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는 예술 - 우리는 각자의 슬픔에서 자란다 아르테 S 1
강성은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론 이런 책은 의미는 있긴 하지만 시류에 편승한 기획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기획된 책이라서인지 글쓴이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글쓰기도 아니었던 것 같다. 가독성이 떨어짐. 특히 박연준 글 보면서 ‘흠, 왜 이정도인 거지..‘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미니스트로 사는 건 결코 편한 길이 아니다. 일상의 사사로운 수많은 불편함에 노출되는 일이다. 게다가 아주 자주 모순에 맞닥뜨리게 되고. 친하게 지내는 남자사람들과 다투고 사이가 틀어지는 일들도 그렇고, 이성애 연애를 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내가 이 남자 앞에서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가. 나아가서, 내가 이 '남자'와 연애를 해도 되는 것인가.. 까지. 남자 앞에서 사랑받고 싶다, 예뻐보이고 싶다는 욕망은 나의 자연발생적인 것인가 이 세상이 내게 강요한 것인가 .. 한 인간이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주 나의 부족함에 고통스럽다.


이성애 앞에서의 갈등도 많겠지만 직장 내에서의 갈등은 또 어떠한가.


나는 오늘 이 갈등 앞에 처절하게 무너져내릴 것만 같다.


내가 하는 일은 페미니즘과 가장 거리가 먼 일이고, 성적대상화에 쉽게 오르내리는 직업군에 있다. 또한, 하아- 내가 그토록이나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늙고 돈많고 지위 있는 남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 게다가 그 특징상 가부장제와 권력에 쩔어있어... 화를 참지 못하고 툭하면 소리 지르는 것이 특징인 사람....이세상 하등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존재. 있으면 그저 유해한 존재.. 그런 존재와 일하려다 보니 속이 타들어갈 때가 한두번이 아니고, '원래 저런 사람이다' 라고 무심히 넘기려고 해도, 그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무심할 수가 있어. 물론 예전보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야 훨씬 강해지고 단단해졌지만, 그렇다고 내가 늘상 잘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늙은 남자의 사소한 짜증이 나의 화를 너무나 불러일으켜. 내 스트레스를 지켜본 회사 동료가 '차장님같은 꼴페미가 그 사람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니 극과극의 상황에서 진짜 버티기 힘들겠어요' 라고 말한다. 하아-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왜 이곳을 박차고 나가지 않는것인가...



지금으로서는 1년만, 길어도 2년만 더 버티자 싶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면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꿔 나가자고.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 20년이상을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여자로서 일하는 것의 참담함'에 마주쳤는가. 게다가 '을로서의 참담함'까지...



그렇게 오늘은 상사 앞에서, 직업 앞에서 자꾸만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내가 바란 직업은 이게 아니었고, 내가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도 나는 이 일을 하는게 아니었다. 다만, 더 높은 연봉을 받아들이며 이 부서에 불려왔을 뿐인데, 그 연봉은 나의 스트레스 비용이었어.

이 부서로 옮김으로써 그리고 이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써 그간 들어온 무수한 말들도 생각난다. 일전에 구남친 중 한 명은 '니 직업에 대해 가족들한테 말하지 못했어, 그러면 너 예쁘고 날씬한 줄 알까봐' 라고 말을 했었고, 또 어떤 남자는 '그 직업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닌가 보네' 라고도 했었다. 그들도 세월만큼 더 늙었을텐데, 하등 쓸모없는 남자가 되어있겠지, 그 때처럼....



앞으로 일 년, 길면 이 년. 나는 무사히 이 날들을 참아낼 수 있을 것인가.

왜 참는 것은 내 몫이어야만 하는걸까. 내가 을이니까 그런건가...

출근길에 도넛츠를 잔뜩 사왔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늘 너무 힘드네. 여자인것도, 을인것도 힘들어...





어제 출글길에 읽었던 혁명의 영점에서 '우편주문 신부'라는 단어를 보았다. 어휴, 한숨부터 나오는데, 자, 우리 다같이 깊은 한 숨 쉬고 읽어보자.




특히 일부 아시아(태국, 한국, 필리핀) 지역에서 섹스산업과 섹스관광이 대중화되어, 베트남전 이후로 이런 국가들을 휴양 및 레크리에이션 지역으로 이용해 온 미군을 비롯한 국제 고객들에게 봉사 하고 있다. 1980년대 말 태국 한 곳에서만 5천2백만 명의 인구 중 백만 명의 여성들이 섹스산업에 종사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 종종 노예에 가까운 조건에서 매춘부로 일하는 "제3세계"또는 그사회주의 국가 출신 여성들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고 있다.

1980년대에 국제적으로 성행했던 "우편주문 신부"라는 이름의 "밀매"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한 곳에서만 매년 약 3천5백 명의 남성들이 우편주문으로 여성을 선택하여 결혼한다. 신부들은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의 최빈지역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며, 러시아 같은 구사회주의 국가 출신 여성들 역시 이를 이민의 방법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1979년에는 7,759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이 방법을 이용해서 필리핀을 떠났다. "우편주문 신부"라는 이름의 밀매는 한편으로는 여성들의 빈곤을,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과 미국 남성들의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이용한다. 이런 남성들은 고분고분한 아내를 원하고, 해당 국가에서 머물기 위해 자신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취약점을 쥐고 흔든다.(p.132-133)



이 페이지를 읽다가 구석에 작게 '버스데이 걸' 이라고 메모를 해두었다. 까먹지 않고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였는지 아니면 졸업 후였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아주 오래전에 '니콜 키드먼' 주연의 《버스데이 걸》이 바로 그 우편주문 신부가 나온 영화인 것 같은 기억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러시아 여자로 가장하고 신부가 되기 위해 주문되어온 여자, 그래서 할 줄 아는 말은 'yes' 밖에 없었는데, 알고보니 이 여자가 사실은 러시아 여자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여자였다... 뭐 이런 흐름이었던 것 같다.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이정도밖에 안나는데, 내 기억이 맞나 싶어 나는 니콜 키드먼을 검색창에 넣고 검색해 보았다.
















줄거리를 읽다보니, 맞아, 그러고보니 마지막에 남자가 살인 사건의 포로가 되는 것도 같았던 것도 같다..



[작품 소개]

평범한 소시민 존 버킹검은 근소한 차이로 과장 승진에서 누락되지만, 은행 금고 열쇠의 보관자로 임명된다. 언젠가 곤란에 처한 상황에서 훌륭하게 접객한 일도 있고, 소위 10년 근속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맡겨진 업무인 셈이다. 평소 말수가 적어 가깝게 지내는 동료도 없다. 태어나 자란 곳에서 줄곧 생활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인지도는 높지만, 적극성의 결여로 호감도는 낮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개척 정신은... ‘0에 가깝다. 런던에서 60킬로 정도 떨어진 교외 센트 올반즈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고, 현재 사귀는 여자 친구도 없다.

 

지극히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던 존은 문득, 삶의 변화를 결심한다. 어찌 보면 비참할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론 용기있는 행동이기도 한 러시아로부터 사랑을"이란 웹 사이트를 통해 신부를 주문한 것이다. 모스크바발 236편으로 도착한 신부를 본 순간, 존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러시아 여성 나디아. 하지만, 황홀한 순간도 잠시. 그녀는 사이트에서 보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무조건 ‘YES’만을 중얼거리며, 연신 담배를 피워댈 뿐이다. 무엇보다도 대화를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열쇠라고 생각하는 존에게 나디아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날이 밝기 무섭게 그녀를 반품하려던 존은 갑작스레 덮쳐오는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그녀의 현란한 바디랭귀지에 완전히 포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두 사람은 자신들만의 색다른 로맨스를 만들어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나디아의 생일을 맞아 러시아에서 사촌 오빠라는 유리와 그의 친구 알렉세이가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무례하고 폭력적인 그들로 인해 존의 평화로운 일상은 뒤죽박죽이 된다. 급기야 참다못한 존의 집에서 나가달라는 요구가 엉뚱하게 꼬이면서, 두 사람은 나디아를 인질로 존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나디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0년간 근속해온 은행을 털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 존. 대체 나디아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시 위의 인용문이나 위 작품소개를 읽고 '여자들도 자기가 원하니까 신부로 팔려가겠다고 등록한 거 아니냐'라고 반박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런 거 어디가서 반박하지 말고 조용히, 구석에 찌그려저서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를 읽자. 모르면 막 말하면 안되고, 알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게 먼저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신부를 주문한 남자가 도착한 신부인 니콜 키드먼을 보고 너무나 아름다워 놀라며 좋아했던것 같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예뻤던 외모에 놀랐겠지. 만약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정말 있는 현실 그대로를 반영한 것이었다면 영화는 어땠을까. 우편으로 주문한 신부가 자기 생각과 달리 못생겼다면? 그랬다면 그들은 '반품'을 요청했을까?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에서는 신부를 주문한 남자가 착하고 순한 남자였던 걸로 나오고, 운좋게(?) 예쁜 여자를 신부로 맞아 들이게 나오는데, 나중에 사건이야 어떻게 흘러가든, 그러니까 인질이 되고 뭐 그렇든말든, 이 영화는 현실을 지나치게 미화해서, 아니 미화라기 보다는 구라에 가깝지 않나... 머릿속 '신부 사기'로 만들어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지금 기억이 안나서 이렇게 얘기하지만, 막상 보고나면, '아 이것은 우편주문 신부라는 제도를 까기 위해 만든 영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까? 그것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인걸까? 아아, 기억이 안나 모르겠다.



영화속 주인공도 그렇고 그리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남자는 '여자 없이' 못사는걸까? 외롭고 힘들면 여자를 만나야만 하는걸까? 너무 혼자 못서는 거 아닌가? 외국에서 신부를 '사와서' 결혼하는 남자들은 정말 '사랑을 하고 싶었으나 짝을 찾지 못해'라기 보다는 집에서 밥 차려주고 아이 낳아줄 여자를 원하는 것 같다. 그것이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거야? 뭐 그렇게 잘난 씨라고 퍼뜨리길 원해. 밥 스스로 해먹으면 되잖아. 요즘 전기밥솥이 밥 맛있게 잘해준다. 먹자마자 설거지하면 설거지 쌓이지 않고.


그러고보면 오래전에도 '술마시자'고 전화하는 남자들 보면 '다른 여자애들 데리고 나와'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나 지금 내 친구들하고 술마시는데 너도 술마시면 다같이 이리로 와' 라고 했었고. 무수히 들었던 말 중에는 '남자끼리 영화를 왜 보러 가', '남자들끼리 어떻게 노래방을 가' 였는데, 남자끼리 영화도 못보고 노래방도 못가면 어디 가요? 안마방? 룸싸롱? 어휴.. 여자 만나 술마시는 거 말고는 문화생활을 전혀 안하니... 남자들끼리 영화도 못보고 노래방도 안가면... 뭐해? 술 마시는데 꼭 여자들 부르려고 하는 것도 '남자들끼리 술마시면 무슨 재미냐'는 거였는데 ㅎㅎ 니네는 니네끼리 만나서 술마시면 재미도 없는데 뭐하러 만나서 그렇게 술 많이 마시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들끼리 재미없으면 재미있는 다른 친구를 사귀면 되잖아. 뭐 자기들끼리 할 줄 아는 게 없어. 아니, 여자 만나면 왜 갑자기 재미있어지는거야? 여혐을 스포츠로 즐기니까?




위에 인용한 우편 주문 신부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6장 신국제노동분업에서 재생산과 여성주의 투쟁> 에 나온다. 책 한 권에 죄다 밑줄 긋고 싶을만큼 명징한 내용들로 가득한데, 실비아 페데리치님, 앞으로 님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책을 써주셔서 감사해요. 이토록이나 날카롭고 지성적인 여자분이라니, 나는 또 넘나 좋은 것이다.



언론은 우리가 그렇게 믿기를 바라지만, 끝나지 않는 전쟁, 학살,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 난민으로 전락한 모든 사람들, 기근 등, 이 모든 것이 인종적, 정치적, 종교적 갈등을 강화한 극적인 빈곤화의 결과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참혹한 상황은 그 무엇도 이윤의 논리를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와 토지관계의 사유화를 위해 필요한 보완장치이고 최근까지 토지와 자연자원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이를 빼앗아 다국적 기업들에게 넘기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다. (p.127)




몇 해전에 홍콩을 처음 갔을 때, 그곳에서 가사노동을 하던 외국인 여성들을 보고 엄청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다같이 바깥에서 한 데 모여 나와 쉬던 장면. 처음에는 그 장면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기사들을 보고 알게됐었다. 그리고 실비아 페데리치는 '신시아 인로'의 관찰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신시아 인로Cynthia Enloe 의 관찰처럼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이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유럽, 미국, 캐나다의 정부들이 여성운동의 기원과 맞닿아 있는 가사노동위기를 해결하고, 수천 명의 여성들을 "해방시켜" 가외家外 노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그리 많지 않은 정도의 급료에 집을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며 음식을 만들고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필리핀 또는 멕시코 여성들 덕분에 많은 중산층 여성들이 생활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원치 않는 또는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노동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법"은 여성 내에 "하녀-주인여성"관계를 만들어내고, 이 관계는 가사노동을 둘러싼 편견, 즉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돈을 적게 지불해야 하고 가사노동에는 분명한 경계가 없다는 등등의 가정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적이다. 게다가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국가가 아닌) 여성이 재생산노동을 전담하게 되기 때문에 남성파트너와 가사노동분담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할 일이 사라지면서 가족 내 노동분업에 저항하는 투쟁이 약화된다. 이민자여성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가사노동자는 월급이 박한데다, 자신의 가족을 남겨두고 온 입장에서 다른 이들의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자로 취업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선택이다. (p.130-131)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내가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갔던 것들이 책을 읽다 보면 '아, 이게 그거였구나' 하고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경험들은 의미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홍콩에 갔을 때 마주친 풍경들이 오래 남았고 그래서 오래 홍콩을 싫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홍콩만의 문제일까. 나는 세계 어디를 가도 빈부차를 눈앞에서 목격했더랬다. 싱가폴에서 호텔에 들어와 틀어둔 텔레비젼에서는 명품 광고를 해댔지만, 내가 바깥으로 나가서 만나는 풍경은 그렇지 못했으니까. 물론, 그건 내가 이 나라에 오래 살면서 스스로 실감하는 바이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는 삶과 내가 보았던 나와는 다른 삶이 결국은 여성혐오라는 것에서 하나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빈곤이 어디에나 있듯 여성혐오도 어디에나 있으니까. 또한 빈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공격하는 대상이 바로 여성이니까.



꼭꼭 씹어가며 읽느라고 읽고 있지만, 내가 이 책을 좀 더 잘 읽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똑똑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똑똑하지 않다는 것만 이렇게 더 잘 인식하게 될까. 그래도 똑똑한 여자들의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 내가 세상의 모든 강간범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똑똑한 여자의 글을 읽고 쓰면서 그리고 또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내가 인용하면서 여성 작가가 한 번 더 언급된다. 그 말은 누가 한 말이야, 누가 그렇게 했는데, 라고 하는 것들의 많은 퍼센테이지를 여성들의 것으로 바꾸고 싶다. 결국은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혐오에서도 더 멀어질 수 있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 알쓸신잡에 남자들만 수두룩하게 나왔던 것처럼, 그런 것들만 많이 보고 읽다보면 인용하는 것들이 죄다 남자들의 입을 빈 것이니까. 나는 세상에 더 많은 여자들의 생각과 사고가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말하여야 하고.



2월이 어느틈에 사흘 밖에 안남게 되었을까.

오늘 출근길도 그리고 회사에서도 너무 힘들어서, 얼른 가버려랴 2월, 했다. 그래도 가장 짧아 아쉬운 달인데, 이러면 안되는 거겠지. 남은 날들 잘 지내보자, 2월. 그리고 내가 이번 달 안에 혁명의 영점 다 읽을게.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02-27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들어 알라딘에서 읽은 글 중에 제일 좋은 글이다...... 😍

다락방 2019-02-27 21:59   좋아요 1 | URL
아이쿠, 너무 근사한 칭찬이다! 🥰

2019-02-28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3-04 12:03   좋아요 0 | URL
지적해주신 부분 수정했습니다. ㅎㅎ
제가 걍 알라딘 창 열고 다다다닥 등록하기 때문에 제 오탈자를 넘겨버리기 일쑤에요. 앞으로도 많은 지적 부탁드려요.

심술 2019-03-0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보다 직급이 낮은 다락방님 사무실 사람들 가운데
다락방님을 ‘꼴페미‘라고 아무 걱정 없이 부르는 이들 비율이 문득 궁금해요.
몇 퍼쎈트인지 알 수 있나요?

다락방 2019-03-04 12:04   좋아요 0 | URL
아, 딱 두 명 밖에 안돼요. 평소 저랑 친하고 사적인 이야기 나누는 직원이 두 명밖에 없답니다. 다른 직원들과는 딱히 이런 얘기를 하진 않아요. 퍼센테이지는 그래서 의미 없을 것 같아요.

심술 2019-03-06 10:26   좋아요 0 | URL
잘 알았습니다.
 















자, 달이면 달마다 오는 바로 그,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 알립니다.

3월의 같이읽기 도서는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입니다.


제가 오늘 바빠서 미친듯이 일하다보니, 퇴근시간에야 퍼뜩, 아이고야? 이번주말은 벌써 3월이 되네? 했지 뭡니까? 그래서 같이읽는 분들 미리미리 책 준비하시라고 부랴부랴 3월 도서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일전에 한 번 예고한 바도 있지만, 자,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 다들 읽을 준비 단단히 하시고요.



내일쯤 《혁명의 영점》페이퍼도 하나 올릴겁니다. (오늘 올리고 싶었는데 일이 많아서 ㅠㅠ)

그런데 여러분 어째서 왜 때문에 혁명의 영점 페이퍼는 올라오지 않는가...왜때문이죠?

그리고 캘리번과 마녀도 왜 때문에 완독인증한 사람이 없는거죠? 왜 때문이죠?

여러분 지치는가..

지치지마요...

기운내요.

힘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2월 이제 며칠 안남았어요. 힘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 저는 혁명의 영점 2월 안에 끝낼 예정이고 3월에 바로, 가부장제의 창조 갑니다. 고고씽!!

같이 하실 분들은, 자, 같이해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2-25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월에 <가부장제의 창조> 같이 읽을께요 .
<캘리번과 마녀> 오늘 다 읽었는데 페이퍼를 못 써서...
여기에다가 변명 쓰면 되는거죠? ㅎㅎㅎㅎ
<혁명의 영점> 시작하자마자 <가부장제의 창조> 들어가야겠군요.
얼른 주변 정리하고 돌아올께요^^

다락방 2019-02-25 19:56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사실 저는 좀 무섭고 떨리고 그래요. 가열차게 읽어왔는데 가부장제의 창조를 소화할 수 있을까? 막히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ㅜㅜ 저는 일단 목요일까지 혁명의 영점 끝내고요, 다음주부터 가부장제의 창조 들어갈까 해요.
정리 차분히 하고 돌아오세요, 단발머리님. 기다릴게요. 항상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공쟝쟝 2019-02-25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독서 클럽(?)에 지치지 않았어요!!! 마감이 안끝날뿐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진짜 너무 읽고 싶은데 일끝내고 나면 아무 생각이 없어서 가벼운 책들만 보다 자네요. 이번껀 끗나면 일주일내내 밀린 책들 다 읽을 거에요 약속약속!!!

다락방 2019-02-26 08:39   좋아요 2 | URL
ㅎㅎ 쟝쟝님, 제가 쟝쟝님과 이 시간들을 같은 책으로 함께 보내게 되어서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모르실겁니다. 전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혼자 읽는 것도 의미있지만 같이 읽고 있는 사람이 저 어딘가에 있다는 게 저는 너무너무 좋아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늘. 게다가 지치지 않으셨다니, 저도 힘이 되네요. 우리 계속 힘차게 달려봅시다. 쟝쟝님 일이 밀리신 것 같아 부담..을 드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지만 ㅠㅠ
천천히 가요, 쟝쟝님. 우리 천천히 갑시다. 그래야 꾸준히, 오래, 힘내서 가지요. 헷.

지난번에 쟝쟝님이 자라고 있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우리 같이 성장합시다!

공쟝쟝 2019-02-26 09:41   좋아요 1 | URL
제가 독서 년차도 아주 짧고 이바닥 (?) 사람들 처럼 넓고 깊은 독서력에 비하면 넘 미비한 초짜 독서쟁이라 책읽는데 시간이 오래걸려요 ㅜ_ㅜ 게다가 요 페미니즘 책들은 심호흡하고 읽지 않으면 (누워서 읽을 수는 없더라고요) 안되는 장르에 두꺼워서 조금씩 밀리네요. 아주 기분 좋은 부담감이고 긴장감이구, 그래도 한발한발 함께 읽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의미있고 좋아요. 그러니까 함께 해요! 락방님! 쿄쿄... 전 그럼 ....... 일하러.......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

2019-02-26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6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2-2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그 외침속엔 제 지분이 상당하겠네요. ㅠㅠ
바쁘신 다락방님께서 꾸준히 달리고 계시는데도 함께 달리지 못해 죄송하네요.
몇주간 시간이 안 났던 것도 있고, 가볍게는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는 말... 전혀 변명이 안되겠죠?? ^^;;;
위의 쟝쟝님 말씀과 비슷하게 저는 너무 심호흡하고 읽으려하다보니 글을 1도 안쓰는 상황이네요.
너무 돌다리를 두드리고 가고 있었네요. ^^;;
다행인건 지치진 않았어요! (이것도 변명이 될지? ;;)

현재상황은 오늘내로 얼마안남은 캘리번과 마녀 다 읽고 바로 이어서 혁명의 영점도 읽을예정입니다.

최대한 2월 책은 2월에 끝내도록 할려구요.

아, 3월 만큼은 꾸준히 글 쓰겠다는 의미(?)로 3월도 당연히 함께 할께요!

다락방 2019-02-26 14:27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지치지 않았다는 말씀이 정말 반갑습니다. 게다가 그 말은 제게 힘이 됩니다.
옆에 같이 가는 동료가 지치지 않는다는 거, 정말 좋잖아요! 함께 힘을 내봅시다.
그리고 3월에도 함께 읽겠다 해주셔서 감사해요. 블랙겟타님과 제가 함께 책을 읽는 일이 그 전에도 없었을 뿐더러 아마 앞으로도 드물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렇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기꺼이 동참해주셔서, 어쩌면 전무후무할지도 모를 일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네요.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3월엔 좀 더 자주 만나요, 블랙겟타님! 3월 도서 미리미리 준비해 두시고요! 후훗.
 

주말에는 여동생네 가족이 왔었다. 일요일인 어제는 미세먼지는 있었지만 날이 좋아, 여동생과 조카들과 함께 올림픽공원엘 갔다. 아이들이 뛰고 소리지르는데, '뛰지마!' , '소리지르지 마!' 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어서 너무 좋았다. 저렇게 뛰어노는 게 좋은 아이들한테 집 안에서는 뛰지 말라고, 살살 걸으라고 말해야 하는 이 슬픈 현실. 흙 ㅜㅡ


그렇게 아이들과 놀이터에서도 시간을 보내고 또 미술관 앞 조각상들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걷는데, 열살 조카인 타미와 내가 싸우게 됐다. 아주 사소한 것 때문이었는데, 소마미술관 앞 조각상 중 하나를 보고 내가 '성모마리아인가보다!' 한거다. 타미는 쪼르르 달려갔는데, 작품명에 <이불을 뒤집어 쓴 여인>이라고 되어 있는가 보았다.


"이모 이불 뒤집어쓴 여인이라잖아!"


하는 게 아닌가.


"아, 그래? 이모는 성모마리아인 줄 알았지."

"이모, 성모 마리아면 기도를 하고 있었겠지!"

"야, 아무리 성모 마리아라도 24시간 365일 기도만 하겠어? 밥도 먹고 똥도 싸고 잠도 자고 쉬기도 해야지!"

"이모, 성모 마리아가 성당에 있지 여기 왜있어!"

"그럴 수도 있지!"

"이모, 생각좀 해!"

"이모 나름대로 생각했거든?"

"더 생각해!"

"야, 니 이모만큼만 깊이 생각하라 해!"



이러면서 싸운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놈의 자식이 지 이모한테 생각 좀 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모, 이모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ㅜㅜ



그리고 걷다가 나는 여동생에게 영화 《어드리프트》에 대해 얘기해줬다. 줄거리도 얘기해주고 또 내 생각도 곁들여서. 그거 보고 나니까, 나는 이랬고 저랬고... 그런데 옆에서 내 손을 잡고 걷고 있던 타미가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었는가 보다.



"이모, 그거 진짜 있었던 일이야?"

"응.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래. 그 주인공은 지금 할머니가 되어서도 계속 항해한대."



그랬더니 정말이냐며 되게 재미있어 하는 거다.



"타미야, 재밌지?"

"응, 이모 얘기 또 해줘!"

"또 해줄까?"

"응!!"



하아- 그런데 무슨 얘기중에 충동적으로 어드리프트 얘기를 한거라, 내가 타미에게 적합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나 생각해도 퍼뜩 떠오르질 않는 거다. 가만있자, 뭐가 좋을까. 나는 나의 독서앱과 알라딘에 들어와서 화면을 넘겨보며, '가만있자, 뭐가 좋을까~' 했는데, 타미는 기다리다말고, "이모, 열 셀 동안 얼른 시작해!" 하더니 카운트다운을 하는거다. 요놈의 자식..



최근에 내가 읽은 책들은 죄다 페미니즘 도서라서, 여동생에게라면 《캘리번과 마녀》에서의 마녀사냥까지의 흐름을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이게 고작 열 살 된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몰라 숙숙 넘기다가, 오오, 《파리의 노트르담》얘기를 해주기로 했다.



"타미야, 이건 영화로도 있고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아주 유명한 이야기야."

"이모, 진짜 있었던 일이야?"

"아니, 이건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인데, 실제 있을법한 이야기이지."



이러면서 얘기를 시작했는데, 아아, 작품 선정 잘못했어... 일단 콰지모도가 기형의 외모로 태어나 사람들에게 멸시 받고 성당의 종치기... 이것을 설명하기에 몹시 난감했고, 에스메랄다가 집시 여인인데 왜 미움을 받는지 설명하기도 너무 난감했고...그래서 건너뛸 건 건너뛰고 하면서 이야기를 짧게 끝내는데, 그 과정에서 타미는 내 이야기를 되돌려가며 질문도 하고 재미나게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너무 후회가 남아. 다른 이야기로 해줄걸, 괜히 그걸 이야기해서 중간에 '미친 여자'라는 워딩을 쓴 게 너무 걸리고... 다르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아, 시간을 돌리고 싶지만 이미 입밖으로 낸 이야기를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그 미친여자 대신에 뭐라고 해야 했을까를 어제 고민하는데, '이상한 수녀님'이라고 했어야 했나... 아아 ㅠㅠ



아이를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구나, 라고 내심 자책하는 오후였다. 그래도 귀 쫑긋하고 이야기 듣는 조카를 보는 건 너무 좋았어!



그리고 밤.



제부와 조카들은 집에 돌아가고 여동생만 남았다. 다음날 서울 일정 때문에 그리했는데, 다른 방에서 따로 자겠다던 여동생은 자기 전에 내 방에 왔다.


"그냥 여기서 자."

"그럴까?"

"응."

"베개 가지고 와야 되는데. 핸드폰이랑."

"가져와."

"니가 가져와."


이러면서 여동생은 나를 발로 밀어버렸고...나는 저놈의 지지배가...... 궁시렁거리면서 여동생의 핸펀과 베개를 얌전히 가져왔다. 그렇게 나란히 누웠는데, 아아, 이게 얼마만의 자매만의 잠인가. 여동생이 결혼전에는 이런 밤들만 숱하게 지나갔는데, 여동생 결혼후에는 이런 밤이 처음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당연하게도 우리는 깊은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여동생이 직장생활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 때 겪었던 고민들, 스트레스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그 때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건 이런 것 같아' 하고는 내가 아는 영화들과 책들을 가져와서는 얘기해주었다. 이 영화에서 그 때 이런 대사가 나오거든, 이 책에서 그걸 이렇게 말했었어, 그거 같아, 라면서 얘기하는데 여동생은 '아 그래?' 하고 고개 끄덕이면서 우리는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얘기했다. 나는 동생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고생 많았네, 고생 많았어, 아이고, 여기까지 정말 잘해왔네' 했는데, 그 때 여동생은 내게 말했다.



"언니, 그게 척추야."

"어 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건 아주 오래된 이야기인데, 우리 둘이 같이 싸우나에 갔다가 내가 여동생의 드러난 척추를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야, 이게 뭐야!"

"이게 척추지!"

"야, 나는 없는데?"

"이게 없으면 언니가 어떻게 서고 앉냐. 안보이는 거지. 살 때문에."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생각나면서 또 빵터져서 우리는 진지한 얘기를 하다가 시끄럽게 깔깔대다가 했다. 내가 하도 깔깔대니까 여동생은 '조용히해, 아빠 엄마 깨'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좋은 밤이었어.



여동생과 대화중에 책과 영화를 빌어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데이터가 많으면 이용할 수 있는게 많구나. 더 많은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야겠다, 고 생각하다가 동시에, '아아, 그러나 아이를 위한 데이터가 철저하게 부족하다, 미리미리준비를 해둬야지' 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야 나중에 타미가 '이야기해줘' 하면 뭔가 척- 하고 꺼내 이야기해줄 수 있을테니까.



"누구랑 이렇게 사이좋게 밤 수다 떨면서 나란히 누운 거 너무 오랜만이네."


직장과 여자로 사는 것, 앞으로의 삶에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사랑으로 이야기가 넘어갔고, 여동생은 내게 물었다.



"언니, 언니가 아는 그 사람이라면 지금의 행동이 그사람 다워?"

"응. 그래서 야속하지."



좋은 밤이 자꾸 깊어갔고 나는 자꾸 아쉬웠다.





데이터를 더 부지런히 축적해놓아야지. 훗.




어제 내가 하루종일 조카와 여동생과 이야기하며 소환한 책과 영화들은 이것들.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책을 사자! 이런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3월이 될 때까지 꾹 참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9-02-25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니 동생 사이에서 가능한, 특별한 교감의 시간 같아요.
엄마와도 좀 그렇고, 친구에게는 이해시키려면 동생에게보다 더 긴 설명이 필요하고, 남편에게는? 실망하실까봐 노 코멘트~^^

다락방 2019-02-25 17: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나인님. 엄마보다 친구보다 더 내밀한 말을 할 수 있는 사이가 자매사이 같아요. 엄마한테 못하는 말을 여동생에게는 할 수 있죠. 친구에게 못하는 말도 동생에게는 할 수 있고요. 물론 모든 걸 다 말할 순 없겠지만 긴 말 하지 않아도 온전히 나를 나로 보아주고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아주 좋은 밤이었어요. 아주 좋은 잠자리 토크였고요.
:)

blanca 2019-03-0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뛰지 마.‘는 그냥 달고 살아요. 이게 뭔가 싶은데. 사실 우리 어릴 때 생각하면 참 미안해지는 요즘이에요. 다락방님 여동생이 부러워집니다. 저도 무언가를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면 진지하게 들어주고 조언해 주는 다락방님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네가 먼저 그런 존재가 되어라,라고 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지만요.^^;;

다락방 2019-03-04 12:07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뛰지마, 소리지르지 마 같은 걸 말하는 어른이 될 줄은 몰랐는데, 조카들에게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원에 나가면 너무 좋아요.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말이죠.
아, 또 있어요. 누워서 텔레비젼 보지 말라는 거요. 어릴 때 그 말을 엄청 많이 들었는데, 제가 그 말을 조카들에게 하고 있더라고요. 아아..어른이란 무엇입니까, 블랑카님... ㅠㅠ
저는 다정하고 사랑많은 이모로 기억되고 싶은데 잔소리 이모로 기억될까봐 걱정이에요. ㅠㅠㅠㅠㅠ
 

냉장고에 있는 각종 나물을 다 꺼내고 김치를 꺼내 다 잘게 썰었다. 그렇게 프라이팬에 밥과 고추장을 넣고 달달 볶으니, 으악 너무 맛있어. 회사가기 싫어지는 것이다. 돌솥비빔밥 느낌도 나면서 아흑. 그냥 이것만 먹으면서 집에 있으면 안되나, 나는 출근이라는 것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하고는 아쉬워하며 간신히 집 밖으로 나왔는데, 아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버스가 정류장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닌가. 나는 얼른 뛰어가면서 기사님께 들리지도 않을 말을 혼자 중얼댔다. 세워주세요, 세워주세요... 그러나 그 말이 닿지 않으니 버스는 서지 않을 것이고, 이걸 놓치면 나는 다음 버스를 타야하고 다음 버스를 타면 지하철은 다다음 지하철을 타야하고.... 라고 생각되자 팔까지 흔들면서 버스에게 내가 탈 것임을 알렸다. 버스는 고맙게도 흑흑 중간에 멈춰서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포부도 당당하게 올라서며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다.



그러나 이 버스만 타면 틀림없다, 라고한 나의 생각은 잘못되었어... 신호에 걸려가지고서는 간당간당하게 지하철역에 도착해버린 것이야. 나는 지하철역에 도착해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아아, 바로 눈앞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 다음 지하철은 8분후에 온단다.



평소에 내가 양재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06:53.

다음 열차를 타면 양재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07:03



사실 07:03에 도착해도 지각하는 것도 아니며 매우 일찍 도착하는 것이니 아무 문제 없는데, 왜때문에 나는 초조해져서, 그 다음 열차를 기다리면 될것을, 괜히, 잠실 쪽으로 가는 다른 방향을 한 번 검색해보게된 것이었고, 아아, 그렇게 검색해보니 1분후에 저쪽 방향, 방화방향 열차가 들어오고, 도착시간을 보니 양재에 07:00 인 것이 아닌가! 오오, 신분당선 생겼었지! 좋군! 하며, 나는 또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뛰어서는 막 도착하는 방화행 열차에 탑승했는데, 아아, 거기서부터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평소의 나의 루트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에 도착하면 5호선-3호선양재 이렇게 되었고, 내려서 버스를 타고 사무실에 가면 되는 것이었는데, 하아- 갑자기 바꿔버린 루트로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에 도착하는 것까지는 같지만,



5호선-8호선-2호선-신분당선 양재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아아, 힘들고 지친다...라고 생각한 건 8호선 안이었고, 그런데 아직 나는 2호선으로도 또 신분당선으로도 갈아타야해. 그리고 이제야 냉정해지기 시작했는데, 07:00 에 도착하나 07:03에 도착하나 무슨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왜 때문에 이렇게 가기를 택했고 발을 들였는가. 이미 8호선에 탄 이상 이제와 되돌릴 수도 없어..


그렇게 2호선을 갈아타고 자리에 앉으니 덥다. 등 뒤로 땀이 흐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힘들어 ㅠㅠㅠㅠㅠㅠ너무 힘들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살려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직 신분당선 한 번 더 갈아타야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왜 이런 짓을 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때문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신분당선을 타러 갈 때쯤에는 이미 녹초가 되어서 망가져있었다. 나는 이제 출근길인데, 야근하고 집에가는 퇴근길의 육체가 되었어. 땀이 흠뻑에 온 몸에 힘이 빠졌다 ㅠㅠ 아아, 이것은 내가 어제 크림스파게티를 태산같이 먹었기 때문인가...나는 왜 어제 크림스파게티를 해먹었는가. 가볍게 먹자며 귀리에 두유 타서 마셔놓고 왜때문에 생크림 넣고 크림파스타 해먹었는가, 나여... 왜죠, 왜 그런 행동을 한거죠...





그러니까 살면서 처음 크림스파게티를 해보는데, 내가 찾아본 레서피에는 무슨 치즈가루를 넣으라고 되어있었다. 그러나 치즈가루도 없었고 체다치즈도 없었어. 그렇지만 하드한 치즈가 있던 터라, 에라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고 그 치즈를 썰어넣었는데, 그때문인지 크림파스타가 노랗게 됐어??? 비쥬얼은 내 생각과 달랐지만, 생크림 넣은 파스타가 맛이 없을 리가 없다. 게다가 일전에 다정한 이가 준 와인 선물도 이번 참에, 잘됐구먼, 하고 오픈했다. 오랜만에 혼자 맛있는 거 먹으니 친구가 준 술은 바로 이럴 때 마시는거얏! (감사해요!!)


하고 꿀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정말 배가 터져버릴 뻔 했던 것.




어제의 크림파스타 생각이 나면서, 아아... 나 어제 너무 많이 먹었다고 칼로리 소모하라고... 그래서 지금 내게 이 고난의 출근길이 펼쳐지는 것인가.....


그렇게 나는 예정된 시간 07:00 에 양재역에 도착했지만, 팔다리가 후달리고 있었고, 아아, 이제 버스를 타고 사무실에 가면 된다, 하고 버스앱을 켜보니 흑흑 버스는 8분 후에 온대 ㅠㅠ 그러면 내가 07:03에 왔어도 결과가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힘은 안드는 거였잖아.



순간의 선택이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방화행 5호선을 타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8호선, 2호선, 신분당 선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어떻게든 목적지로 갔고, 방향 역시 맞았지만, 가는 길은 너무 험난했다. 중간에 되돌리려면 되돌릴 수 있었겠지만, 그럴 경우 힘은 힘대로 들고 시간 역시 배로 들었을 것. 중간에 택시를 타는 걸 선택할 수 있었겠지만, 그럴 경우 택시비가 들 뿐더러 택시가 바로 잡힌다는 보장도 없잖은가. 내가 지금 땀을 흘리고 녹초가 되도록 고생하는 출근길을 겪게된 건, 그 순간 내가 한 선택 때문이었다. 하나의 선택은 단지 바로 그 눈앞의 하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그 다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내가 한 실수가 단순히 방화행 5호선을 타기였다면 작은 것이었겠지만, 그 선택은 그 다음의 8,2,신분당선 까지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것. 거기에는  육체의 고단함이 가중된다.



내가 '지금'내리는 선택은 지금의 시간 뿐만이 아니라 '그 다음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신중해야 한다. 나는 그저 오늘 출근길에 겪어낸 일이지만, 이것은 삶 전체에 해당하는 일. 내가 지금 하는 이 선택, 그것이 일이든 취미이든 혹은 결혼과 육아이든, 혹은 이별이든. 그건 그 다음의 내 삶에 영향을 계속해서 미친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영향. 나를 지나치게 힘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육체의 고통을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것이고, 매번 '내가 왜그랬지' 후회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 한 인간이 모든 지혜로움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고,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이런 잘못된 선택을 내려 다음 삶을 힘들게 살아갈 수도 있다.


오늘 땀흘리고 녹초가 되어 출근하면서, 내가 한 어떤 선택에 대해 돌아보았고, 또 다른 사람이 한 선택에 대해서도 묻고 싶었다. 그 때 그렇게 선택한 것 때문에 지금 어떻게 살고 있냐고, 그 선택이 결국 행복하게 만들어줬냐고.



나는 왜 그랬을까?

왜 매일 잘 가다가 오늘따라 다른 방법을 택했을까?

오늘 이렇게 고생을 하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익숙하게 거쳤던 출근길이 가장 맞춤하며 빠르고 고생도 덜한 길이란 걸 알게됐다. 괜히 내가 이렇게 가는 게 아니었어. 그간 내가 잘해오고 있었다는 걸 오늘 잘못하고나서야 깨달았는데, 이걸 깨닫기 위해 굳이 이 힘든 과정이 있었어야 했을까?


어쩌면 그랬을지 모른다.

이게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면, 그간 내가 잘해왔는지 몰랐을거야.




그렇게 양재역에 도착해서는 버스를 타고 지난밤 꿈에 대해 생각했다. 꿈에,


내게는 남자 애인이 있었고, 그 남자 애인은 저기 횡단보도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조심히 건너!). 나는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쪽에서 내 애인은 여자 세명과 이야기중인 게 아닌가. 아는 사이인 것 같았는데, 길을 건너 애인을 만나니, 애인은 자신의 동네 지인들이라며 여자 1,2,3 을 내게 소개시켜 주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이제 헤어지려는데, 여자1은 내 앞에서 내 애인의 몸에 손을 대며 노골적으로 유혹을 하는 거다. 당연히 내 기분과 표정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들과 헤어진뒤에 나는 애인에게, '저 여자는 어떻게 애인이 뻔히 눈앞에 있는데도 당신 몸에 손을 대며 유혹할 수가 있지?' 하고 화를 냈다.



이 꿈에 대해 생각하면서, 대체 이 꿈은 무얼 말하는가.. 생각해봤다. 마침 지하철 안에서 듣고 싶어 충동적으로 찾아 들은 노래는 <Love me like you do> 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삽입곡이었는데, 그러다보니 그 영화의 중간중간 장면을 다시 보게 됐다. 그런데 오호라, 그 영화속에서도 내 꿈과 같은 장면이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 장면을 보려고 그런 꿈을 꾼 게 아닐까 싶었는데,


영화속에서 그레이와 아나스타샤는 전망 좋은 곳에 낡은 집을 사두고, 그 집을 새로 개조해달라며 여자 건축가를 불러 미팅을 하는 거다. 그런데 이 여자 건축가는 뻔히 아내가 눈 앞에 있는데도 노골적으로 그레이의 몸에 손을 대며 그레이를 유혹하는 거다. 이에 아나스타샤가 나중에 빡쳐가지고 그 여자 건축가에게 면박을 주는데, 정확한 대사나 그런 건 기억 안나지만, 당시에 그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었다.



"어느 여자가 아내 있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남편 몸에 손을 대고 유혹을 하지?"



진짜 이런 일이 있나? 나는 내 꿈과 연결되어 그게 너무 궁금해졌다. 이미 애인이 있는 남자, 이미 아내가 있는 남자에 대해 호감이 생길수도 있고, 유혹할 수도 있다. 나는 여자들이 가장 먼저 버려야할 게 도덕 코르셋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여자들이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이미 파트너가 있는 사람에 대해 유혹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고 또 유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뻔히 바로 앞에 그 상대가 있는데도 노골적으로 말을 하고 몸에 손을 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일인가? 이건 머릿속 여자가 하는 일 아닌가? 어느 여자가 그렇게 아내(애인)있는 앞에서 남자의 몸에 손을 대고 만지고 유혹하지?




그러다 퍼뜩 든 생각.

왜 그레이는 그 여자에게 '이러지마!' 라고 하지 않았지?

분명 그레이도 그 여자가 자신을 유혹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왜이러지?'하는 눈빛을 자신의 아내에게 보낸단 말이야. 여자 건축가가 자신의 몸을 훑을 때 '어?'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아내를 쳐다보는 것. 아니, 왜 거기다대고 '이러지마세요, 전 제 아내를 사랑해요' 라고 말하지 않지? 왜 '이게 뭐하는 겁니까, 저는 아내가 있는데요!' 왜, 왜 이렇게 말하지 않고 내버려두는거지? 설사 아내(애인) 때문이 아니라도, 왜 '이러지마!'를 하지 않지? 왜?


꿈속에서 내 애인도 그랬다. 나는 '왜 다른 여자가 내 앞에서 당신 몸에 손을 대지?'라고 말했는데, 왜 그 남자는 애초에 그 여자에게 '내 몸에 손대지마!'라고 말하지 않고 내버려뒀지? 그 몸짓이, 손짓이 무얼 말하는지 알면서 왜 내버려두고 나로 하여금 화를 내게 만들지?



를 생각하다가 아아, 내가 내릴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려는 버스를 깨닫고 부랴부랴 일어나서 급한 마음으로 벨을 누르고 버스카드를 댔다. 삑-


휴... 내가 내릴 정류장 지나칠 뻔 했잖아.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내렸는데 또 신호도 마침 바뀌어서, 또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뛰어가지고 신호 안에 들어갔다. 아...고되다...........무슨 출근길이 이렇게나 고된거야. 나는 이제 고작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출근을 했을 뿐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나를 위로하기 위해 빵집으로 쏙 들어갔는데 빵집에는 아직 만들어둔 빵이 없었다. 샌드위치 같은 것만 있었는데, 나는 그런 거 말고 빵이 먹고 싶었어, 빵, 빵, 빵!! ㅠㅠ




고된 출근길이었다. 흙흙 ㅠㅠ












2월에는 1일에만 책을 사고 여태 잘 참고 있다. 당분간 도서관도 그만 갈 생각이다. 사둔 책들, 사놓고 쌓아둔 책들을 좀 읽어야지 안되겠어, 하는 마음이랄까. 그렇게 잘 참고 있었는데, 며칠전에 김정선 책 읽다가 이 책을 너무 사고싶어 지는거다.


















이거 한 권만 살까??? 아 어쩌지??

아니면 장바구니 다 털어버려???





















아니야, 저거 안 사도 집에 읽을 책 많잖아. 그러니 참는 김에 더 참아보자. 다음주만 참으면 2월에 딱 한 번 산 게 되는거야. 현재 3개월 순수구매액 291,910 원인데, 이거 10만원 안쪽으로 낮춰보자. 할 수 있어! 그렇지만.. 저거 맥베스부인.. 딱 한 권만 사고, 그리고나서 그만 살까? 하아..



현명해져야 해, 신중해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미쳐...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02-2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사신다구요? 흐음..... 흐음..... 흐으음.......



이럼 도움이 좀 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22 08:33   좋아요 0 | URL
오오 ..........


오케오케. 내일 또 도서관 가야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안갈라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2-22 08:58   좋아요 0 | URL
어머! 저만 못 알아듣는 거예요?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이요? 흐음.... 흐음....
그러니까, 그 책이 흐음..... 흐음..... 이라는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표지에 혹한 상황인데 말이지요.

단발머리 2019-02-22 09:0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출근하느라 애썼어요. 글자로만 따라가도 얼마나 고된 길인지.
근데 그 와중에 선택에 대해 생각하다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고되고 바쁜 다락방님 출근길....

생크림 파스타랑 와인이랑 너무 근사한 컷이예요^^

다락방 2019-02-22 09:16   좋아요 0 | URL
일단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저희 동네 도서관에 있는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아, 도서관 끊을라고 했는데, 내일 가서 저거 한 권만 마지막으로 빌려오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는 저거 영화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영화도 봐야지.


단발머리님 ㅠㅠ
저 진짜 출근하느라 힘들었어요. 애썼어요. ㅠㅠ 무슨 출근이 이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너무 생각이 많아요. 요가 하면서도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호흡도 잘 안되고 동작도 놓치고 그래요 ㅠㅠ


생크림 스파게티 진짜 맛있게 먹었고 와인은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어요. 와인은 뭐니뭐니해도 친구가 선물해준 와인이 최고인 것 같아요!! 히히히히히

syo 2019-02-22 09:19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면 단발머리님처럼 저렇게 다정하게 출근길을 걱정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난 뭐지..... 난, 웃기다, 재밌다, 귀엽다, 이러고 있었네...... 나 혹시 그 유명한 사이코패..... 그걸까요? 으아ㅠㅠ

다락방 2019-02-22 09:23   좋아요 0 | URL
귀엽다고 어디 그랬어요? 안그랬는데? 안그랬어!! 안그랬다구욧!! (버럭)

syo 2019-02-22 10:07   좋아요 0 | URL
마음 속으로??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19-02-22 10:13   좋아요 0 | URL
지금 속마음 토크 시간이에요? ㅎㅎㅎ

syo님 생각 ; 다락방님... 웃기다, 재밌다,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22 10:14   좋아요 0 | URL
(쳇. 속으로 만번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람? 그러면 내가 어떻게 알아? 쳇.)

단발머리 2019-02-22 10:16   좋아요 0 | URL
제 말이 바로 그 말이죠!!
속마음이란 자고로 토크해야 한다.

syo 2019-02-22 13:10   좋아요 0 | URL
속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나 혼자만 좀 알고 있으려 했을 수도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22 15:52   좋아요 0 | URL
앞으로 다락방의 귀여움에 대해서는 절대 속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반드시 공개적으로 드러내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어요? 네?
속으로 생각할 게 따로 있죠. 어떻게 다락방의 귀여움을 속으로만 생각해요. 어휴.... 안될 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2-22 16:09   좋아요 0 | URL
내가 졌다...... 현시간부터 ‘다락방님귀욤만천하공개령‘을 발효합니다.

다락방 2019-02-22 16: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2-22 16:11   좋아요 0 | URL
그러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백기 들것을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2-22 16:12   좋아요 0 | URL
난 맨날 져.....😣

카알벨루치 2019-03-03 18:41   좋아요 0 | URL
댓글배틀이 더 잼난다요 ㅋ

2019-02-22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2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풍월주인 2019-02-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맛이 좋아요. 생생한 표현들을 따라가다 보니 좋은 수필 한편 본듯 합니다.

다락방 2019-02-24 11:03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후훗

2019-02-23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2-24 11:02   좋아요 0 | URL
없어요. ㅠ 판매한건지 기억이 안나는데 어떻게든 처분은 되었어요 ㅠㅠ

blanca 2019-03-03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은 이것은 끊었던 와인을 다시 시작하게 뿜뿌질을 하는 페이퍼 아닙니까....

다락방 2019-03-04 12:05   좋아요 0 | URL
그래서, 다시 시작하셨습니까 ㅎㅎ
와인 왜 끊어요, 그 좋은 걸. 좋은 거 마시면서 지냅시다, 우리! ㅎㅎ

카알벨루치 2019-03-03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에는 “다”자가 많네요 다락방님이라서 그런가 ㅋㅋ

다락방 2019-03-04 12:06   좋아요 0 | URL
오, 그런가요? 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