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생활
밥보다 일기 - 서민 교수의 매일 30분, 글 쓰는 힘 밥보다
서민 지음 / 책밥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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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일기를 쓴다. 매일 쓰진 않아도 언제나 글을 쓰는 편에 속한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과 느낌은 이 곳에 쓰지만, 책과 상관이 없는 사적인 것은 네이버 블로그에 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사적인 내용,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좀 더 깊은 속내에 대해서는 늘상 가방 안에 넣고 다니는 다이어리에 쓴다.



(이것이 나의 다이어리들...)




기록은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다. 내 경우엔 그렇다. 이 책, '서민'의 《밥보다 일기》에서도 일기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스치고 잊힐 수 있었던 것들이 기록해 놓으면 그 때 그 상황과 감정까지 고스란히 생각난다고 말하는데, 나는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한 번은, 딱히 이성적으로 끌리는 건 아닌데, 내가 이 사람과 사귀는 게 맞을까? 라는 고민을 다이어리에 적기 위해 펼쳤다가, 몇 년전에 쓴 다이어리를 꺼내보게 됐다. '그냥' 읽어본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지금과 똑같은 고민이 적혀 있었다. 나는 다른 상대에 대해 같은 상황에 맞닥뜨렸던 것. 아,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구나 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그 끝은 어땠었지 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과거의 기록들을 꺼내어 읽어보노라면 내가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것들이 좌르륵 펼쳐지면서 그 때의 감정과 기억들이 불쑥불쑥 나를 건드린다. 그것들은 우울한 지금의 나에게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말해주기도 하고, 언젠가의 내가 왜 슬펐고 불행했는지 역시도 말해준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동의한 일기의 장점중 하나는 '자기 객관화'이다. 내 감정이 들끓어 오를 때 그것을 적어가노라면, 그 일에 대해 그리고 그 들끓었던 감정에 대해 다시,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좀 더 나은 나'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일러준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일기 쓰기는 내가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매일 일기를 쓰면 자기소개서도 잘 쓸 수 있게 되어 취업에도 용이하다고 하는데, 그 역시 장점이긴 하고 또 글쓰기를 잘하는 것은 못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나는 일기쓰기 즉, 매일의 짧은 글쓰기가 가져오는 장점은 '나를 더 잘 알게 해주는 것'으로도 정말이지, 아주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어쩌면 글을 계속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답을 찾아내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에게는 이 책에서 말하는 뮤즈가 자주 찾아들어, 그 순간순간 바로 다다다닥 글을 쓰는 쪽이 편한데, 상황이 언제나 내가 글을 쓰도록 돌아가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머릿속에 '이거 써야지, 이거 기록해야지' 라고 생각하면 글쓰기를 앞에 두고 죄다 생각이 났었는데 요즘에는 '아 뭐 쓰려고 했더라..' 하고 잊게 되는 거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메모를 한다. 메모지가 있으면 메모지에 키워드만을 써두고, 메모지가 없으면 스맛폰 메모장에 키워드를 써둔다. 키워드만 써두면 내가 뭘 쓰고자 했는지 알 수 있으니까. 혹은 키워드만으로 안되겠다 싶으면 짧게 내용을 쓴다. 이것은 아마도 이 책에서 서민 이 말한 '얼개'에 해당하는 것일테다. 어차피 쓰기와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잊지 않기 위해'서라는 목적도 가지고 있는 터라, 그걸 쓰기 위한 소재조차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순간순간의 기억을 써두는구나 싶으니 동지애가 느껴졌다.



이 책이 말하는 일기의 장점은 모두다 옳고, 또 글쓰기에 대한 조언들도 유용하다. 그런데, 너무 쉽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이 책을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청소년을 염두에 두어서 이토록 쉬운 글이 나왔구나, 싶다가 내가 이 글을 '쉽게' 읽는 건, 내가 그동안 계속 일기를 써왔던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미 일기를 쓰고 있는 사람은, 이미 저자가 말한 바들을 실천하고 있을테니, 이 책이 말하는 바가 어려울 리가 없다. 그러나 성인이라 해도 일기를 전혀 쓰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그리고 일단 눈 앞에 노트나 빈 화면을 보고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까' 막막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바로 그대로의 의미가 있겠구나 싶은 거다. 그러니 이 책의 대상은 이미 일기를 쓰는 사람보다는 일기라는 짧은 글, 자기 자신에 대한 글조차 쓰기가 너무나 막막한 사람이 되어야할 것이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는 나 좋자고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내가 가진 생각이 정리된다. 그리고 나 좋자고 쓰는 이 글이, 쓰는 순간의 내게도 좋지만, 다 쓴 후의 내게도 좋다. 훗날 과거의 기록을 읽노라면 나는 수시로 과거의 어느 순간에 가서 생생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과거의 내가 어떤지 알게되면, 미래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이토록이나 자주 글을 쓰면 자꾸자꾸 쓰면서 글 실력은 좋아진다. 계속하는 사람이 계속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글을 쓰지 못하니까 안쓰면 계속 글을 못쓰게 되지만, 글을 쓰지 못하지만 계속 쓰고 또 쓰고 또 쓰면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다. 이것도 이 책에서 다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독서가 깊은 글쓰기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하는데, 크- 이건 뭐... 도무지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책을 읽고 또 읽고 계속 읽으면 쓰는 게 달라지는 건 정말이지 두말하면 잔소리야. 글 써서 나쁜 점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정말 없나? 이건 좀 곰곰 생각해봐야하겠다).




마지막으로 덧붙인 저자 아버지의 일기 때문에 이 책은 '일기를 쓰자'는 데 더 설득력을 갖는다. 오래전에 아버지가 써두었던 일기를 읽음으로써 그 당시의 상황과 자신의 생각이 어떤 식으로 달랐던건지 돌아보게 되는데, 이 아버지의 일기 덕분에, 저자가 말한 일기의 모든 장점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나는 이 아버지의 일기 때문에 별 하나를 더 주고 싶다. 그리고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의 일기가 읽고싶어졌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제임스 w. 페니베이커'의 《단어의 사생활》이 생각났다. 정확히는 이런 구절이었다.



내 경력으로 말하자면 초기에는 건강, 감정, 트라우마 경험의 특징등을 연구했다. 그러다 1980년대 초반, 나는 우연히 발견한 사실에 마음이 끌렸다. 지독한 트라우마 경험을 혼자서만 간직하는 사람들은 그 경험을 드러내 놓고 말하는 사람들에 비해 건강상의 문제가 훨씬 많았던 것이다. 비밀을 간직하는 것이 왜 그리 해로울까? 더 중요한 질문을 하자면, 강렬한 감정을 수반하는 비밀을 터놓는 사람들은 더 건강해지는 것일까? 나와 제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금세 알게 되었다. 답은 <그렇다> 였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하루 15분에서 20분 정도씩 사나흘 연속으로 자신의 트라우마 경험에 대해 글로 써보라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 결과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글을 쓴 사람들은 아무런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 했던 사람들에 비해 건강이 호전되었음이 증명되었다. 이후의 연구들에서는 감정을 표출하는 표현적 글쓰기expressive writing 가 면역 기능을 높이고, 혈압을 낮추며, 우울한 감정을 줄이는 한편 평소의 기분도 더 나아지게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최초의 글쓰기 실험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 전역에서 2백 건 이상의 비슷한 실험이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는 그리 대단치 않을 때도 많지만, 감정의 격변을 <언어의 변환>하는 단순한 과정은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과 꾸준히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W. 페니베이커, 『단어의 사생활』, p.26





일기를 쓰자.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좀 더 건강한 내가 되기 위해서. 나는 일기 쓰는 나를 항상, 언제나 칭찬한다.

잘하고있다, 나여...

뭘 이렇게 다 잘하는건지 모르겠다.






자, 그렇다면 일기를 매일 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그날 저질렀던 실수에 대해서는 진지한 반성으로 이끌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해줍니다. 글을 쓰려면 해당 사건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야 하니 사고가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p.38)

글쓰기 소재는 원래 갑자기 떠오릅니다. 작가들은 그걸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의 신인 ‘뮤즈‘에 비유합니다. 이 뮤즈라는 분은 워낙 빠른 속도로 왔다가 그냥 가버리는 게 특징입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빈대떡을 보는 순간에는 ‘아, 빈대떡에 대해 쓰자‘고 생각을 하겠지만 1분만 지나면 그 생각은 없어지고 ‘내가 뭘 쓰겠다고 했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중략)
그러니 뮤즈가 왔을 때 잽싸게 뮤즈를 붙잡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게 바로 노트에 써놓는 것이지요. ‘빈대떡‘이라고 쓰고, 뭐에 대해 쓸지 대략의 얼개를 짜놓는 겁니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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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0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의 일기 라니깐 <존 치버의 일기>가 생각납니다...ㅎ

다락방 2018-11-07 10:40   좋아요 1 | URL
덕분에 검색해보고 왔습니다. 존 치버 노년의 일기로군요. 자기 아들에게도 읽혔다고 하네요..
나만의 내밀한 일기도 사실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고 있는걸까요?

카알벨루치 2018-11-07 11:32   좋아요 0 | URL
존 치버는 자기 일기가 출판되기를 강하게 원했고 아들은 그걸 따랐죠 많이 불편했겠지만 아버지의 뜻이니...만감이 교차했을 듯 싶네요! 글이란게 누군가에게 읽혀질 수 밖에 없는 것인데...일기문제는 여러모로 생각을 해봐야할 부분인듯 ㅎㅎ

카알벨루치 2018-11-07 11:33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주문했는데 머시기 거시기 준비안된 책때문에 벌써왔어야할 책이 더디 오네요 ㅜㅜ

다락방 2018-11-07 11:36   좋아요 1 | URL
머시기 거시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책 보고 이사카 고타로의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고요, 요즘 읽는 소설책 때문에 일리아스를 장바구니에 넣어두었고요... 아아....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책을 부릅니다, 카알벨루치님... 흙흙 ㅜㅜ

카알벨루치 2018-11-07 12:20   좋아요 0 | URL
이 바닥이 다 그러니 울지마소서! 넘 좋은거 아닙니까! 어제 <백년의 고독> 2권 읽는데 뭉클한게 올라오는데 야 이 맛이구나 싶더군요 ㅋㅋ

단발머리 2018-11-0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보다 일기> 얼른 찾아 읽어보고 싶네요. 인용해 주신 <단어의 사생활>이라는 책도요.
다락방님 다이어리 너무 근사해요.
매일의 내밀한 기록이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있다는게 정말 이 세상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부럽습니다.
저도 예전에 한 일기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은 어디갔을까요? 새해, 새 다이어리에 시작!해도 3일을 못 넘겨요ㅠㅠ

다락방 2018-11-07 10:42   좋아요 0 | URL
일기를 매일 쓰지는 않아요. 마음 복잡할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일들이 있을 때, 그럴 때만 쓰곤 하는데, 그런 것들이 나중에 읽어보면 ‘아, 이게 나구나‘ 싶더라고요. 그런것들이 저렇게 차곡차곡 쌓였네요.
제가 읽는 저의 역사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도 매일이 아니라 생각날 때만이라도 부지런히 적으세요!! 나중에 읽어보면 얼마나 재밌다고요!! >.<

2018-11-15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5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2 0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 읽어주는 여자
레몽 장 지음, 김화영 옮김 / 세계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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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준다‘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남자들을 보여주는 건 현실의 반영일 수 있지만, 그런 남자들에게 응하고 수긍하는 여자를 그려내는 것은 ‘남자 작가‘가 한 일이다. 보통의 여자들이라면 뛰쳐나왔을 상황에서 그녀는 스커트를 걷어 올린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지긋지긋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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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8-10-30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긋지긋 하다!

다락방 2018-10-30 07:53   좋아요 0 | URL
피로합니다. 이제 남자들이 여자를 성적대상화 시키는 건 그만 보고 싶어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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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뭘까?
테레자에게 토마시는 일생일대의 사랑인데 토마시는 그녀와 결혼하고서도 죽을때까지 바람을 핀다.
사비나에게 프란츠는 공개적으로 연애하긴 싫은 남자인데, 프란츠는 더 젊고 예쁜 애인을 만들고서도 계속 사비나 생각만 해.
나는 사비나로 살아오다 테레자로 남은 삶을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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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2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시야, 바람을 피우면 모르게라도 피든가..왜 머리에 여자 성기 냄새는 잔뜩 배어 가지고 오는거야.. 재수없어..... 그런 냄새를 가지고 테레자 옆에 눕다니.. 써글놈아. 머리라도 감고 와야지....너는 내가 조만간 페이퍼에서 혼쭐을 내줄것이야.

syo 2018-10-25 17:31   좋아요 0 | URL
머리에 여자 성기 냄새라니, 그런 강렬한 대목을 왜 기억을 못하고 있는가, 나란 놈아...... 근데 토마시는 대체 무슨 짓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했길래 그럴(?) 수 있었던 것일까요?-_-?

다락방 2018-10-25 17:37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이 책 세번째로 읽는 거거든요. 두번째 읽을 때는 ‘뭐라고?!‘ 하고 완전 생소했고요, 이번에 읽으면서는 ‘아아, 맞아, 이 새끼 이랬었지..‘ 하게됐어요. 의외로(?) 강렬한 대목은 아닌건가...싶어요?

무슨 짓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는 알겠는데, 뭐, 음, 네, 그렇습니다. 아니, 그렇게 했으면 응? 샤워하고 응? 좀 그래야지 응? 바람피는 게 아니라 그냥 연애여도 응? 그건 좀 거시기하잖아요? 씻고다니자, 토마시야!!

syo 2018-10-25 17:41   좋아요 0 | URL
저도 두 번 읽었는데..... 기억이가.....
이 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쿤데라 책 가운데 그런 장면은 기억나요. 세면대에 오줌싸놓고 그걸 ‘덴마크 식‘이었나 ‘헝가리 식‘이었나 하여간 어느 나라의 문화양식인 것처럼 능청떨어놨더라구요..... 아이구 쿤 영감님....

다락방 2018-10-25 17:42   좋아요 0 | URL
제가 쿤데라 책은 이것도 읽고 농담도 읽고 정체성도 읽고 또 뭐더라 암튼 또 읽었는데..세면대에 오줌...이건 또 생각이가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독서란 무엇인가, 나는 왜 독서하는가.......

단발머리 2018-10-2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딱 한 번 읽은 어떤 지나가는 이는
책을 찾으러 서둘러 일어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0-25 18:25   좋아요 0 | URL
어서 다녀오세요! ㅎㅎㅎㅎㅎ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양이현정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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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만난 친구는 요즘 독서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안나 카레니나》혹은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완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안나 카레니나를 권하면서, 그 책을 읽으면 앞으로 하게 될 독서에 많이 도움이 된다, 그 책이 배경지식이 되어준다, 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독서가 얼마나 좋은지를 다시 한 번 말했다.


"책 읽는 거 너무 좋지 않아? 계속해서 읽다보면 그 책들이 쌓여서 내 배경지식이 되고, 그 배경지식을 가진 채로 책을 읽으면 기존과는 다른 것들이 보이고 또 생각하게 돼, 사고의 확장을 느낄 수 있는거지. 너무 좋지?"



페미니즘 책을 읽는 것은 그런 독서의 장점에 몇 가지가 추가된다. 세계 각지에서 어느 때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 또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한껏 힘이 나기도 하고, 기존의 내가 가졌던 잘못던 생각에 대해 반성하게도 해준다. 무엇보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싫더라' 하는 것들에 대한 답도, 페미니즘 책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간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많이, '아 그 때 내가 그래서 그런거구나' 하게 되는지 모른다. 나는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개념녀 코프스페 하는 대표적인 여자사람이었고, 그렇게 나 자신을 남성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으며, 지금이라면 너무 끔찍했을 발언들도 해왔던 터다. 하나하나 그런 과거의 일들이 생각날 때마다 얼마나 내 가슴을 치는지 모른다. 무지했어, 나빴어. 많은 경우 무지는 독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포르노를 보지 못하겠다고 얘기해왔었다. 포르노에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그 당시의 내가 포르노를 보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왔다. '어쩐지 싫고, 에로틱하게 나를 충동질하지 않는' 이유가, 그들 사이에 '스토리가 없어서인가' 보다 라고 생각한거다. 확실히 그저 남녀가 벗고 그저 육체적 관계만을 보여주는 영상들은, 로맨스 영화에 비해서 그 재미도 떨어졌고, 재미가 뭐람, 대체 이걸 왜 보고 있어야 하는걸까? 라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 내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이 책,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을 읽으면서 나를 포함해 다른 많은 여자들이 포르노를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됐다.



'포르노그라피'라는 말은 그리스어 '포르네'(매춘부나 여자 포로)와 그래포스(서술, 묘사)를 합친 것이다. 그러므로 포르노그라피의 언어적 의미는 '성을 사는 것을 묘사한 것'이며, 권력의 불균형, 성노예화를 함의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묘사하는 것도 포르노그라피의 정의에 포함된다. (p.104)



간단히 말해 포르노그파리는 섹스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포르노그라피는 권력의 불균형에 관한 것이다. 권력의 불균형은 섹스가 공격의 한 형태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고 또 그렇게 이용되는 것을 필요로 한다. (p.105)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보면서 위험을 느끼는 여자들과 남성이 가해자인 것을 보면서 스스로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들 앞에는 긴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남자아이들이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기 위해 여성을 지배하거나 정복해야 한다고 믿도록 키워지는 한, 어떤 형태로든 포르노그라피는 존속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서, 또는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 여자의 복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유리한 사회가 지속되는 한 포르노그라피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p.117)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포르노는 에로틱과 다른 것이라고 이 책에서 구분지어 주고 있다. 우리가 포르노속에서 보았던 발가벗은 남녀의 움직임은 그러니까 '섹스가 아.니.었.다.'. 나는 포르노에 대한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 울고 싶어졌다. 이것봐, 내가 괜히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 어쩐지 눈물이 나지 않는가.



영화《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속의 '그레이'는 상대를 때리면서 섹스를 하는 사람이다. 순진했던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사랑해서 그레이가 하자는 대로 하기는 하지만, 어느 날 그가 가죽 벨트로 엉덩이를 때렸을 때, 울면서 그에게 말한다.


'이게 당신이 원하는 거야?'


나는 때리면서 혹은 맞으면서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냥 섹스는 '지루하니' 가끔은 그렇게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들을 종종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너무 궁금하다.



상대와의 섹스가 '왜 지루할까'?

지루한 섹스를 왜 할까?

왜 '사랑하는데' 때리고 맞으면서 그걸 즐겨야 할까?



사랑하면 쓰다듬어주고 예뻐해주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사람이 살아봤자 백년인데, 거기에 왜 굳이 왜 때리고 맞는 시간이 포함되어야 할까? 예뻐해주기도 시간이 모자라 안타까운데? 나는 섹스중에 맞고 싶지 않다. '더한 재미'를 보자며 섹스중에 나를 때리고자 하는 것은, 내게는 폭력이고 두려움이다. 내게는 두려운 이 폭력이, 포르노를 수시로 보는 많은 남자들에게는 '섹스중의 재미'가 될 수 있다는 데에서 권력의 불균형이 온다. 그러므로 내가 '맞기 싫다'고 내 의사를 표현할 때 나는, '자극적이지 않고 재미없는 순진한' 여자가 되고야 만다. 나는 폭력이 싫은 것 뿐인데. 당신이 나를 때리는 순간을 나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인데.




이 책은 전체적으로는 아주 온건하다. 서문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아직까지 이 책이 읽히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우며, 이 책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다. 나는 이미 아주 멀리 와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 책이 온건하며 또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수시로 느꼈다. 특히나 이 책의 한국어 출간을 축하하는 '현경'의 글은, 2002년에 쓰여진 걸 감안해야 겠지만, 너무 후졌다. 50대의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젊어 보이고 아주 늘씬한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 아니에요, 예쁜 페미니스트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축하하는 글을 읽고 잠깐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걸까, 나에게 지나치게 온건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이것은 나의 자만이었다. 나보다 앞서 페미니스트였으며 왕성한 활동을 했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수시로 나는 뒷통수를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고 또 시야가 한층 넓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트랜스 젠더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한참이나 생각 속에 머물러야 했다. '앨리스 워커'와 ''린다 러블레이스'와의 인터뷰를 보면서는, 여자들은 계속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해야 할 말을 하고 있었구나, 새삼 생각했다. 나는 '린다 러블레이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고서도 그녀를 백프로 신뢰하지 않았던 것 같다. 수시로 과거를 반성해야 했고, 또 수시로 '내가 괜히 그런 게 아니었어'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한국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고 했을 때 왜 한국영화 무시하냐는 말도 더러 들었었는데, 그래서 흥행한 한국 영화를 보려고 하면 끝까지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나는 그것들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며 여자를 물화 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살아오면서 느껴지는 '촉'이라는 것이, 이제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바니걸'로도 위장 취업해 일을 하고, 그 안에서 얼마나 여자들이 성적대상화 되고 물화되는지, 노동조건은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해서도 기사를 써냈었다. 그 안에서 그 일을 체험하는 것은, 하이힐과 꽉 조이는 옷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는데, 생생한 목소리들을 들으며 그것들을 겪었다는 것이 대단하고 또 고맙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이런 일들을 진작부터 해오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나는 어쩐지 부끄러워진다.



낙태와 할례 그리고 여성이 쓴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출판까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이 책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것들을 다루고 있다. 중간중간 '아, 이건 좀 시대에 뒤떨어졌지, 더 나아가야지' 할 때 조차도, 아마 그 당시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로 지금! 계속 쓰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고 더 과격해져야 한다. 더 거칠어져야 한다.












분노는 행동을 위한 에너지를 일으키는 배터리와 같다. (p.23)

훌륭한 정치가를 뽑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좋은 책이 계속 출판되도록 열성적으로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비평가와 학자들은 안전하게 먼 나라의 작품들로 명작의 전당을 채우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네트워크와 출판사를 만들어내고 기존 질서를 바꾸기 위한 압력도 가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많은 페미니스트와 다른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 (p.182)

예전에 내가 갖고 있었던 남성우월주의적 편견을 생각해 보면, 그 편견 안에는 여성에 대한 경멸, 심지어 나 자신에 대한 경멸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에서 하등인간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가혹한 처벌이라 할 수 있다. 사회는 우리를 세뇌하여 우리 스스로 열등하다고 믿게 만든다. 설사 우리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다 해도 자신은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여자들과 어울리지 않으려한다. 열등한 집단이 아닌 우월한 집단과 동일시하려는 것이다. (p.219)

사실상 백인 남자들의 처벌 방식 중 가장 많이 애용되는 것은 조롱과 인신공격이다. 자기 주장이 강한 여자가 미모를 가지고 있거나 젊다면, 뒤에 든든한 남자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여성이 성공하면 아마 남자 상사와 잠자리를 같이 했을 거라고 판단한다. 만약 늙은 여성이나, 남성의 기준으로 볼 때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이 힘있는 행동을 하면, 남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복수하는 거라고 말한다. 남성의 부속물이 아닌 완전히 성숙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 행동하는 여성은 더러운 농담의 밥이 된다. 조롱은 기성 체제를 수호하는 자들이 사용하는 첫 번째 무기이고 더 심한 공격이 그 다음에 이어진다. 그런 여성에게는 더욱 더 자매애가 필요하다.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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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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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찌질한 남자들이 너무 많고 여자들의 삶은 이토록 고달프다.
여자로 살아보지 않는 이상 여자를 이해한다는 건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마지막 단편 <19호실로 가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는 정말이지 이토록이나 고독과 자기만의 방을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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