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ffin and Sabine: An Extraordinary Correspondence (Hardcover)
Nick Bantock / Chronicle Books Llc / 199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육체가 매우 많이 지쳐있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 나를 쉬게해줄까, 무엇이 나의 스트레스를 조금쯤 죽여줄까,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나는 맥주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맥주와 함께 할 책은 무엇? 하고 고민하다가 거침없이 이 책을 꺼내들었다.

 

 

와-

 

 

이건, 정말이지, 완전 러블리해서 돌아버릴 지경. 종국엔 소리내어 읽어보기까지 했는데, 맥주를 마시면서 읽기에도 제격이고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을 때 읽어도 딱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서는 대체 이건 어떤 종류의 책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책장을 펼쳤다. 그리고 그 첫장에서 나는 이런 그림을 보게됐다.

 

 

 

 

아아, 이것은 그림책? 그리고 뒷장을 넘겼다. 그랬더니 이런 글이 나왔다.

 

 

 

 

 

 

 

 

 

그러니까 앞의 그림은 postcard, 즉 엽서의 앞면이었던거다. 뒷면은 내용으로 채워진 것. 아! 이 형식이 놀랍고 깜찍해서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진다. 그리고 책장에 넣어뒀다가 오늘 다시 꺼내어 읽어보게 됐는데, 아, 정말이지, 내용도 사랑스러워. 마침내 너에게 엽서를 보낼 수 있게 되어서 좋다는 이 엽서라니. 그래서 나는 처음, 이들은 그러니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이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엽서를 받은 griffin 은 이런 답장을 보낸다.

 

 

 

 

 

날 용서해줘, 난 네가 기억나지 않아, 그런데..내가 너를 아니? 오오, 몰라? 기억이 ... 안나? 한 쪽은 기억도 못하는 사람을 한 쪽은 좋다고 엽서를 쓴거야? 한 쪽은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인데 이렇게 엽서가 날아온거야, 정말? 흥분됐다.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하게될까. 실망하게 될까?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어떤 에피소드를 말하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오, 기분이 좋아지고 말았다. griffin 이 sabine 에게 보낸 이 엽서의 그림은 이렇다.

 

 

 

 

 

이들의 다음 엽서가 기다려졌다. 이들이 어떤 말들을 하게 될지, 그것은 어떤 기분을 주게 될지 기다려졌다. 고작 서로가 서로에게 보낸 한 장씩의 엽서를 읽었을 뿐인데, 오, 나는, 나는, 벌써 행복해졌다. 그리고 다시 sabine 가 보낸 엽서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No, griffin, you don't know me, not in the way you mean, though i've been watching your art for mamy years.

 

 

 

아, 그러니까 이들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거였다. 이들은 만난 적도 없는 사이었던거다. 그런데 이들이 엽서의 그림을 고르고 글을 써서 상대에게 띄워 보낸다. 서로 다른 곳에 사는 이들이. 게다가 이 책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엽서로 못다한 말을 편지로 대신하기도 한다. 책장을 펼치면 거기 바로, 편지봉투가 있고, 그 안에 편지가 들어있다. 앞뒤로 빼곡하게 채워진 편지.

 

 

 

 

 

 

 

 

 

 

아...너무 좋아, 너무 좋아! 내가 편지를 받은것처럼 마구 행복해진다. 가끔 알아볼 수 없는 철자가 보여서 끙- 했는데, 이 긴 편지를 받은 grffin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편지로 답장을 보낸다. 그런데 오, 자기는 손글씨를 잘 못쓴다며 타이핑 해서 보낸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물론 알아볼 수 있게 타이핑 했다고 해서 내가 뜻을 다 알 수 있는건 결코 아니지만, 일단 보기는 편했다. 하하. 게다가 이 편지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타이프로 쳐놓고 다시 읽으면서 틀린 단어들을 자기가 고친 흔적도 있다. 아. 미치겠다. 나는 자꾸만 히죽히죽 웃음이 난다. 정말이지, 소리내서 읽어봤다니까. 내 발음 들으면서 혼자 본토발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해가면서 말이다. ( ")

 

 

물론 이 편지들이 사랑스럽기는 했지만 뒤쪽에 다시 한 번 빼곡한 편지들을 봤을 때는, 편지를 읽는 당사자가 아닌 '영어를 잘 못하는 독자'로서 짜증이났다. 간단하게 몇 줄 안되는 엽서쪽이 읽거나 이해하기에 훨씬 편했으니까. 그냥 계속 엽서로 써주지, 왜 편지로 썼담, 하면서. 그렇지만 내가 당사자였다면 짧은 엽서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긴 편지가 나를 행복하게 해줬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 현재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면 말이다.

 

 

 

모르는 이들이 엽서를 주고 받게 되고,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다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이들이 서로에게 점점 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건 뻔한 일이다.

 

sabine 는 엽서에 이런 내용을 쓴다.

 

you and I will heal each other.

 

griffin 은 이제 이런 요구를 한다.

 

I want to know what you look like. will you send me a photograph?

 

sabine 는 사진을 보여줄 수 없지만 니가 나를 보고 싶다면 여기로 오면 된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제 어떻게 될까.

 

 

 

엽서를 보내고 사랑이 싹트는 감정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당연하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가 떠오르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작품이 그 소설과 닮아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책이 떠오르긴 하지만, 이 책은 그 책과 다르다. 이들의 감정은 그들의 감정과는 약간 다르다. 사랑에 빠진건 마찬가지지만, 사랑이란 건 원래 대상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만들어가기 마련이니까.

 

이 책의 마지막장까지 읽고나면(사실 몇장 되지 않는다), 이 책의 다음 시리즈 혹은 그 다음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고, 반드시 나와 있을것만 같다. 새벽 세시에서는 새벽 세시로 끝나는 것이 가장 완벽한 결말, 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지만(물론, 나는 그 다음 이야기인 『일곱 번째 파도』도 매우 많이 사랑한다.), 이 책은 그 다음 편이 반드시 존재해줘야 한다. griffin 은 자신에게로 올 sabine 를 기다리고 있거나, 혹은 체념하고 포기한 griffin 에게 sabine 는 처음에 그랬듯, 기적처럼 다가가게 되지 않을까.

 

 

배가 고프거나 부르거나 술을 마셨거나 안마셨거나 우울하거나 그렇지않거나 사랑중이거나 이별후거나, 그 상황이 어쨌든지간에 이 책은 읽기에 나쁜 때가 없을 것 같다. 지하철이든 방 한구석이든 어디서든 읽어도 좋을것이다. 반드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장에 꽂아두어야 할 책이다. 엄청나게 사랑스러운 책이다. 나는 내가 이런 책의 책장을 넘겼다는 사실이, 무척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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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8-23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전부터 생각했지만 영어 할 줄 아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셨어... 힝.

다락방 2012-08-24 13:25   좋아요 0 | URL
you and I will heal each other. 이런 문장만 해석 가능한 비루한 월급쟁이 입니다.. orz

dreamout 2012-08-23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퇴근후 연극을 봤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다락방님처럼 저도 이 재미를 리얼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orz..

다락방 2012-08-24 13:27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드림아웃님! 저는 드림아웃님이 언급하는 책은 죄다 궁금해지는데요! 전 요즘 뉴욕과 파리를 나란히 구경하고 있다구요!! 네, 그 책 있어요!! 움화화핫

2012-08-24 0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4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론테 2012-08-2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이었군요!

아침부터 너무너무너무 졸려요~~ 아웅

다락방 2012-08-24 13:28   좋아요 0 | URL
전 이제 날씨 바뀐다고 비염의 습격 ㅠㅠ 재채기 오만번 하고 있어요. 하아-

레와 2012-08-2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어떻게 알게 되는 거에요? ^^

새삼 이 책이 고맙네요. 이 책이 있어 다행이에요.

다락방 2012-08-24 13:28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을 글쎄 누가 선물해줬지 뭐에요! 움화화핫. 그래서 사람이 인간관계를 잘해야 해. 이런 책도 선물해주는 사람을 알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한껏 뻐기고있다)

굿바이 2012-08-2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사랑스러운 책이 있었군요. 형식도 내용도 참으로~!

다락방 2012-08-24 13:28   좋아요 0 | URL
네, 굿바이님. 정말 그래요! 세상은 한 번 살아볼만한 곳이에요. 히힛

네꼬 2012-08-2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님 영어 너무 잘한다.

다락방 2012-08-24 13:29   좋아요 0 | URL
ㅠㅠ

will you send me a photograph? 이런거만 해석하는데? 저 긴편지는 해석할 수 없을거란 생각에 걍 펼쳤다 닫았다구요. -0-

DORIBARI 2012-08-2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_< 영어책은 싫어요, 패스!

다락방 2012-08-27 09:07   좋아요 0 | URL
저는 영어책이 싫지는 않지만 패스 ㅜㅜ

가연 2012-08-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ㅎㅎ 좋은 책이네요ㅋㅋ 다만 원서 같은데 비싼 책 아닌가요, 이런 가격부터 생각하게 되는 저는 속물..ㅎㅎㅎㅎㅎ

다락방 2012-08-27 09:08   좋아요 0 | URL
2만원 조금 넘는 책입니다, 가연님. ㅎㅎ
그렇지만 음, 소장 가치는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 이 책이 무척 좋아서 말이지요. 아우~ 막 더 얘기해주고 싶지만 스포일러니까 그만 얘기해야지. ㅎㅎㅎㅎㅎ

테레사 2012-08-2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은 완전 저의 영웅이세요!!! 전 긴 글을 써본지 너무 오래되었어요..

다락방 2012-08-27 11:18   좋아요 0 | URL
아니...영웅은 왜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페이퍼 쓰고 싶은데 지금 상사 눈치보느라 참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임페리얼 데니쉬 버터쿠키500g. 대용량 쿠키, 스넥, 버터링쿠키

평점 :
절판


별을 하나 뺀 이유는 이것이 사악하기 때문이에요. 먹는것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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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8-2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사악한 쿠키 ㅋㅋㅋㅋ

난 간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굳이 불 켜고 일어나서는 비빔국수 만들어 먹었어요. =_= 식탐왕 네꼬 씨.

다락방 2012-08-22 09:30   좋아요 0 | URL
이거 먹고 있으면 정신이 안차려져요. 내 손이 내 손이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살찌는건 내 육체인데...나의 바디.....orz

비빔국수 맛있겠다. 근데 지금 비가 와서 그런지 칼국수가 더 땡기네요. ㅋㅋ

레와 2012-08-22 11:05   좋아요 0 | URL
나도 칼국수..!!!! 겉절이랑 같이 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바지락 칼국수..........

다락방 2012-08-23 08:42   좋아요 0 | URL
어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매운갈비찜 먹었어요. 어휴, 너무 매워서 소맥을 다 먹었네요. (무슨상관? ㅎㅎㅎ)

세실 2012-08-2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렇게 맛있어요? 뭐야. 난 다락방님이 맛있다고 하면 왜 믿음이 가는거지? ㅋㅋ

다락방 2012-08-22 09:35   좋아요 0 | URL
세실님, 증가하는 몸무게는 제 책임이 아닙니다. 아, 이거 사악해요. 쾌락을 안겨줘요. 커피랑 마시면 중독되버릴겁니다. 조심하세요, 세실님. (사라는거야 말라는거야 ㅎㅎㅎㅎㅎ)

비로그인 2012-08-2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하루에 커피를 5잔은 마시는데요...저 지금 그 5잔의 커피잔 옆에 놓일 버터쿠키를 상상하고 있어요 조만간 내 손이 사버릴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다락방 2012-08-23 08:42   좋아요 0 | URL
이 쿠키의 가장 큰 단점은 커피 없이 먹어도 막 입으로 들어간다는 거에요. 하아- 물론 커피랑 먹는것이 가장 훌륭한 조합이지만요. 움화화핫.

moonnight 2012-08-2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일전에 누가 사줬었는데 진짜, 손이 계속 멋대로 움직여서 힘들었어요. ㅠ_ㅠ 순식간에 다 먹어버리더라는. 비틀. -_-;;;;

참참. LED램프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다락방님. ㅠ_ㅠ 책읽으려면 램프에 아주 가까이 책을 붙여야해서 불편해요. 캠핑 같은 거 갈 때 야외에서 도란도란 얘기나누는 용도로는 괜찮으려나. -_-a


다락방 2012-08-23 08:44   좋아요 0 | URL
네, 제 친구도 이거 정신줄 놓고 먹다가 살쪘다고.. --^
정신 챙기면서 먹어야 되는데, 먹다 보면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에.. ( ")

책장은 이미 품절됐다고 해서 ㅠㅠ 차선책으로 램프라도 받자, 하고 어제 주문을 하다가 급멈췄어요. 그래, 필요없을거야. 램프 받자고 막 지르지마, 하면서요. 다행히 저는 8월달 현재 책을 한 권도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움화화핫.

가연 2012-08-2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ㅎㅎ 괜찮은데요ㅎㅎ 요즘 자꾸 먼가 먹고 싶어서 과자를 사먹게 되는데..

다락방 2012-08-27 09:08   좋아요 0 | URL
아아 아주 뚱뚱해질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멈춰지질 않아서요. 금요일 오전에 정신줄 놓고 남은거 다 먹었어요. 정신 차려보니 이미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 하아- 이건 사악한 사탄의 과자에요! ㅠ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에 대한 취향에 확신이 생기는 것도 같고 또 기대하는 바가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하고, 어떤 문장들일까를 궁금해하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맹세코 '어떤 음식이 나올까' 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책 속에서 음식 얘기가 나오면 흥분이 되고 내 빈약한 상상력은 저 나름대로의 능력을 발휘해 그 음식을 상상한다. 만날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맞닥뜨리는 그 반가움이란, 게다가 놀라움이란!



샌드위치는 메이플 시럽에 절여 구운 고기에서 저며 낸 게 분명한 두꺼운 햄과, 숙성한 체더치즈 조각을 얹고 허니 머스터드 소스를 친 갓 구운 크루아상으로 만든 것이었다. (p.96)



나는 햄버거보다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샌드위치는 가벼운 간식의 느낌을 주는데 햄버거는 무식한 끼니의 느낌을 준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햄버거를 안먹는 건 아니다. 맛있는 햄버거를 감탄하면서 먹는걸.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아마 더 맛있게 잘 먹을 것이다. 다만, 나는 햄과 치즈가 들어가고 양상치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더 좋아한다는 거다. 아..쓰는데 침나와;;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는 '두꺼운 햄' 에 꽂혀서 아아, 나는 이제 퇴근길에는 절대로 책을 읽지 않겠어, 하는 허무한 결심도 해봤다. 마트에 들러 햄을 사야할 것만같은 강박에 시달리고 만것이다. 나는 수제소세지는 싫지만(그 두꺼운 느낌에 '많이' 먹을수가 없다) 햄은 좋다. 두꺼운 햄, 두꺼운 햄 사가야지. 가만 있자, 어떻게 먹지? 식빵 사가서 샌드위치 해먹을까? 아니면 치즈랑 같이 사서 비스켓 위에 얹어 와인을 마시면서 안주로 먹을까? 아니야, 완전 두꺼운 김밥용햄을 사서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볶아서 먹을까? 아, 어떻게 먹지?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거지? 이 모든걸 다 해먹을까? 금요일 밤이잖아?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동생이 조카를 데리고 지하철역으로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고, 그래서 나는 마트에 들러 햄을 사는 걸 포기할 수 있었다. 대신 조카의 손을 잡고 제과점에 들러 조카가 고른 단팥빵을 사들고 나왔다.

















몇몇 문장들이 이상했던 기억이 나서(오타였는지 비문이었는지 지금 제대로 기억이 안나네) 별을 하나 다시 빼버렸는데(몇 번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도 군데 군데 접어놓고 생각할 만한 부분들은 있었다. 



"이제 잊어도 된다." 가마슈가 조용히 말했다.

"그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꾸어야 할 악몽이야."

필립은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고, 가마슈는 사람들이 문제를 끌어안고 있으려 한다는 머나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필립을 안고 언제까지나 열네 살이지는 않을 거라고, 조금만 더 견뎌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p.322)



필립은 강한 아이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감추고 싶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버지를 살인자로 신고하기까지 한다. 물론, 아버지는 살인자가 아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꾹 눌러 참는다. 열네 살이 감당하기엔 아직 버거운 일일테니까. 만약 같은 비밀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나 역시 열네 살에 털어놓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나는 우리 부모님을 알기에 마흔네 살이 되어도 고백하지 못한채로 살아가게 될것이다. 내가 고백했을 때 드러날 아빠 엄마의 표정을 내가 감당할 수 없을것 같아서. 언제까지나 열네 살이지는 않을 거라고, 조금만 더 견뎌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는 가마슈 경감의 생각이 내게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래. 열네 살은 일 년 뿐이다. 지나간다. 조금만 더 견디면 지금보다는 나아질지 모른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가마슈 경감은 그 생각을 필립에게 말해주지 못한다. 말하는게 더 나은게 아닐까, 했다가 그래 말하지 않은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마슈는 그러지 않았다. 의도가 선하다고 해도 그 행동이 공격으로, 모욕으로 느껴질 것임을 아는 까닭이었다. (p.322)



나는 그 의도가 무언지 알고 뜻하는 바가 무언지 알지만, 열네 살 당사자가 듣기에 열네 살이 영원하지는 않을거라고, 지나갈거라고 하는 말을 듣는다면 자신의 열네 살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으니까. 선한 의도 라는 말 자체가 내 생각이니까. 듣는 이의 생각이 아니니까.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헛소리요.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시간은 그 사람이 원할 때만 치유하는 거지. 나는 아픈 사람의 경우에 시간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을 보았어. 그들은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사소한 일을 되새기고 곰곰 따져서 결국 재앙으로 만들어 버리지." (p.349)



상처를 잊는 것은 시간이 하는게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상처를 곱씹고 또 곱씹다가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하는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지는 일이 있고 잊혀지는 사람이 있는건 명백한 사실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란 것도 분명 존재하니까. 그리고 이십 년이 지나도 그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부끄럽거나 아프거나 미칠듯한 기분이 되기도 하니까. 시간은 그 사람이 원할 때만 치유하는 거지, 라는 말은 오히려 위로다. 이제 내가 치유되길 원하기만 하면 되는거니까. 




며칠전에 강남역에 생긴 알라딘 중고샵을 갔었다. 아주 넓고 책 읽을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책도 많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살 만한 소설책은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빈 손으로 돌아왔는데, 토요일에 간 종로의 알라딘 중고샵에서는 책을 다섯 권이나 사서 들고 나왔다. 후아- 집에 가는데 얼마나 무겁던지...그나마 술에 잔뜩 취해있었기 때문에 술기운에 들고 갔다고 해야할 것 같다. 술은 때때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니까.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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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8-2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기운에 무거운 책더미를 들고 오는 아가씨라니. 다락님이란 여자 멋있는 여자.

다락방 2012-08-21 10:35   좋아요 0 | URL
술이 짱이죠! ㅎㅎㅎㅎㅎ

Jeanne_Hebuterne 2012-08-2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해요.

다락방 2012-08-21 12:49   좋아요 0 | URL
네, 그런면도 있어요. 일전에 회사동료가 오랜시간 연인이었던 상대와 헤어진 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시간은 사랑을 못나게 만들어요.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구요.

세실 2012-08-2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에 잔뜩 취해서 서점에 들어 갔고, 책을 잔뜩 사들고 온 다락방님. 이렇게 매력적인 다락방님이라니~~~ 뒤에 아무도 안따라오던가요? ㅎㅎ
문득 든 생각! 알라딘 번개팅할때 '술에 잔뜩 취해도 집에 잘 갈 수 있는 사람' 요렇게 조건 달아서 만나는것도 좋겠다~~

다락방 2012-08-21 14:53   좋아요 0 | URL
뒤에 아무도 안따라오던데요, 세실님. 따라오기는 커녕 다들 저를 피해다니는 것 같은 느낌마저 ......
저는 술에 잔뜩 취해도 집에는 반드시 잘 가는데, 다음날 필름이 끊겨요. ㅠㅠ

그나저나 믹스너트는 맛있게 드시고 계십니까? ㅎㅎ

세실 2012-08-21 19:08   좋아요 0 | URL
믹스넛은 좀 아껴먹으려 했더니 옆지기가 순식간에 먹어 버렸다는 ㅎ
적당히 짭잘하네요!

다락방 2012-08-22 09:31   좋아요 0 | URL
저는 정작 사놓고 아몬드만 쏙쏙 골라먹고 안먹어요. 다른것들은 다른 식구들이 먹고 있습니다. 아우..전 바나나가 너무 싫어요!!

프레이야 2012-08-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부지방엔 연일 비가 많이 오군요.
작은 땅덩어리에 이렇게나 날씨가 다르다니요. 여긴 태양이 이글이글 아주 뜨거워요.
술김에 힘도 센 다락방님.^^

다락방 2012-08-21 17:34   좋아요 0 | URL
지금은 멈췄어요, 프레이야님. 새벽에 엄청 많이 내렸어요. 어제 하루종일 내렸구요. 이번주 내내 내린다더니 일단 지금은 멈춘 상태에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작은 땅덩어리에서도 어딘가엔 폭우가 어딘가엔 폭염이. 정말 신기해요.

제가 미쳤나봐요. 사람이 역시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지, 다섯 권을 뭐하러 종로에서 집까지 들고 갔을까요? 힘들게 ㅠㅠ 제가 집에 가자마자 거실에 털썩 주저 앉으며 자고 있는 엄마 깨워서 '힘들어' 라고 했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12-08-2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서점은 그게 좀 문제인 것같아요.
무거운 책을 꼭 그렇게 낑낑대고 들고와서
뒤늦게 나의 손가락과 팔뚝의 강인함 힘을 확인해야만 하는~~
뭐 그런 불편함이 좀 있죠.ㅋㅋ
전 애들책을 본 순간 눈이 뒤집혀서 말이죠.
어른,아이책들 열 다섯 권인가? 암튼 그걸 사서 집에 들고 온다고..
전 술에 취하지도 않아서 정말 힘들었어요.ㅠ

오늘 하루는 죙일 비가 그쳤다,내렸다 계속 하네요.
그비가 밑으로 남하했나봅니다.ㅋ

다락방 2012-08-23 08:45   좋아요 0 | URL
열다섯 권..을 어떻게 들고 가셨어요, 책나무님? 아..생각도 하기 싫어요. 얼마나 무겁고 힘들었을까요? ㅠㅠ 아 싫어. 그러니까 중고샵에 가면 안되요. 가면 또 정신줄을 놓게되서...저도 다섯 권 사겠다고 들어간게 아니었어요. 그냥 가볼까? 했던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아침에도 비가 살짝 오더니 지금은 또 멈췄네요. 이번주 내내 이럴건가봐요. 비가 올 땐 집에 있는게 짱인데...후..전 사무실에 있네요. orz

책읽는나무 2012-08-24 19:37   좋아요 0 | URL
중고샵 왠만하면 발길 안하려구요.ㅋ
저도 알라딘 온라인 중교샵에선 한 번도 주문을 안해봤는데..오프라인은 이거 원~~
살 책이 뭐 있을까?? 회의를 품으면서 들어간 곳은 막상 눈앞에 책을 보니 이거 원~~
중고샵 몇 번 갔다오면서 느낀게요.
책을 싸짊어지고 오는 것도 귀찮다보니 뭐랄까?
그곳도 몇 권 이상 사면 무료택배 신청 같은 것 있었음 좋겠던데..ㅡ.ㅡ;;
그럼 또 나같이 귀 얇은 사람은 그거 하나 믿고 바구니에 막 주워담을지도 몰라요.ㅎㅎ

비가 오늘도 하루죙일 오네요.내일도 그런다는데..
그래서 어제부터 김치전 구워서 먹고 있어요.^^

다락방 2012-08-27 09:10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거기도 택배 서비스 될걸요? 일전에 종로 중고서점 갔다가 누군가가 택배를 신청하는 걸 본 것 같았거든요. 될 것 같은데요? 다음에 많이 구매하시면 한 번 물어보세요. 혹시 택배 서비스 되는지요.

저도 중고샵에 구경만 하려고 들어갔지, 제가 살 거라곤 생각 못했거든요. 온라인으로는 중고를 잘 사지 않기 때문에 오프에서 봐도 별 감흥 없을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눈앞에서 책들 보는 순간 정신을 놓게 되더라구요. 하아-

가연 2012-08-2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낮에는 그래도 그쳐서 다행입니다.. 그러고보니 아직도 안가봤네요, 랄까, 궁금하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중고책을 거의 안사는 편이라.. 정말 가격이 싸고 꼭 구하고 싶을때 구입하기는 하지만 여간하면 새책을 읽네요, 풋.

다락방 2012-08-23 08:47   좋아요 0 | URL
저도 중고책 안사는 편이었어요.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도 거의 이용안하는 1人 이었는데, 종로에 있는 중고샵매장은 그냥 구경 갔다가 갈 때마다 사가지고 나오게 됐네요.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건지, 원...orz

가연님도 막상 중고샵에 들어간다면 책을 막 쓸어담게 될지도 몰라요!!
 
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고 누구에게나 그걸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있다. 원치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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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연애할 때 - 칼럼니스트 임경선의 엄마-딸-나의 이야기
임경선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에세이를 읽는 자세란건 따로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나는 이 책의 책장을 덮으며 했다. 다른 이들의 리뷰를 살펴보니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이 책이 재미없었다. 엄마가 딸에게 기대하고 바라는것은 사람마다 다른것처럼, 살아가는 방식 또한 그러하다. 이 책속에서의 엄마가 딸에 대해 품는 감정과 기대는 설사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도 받아들일수 있었지만, 그녀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시선에는 당혹스러울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쌀국수 집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식구들을 보며 그녀가 갖는 혼자만의 생각은 나를 질리게 했다. 

'나름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의 그녀는 세련되고 옅은 화장에 명품 옷과 가방, 자연스러운 듯 상당히 매만진 머리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한국 최고 여배우의 '내추럴 본 미모' 옆에서 가면이 벗겨지듯 노골적으로 주눅 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p.181)

독자인 나와 어느 정도 사고방식이 비슷해야 에세이를 잘 읽을 수 있는걸까? 아니면 에세이를 읽는 내가 지나치게 고집스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걸까? 대화를 나눈것도 아니면서 옆테이블 사람의 심리까지 추측하는 글을 읽는건 내게는 좀처럼 유쾌하지 못한 일이고, 그것을 감싸줄 정도로 어떤 다른 장점들이 터져 나오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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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2-08-2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에세이는 거의 본능적인거 같긴 해요.

다락방 2012-08-21 08:36   좋아요 0 | URL
네, 그런것 같아요, 드림아웃님. 저랑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 '다른 생각'에 저자가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면 그때부터는 독자인 저와는 어긋나게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2012-08-21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8-21 08:39   좋아요 0 | URL
한국어 없어서 지금 절망하고 돌아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2-08-21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8-21 11:19   좋아요 0 | URL
네. 식당에 여배우가 온거에요. 여배우 테이블, 본인 테이블, 그 사이 테이블에 앉은 다른 가족. 그런데 그 다른 여자를 보고 여배우 때문에 주눅 들었다고 써놨더라구요. 그걸 보는데 확 마음이 상했어요. 얘기를 나눈 상대가 아닌데 표정만 보고 그게 배우때문에 주눅이 들은건지 어떻게 확신하지? 하고요.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 이라고 쓴것도 뭐랄까, 틀에 갇혀있는걸로 보였다고 해야하나. 뭔가 실제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누구나 그게 일치하긴 힘들겠지만, 저 장면에서 심하게 인상이 써지더라구요.

레와 2012-08-2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투? 열등감? 책을 안읽어봐서 단정하기 어렵고.

다른 이야기.
매번 '아름다운'이라는 말을 글마다 넣는 사람의 글은 본인글이 아름답지 못함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니깐 다른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구걸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스쳐지나가네요.

다락방 2012-08-21 10: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난 에세이 읽고 만족하게 되는 일이 별로 없는것 같아요. 그러면 안읽으면 될텐데 그래도 자꾸 읽고 마음에 드는거 만나고 싶고 그래요.

아름다운 마음씨에 관련된건 패쓰. 그건 지긋지긋하네요. -_-

테레사 2012-08-2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그래요..에세이가 마음에 들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듯...평전도 ....

다락방 2012-08-21 10:51   좋아요 0 | URL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고 말하기엔 서운한, 다른 뭔가가 있는것 같아요. 저도 에세이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어요.

라로 2012-08-2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다 말았어요. 저처럼 에세이 좋아하는 사람이!! ㅎㅎㅎ
모처럼 다락방님과 느낌이 맞았네요, ㅋㅎㅎㅎㅎ
이 책에 대한 소개 글에 '남다른'이라는 묘사가 하도 많아서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었는데 샀거든요.
그런데 읽다 말다니, 이 책을 포함해서 읽다 만 책이 벌써 5권이 되어요. 오와~~

다락방 2012-08-21 11:34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나비님 생각 했거든요. 에세이 좋아하시니까 이 책도 좋아하시겠지, 하고 막연하게요. 저도 중간까지 읽다가 그만 읽을까 하고 덮었더랬어요. 아니다, 그래도 읽어보자, 하고 끝까지 읽었는데, 그나마 끝까지 읽어서 별이 세 개는 나왔어요. 중간에 제가 읽은데까지만 읽고 말았으면 별 두개 주려고 했었거든요.

읽다 만 책은 저는 엄청나게 많아요, 나비님.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 책들을 제가 다시 시도하게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팔아버릴까요? 후...orz

프레이야 2012-08-2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지 않는 책이 있는 건 당연하고 옳지요.
다락방님의 솔직한 리뷰에 추천!

다락방 2012-08-21 17:52   좋아요 0 | URL
맞지 않는 책이 있는건 당연한데 전 유독 에세이에서 그 증상이 심한것 같아요. 후..

mira 2012-08-2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와 맞지 않는 에세이를 읽으면 짜증이 확 나더라구요. 읽다만 책도 많고 나름 죄책감이 들어서 다읽어야하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다들 그러시다니 ㅎㅎ

다락방 2012-08-22 09:32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요. 뭔가 위로가 되지 않나요? ㅎㅎ 뭐, 나만 그런것도 아닌데, 하면서 말이지요. ㅋㅋㅋㅋㅋ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저는 어느정도 사고방식이 비슷해야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최근에 목수정과 임경선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하게됐어요. 둘 다 저랑은 어긋나는 에세이들이라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