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실패 - 정우성 요가 에세이
정우성 지음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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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자신의 요가센터를, 요가 선생님을, 그리고 요가 자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절절하게 드러나서 읽는 내내 나도 요가를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다. 실제로 했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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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5-0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이 참 좋아요~~
이 정우성 그 정우성 아닐테구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5-05-09 08:09   좋아요 0 | URL
네, 이 정우성이 그 정우성은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5-09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고 있다. 🤣🤣🤣

다락방 2025-05-09 08: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5-09 13:29   좋아요 1 | URL
🤣🤣🤣🤣🤣

다락방 2025-05-09 15:21   좋아요 0 | URL
🤭🤭🤭🤭🤭
 

누군가 요즘 어떠냐고 물어오면 나는 아주 좋다, 평안하다고 답하고 있다. 

나를 둘러싼 상황을 알고 있는 가까운 이들은 내 마음이 어떨지를 염려하는데, 나는 무척 평안하고 여유롭다.

그러나 평안하고 여유롭다고 말하는게 무색하게 왜이렇게 자꾸 바쁘지? 오늘은 괜찮을것이다 했지만 오늘도 또 하루종일 바빳네. 나 여유로운거 맞나?


평일에는 회사에서 여유로울 것 같지만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고 연휴가 나흘이나 되니 나는 또 여유로워야 했지만 또 연휴 내내 종종거리고 다녔다. 하루는 남동생 집에 가서 놀고 하루는 남동생 가족들과 캠핑을 갔다. 도봉산 입구의 캠핑은 바로 산이 보여 풍경이 좋았다. 고기도 먹고 라면도 먹었다. 조카랑 공놀이도 하고. 


자, 그리고 마지막날. 하하하하하.

나는 요가원정을 떠났다. 어디로? 숙대입구로.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한 번은 들어봤을 '요가소년'과 요가를 하러 갔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요가소년은 평소에 유튭으로 요가 영상을 업로드하는데 제법 구독자도 많고, 나도 여러차례 요가소년의 요가를 틀어두고 따라하곤 했다. 나는 주로 베이직 요가를 따라했었다. 그 요가소년이 한국에 왔고 숙대입구 요가센터에서 요가를 한다는거다. 여동생이 언니 이거 같이 해보지 않을래, 물어와서 그래, 어디 너랑 같이 요가하러 가보자, 하고 나는 꿀같은 연휴의 마지막날을 요가소년과 요가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ㅋ ㅑ ~ 요가에 진심인 나..


도착한 요가센터는 매트가 다 깔려있었는데 오오, 매트가 만두카네요? (매트계의 귀족이다.)

여동생은 맨 앞 가운데에 앉았는데 나는 아무래도 이런데 올만한 사람들이면 다들 요가 고수일텐데 나같은 하수가 가운데 있기가 좀 저어되어 앞줄의 구석으로 가 앉았더랬다. 다소 일찍 도착해 요가소년의 스몰토크를 좀 들으면서 둘러보는데 흐음.. 매트에 자리잡는 사람들을 계속 보다보니, 모두가 다 고수의 냄새가 나는 것 같진 않아? 갑자기 자신감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나는 가운데를 차지한 여동생의 옆자리로 옮겼다. 맨 앞줄의 가운데라는 뜻이 되시겠다.


그리고 요가를 시작한다.

어제 한 요가는 인요가 였는데, 사실 인요가는 내 성정과 가장 거리가 먼 요가이다.

가만히 조용하게 한 동작에 오래 머무르기, 가 인요가의 컨셉인데, 사실 나는 도무지 가만 있지를 못하는 사람이란 말이지. 그래서 요가소년의 요가 프로그램이 인요가라고 했을 때, 흐음, 왜 하필 인요가일까, 빈야사나 아쉬탕가가 좋을텐데, 하였지만, 뭐 하여튼 그렇게 인요가를 맞이하게 되었고, 요가소년의 지시에 따라 한 동작에 가만히 머무르면서, 그런데 내가 인요가를 하니까 그나마 한 동작에 가만 머무르기를 할 수 있는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부러 시간 내서 해 줘야만 내가 이런걸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니까? 나에게 이 가만히 머무르기는 반드시 필요한데 부러 해주지 않으면 도무지 하지를 않아. 가만히 머무르기라고 해서 쉬울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나 계속 낑낑거렸다 ㅋㅋㅋ 하다가 중간에 쉼자세로 돌아오기도 했고. 어휴 뭐가 이렇게 힘들어. 중간에 시계를 보고 싶은 생각이 여러번 들었다. 언제 끝나냐, 빨리 사바아사나 와라...눕고 싶다...



낑낑대고 무너지면서 그러나, 이 한낮에 요가를 한다는 건 정말이지 얼마나 좋은가, 했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처음엔 잔뜩 긴장했지만, 요가의 동작들을 하나 하나 해나가면서 그 긴장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시간을 꼭 채우고 -아니 요가소년은 마지막에 한시간에서 십분을 더 넘겼다고 했다- 요가소년의 제안에 따라 단체사진 촬영을 했다. 사실 사진 같은거, 찍고 싶지 않았지만.. 흠흠. 할 수 없지. 그곳에 온 사람들 모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어주신 직원분은


"저 아이폰이라서 에어드랍으로 다 보내드릴게요!" 하시는데 ㅋㅋㅋ 그렇게 사람들 다 우르르 몰려갔는데, 나는 그 와중에 


"선생님, 제가 에어드랍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요.."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요가한 어떤 분이 친절하게 이렇게 이렇게 핸드폰 다 만져주시고, 잠시 후에는 직원분도 내 폰 만져주셔서 사진을 무사히 다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모자이크 중 한 명이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인생 살다보니 별 일이 다있네. 요가 하러 숙대입구 까지 가보고-평소에 갈 일 없는 곳이다- 요가소년과 함께 요가도 해보고. 다 끝나고 센터를 나서면서 여동생과 밥을 먹기로 했는데 연휴라 그런지 문을 닫은 식당이 많았다. 그와중에 <구복만두>라는 곳이 보이는데 미슐랭 맛집이라는게 아닌가. 우리는 둘이서 만두 세 종류를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인생 진짜 꿀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것. 몰랐어요, 내가 인생의 이 시점에서 숙대입구 가서 요가소년과 요가할 줄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연휴의 마지막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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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5-0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요가소년 알아요! 와,,,,정말 신기방기. 얼굴 다 모자이크 처리해서 아쉽지만, 그리고 그게 당연하겠지만, 살자쿵 다락방님 누굴까 찾아보고.... 만두 진짜 너무 맛나 보여요. 긴 연휴를 진짜 다이나믹하게 알차게 보내셨네요. 저도 요가 좋아했는데 다운독 하면 어지러워지기 시작하면서 그만둬서 너무 아쉬워요.

다락방 2025-05-08 08:06   좋아요 0 | URL
어휴 어제부터 엉덩이랑 팔에 근육통이 엄청 터지네요. 가만 머무르는 동작이었는데도 근육통이 생깁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이 날 요가소년과 요가한 후에 탄력 받아서 지금 요가에세이 한 권 읽고 있어요. 요가 에세이 읽노라니 요가를 하고 싶네요? 열심히 요가 해봐야지, 생각합니다. 그래봤자 게을러서 또 안하겠지만.. 하하하하하. 다운독 하면 어지러우시다니 너무 안타깝네요 ㅠㅠ

은하수 2025-05-0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아는 요가소년? 안같이 생겼지만 목소리톤도 좋고 요가 동작은 더없이 유연하고....
전 세상에 요가가 그렇게 재미가 없더라구요~~~^^

이 와중에 만두 너무 맛있어 보여요...첫번째거요!
배고파요ㅠㅠ

다락방 2025-05-08 08: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가소년은 진짜 목소리가 압권이죠! 그 목소리를 라이브로 들었습니다. 껄껄. 제가 목소리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것 같거든요? 그런데 요가소년은 목소리가 참 좋습니다.
제가 가는 미용실 원장님은 요가가 너무 싫대요 ㅋㅋ 몸 쭉쭉 늘리게 스트레칭 시키는게 짜증난대요 ㅋㅋㅋㅋㅋ

만두는 맛있었습니다!! >.<

독서괭 2025-05-08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만두 넘 맛있어 보여요!!
숙대입구까지 출장요가를!! ㅎㅎ 자신에게 여유를 허락하지 않으시는 다락방님.. 대단해요. 멋있어요!! 상황이 어떻든 마음이 평안하시다니 다행입니다.

다락방 2025-05-08 08:08   좋아요 1 | URL
네네 마음이 평안합니다만 또 조금씩 초조해지려고 하기도 하고요.
아니 그나저나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학창시절과 직장생활을 거쳐 계속 아침 일어나는데, 그러면 이제 익숙해질만도 한데 왜 아침에는 늘 일어나기가 싫을까요? ㅠㅠ 독서괭 님도 일어나기 싫어요? ㅜㅜ

독서괭 2025-05-08 09:09   좋아요 0 | URL
전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게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다락방 2025-05-08 11:59   좋아요 1 | URL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일인것 같아요...ㅠㅠ

잠자냥 2025-05-0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요가라니!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나랑 다른 다락방.
저는 테니스 잘 모르는 사람들하고 치기 싫어서 동호회 같은 것도 안 할뿐더러 오로지 집사2 하고만 치는데 ㅋㅋㅋㅋ
가끔 테니스 코트에서 낯선 사람들이 복식 치자고 제안해 와도 싫다고 거절해요. ㅋㅋㅋ
암튼 대단히 사교적인 인간이야... 이 인간.

그나저나 실망이다 락방. ..... 모자이크 사진에서 난 다락방 찾을 수 있다!!!
하고 사진 열심히 봤는데 못 찾겠음. 모자이크 너무 잘함...

근데.. ㅋㅋㅋㅋㅋ 에어드랍 정말 몰랐어요? ㅋㅋㅋㅋㅋㅋ
나도 그건 할 줄 알아! ㅋㅋㅋㅋ

다락방 2025-05-08 11: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제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이러고 있었습니다. ㅋㅋ 모르는 곳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요가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이런 사람이네요? 껄껄.

저 폰에서 어떻게 모자이크 하는지 몰라가지고 ㅠㅠ 일단 네이버 블로그에 사진 올린다음에 네이버 블로그 앱에서 모자이크 처리하고 그 사진을 다시 저장해서 올린겁니다. 어휴.. 증맬루 아날로그로 사는건 힘들어요.
에어드랍도 예전에 친구가 가르쳐준적 있는데 배우지 못했습니다. 저는 디지털과 거리가 먼 인간인 것입니다. 이번에도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사진을 받았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돕고 삽시다!! (응?)

관찰자 2025-05-0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요가디피카>의 세계까지 오셨군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5-05-08 13:38   좋아요 0 | URL
저 책은 그냥 요가 검색해서 넣은거에요 으하하하

감은빛 2025-05-0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만두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배가 고파서 더 맛있게 보이나봐요.
요가하러 멀리 다녀오셨군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25-05-09 08:07   좋아요 0 | URL
ㅋㅋ 감은빛 님 만두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냉동만두 사서 냉동실 넣어두고 집에서 간단하게 찜기에 쪄드세요. 프라이팬에 구워 드시거나. 술안주로도 끼니로도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5-05-09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도 오늘도 요가소년 만났습니다. 물론 화면으로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들어도 요가소년 목소리는 좋구요. 저도 언젠가..... 어디 밖에 나가서 요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요가소년 오프라인 요가는 좀 하고 싶네요.

다락방님 계속 찾아봤는데, 흠...... 예상되는 저 분이 맞을런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5-09 08:33   좋아요 1 | URL
물론 힘들기는 했지만 인요가 자체가 빡센 요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과 그 다음날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렸습니다. 근육통은 네, 짜릿합니다! ㅎㅎ
요가소년 목소리는 역시나 좋았고요. 후훗.

음, 단발머리 님이.. 어쩌면 저를 찾으셨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데모 - 데모하러 간다 아무튼 시리즈 63
정보라 지음 / 위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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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읽었던 아무튼 시리즈 중에 가장 ‘아무튼‘에 부합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정보라 작가가 데모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전국적으로 그리고 전세계적으로도 약자에게 연대하는 사람이었으며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데모하게 만드는 대한민국은 정말 똥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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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5-0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무튼 시리즈도 좋아하고 특히나 정보라 좋아해서 이 책도 구매했는데 읽는게 힘들더라구요........그래서 완독 못 했거든요.
얼른 다시 찾아봐야겠네요.

다락방 2025-05-09 08:43   좋아요 1 | URL
전 정말 매 꼭지마다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신 분이시더라고요. 저는 정보라 작가님의 소설도 몇 권 읽어보긴 했지만 이 책이 제일 좋았어요!! 이 책 읽으면서 단발머리 님이 왜 정보라를 좋다고 하시는지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싶은 분이어서 책을 열심히 사서 읽으려고요!!

단발머리 2025-05-09 08:46   좋아요 0 | URL
예전 인터뷰에서 정보라 작가가 그러더라구요. 세월호 아이들 이름이 이제 가물가물 하다고.....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아이들 이름을 다 외웠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요즘 자꾸 까먹는다... 그런 이야기 하시는데... 와... 이 사람 소설가 아니고 시인이네... (시인에 대해 환상 가지고 있는 사람) 그런 생각 들어서, 제게 정보라는 항상 최고. 최고는 정보라.
그니깐, 제게 정보라는 한강 작가님의 약간 명랑 버전..... 제게는 그래요. 아침에 정보라 토크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5-09 09:25   좋아요 1 | URL
저는 무엇보다 말이 곧 행동이 되는 사람이라는게 존경스러웠어요. 이 분의 책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는걸 드러내기 위한게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쓴거잖아요. 이런 경우는 지향하는 바이긴 하지만 사실 드문 케이스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로만 자기 자신을 포장하기 쉬운데 말예요. 일하다가 퇴근길에 힐 신고도 바로 시위에 참석하시고, 세월호에 대해 사람들이 잊을까봐 외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도 빠듯한 일정으로 참가하시고 정말 존경해야할만한 분입니다. 저는 얼마나 인생 편하게 살아온건가요! 휴..
 

2016년 6월 초, 나는 인생 최대의 무모한 여행을 감행했다. 영국 런던의 킹스칼리지에서 열린 한국학 학술대회에 가서 세월호 추모 방식에 대한 발표를 한 것이다. 학술대회는 6월 4일 토요일이었고 6월6일 월요일이 현충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6월 3일 금요일에 수업을 마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가서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방콕을 경유하여 17시간 비행 끝에 - P24

(예산과 일정에 맞는 비행기가 그것뿐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6월 4일 아침에 런던에 도착해 곧바로 학술대회장에 가서 발표를 한 뒤 숙소에서 쓰러져 자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면 6월 5일은 공중에서 사라지고 6월 6일에 귀국해 잠시 쉬고 6월 7일 화요일에 수업하러 가는 일정이었다.
왜 그런 짓을 했냐면, 2016년에 접어들자 아무도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5년 1주기 때처럼 광화문 현판 앞에 앉아 있기만 해도 경찰이 와서 차벽으로 막고 아버지들 목을 졸라 연행하고 어머니들 눈에 최루액을 뿌리거나 하지 않았다.
농성장에 보수단체들이 쳐들어오지도 않았다. 언론에서도 세월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 저지라든가 선체 인양이라든가 진상 규명을 위해서 할 일이 많은데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면 학술 발표라도 해서 어딘가의 논문 데이터베이스에 자료라도 남기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 한국 민속학을 연구하는 교수님과 공동으로 세월호 추모의 방식과 노란 리본의 기원에 대한 논문을 두 개 썼다. - P25

그러니까 이제는 경찰 개인이 노동자 몇 명을 대공분실로 끌고 가서 사람 대 사람으로 물리적 폭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21세기 대한민국 경찰은 기계문명의 화려한 결과물을 활용해서 무방비한 개인을 때리고 죽이고 위협한 뒤에 위협과 폭력과 살상에 사용된 비용을 피해자에게 물어내라고 강요한다. 그엏게 끝없는 재판과 소송이 빙글빙글 돌면서 노동자의 생명을 빨아먹고 가족의 삶까지 전부 으깨놓는다. - P110

2022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 유럽연합에 가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했지만 나의 지역학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검증된 논문을 조사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뉴스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모은 정보를 근거로 하여 내린 결론이다. - P137

전쟁은 끝나지 않고, 2023년 10월 7일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계속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고 하는데, 가자지구에는 독립된 군대가 없다. 한쪽에만 군대가 있고 한쪽만 일방적으로 폭격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다. 학살이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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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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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던 건 내가 궁금한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하는것. 나 역시 아마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을것처럼, 이 나라의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 놀랐고, 그래서 그를 비롯한 그의 지지자들이 '극단적 소수'이며 그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들을 두려움과 위험에 빠뜨렷는가가 궁금했던 거다. 이 책은 어떻게 사악한 지도자가 국민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가, 에 대한 이야기일거라고 짐작했다. 생각해보라, 계엄이라니. 그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다수의 의견일 수는 없지않나. 이건 윤석열이란 대통령을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를 떠나서 당연히 '극단적 소수'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내가 기대한 지점과는 약간 어긋나면서 그러나 크게 다르지는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트럼프라는 대통령이 미국에서 어떻게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혐오를 조장하고 불안으로 내모는가에 대한 것, 거기에는 그러나 트럼프라는 개인의 '악함'이나 '모자람' 혹은 '멍청함' 보다는 그렇게까지 만들었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제도가 있었던 거다. 


미국의 선거제도에 대해서 직접선거, 보통선거가 아니라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고나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도대체 왜그럴까, 이 선진국인 미국이 도대체 왜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걸까 의문이었지만 속시원한 답을 찾지는 못했었다. 그저 미국이라는 50개주의 연합국이 나름의 이유가 있는것인가보다 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보통선거의 표를 차지하면서도 선거인단제도로 인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힐러리 클린턴 같은 어쩔 수 없는 피해자가 나오는구나,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선거인단 제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를 가져오고 또 생각보다 그런 식으로 패자가 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선거인단 제도는 더 많은 다수의 표를 받았다해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그렇게 실질적으로 더 '적은' 표를 가지고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이건 상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모든 주가 인구수에 상관없이 두 명의 상원을 배출해야 하고, 그래서 인구 밀도에 따라 어떤 주는 상원이 과잉대표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상원에게는 하원에서 입법하고자 하는 사안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소수로 뽑힌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소수를 대표하는 대법관, 그리고 과잉대표되는 상원은 그동안 미국 역사를 통틀어 낙태 합법화를 무효화했고, 최저임금 상승도 방해했으며, 총기 소유 규제에 대한 것도 없던 일로 해버렸다. 미국의 국민 70프로가 낙태 합법화를 지지해도, 최저임금 상승을 원해도, 총기 소유를 하자고 아무리 외쳐도, 그 다수는 힘이 없었다. 


또한 민주주의 제도를 갖춘 모든 나라에서는 국민들 모두가 투표권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게 되는데, 미국은 '내가 유권자다' 라고 스스로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아, 미국이여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게다가 대법원 판사의 임기 제한이나 정년도 없이 종신제란다. 그렇다면 소수가 대표하는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가 언제까지고 대법원에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이 책에서 표현한 대로 '한 세대는 필연적으로 미래 세대의 손을 묶게(p.213)' 되는 경우가 아닌가. 


선거인단 제도는 결국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상원은 공화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에서도 선거인단 제도를 직접, 보통선거로 바꾸려는 시도가 아주 여러차례 일어났지만, 그러나 번번이 상원에서 막혔다고 한다. 제도가 국민을 힘들게 하는데 헌법을 바꾸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계속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니, 그러다보니 이 저자들이 책을 출간한 뒤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어게인, 을 미국은 기어코 일어나게 만든것이다.


물론 선거인단 제도가 아니어도 어떤 나라에서는 다수가 나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대한민국이 그랬다. 국민 다수가 뽑은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채 탄핵당해야 했다. 국민들이 이것이 옳지 못하다고 끊임없이 부르짖어서 우리는 이제 다시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지금의 국민들이 나쁜 선택을 다시 할 리 없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사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때도 그랬다. 나는 사람들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지는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더랬다. 그래서 나는 두렵다. 이번 대선이 아니라 그 다음 일들이 두렵다. 제2의 윤석열이 또 나올까봐 두렵지만, 사실 나는 지금 이 나라가 이준석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도 두렵다. 



나는 이준석을 사악한 선동가라고 생각한다. 그가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느냐 하면, 사실 그의 뚜렷한 업적이라는 것은 없다. 그는 30년 이상을 백수로 지내다가 국회의원이 되어서 한 달에 세후 급여를 9백만원 이상 받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여성을 혐오하고 장애인과 싸운은 걸 공개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그 생각을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젊은이들에게 '그래도 된다'는 싸인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초반에 나온 인용구에서 바로 이준석을 떠올렸다.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를 보호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이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반민주적인 극단주의자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다. 언론은 그들을 무시한다. 그리고 정치인과 기업가 및 사회적 평판을 우혀하는 제도권 인사들 모두 그들과의 접촉을 꺼린다. 하지만 유명 정치인들이 그들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할 때, 상황은 완전하 바뀐다. 극단주의자와 그들의 이념은 이제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주류 언론 역시 다른 정치인을 두둔하듯 그들을 두둔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인터뷰나 토론에 초대한다. 경영자들은 그들의 선거 운동을 후원한다. 그들을 외면했던 정치 컨설턴트들은 이제 그들의 전화를 받는다. 또한 개인적으로 동조했지만 감히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했던 많은 정치인과 활동가는 이제 거리낌없이 그렇게 한다. -p.74



『출근길 지하철』에서 '박경석'은 '실제로 이준석이가 그렇게 사실 왜곡해가지고 합리적으로 잘 포장해다가 전장연 직접행동 공격해대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그러자마자 전장연에 대한 혐오 발언이 대중들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증가를 했어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준석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박경석을 불러 토론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지만, 박경석을 비롯한 전장연의 시위를 비문명적이라 말하며 그것은 자신이 노상방뇨하는 것과 같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장애인들의 시위는 이준석이 노상방뇨하는 것과 동급이 되어버렷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언론은 자꾸 데려다가 마이크를 준다. 그에게 힘이 실리면서 여성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모든 젊은 남성들에게도 동시에 힘이 실린다.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 끔찍하다.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항의를 하고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라는데,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성별로 의견이 갈린다. 극단적으로. 거기에는 나쁜 시민들이 지지하는 나쁜 정치인이 있다. 그를 정치인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좀 저어되긴 하지만 말이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고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그를 탄핵해야 한다고 했을때,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은 나쁘지만', 탄핵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보엿다. 많은 국민들이 기막혀하고 놀랐듯이 나 역시 어떻게 그런 생각이 가능한지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계엄을 선포한 사람에게, 국민들의 자유를 앗아가려고 한 사람에게, 권력을 가지고 횡포한 사람에게 어떻게 계속 대통령의 권한을 주자고 그들은 주장할 수 있었던걸까. 그러다 거듭되는 그들의 부르짖음이 결국 그들 개인의 이득에 가 닿는다는 걸 알았다. 미국의 선거인단제도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데, 각 정당들은 그걸 이용하고자 '게리맨더링'을 한다고 한다. '경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몇몇 선거구에 집중적으로 몰아넣고 나머지는 다른 대다수 선거구에 골고루 분포시키는 방식으로 선거구를 구획함으로써 경쟁 정당의 표를 희석시킬 수 있다. 그런 경우에 경쟁 정당은 몇몇 선거구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선거구에서는 패하게 된다(p.262)' 는 거다. 그렇다. 선거구를 기획함으로써 권력을 잡고 싶은거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 정치인이 정치를 하고자 하는데에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은 사라진지 오래고 결국 자기 당선, 자기 권력을 위한 것이 되어버린거다. 나는 국민의 힘 다수 의원들이 계엄 후 보여준 태도에서 바로 그것을 보았다. 개인의 이익, 자신의 이익.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일단 그 대통령이 있는한 자신의 기득권은 보장받는다. 지금 살던대로 살면 된다. 그러나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라도 사라져버리면 그들의 기득권은 더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국민의 불안과 두려움 불안정을 인질로 잡아두고 자신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이기적임, 그게 그들에게 있었다. 



이 책의 42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결론적으로 프러시아 보수주의자들은 선거 패배 그 이상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p.42)


나는 이걸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힘 의원들은 윤석열의 탄핵 그 이상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치 세계에서는 권력이 권력을 만든다.(p.282)'



지금까지의 미국은 권력이 권력을 만드는 정치 세계를 갖고 그걸 유지해왔다. 그래서 저자들은 선거인단 제도의 개선부터 선거권 확보, 대법원 판사의 임기 제한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지켜야할게 무언지 이 책을 통해 제안한다. 대한민국의 정치도 권력이 권력을 만드는 정치였다.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잘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무수히 권력은 또다른 권력을 만들고 낳았고 유지했다. 민주주의 수호는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한다. 정치 세계에서 권력이 권력을 만드는 것을 지속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가 광장에 나갔듯이 나쁜 지도자를 뽑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히도 우리는 직접선거, 보통선거 제도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 이준석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을, 제2의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지 않는 것을 우리는 할 수 있다. 사악한 소수가 지도자가 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다수를 이끌고자 하는 걸 처음부터 방어할 수 있다. 



그리고 곧 대통령 선거이다.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는 이러한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민주주의는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시스템이다." 패배는 가슴 아프지만 민주주의 안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 P29

정당이 지는 법을 배울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때, 정권 교체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국민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 P36

결론적으로 프러시아 보수주의자들은 선거 패배 그 이상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 P42

두려움은 때로 사회를 독재로 되돌리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치권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더 중요하게는 기존의 지배적인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로 그러한 힘으로 작용한다. - P52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를 보호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이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반민주적인 극단주의자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다. 언론은 그들을 무시한다. 그리고 정치인과 기업가 및 사회적 평판을 우혀하는 제도권 인사들 모두 그들과의 접촉을 꺼린다. 하지만 유명 정치인들이 그들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할 때, 상황은 완전하 바뀐다. 극단주의자와 그들의 이념은 이제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주류 언론 역시 다른 정치인을 두둔하듯 그들을 두둔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인터뷰나 토론에 초대한다. 경영자들은 그들의 선거 운동을 후원한다. 그들을 외면했던 정치 컨설턴트들은 이제 그들의 전화를 받는다. 또한 개인적으로 동조했지만 감히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했던 많은 정치인과 활동가는 이제 거리낌없이 그렇게 한다. - P74

오늘날 다수는 과거에, 때로 아주 먼 과거에 내려진 의사결정으로부터 제약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첫째, 헌법은 수십 년, 혹은 수 세기 동안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세대는 필연적으로 미래 세대의 손을 묶게 된다. 법률ㅇ 이론가들은 이를 일컬어 ‘죽은 손의 문제problem of the dead hand‘라 부른다. 헌법 수정이 더 까다로울수록 죽은 손의 힘은 더 강력해진다. - P213

민주주의는 숫자의 게임이다. 즉,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이 승리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서는 다수의 표를 얻은 정당이 통치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때로는 선거에서 승리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 P248

1992~2020년 동안 치러진 모든 대선에서 공화당은 2004년을 제외하고 보통선거에서 패했다. 다시 말해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공화당이 더 많이 득표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해다. 그럼에도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그동안 ‘세 번‘이나 대통령이 되었다 이로써 공화당은 28년 중 12년간 대통령 자리를 유지했다. - P255

소수의 지배를 뒷받침하는, 그리고 당파적 편향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는 두 번째 기둥은 상원 제도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20퍼센트 미만을 차지하는 인구수가 낮은 주들만으로도 상원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전체 인구의 11퍼센트에 해당하는 주들만으로도 필리버스터로 입법을 가로막을 수 있는 충반한 상원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 P256

1980년에 태어나서 1998년, 혹은 2000년에 처음으로 투표한 미국인을 떠올려보자. 그가 성인이 된 이후로 민주당은 상원 선출을 위한 6년 단위의 보통선거에서, 그리고 한 번을 제외한 모든 대선의 보통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 대통령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그리고 공화당이 임명한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 체제에서 성인기의 삶 대부분을 살아가고 있다. 과연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신뢰할까? - P266

선거 제도가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게 과잉대표를 허용할 때, 그래서 정당들이 ‘유권자 다수를 확보하지 않고서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때, 유권자의 생각에 반ㄴ해야 할 압박이 줄어든다. 그럴 때 정당들은 그들의 주장을 확장해나가야 할 경쟁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내부에 집중함으로써 급진화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 P280

공화당은 시골 지역에 편향된 제도를 기반으로 전국적인 보통선거에서 계속 패하면서도 대선에서 승리하고 상원까지(그리고 결국 대법원도)장악했다. 말하자면 공화당은 경쟁해야 할 동기를 무디게 만드는 "헌법적 보호 장치"의 수혜자가 되었다. 그들은 전국적인 선거에서 자동적으로 먼저 출발하는 어드밴티지를 누렸고, 이를 통해 경쟁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 P281

반다수결주의 제도들은 전제적인 극단주의를 뒷받침할 뿐 아니라, 정치적 소수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를 더 강화한다. 그럴 때, 정치적 소수는 그 힘을 가지고 다른 제도에 대한 그들의 통제력을 더욱 강화한다. 정치 세계에서는 권력이 권력을 만든다. - P282

1945년 이후로 사법심사 제도를 도입한 민주주의 국가들 모두 고등법원 판사에 대한 정년 및 임기 제한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오랫동안 재임한 판사들이 미래 세대를 구속하는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 - P308

선거인단 제도를 보자. 전 세계 모든 대통령제 민주주의 국가들이 2-세기에 걸쳐 간접선거를 폐지했던 반면,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그대로 남았다. 선거인단 제도를 개혁하거나 폐지하려는 시도가 수백 번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 P311

너무나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헌법이나 법률이 보장하는 "투표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정헌법 제2조는 미국인에게 무기를 소지할 권리는 보장하지만, 헌법 어느 조항도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후 수정헌법은 인종(수정헌법 제15조)인아 성별(수정헌법 제19조)을 기준으로 투표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국민의 투표권을 적극적인 형태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많은 연방법도 모든 성인 시민에게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미국 정부는 역사적으로 투표를 어렵게 만들고 심지어 억압하기까지 했다. 지금도 미국은 유권자로 등록해야 할 책임을 전적으로 개별 시민에게 지운은 지구상 몇 안되는 국가(벨리즈 및 브룬디와 더불어)중 하나다. - P335

헌법은 결코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어쨌든 인간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제도가 설계자들의 예상과는 어긋난 임시방편의 차선책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매디슨이(해밀턴과 마찬가지로)상원의 평등한 주 대표 방식에 반대했음에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서 수적으로 밀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이렇게 만들어진 제도에 신성한 부분이란 없다. 그리고 대단히 잘 설계된 헌법조차 때로 수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헌법이 작동하는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그리고 때로는 대단히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법도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상태로 기능"할 수 없다. 국경은 변하고 인구는 증가한다.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이전 세대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한다. 평등이나 자유와 같은 근본 원칙은 그대로 남아 있겠지만, 사회 규범이 진화하면서 우리는 그 원칙을 정의하는 방식을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한다. - P346

민주주의 수호는 이타적인 영웅의 과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다는 말은 우리 자신을 위해 일어선다는 뜻이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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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6 0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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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6 16: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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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6 1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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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6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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