성에 대해 파악하는 건 가장 후순위인 거죠." (p.300)



그러니까, 여성들이 입을 옷인데 여성에 대해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망하는 거란 당연한 원리를 그들이 모른다. 그들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허리 잘록 들어가고 다리 드러내는 옷을 입어야 예쁜데 왜 안입지? 여자들 왜 그런거야?' 이러고 있는 것.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더 포스트》에 보면 주어진 자료를 기자들이 모두 톰 행크스의 집에 모여 찾고, 읽고 그걸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장면이 있다. 거기에 여자 기자는 하나였는데, 넓은 방바닥에 자료들을 쫙 깔아놓고서 찾는 과정에서, 여자는 몸에 붙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게 얼마나 불편할까 신경쓰였다. 그런 옷을 입은 이상 무릎을 모으고 쭈구리고 앉는 거 말고는 답이 없으니까. 나는 그 장면 보면서, 저러고 하루종일 있어야 하다니, 너무 가혹하고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영화속으로 들어가 내 파자마를 건네고 싶었다. 이거 입으라고, 이거 입고 일하라고. 최소한 바지라도 입었어야 되는데, 아아, 저게 뭐야 진짜...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이 만든 망토형 천은 몸에 너무 딱 붙는 바람에 《뉴욕타임스》의 패션란에서는 이 옷을 두고 "이 옷을 입은 모델이 팔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p.301)



늬들이 입어봐라, 그 옷을 입고 편한가. 왜 늬들이 안편한 옷을 만들어놓고 '이걸 입어야 핫한 여자다' 이지랄들이야..



의류 제작자들은 여성들이 푸프 스커트를 입으려 하지 않으면 또 다른 비하성 패션을 강요하곤 했다. 중요한 건 스타일의 내용이 아니라 그걸 강제로 입힌다는 사실이었다. 여성 소비자층의 고령화에 대한 시장 보고서가 넘쳐나는데도 이들의 디자인이 여성의 영아성嬰兒性으로 자꾸 퇴행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여성의 형태를 최소화하는 것이 여성에 대한 디자이너의 권위를 극대화하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p.302)




아아. 정말이지 얼마나.. 아니... 왜..무엇 때문에... 거대한 리본 달린 옷..같은 걸 만드는거지요?



기자와 구매자 들은 "서른 몇 살"이라는 제목의 오전 쇼를 보기 위해 이 마트의 강당에 모여들었다. 프로그램지에는 이 옷들이 "현대 직장 여성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꼭 필요한 설명이었다. 모델들이 엉덩이와 어깨에 거대한 나비 리본을 매달고 최대 다섯 층의 주름에 감싸진 채로 회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게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이라는 걸 잊기 쉬웠으니 말이다. 한 디자이너는 직장 여성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모델들은 서류 가방으로 무장시켰다. 수척한 젊은 여성들이 손에는 앙증맞은 흰 장갑을 끼고 뾰족구두를 신은 채 런웨이를 활보했다. 이들의 서류 가방은 깃털처럼 가벼운 부활절 바구니처럼 흔들거렸다. 빈 가방이었던 것이다. (p.299-300)




현대 직장 여성... 이 왜.... 직장에 가는 데 엉덩이와 어깨에 거대한 나비 리본을 달아야 하냐... 나비 리본 달고 어떻게 .. 왜.. 일을 대체 어떻게 하라는거야. 그냥 당신들이 일하는 걸 생각해보라고. 당신들이 일을 할 때, 디자이너들이 일을 할 때, 엉덩이랑 어깨에 커다란 리본 달고 일합니까? 그거 걸리적거려서 어떻게 일하지?


일전에 나는 어깨에서부터 손목으로 내려갈수록 소매통이 넓어지는 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키보드 칠 때마다 소매가 덜렁거려서 너무 짜증난 적이 있었다. 아, 이건 일할 때 못입겠구먼, 하고는 고무줄 찾아서 소매를 묶어버렸었어.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기존에 있는 옷도 고치려는 판에, 대체 왜 다섯층의 주름 .. 나비 리본.. 미니스커트.. 같은 거 입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뒤로 가면 속옷 얘기도 나오는데, 일할 때는 예쁘기만한 속옷은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이 남자 디자이너들을 비롯하여 패션언론에 관련된 남자들까지, 주변 여자들이 일하면서 정장 입는 거 보면서도 이렇게나 '여자들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야!' 하고들 있다.




나는 이 모든 게 남자들이 너무 많아서 비롯된 문제라고 본다. 남자들이 너무 많다. 쓸데없이 많다. 머릿속 망상을 얘기하면 누군가는 나서서 그걸 잡아줘야 되는데, 다 그놈이 그놈이라 그게 안된다. 지들끼리 환호를 해. 어쩌다 있는 적은 수의 여자가 잘못됐다고 말을 하면 그건 듣지를 않아.


여자가 지금보다 곳곳에 더 많아져야 하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망상이 더 퍼져나가지 않을 수 있도록. 여자들이 원하는 건 '이렇게 예쁘게 성적대상화 된 나'가 아니다. 편하게 살고 싶은 나이다. 그런 걸 말하기 위해서는 여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힘있는 자리에 더 여자들이 많이 보여야 해. 패션계, 영화계도 마찬가지고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여자 판사들이, 검사들이, 경찰들이 지금보다 더 많다면 분명히 세상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여자 소설가가, 여자 영화감독이, 여자 제작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다면, 분명히 세상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성적대상화에 미쳐있는 남자들에게 닥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등한 자리에, 그보다 더 높은 자리에 여자들이 있어야 한다. 불법촬영을 하지 말라고 더 힘있게 말하기 위해서라도 높은 자리에 여자들이 지금보다 더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여자 경찰들은 더 필요하다. 피해자의 말을 듣고, 그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아는 여자들이 필요하다. 여자 경찰들을 더 뽑으라는 말에 신체적 조건이 남자를 따르지 못하는데 왜 여자들을 뽑으라는 거냐, 말도 안된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경찰이 그저 '힘만으로' 일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경찰은 가해자를 잡기 위해 피해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 데이트폭력, 가정폭력으로 경찰을 찾아갔을 때, '이해해라', '사랑해서 그런거다' 같은 말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자 경찰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불법촬영 당했다고 갔을 때 그냥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자경찰들은 필요하다. 여자를 죽이러 간다고 방송하는 남자들에게 5만원만 벌금으로 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검찰에, 언론에 여자들은 더 필요하다. 별 거 아닌 것들이 노벨문학상 받을 작품이라고 추앙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문학계에 여자들은 더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예쁘고 날씬한 것만이 최고인 줄 알고 사는 걸 막아야 하기 때문에, 매스컴과 관련된 모든 곳에 여자들이 더 필요하다. 공부하러 간 곳에서 성적대상화 되지 않기 위해서 교육계에 여자들은 더 필요하다. 근무중에, 회식중에 여자들이 성적대상화 되는 걸 멈추게 하기 위해서, 모든 직장에 여성 임원은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 지금은 여자들이 너무 적다. 지금은 남자들이 너무 많다. 아무데나 남자가 너무 많아서 정말이지 공해 수준이다. 강간, 성폭력, 성추행을 저질로도 남자들은 광고를 찍고 예능에 나오고 소설을 발표한다. 남자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일이다. 그 남자들이 있어야 할 곳에 여자들이 있어야 한다.





요즘엔 예쁘다는 말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보고 있다. 나도 여전히 나도 모르게 예쁘다는 말을 내뱉곤 하는데, 이 예쁘다는 말은, 그러나 해롭지 않은가.


예쁘다는 말은 텔레비젼만 틀어도 최고의 찬사로 나오고 있다. '예쁘다'는 최고의 가치가 되어, 여자들은 모두 예뻐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예쁜 나를 전시하고, 예쁜 나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예쁘다는 건 너무 힘을 가지게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며칠전부터 들었다. 예쁘다는 게 별 게 아니었다면, 그것이 그렇게 아이들에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가치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를 요즘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그건 성추행 당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니가 예뻐서 그래'라는 거였다. 



니가 예뻐서 그래.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여자들이 듣는 말. 성추행, 성희롱, 심지어 강간까지. '니가 예뻐서 그래' 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변명이 되었나. 니가 예뻐서 그래, 라고 해버리니 잘못은 '예쁜 나'에게 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예쁜 게 좋은 거라고 그렇게나 여기저기에서 칭찬이랍시고 해대니까 예뻐지고 싶어하고 예쁘다고 인정받고 싶어하는데, 그런데 예쁘면 예쁘다고 강간당한다. 애나 어른이나.. 이거 너무 이상하잖아? 예쁜 게 좋은 건가? 이거 너무 이상해.



자, 봐봐, 장애인도 무정자증도, 여자들도 군대에 갈 수 없어, 그런데 군대에 다녀오면 가산점을 준다.... 이거 이상하지 않아? 애초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정해두고는, 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가산점을 준대. 이상하잖아?

자, 보자, 예뻐야지, 예쁜 게 최고야, 예뻐야 시집도 잘 가, 예쁜 게 짱이다, 니가 예뻐서 강간했어..... 이상하잖아? 너가 가수로 성공하고 싶으면 영화배우로 성공하고 싶으면 취직 잘하고 싶으면 지금보다 더 예뻐져야 해, 니가 예뻐서 강제로 키스하는 거야, 니가 예뻐서 강간했어...



이걸 어떻게 해야할까.

예쁘다는 말은 나도 모르게 불쑥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어쩌면 이런 것부터 고쳐야하지 않을까. 예쁘다는 말을 찬사로 만드는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가야할 길도 멀고 아직도 답을 알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백래시 책이 무거워서 집에서만 읽고자 했더니, 너무 진도가 더딘 것 같아, 어제는 출근길에 가져왔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집중을 잘할 수 있는 공간은 지하철 안, 출근시간이다... 퇴근 시간에도 자리에 앉으면 책을 펼치고 읽을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나 무거운 책은 서서는 도저히 꺼내 읽을 수가 없어. 팔이 아푸다... 아무튼 그렇게 어제 아침.





역시나 예상한대로 너무 무거웠고..그렇지만 집중이 잘됐다. 밑줄 아주 박박 그으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잘 읽고 있다. 오늘 출근 할 때 300페이지를 막 넘겼다. 뭔가 출근길에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 기분이었지만..뭐....... 킁킁.


이렇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난데, 어떻게 엉덩이랑 어깨에 리본을 매달고 다니고 어떻게 꽉 조이는 옷을 입고.... 아무튼 여자들이 회사에 다닌다는 것, 직장에 다닌다는 것, 출근을 한다는 것은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을 한다, 일을 한다고. 일을 해!!! 가서 가만히 앉아 '내 여성성을 마음껏 보세요' 하고 가는 게 아니라고 이 머저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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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1-1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백래시>랑 <코르셋> 같이 읽고 있는데 다락방님 올려주신 부분이 특히 남자가 ‘미용‘ 또는 ‘의복‘을 빌미로 여성을 얼마나 규제하려 했는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자신들이 원하는 옷을 여성들에게 입히려는 남성들처럼 자신들이 좋아하는 하이힐을 여성들에게 신기려고 하는 구두 디자이너들이 있더라구요. 참내... 그 옷이랑 구두랑 세트로 본인들이 입으면 될 것을 말이예요.

저도 예쁘다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아이들한테, 어른한테도 ㅠㅠ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거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어요.
유익하고 의미있는 글, 너무 멋져요.
하지만 역시나 백미는, 이 페이퍼의 마지막 문장.

난, 다락방님이 좋아요.

다락방 2018-11-14 16:0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이 세상이 여자를 사람 취급 안한 건 너무나 오래된 역사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어요. 여성의 옷을 디자인하면서 실제 여성들이 입으면 어떨까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니..너무 끔찍하잖아요. 자기들 마음대로 사이즈 만들어놓고 자, 이걸 입어라, 하다니... 그걸 안입으면 여성성을 잃는 것처럼 묘사하다니. 머릿속 망상으로 ‘여자란 이런것이다‘ 그려놓고 거기에 인간 여자들을 끼워맞추려고 안간힘들을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인간들이 너무나 많으니 문제입니다. 영화와 패션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남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남자가 너무 많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자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더 많이, 더 많이요.


저도 예쁘다는 말 저절로 나오곤 해요. 사랑스럽고 순진하고 그럴 때도 저도 모르게 아유 예쁘다고 감탄사처럼 내뱉게 되잖아요. 그것이 과연 이대로 좋은것인지..요 며칠간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백래시 책에서 ‘예쁘다‘는 것에 대해 나온 게 아닌데, 백래시 읽다보니, ‘그런데 예쁘다는 건 이대로 괜찮은걸까‘ 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니가 예뻐서 그래‘라는 소름끼치는 말이 갑자기 확 무섭게 다가왔거든요. 예쁘다는 건 뭘까, 우리는 예뻐야 하는걸까?

왜, 남자들이 여자 소개팅 시켜준다고 하거나 할 때를 비롯해 그저 모르는 여자에 대한 얘기가 나올라치면 가장 먼저 묻는 말이 그거잖아요. ˝예뻐?˝

예쁘다는 게 뭘까, 이건 이대로 괜찮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해보고 있어요. 계속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다보면 어떤 답을 찾을 수 있게되겠지요.


저도 단발머리님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걸 아셔야 해요. 훗.

비공개 2018-11-1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책을 못읽고 있는 요즘이네요 ㅠㅠ
약속해놓고 못지키고 있어 죄송하고 답답한 마음...
그치만 이 페이퍼를 읽고 나니 다시 의욕이 불끈솟네요!!

다락방 2018-11-14 16:10   좋아요 0 | URL
jsshin님, 아직 11월달의 절반이 남아 있습니다. 남은 절반동안 주루루루룩 읽어내시길 바랄게요. 이게 막상 손에 잡으면 잘 넘어가요. 왜냐하면 우리의 삶을 얘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의욕, 계속 가져갑시다! 불끈!!
 
[전자책] 나를 쳐다보지 마 스토리콜렉터 67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너무해 ㅠㅠㅠㅠㅠㅠㅠ 이러는 법이 어딨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능성과 희망을 잔뜩 던져주어 들뜨게 해놓고서는, 그 모든것들을 더한 것보다 큰 절망을 내리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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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몸이 아픈 상태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엄마는 '엄마' 라고 부르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너 목소리가 왜그래, 너 어디 아퍼?' 하고 바로 물으셨다. 그때 왈칵, 눈물이 차올랐었지. 어떻게 이렇게 짧은 단어 하나 만으로도 내 목소리에 스민 감정을 알아챌까. 엄마는 그랬다.


딱히 능력있지 않은 아빠와 살면서 우리 삼남매가 다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었던 것도 엄마의 노력 덕분이었다. 엄마는 내가 어릴 적에는 공부를 봐줬고, 그게 본인의 능력으로 되지 않겠다 생각했을 때 참고서를 사주었다. 개인과외나 걸스카웃 하고 싶다는 내 말에는 안된다고 말씀하셨지만, 영어 너무 몰라서 과외받고 싶단 말에 중고책방에 가서 헌책으로 참고서를 사주셨다. 팝송이 너무 좋다고 하니 길거리에서 테이프를 사준 것도 엄마였고 힘들게 돈 벌고 들어와서 어린 우리들을 씻긴 것도 엄마였다.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우리에게 해주려고 하셨고, 나는 그것을 기억하고 또 알고 있다.


그에반해 사실 나는 아빠가 한 일은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힘들 때 내가 무언가 필요할 때 그걸 들어보고 알아채주고 해결해주고자 하는 건 엄마였다. 아빠는 물론 우리를 사랑했지만,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사랑했지만, 그저 사랑밖에 할 줄 몰랐다. 가진 것도 능력도 없는 남자, 그러니까 내 또래의 대한민국 여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한국남자, 그게 바로 아빠였다. 머리가 크고난 뒤의 나는 엄마에게 '자유롭고 행복하게 혼자 살고 싶지 않아? 이혼하면 어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기 훨씬 전부터 그랬다. 엄마는 아빠랑 같이 살지 않으면 더 편할 것 같았고, 아빠는 엄마랑 같이 살지 않으면 불편할 것 같았다. 엄마가 아빠랑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엄마는 자유롭게 살았을텐데. 엄마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우리 때문에, 매일을 일찍 일어나서 밥을 차리고 애들 학교를 보내고 돈을 벌고 가사노동을 해왔다.

















제일 첫번째 실린 단편 <피로 물든 방>에서 17세 소녀는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 소녀의 엄마는 어쩐지 그건 아닌 것 같은 촉으로 그를 사랑하느냐 묻지만, 소녀는 그와 결혼하고 싶은 게 진심이라며 그와 결혼한다. 그에게는 소녀와 결혼하기 전에도 세 명의 아내가 있었고, 모두 사망했다. 그와 결혼을 하고 그가 가진 보석을 받고, 그의 큰 저택의 열쇠를 받고, (어쩌면)그의 큰 사랑도 받으면서, 그녀 자신이 가진 거라곤 고작 순진함과 순수함만이 전부였던 때, 자신이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를 사랑한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이건 아닌 것 같다'의 느낌으로 찾아오진 않지만, '아닌 것 같은' 것이 그녀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랄까.




가능한 한 전화를 미루고 싶었다. 저녁 식사를 다 마치면 그 이후 다가올 완전히 지루한 시간에 뭔가 기대할 것이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7시 15분 전 어둠이 벌써 성을 둘러쌌을 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맘 목소리를 듣자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엄마, 욕실 수도꼭지가 황금이야.

황금 수도꼭지라고요!

아뇨, 엄마, 그건 울 일이 아니겠지요.

전화 연결 상태가 안 좋았다. 엄마가 축하하고 물어보고 걱정하는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전화기를 내려놓자 약간 기분이 나아졌다. (p.39)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나는 이 책이 단편집인지 몰랐다가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어 놀랐는데, 이제 17세 소녀는 남편의 정체를 알게됐다. 외딴 곳에 떨어진 이렇게 큰 저택에서 남편은 이제 그녀를, 그의 전 아내들에게 그랬듯이, 죽이고자 한다. 그녀는 자신의 위험을 누구에게도 알릴 수가 없다. 전화선은 끊어졌고 하인들은 남편이 모두 휴가를 보냈다.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숨어서 남은 건 장님 조율사 뿐이었다. 죽음이 시시각각 자기에게 다가오는 걸 알면서, 그런데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으면서, 그녀는 자꾸만 그 시간을 늦추고 싶어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가 그녀는 자신에게로 오고 있는 엄마, 엄마를 창밖으로 보게된다.



용기. 용기를 생각하자 엄마가 떠올랐다. 그때 연인의 얼굴 근육 하나가 꿈틀하는 것이 보였다.

"말발굽 소리!" 그가 말했다.

나는 최후의 필사적인 시선을 창문으로 던졌고, 기적처럼 말과 기수가 현기증 나는 속도로 바닷길을 따라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이제 말발굽 뒤쪽까지 파도가 밀려오는데도 말이다. 기수는 힘차게 빨리 달리려고 검은 스커트를 허리춤에 말아넣은 채 미망인의 상복을 입고 미친듯이 달리는 훌륭한 여자 기수였다.

전화가 다시 울렸다.

"아침 내내 기다려야 하나?"

매순간 엄마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p.64)



정말 짜릿해지는 순간이다. 어쩌면 엄마는 제때에 못오고 늦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엄마, 엄마가, 심지어 말을 타고!! 내게로 오고 있다. 엄마가, 엄마가 온다!


아, 너무 짜릿해서 정말이지 눈물이 나지 않는가. 소녀는 시간을 좀 더 끌고 싶고 그러나 그의 앞에 서게 된다. 이제 그로부터 처형을 당하게 될 순간에, 엄마는 그 큰 저택의 문을 두드린다. 소녀를 구하기 위해 엄마가 왔다. 오빠가 아니라, 아빠가 아니라, 왕자님이 아니라, 엄마가!!!


나는 엄마가 어떻게 올 수 있었을까 계속 생각했다. 이 위험을 어떻게 알고 엄마는 이렇게 딸을 구하기 위해 달려올 수 있었지?



나는 단지 그날 밤 내 전화를 받고 나서 당장 기차역으로 달려가게 한 엄마의-뭐라고 불러야 하나?- 모성적 텔레파시를 찬양할 뿐이다. 난 한 번도 네가 우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 엄마는 이렇게 설명했다. 네가 행복할 때는 안 울었지. 도대체 누가 황금 수도꼭지 때문에 울겠니? (p.68)



아아, 엄마는, 황금 수도꼭지 때문에 운다고 딸이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당장 그 길로 기차를 타고 딸에게로 올 수 있었다. 당연히 나의 엄마가 생각났다. 목소리만 듣고도 내 상태를 알아주는 엄마. 소녀가 용기를 떠올리고 엄마 생각이 났다고 하는 것처럼, 나는 힘들 때 엄마가 생각났다. 나는 힘든 순간에도 그리고 기쁜 순간에도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가 나를 자랑스러워하기를 바랐고, 엄마에게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했다. 만약 내가 저 당시의 소녀라고 해도 엄마는 나를 구하러 왔을 것이다. 말을 타지 못했다면, 엄마는 뛰어서라도 왔을 것이다. 어떻게든 왔을 것이다. 엄마, 우리 엄마가.


(여기까지 썼는데, 단발머리님이 이 내용 엄청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똭-)



그리고 두 번째, 세번째 단편까지 읽고 멈춘상태. 나는 다정한 청년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있는데, 오늘 아침 우리는 이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피로 물든 방>에서 거대한 남성의 억압을 느껴서 소녀로 하여금 체념하게 만들었다고 했고, 나는 소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틀댔다고 말했다. 만약 소녀가 더 자란다면, 그 꿈틀거림은 더 확장됐을 것이고, 결국 저항했을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소녀는 이제 고작 17살이었고, 그녀 앞에 우뚝 선 남편은 나이도, 덩치도, 돈도, 하물며 그가 가진 집도 다 그녀의 것보다 크고 강했다. 꿈틀꿈틀 대다가 아직 싹이 자라기도 전에 죽음에 처할 상황. 그런 그녀를 이미 저항을 알고 있는 그녀의 엄마가 달려와 도와준 것이다.



두번째 단편은 우리 둘다 그냥 그래, 라고 했고 이어서 세 번째 단편은? 하고 이어졌다. 지금까지 읽은 단편들에서 앤절라 카터가 보는 남성은 야수였다. 상대적으로 여자들은 가난하고 힘없고 어린 소녀들이었는데, 이건 사회적으로 약한 여성과 남성의 대비를 극명하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느꼈다.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단편에서 남자들은 야수와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데, 세번째 단편에서는 야수 앞에 선 여자가 야수와 함께 짐승이 되는 결말로 끝이 난다. 소녀는 아버지의 도박에 걸려 야수에게 팔려가게 된 것. 현재까지 읽은 앤절라 카터의 단편들 속에서 아버지는 무능하고 딸을 팔아넘긴다. 어머니가 딸을 세상에 내놓고 돕는 것과는 정반대의 역할. 세번째 단편 <타이거의 신부>에서 소녀는 왜 야수처럼 짐승이 될까, 피부를 벗고 털이 생길까, 하는 것에 대해 오늘 아침 나눈 대화.








위 대화에서 말한 '그런 구절'은 바로 이것.


나는 젊은 여자이며 처녀였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비이성적이면서도 자신들과 똑같지 안은 존재들에게 이성이 없다고 주장하듯 내게도 이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내 주위의 황량한 황야에서 한 사람의 영혼도 볼 수 없다면, 그렇다면 우리 여섯9말이나 말 탄 자들이나 양쪽 다)은 우리 사이에도 영혼이 하나도 없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이 세상 최고의 종교들은 모두, 선하신 주님이 에덴동산의 문을 열고 이브와 그 친구들을 내쫓으셨을 때, 야수나 여자들에게는 그 연약하고 말랑한 영혼을 주시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단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강으로 난 갈대밭을 달려가면서 속으로 형이상학적 사색에 몰두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분명히 나의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는 것을 알아달라. 내가 어떻게 사고팔렸으며,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넘어갔던가를. 나를 위해 뺨에 분을 발라주던 그 태엽 소녀. 남자들 사이에서 나는 인형 만든 사람이 그 인형에게 준 것과 같은 종류의 흉내내는 삶밖에 배당받지 못한 게 아닐까? -<타이거의 신부>, p.113-114





독후 대화가 이렇게나 유용하다. 나는 소수자성과 그 곁에 남고자 하는, 아버지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으려하는 소녀를 읽어내긴 했지만, 소녀가 거울을 볼 때 아버지 얼굴을 보는 것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보니, 그게 또 거기서 그런 의미였어!! 아아 온 몸에 전율이 인다. 아버지의 세계를 자꾸 보여주는 거울이여. 짜릿해!!


아, 역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거 너무 좋다. 이 친구와는 《분노의 포도》, 《제2의 성 》,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일곱번째 파도》, 《올리브 키터리지》도 같이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같이 이렇게 대화 하는 거 너무 좋다. 아 근데, 《제2의 성》은 둘다 미완 상태.. 우리 이거 언제 읽어요? (시무룩... 왜 안읽나, 나여....)



둘다 세번째 단편까지 읽었고 여기까지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 정말 너무 좋다. 책 같이 읽는 게 이렇게나 좋다. 책 읽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내가 보지 못한 걸 볼 수 있기도 해. 너무 짜릿하지 않아요, 여러분? 온 몸에 전율이... 찌릿찌릿.



그건그렇고,

나는 내가 앤절라 카터의 《밤의 써커스》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2011년에 《써커스의 밤》을 읽은 거였고(메롱이다..), 심지어 《매직 토이숍》도 읽었더라. 나여... 왜 그 전에는 앤절라 카터에 대해 그냥 '좀 어려운' 작가라고만 생각했을까. 심지어 이 다정한 청년의 제보에 의하면 2011년에 내가 앤절라 카터의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써놨다고 한다.



'앤젤러 카터'의 『매직 토이숍』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 『써커스의 밤』은 책장에 꽂아두고도 읽기를 망설였었다. 그런데 읽기를 결심하고 나니 이제는 계속 읽을지를 망설이게 된다. 이 책은 나보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더 재미있게 읽힐 소설인것 같았다. 나는 대체적으로 모든일에 무심한 편이지만,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놓인 자들에 대해 늘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보다 이 소설을 더 의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공 페버스의 등에 난 날개가 그녀가 말한 그대로 진짜인지, 혹은 월써가 생각하는 것 처럼 꾸며낸 거짓말인지, 그걸 계속 확인하고 싶은데 책장이 쉬이 넘어가질 않아서 이걸 다 읽을까 말까, 읽으면서도 고민했다. 다른 책을 너무 읽고 싶어서 이 책 읽기를 멈출까 하고 생각했다.  퇴근무렵, 계속 읽어, 말어 를 고민하다가 그래 조금만 더 읽어보자, 하고 이 책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2011년 7월 22일의 페이퍼 중에서)



헐...


나는 내가 왕년에 빻은 말들 많이 하고 다닌 것들을 기억하고 있고, 또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빻은 말들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맙소사, 저게 무슨 말이야. '이 책은 나보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더 재미있게 읽힐 소설인것 같았다. 나는 대체적으로 모든일에 무심한 편이지만,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놓인 자들에 대해 늘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보다 이 소설을 더 의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라니, 나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놓인 자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나... 저 때의 나는, 그리 오래전이라고 볼 수도 없겠지만,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아아...... 


오늘 과거에 내가 써둔 저 글에 대해 다정한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뼛속부터 페미니스트 였던 게 아니라, 제 발로 그 쪽으로 걸어간 경우라고 나를 얘기하더라. 나는 나야말로 꿈틀대던 사람이었다고 얘기했다. <피로 물든 방>의 소녀가 17세에 꿈틀댔던 것처럼(그를 사랑해, 그는 역겨워), 나 역시 내가 하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으르렁 대고 있었고, 그 꿈틀댐이 결국 나를 아버지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은 거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라고 말하고 다닐 때부터, 그러나 사실은 나는 페미니스트 였던 것. 그런데 페미니스트가 뭔지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과거의 무지한 나여... 


이래서 사람이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배우고 공부하고 노력하고 행동해야 한다. 아아, 과거의 나여, 2011년의 나여. 너는 앤절라 카터를 대체 어떻게 대한거야. 나는 너무 미안하고 민망해서, 그리고 내가 놓친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보기 위해서, 앤절라 카터의 책 두 권을 주문하기로 결심했다. (왜 지금 내게 없지요?)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tmi 이겠지만, 가수 '미카(MIKA)'의 두번째 앨범 <We are golden> 은 [매직 토이숍]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남은 단편들을 읽어내는 것이 너무 기대되지만 나는 지금 사무실이고.. .시무룩......대체 언제까지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삶을 살아야 하나. 게다가 오늘 아침엔 아침부터 카레에(카레는 내가 만든 카레가 세상 최고다) 닭강정, 뼈해장국까지 다 먹고 와서 배가 너무나 무겁다. 뛸 수가 없어서 지하철을 한 대 보내버린 아침...

그리고 과거의 나를 다시 돌아본 아침....




그건그렇고, 책 친구 너무 좋다. 여러분 모두 책 같이 읽는 친구 만들어요. 같은 책 읽고 대화를 나누노라면 온 몸에 진짜 전율이 인다. 톡톡 건드려서 깨어나게 하는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좋지 않아요, 여러분? 으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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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8-11-0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나보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더 재미있게 읽힐 소설인것 같았다‘고 말씀하신 게 무려 ‘20211년 7월 22일‘인데 미래에 그렇게 되시려고요?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09 10:43   좋아요 0 | URL
으아아아아아아앗 이 댓글 읽고 얼른 수정했습니다. 감사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11-09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빠가 아니라, 아빠가 아니라, 왕자님이 아니라, 엄마가!!! 에서부터 뜨거워지더라구요.
(여기까지 썼는데, 단발머리님이...)에서는 이미 눈물이 방울방울!!!!

오늘 아침에 엄마 만나고 왔는데요. 저도 다락방님과 비슷한 경우예요.
제가 쉽지만 어려운 얘기를 딱 시작하자마자, 엄마가! 맞아! 그래! 난 니 말이 딱 이해가 된다! 그러시는 거예요.

엄마, 엄마가 저를 잘 알아서 그런거 아니구요? 했더니 엄마가... 아니, 니 말을 듣자마자 딱 이해가 되는데! 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좋은 엄마를 가졌던 것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만 들어도 우리를 아는, 우리의 말을 딱! 알아 들으시는 그런 엄마!
아~~~ 엄마!!! 어머니!!

진짜 너무 좋은 글이예요! 눈물나게 하는 거 빼고는 완벽하게 좋아요!!!!!
이 작가님!! 진심 사랑합니다!!! (와락!)

다락방 2018-11-09 15:4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도 <피로 물든 방>좋아하실 것 같아요. 굉장히 특이하고 독특한 작가에요. 그리고 엄마를 그렇게 그려주어서, 그러니까 주인공을 구하러 제 때에 와주는 사람이 엄마여서 너무 좋아요! 그러면서 약자를 다 끌어안고 가려는 게 느껴져서 참 독특한 작가구나 싶었어요. 그런 것들을 말하면서 그러나 내용이 아름답고 착하고 그런 게 아니에요. 뭔가.. 성인 동화라고 해야 하나.. 라고 생각했는데 책 뒷표지에 ‘천진난만한 동화의 치명적 변주‘라고 나오네요.

아 엄마 보고싶어요...

맞아요, 단발머리님. 저는 정말 좋은 엄마를 가졌어요. 단발머리님, 우리는 좋은 엄마를 가졌던 것입니다!!!

단발머리 2018-11-09 15:50   좋아요 0 | URL
제목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요.... 다락방님 리뷰 보니까 너무 읽고 싶어요.
다 읽지 못해도 <피로 물든 방> 은 꼭 읽어보려구요.

저는 좋은 엄마를 가졌을뿐 아니라,
좋은 책친구를 가졌어요.
제 좋은 책친구는 제가 어떤 책을 좋아할지 막, 그런것도 잘 알고 그래요.
저는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랍니다. (으쓱으쓱)

다락방 2018-11-09 15:52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 때문에 밤에 못읽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이게 또 막 그렇지는 않아요? 단편집이라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어 덜 무서웠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책친구, 너무 좋죠!
단발머리님의 요즘 페이퍼들을 읽으면서 저는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단발머리님이 읽고난 후의 감상을 들려주는 글을 앞으로도 계속 계속 읽고 싶어요. 부디 지치지말고 계속 써주세요!!!

clavis 2018-11-12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마보고 싶어서 눈물이..
다시 태어난다면 락방님이 되어보고 싶어요ㅎ글로 이렇게 사람을 쥐락펴락?하신담ㅠ

다락방 2018-11-13 08:16   좋아요 1 | URL
아이고, 클래비스님 얼마나 엄마가 보고싶을까요.. 그 먼데서... ㅠㅠ

기운내요, 클래비스님!
엄마랑 전화통하라도 해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