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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평점 :
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던 건 내가 궁금한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하는것. 나 역시 아마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을것처럼, 이 나라의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 놀랐고, 그래서 그를 비롯한 그의 지지자들이 '극단적 소수'이며 그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들을 두려움과 위험에 빠뜨렷는가가 궁금했던 거다. 이 책은 어떻게 사악한 지도자가 국민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가, 에 대한 이야기일거라고 짐작했다. 생각해보라, 계엄이라니. 그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다수의 의견일 수는 없지않나. 이건 윤석열이란 대통령을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를 떠나서 당연히 '극단적 소수'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내가 기대한 지점과는 약간 어긋나면서 그러나 크게 다르지는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트럼프라는 대통령이 미국에서 어떻게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혐오를 조장하고 불안으로 내모는가에 대한 것, 거기에는 그러나 트럼프라는 개인의 '악함'이나 '모자람' 혹은 '멍청함' 보다는 그렇게까지 만들었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제도가 있었던 거다.
미국의 선거제도에 대해서 직접선거, 보통선거가 아니라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고나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도대체 왜그럴까, 이 선진국인 미국이 도대체 왜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걸까 의문이었지만 속시원한 답을 찾지는 못했었다. 그저 미국이라는 50개주의 연합국이 나름의 이유가 있는것인가보다 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보통선거의 표를 차지하면서도 선거인단제도로 인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힐러리 클린턴 같은 어쩔 수 없는 피해자가 나오는구나,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선거인단 제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를 가져오고 또 생각보다 그런 식으로 패자가 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선거인단 제도는 더 많은 다수의 표를 받았다해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그렇게 실질적으로 더 '적은' 표를 가지고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이건 상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모든 주가 인구수에 상관없이 두 명의 상원을 배출해야 하고, 그래서 인구 밀도에 따라 어떤 주는 상원이 과잉대표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상원에게는 하원에서 입법하고자 하는 사안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소수로 뽑힌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소수를 대표하는 대법관, 그리고 과잉대표되는 상원은 그동안 미국 역사를 통틀어 낙태 합법화를 무효화했고, 최저임금 상승도 방해했으며, 총기 소유 규제에 대한 것도 없던 일로 해버렸다. 미국의 국민 70프로가 낙태 합법화를 지지해도, 최저임금 상승을 원해도, 총기 소유를 하자고 아무리 외쳐도, 그 다수는 힘이 없었다.
또한 민주주의 제도를 갖춘 모든 나라에서는 국민들 모두가 투표권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게 되는데, 미국은 '내가 유권자다' 라고 스스로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아, 미국이여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게다가 대법원 판사의 임기 제한이나 정년도 없이 종신제란다. 그렇다면 소수가 대표하는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가 언제까지고 대법원에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이 책에서 표현한 대로 '한 세대는 필연적으로 미래 세대의 손을 묶게(p.213)' 되는 경우가 아닌가.
선거인단 제도는 결국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상원은 공화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에서도 선거인단 제도를 직접, 보통선거로 바꾸려는 시도가 아주 여러차례 일어났지만, 그러나 번번이 상원에서 막혔다고 한다. 제도가 국민을 힘들게 하는데 헌법을 바꾸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계속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니, 그러다보니 이 저자들이 책을 출간한 뒤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어게인, 을 미국은 기어코 일어나게 만든것이다.
물론 선거인단 제도가 아니어도 어떤 나라에서는 다수가 나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대한민국이 그랬다. 국민 다수가 뽑은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채 탄핵당해야 했다. 국민들이 이것이 옳지 못하다고 끊임없이 부르짖어서 우리는 이제 다시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지금의 국민들이 나쁜 선택을 다시 할 리 없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사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때도 그랬다. 나는 사람들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지는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더랬다. 그래서 나는 두렵다. 이번 대선이 아니라 그 다음 일들이 두렵다. 제2의 윤석열이 또 나올까봐 두렵지만, 사실 나는 지금 이 나라가 이준석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도 두렵다.
나는 이준석을 사악한 선동가라고 생각한다. 그가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느냐 하면, 사실 그의 뚜렷한 업적이라는 것은 없다. 그는 30년 이상을 백수로 지내다가 국회의원이 되어서 한 달에 세후 급여를 9백만원 이상 받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여성을 혐오하고 장애인과 싸운은 걸 공개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그 생각을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젊은이들에게 '그래도 된다'는 싸인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초반에 나온 인용구에서 바로 이준석을 떠올렸다.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를 보호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이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반민주적인 극단주의자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다. 언론은 그들을 무시한다. 그리고 정치인과 기업가 및 사회적 평판을 우혀하는 제도권 인사들 모두 그들과의 접촉을 꺼린다. 하지만 유명 정치인들이 그들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할 때, 상황은 완전하 바뀐다. 극단주의자와 그들의 이념은 이제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주류 언론 역시 다른 정치인을 두둔하듯 그들을 두둔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인터뷰나 토론에 초대한다. 경영자들은 그들의 선거 운동을 후원한다. 그들을 외면했던 정치 컨설턴트들은 이제 그들의 전화를 받는다. 또한 개인적으로 동조했지만 감히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했던 많은 정치인과 활동가는 이제 거리낌없이 그렇게 한다. -p.74
『출근길 지하철』에서 '박경석'은 '실제로 이준석이가 그렇게 사실 왜곡해가지고 합리적으로 잘 포장해다가 전장연 직접행동 공격해대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그러자마자 전장연에 대한 혐오 발언이 대중들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증가를 했어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준석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박경석을 불러 토론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지만, 박경석을 비롯한 전장연의 시위를 비문명적이라 말하며 그것은 자신이 노상방뇨하는 것과 같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장애인들의 시위는 이준석이 노상방뇨하는 것과 동급이 되어버렷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언론은 자꾸 데려다가 마이크를 준다. 그에게 힘이 실리면서 여성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모든 젊은 남성들에게도 동시에 힘이 실린다.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 끔찍하다.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항의를 하고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라는데,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성별로 의견이 갈린다. 극단적으로. 거기에는 나쁜 시민들이 지지하는 나쁜 정치인이 있다. 그를 정치인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좀 저어되긴 하지만 말이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고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그를 탄핵해야 한다고 했을때,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은 나쁘지만', 탄핵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보엿다. 많은 국민들이 기막혀하고 놀랐듯이 나 역시 어떻게 그런 생각이 가능한지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계엄을 선포한 사람에게, 국민들의 자유를 앗아가려고 한 사람에게, 권력을 가지고 횡포한 사람에게 어떻게 계속 대통령의 권한을 주자고 그들은 주장할 수 있었던걸까. 그러다 거듭되는 그들의 부르짖음이 결국 그들 개인의 이득에 가 닿는다는 걸 알았다. 미국의 선거인단제도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데, 각 정당들은 그걸 이용하고자 '게리맨더링'을 한다고 한다. '경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몇몇 선거구에 집중적으로 몰아넣고 나머지는 다른 대다수 선거구에 골고루 분포시키는 방식으로 선거구를 구획함으로써 경쟁 정당의 표를 희석시킬 수 있다. 그런 경우에 경쟁 정당은 몇몇 선거구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선거구에서는 패하게 된다(p.262)' 는 거다. 그렇다. 선거구를 기획함으로써 권력을 잡고 싶은거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 정치인이 정치를 하고자 하는데에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은 사라진지 오래고 결국 자기 당선, 자기 권력을 위한 것이 되어버린거다. 나는 국민의 힘 다수 의원들이 계엄 후 보여준 태도에서 바로 그것을 보았다. 개인의 이익, 자신의 이익.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일단 그 대통령이 있는한 자신의 기득권은 보장받는다. 지금 살던대로 살면 된다. 그러나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라도 사라져버리면 그들의 기득권은 더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국민의 불안과 두려움 불안정을 인질로 잡아두고 자신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이기적임, 그게 그들에게 있었다.
이 책의 42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결론적으로 프러시아 보수주의자들은 선거 패배 그 이상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p.42)
나는 이걸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힘 의원들은 윤석열의 탄핵 그 이상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치 세계에서는 권력이 권력을 만든다.(p.282)'
지금까지의 미국은 권력이 권력을 만드는 정치 세계를 갖고 그걸 유지해왔다. 그래서 저자들은 선거인단 제도의 개선부터 선거권 확보, 대법원 판사의 임기 제한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지켜야할게 무언지 이 책을 통해 제안한다. 대한민국의 정치도 권력이 권력을 만드는 정치였다.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잘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무수히 권력은 또다른 권력을 만들고 낳았고 유지했다. 민주주의 수호는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한다. 정치 세계에서 권력이 권력을 만드는 것을 지속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가 광장에 나갔듯이 나쁜 지도자를 뽑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히도 우리는 직접선거, 보통선거 제도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 이준석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을, 제2의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지 않는 것을 우리는 할 수 있다. 사악한 소수가 지도자가 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다수를 이끌고자 하는 걸 처음부터 방어할 수 있다.
그리고 곧 대통령 선거이다.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는 이러한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민주주의는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시스템이다." 패배는 가슴 아프지만 민주주의 안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 P29
정당이 지는 법을 배울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때, 정권 교체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국민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 P36
결론적으로 프러시아 보수주의자들은 선거 패배 그 이상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 P42
두려움은 때로 사회를 독재로 되돌리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치권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더 중요하게는 기존의 지배적인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로 그러한 힘으로 작용한다. - P52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를 보호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이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반민주적인 극단주의자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다. 언론은 그들을 무시한다. 그리고 정치인과 기업가 및 사회적 평판을 우혀하는 제도권 인사들 모두 그들과의 접촉을 꺼린다. 하지만 유명 정치인들이 그들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할 때, 상황은 완전하 바뀐다. 극단주의자와 그들의 이념은 이제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주류 언론 역시 다른 정치인을 두둔하듯 그들을 두둔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인터뷰나 토론에 초대한다. 경영자들은 그들의 선거 운동을 후원한다. 그들을 외면했던 정치 컨설턴트들은 이제 그들의 전화를 받는다. 또한 개인적으로 동조했지만 감히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했던 많은 정치인과 활동가는 이제 거리낌없이 그렇게 한다. - P74
오늘날 다수는 과거에, 때로 아주 먼 과거에 내려진 의사결정으로부터 제약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첫째, 헌법은 수십 년, 혹은 수 세기 동안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세대는 필연적으로 미래 세대의 손을 묶게 된다. 법률ㅇ 이론가들은 이를 일컬어 ‘죽은 손의 문제problem of the dead hand‘라 부른다. 헌법 수정이 더 까다로울수록 죽은 손의 힘은 더 강력해진다. - P213
민주주의는 숫자의 게임이다. 즉,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이 승리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서는 다수의 표를 얻은 정당이 통치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때로는 선거에서 승리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 P248
1992~2020년 동안 치러진 모든 대선에서 공화당은 2004년을 제외하고 보통선거에서 패했다. 다시 말해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공화당이 더 많이 득표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해다. 그럼에도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그동안 ‘세 번‘이나 대통령이 되었다 이로써 공화당은 28년 중 12년간 대통령 자리를 유지했다. - P255
소수의 지배를 뒷받침하는, 그리고 당파적 편향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는 두 번째 기둥은 상원 제도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20퍼센트 미만을 차지하는 인구수가 낮은 주들만으로도 상원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전체 인구의 11퍼센트에 해당하는 주들만으로도 필리버스터로 입법을 가로막을 수 있는 충반한 상원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 P256
1980년에 태어나서 1998년, 혹은 2000년에 처음으로 투표한 미국인을 떠올려보자. 그가 성인이 된 이후로 민주당은 상원 선출을 위한 6년 단위의 보통선거에서, 그리고 한 번을 제외한 모든 대선의 보통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 대통령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그리고 공화당이 임명한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 체제에서 성인기의 삶 대부분을 살아가고 있다. 과연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신뢰할까? - P266
선거 제도가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게 과잉대표를 허용할 때, 그래서 정당들이 ‘유권자 다수를 확보하지 않고서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때, 유권자의 생각에 반ㄴ해야 할 압박이 줄어든다. 그럴 때 정당들은 그들의 주장을 확장해나가야 할 경쟁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내부에 집중함으로써 급진화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 P280
공화당은 시골 지역에 편향된 제도를 기반으로 전국적인 보통선거에서 계속 패하면서도 대선에서 승리하고 상원까지(그리고 결국 대법원도)장악했다. 말하자면 공화당은 경쟁해야 할 동기를 무디게 만드는 "헌법적 보호 장치"의 수혜자가 되었다. 그들은 전국적인 선거에서 자동적으로 먼저 출발하는 어드밴티지를 누렸고, 이를 통해 경쟁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 P281
반다수결주의 제도들은 전제적인 극단주의를 뒷받침할 뿐 아니라, 정치적 소수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를 더 강화한다. 그럴 때, 정치적 소수는 그 힘을 가지고 다른 제도에 대한 그들의 통제력을 더욱 강화한다. 정치 세계에서는 권력이 권력을 만든다. - P282
1945년 이후로 사법심사 제도를 도입한 민주주의 국가들 모두 고등법원 판사에 대한 정년 및 임기 제한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오랫동안 재임한 판사들이 미래 세대를 구속하는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 - P308
선거인단 제도를 보자. 전 세계 모든 대통령제 민주주의 국가들이 2-세기에 걸쳐 간접선거를 폐지했던 반면,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그대로 남았다. 선거인단 제도를 개혁하거나 폐지하려는 시도가 수백 번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 P311
너무나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헌법이나 법률이 보장하는 "투표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정헌법 제2조는 미국인에게 무기를 소지할 권리는 보장하지만, 헌법 어느 조항도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후 수정헌법은 인종(수정헌법 제15조)인아 성별(수정헌법 제19조)을 기준으로 투표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국민의 투표권을 적극적인 형태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많은 연방법도 모든 성인 시민에게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미국 정부는 역사적으로 투표를 어렵게 만들고 심지어 억압하기까지 했다. 지금도 미국은 유권자로 등록해야 할 책임을 전적으로 개별 시민에게 지운은 지구상 몇 안되는 국가(벨리즈 및 브룬디와 더불어)중 하나다. - P335
헌법은 결코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어쨌든 인간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제도가 설계자들의 예상과는 어긋난 임시방편의 차선책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매디슨이(해밀턴과 마찬가지로)상원의 평등한 주 대표 방식에 반대했음에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서 수적으로 밀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이렇게 만들어진 제도에 신성한 부분이란 없다. 그리고 대단히 잘 설계된 헌법조차 때로 수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헌법이 작동하는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그리고 때로는 대단히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법도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상태로 기능"할 수 없다. 국경은 변하고 인구는 증가한다.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이전 세대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한다. 평등이나 자유와 같은 근본 원칙은 그대로 남아 있겠지만, 사회 규범이 진화하면서 우리는 그 원칙을 정의하는 방식을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한다. - P346
민주주의 수호는 이타적인 영웅의 과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다는 말은 우리 자신을 위해 일어선다는 뜻이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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