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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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느 순간에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온다. 그 후엔, 다시 그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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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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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와 종교, 직장과 나라에서까지 1980년대 미국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모두 하나가 되었다. 단순히 여성들을 얌전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넘어서, 그들은 여자가 자기들이 원하는 바로 그대로이길 원했다. 순결할 것, 집에 있을 것, 자신들이 하는 말만 듣고 따를 것. 여자들로 하여금 몸을 꽉 조이는 옷을 입게 하고, 남자들을 돋보이는 보조역할을 하는 데에만 만족하게 하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기를 바라는 것 모두가 가슴 답답한 일이지만, 낙태에 있어서 얼마나 여성들이 학대 당했는지를 읽노라면 분노와 절망만 쌓인다.


그러나 그런 반격들 속에 여자들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했고, 부당한 일에 목소리를 냈다. 싸우고자 했고, 결국 이기지 못했다해도 그녀들은 어쨌든 '이것은 옳지 못하다'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이 절망속에서 웅크리다 나온 목소리들은 그대로 희망이었고, 그에 대해서 '수전 팔루디'는 <에필로그>를 통해 보여주고 다시 한 번 정리해준다. 이 긴 책의 읽기를 마치며 에필로글 읽을 때, 그래서 울컥해진다.



연방 정부가 고용 평등의 이행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법원이 25년간 지켜 온 반차별을 침해했을지 몰라도, 매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직업 세계에 진출했다. 뉴스 매체와 텔레비전 들이 노처녀 풍년과 출산 부족, 위험한 어린이집에 대한 끔찍한 오보를 아무리 쏟아 내도 여성들은 꾸준히 결혼 날짜를 늦췄고, 가족 규모를 제한했고,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했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에 아무리 둥지를 틀고 사는 현모양처들이 넘쳐 나도 여성 시청자들은 의지가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공연물을 가장 많이 시청했다. 반격의 드레스 제작자들은 여성의 패션에서 가장 사소한 부분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소매점에 아무리 가터벨트와 테디가 가득해도 여성들은 꾸준히 면으로 된 조키 속옷을 찾았다. (에필로그,p.657)



반격의 벽에 부딪히다가 온몸에 멍이 들고 실의에 빠지더라도 여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집스럽게 벽과 맞섰다. (에필로그, p.657)



반격은 이런 사적인 채널을 통해 수치심과 비난의 음파를 만천하에 퍼뜨려 여성들의 사고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반격은 공장노동자 잔 킹이 말한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작은 목소리", 거의 다 무너져 내려 버린 그 많은 여성들에게 박차를 가한 자기 결정의 속삭임을 한 번도 침묵시키지 못했다. 도로 관리인 다이앤 조이스가 오랫동안 주위 남성들의 조롱과 위협, 배척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시달리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않았던 건 바로 이 목소리,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억눌려 있었고, 그렇게 절박하게 듣기를 갈구했던 바로 그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목소리를 결국 비벌라 라헤이가 집에서 입는 실내복과 극도의 소심함을 떨쳐 버리고 많은 책을 쓰고 많은 연설을 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내 심장 깊은 속에서 일어서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에필로그, p.658)



아무리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하고 있으라도 말해도 여성들은 어떻게든 애를 쓰며 일어섰다. 얌전히 뒷전에 물러나 있는 게 더 행복할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여성들은 꾸준히 환한 공적 무대를, 형식과 내용을 불문하고 일단 공연을 하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심지어 박수 갈채까지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에필로그, p.658)




내용이 긴 만큼 이 책의 미주 또한 대단한데, 수전 팔루디는 아주 많은 자료들을 검토했고 또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나(그들이 설사 반격의 대표주자였다 해도) 인터뷰를 했다. 그 길고도 긴 미주를 보며 새삼 감탄했다. 이 똑똑하고 노력하는 수전 팔루디 덕에, 나는 그 길고도 긴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고마운 시간이었다.




낙태 반대 운동에 참여한 남성들은 그저 이 나라에서 폭주하는 낙태의 속도를 멈추려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낙태율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소한 지난 100년간 미국 여성들은 세 건 중 한 건꼴로 임신중절을 했다. 낙태 합법화 이후 차이가 있다면 그건 이제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합법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중단할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 (p.593)

여성들이 아무리 가장 온건한 수준에서 자신의 생식력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도 반대의 불길이 활활 일어나는 건 어쩌면 불가피한 일인지 모른다. 교육이든, 일이든, 그 어떤 형태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든 여성의 모든 포부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가질지의 여부와 가진다면 언제 가질지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출산의 자유는 언제나 모든 일련의 페미니즘 의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주제였고, 반격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거센 공격의 대상이었다. (p.606)

분명 건강한 아이들을 이 세상에 내보내는 건 사회가 당연히 관심을 가질 일이고 여성들이 임신 중에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게 돕는 것은 도덕적인 의무이자 실리적인 의무다. 하지만 아이 엄마들이 1980년대에 입법가, 경찰, 검사, 판사로부터 앙심이 느껴지는 가혹한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아이들의 복지에 대한 단순한 관심 이상의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p.621)

릭스의 경험에 따르면 남자들은 항상 ‘여자가 있을 곳‘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아내와 엄마 들은 항상 일을 했다. 그녀가 어릴 때 가족 내 여성들은 여덟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차렸다. 그리고 식료품을 사올 여력이 없을 때는 사냥을 했다. "야생동물 고기를 먹지 못하면 굶었다"고 릭스는 회상한다. 그녀는 열한 살이 되던 해에 일자리를 얻었다. 열다섯 살에 임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불행한 결혼 이후 주로 생계를 책임진 건 그녀였다. 남편은 일은 간헐적으로 하면서 술은 꾸준히 마셨다. 릭스는 줄곧 ‘여성‘의 일자리에서 받는 빈곤 수준의 임금을 가지고 아들과 남편, 그리고 양가 부모를 부양했다. (p.641)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가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선택‘은 반격이 여성들에게 관대하게 제시했던 다른 많은 선택지들처럼 명료하고 진취적인 발전으로 포장되었다. (p.654)

이 여성들에게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형편 때문에, 믿을 수 없는 남자들 때문에 반드시 해야만 했고 자립과 자존감의 기본적인 원천이기도 했다. 이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또 원했다. 하지만 이들이 상대해야 하는 고용주들도, 옆에서 함께 일해야 하는 남성 노동자들도, 혹은 같은 침대를 쓰는 남성들마저도, 그 누구도 이들이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일을 계속하면 사무실에서 모욕을 당했고, 샤워실에서 공격을 당했고, 집에서 구타를 당했다. 하지만 사회적 신호에 복종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면 굶어 죽었을 것이다. (p.655)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가 태아 보호 정책을 통해 이들에게 최후 통첩을 날렸을 때 여성들은 이미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이제 이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자리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불임 수술을 하고서 온 사회가 여성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삶의 이유라고 주장해 온 것을 포기하든지 양자 택일을 할 수 있었다. 반격은 여성들에게 여성으로 존재하는 삶과 독립적인 삶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격은 여성을 위해 대신 선택을 해 주었다. 만일 자기 결정권을 위한 부자연스러운 투쟁을 포기할 경우 자연스러운 여성성을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p.655)

"남성은 여성보다 더 비참해요. 그러니까 남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사실 지금의 여성보다 더 힘이 없단 거죠." 원런 패럴Warren Farrell은 잠시 말을 멈추고 여성 가정부가 막 건네준 커피 잔을 홀짝였다. 다른 방에서는 여성 비서가 분주하게 타이프를 치고 그의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p.456)

1988년에는 남녀 간의 투표 선호가 너무 달라져서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중 한때는 젠더 격차가 24퍼센트까지 벌어져 민주당 후보였던 듀카키스가 더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격차에 가장 극적으로 기여한 집단은 직장 여성, 교육 받은 여성, 전문직 여성, 젊은 여성, 흑인 여성과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혼을 했거나, 사별을 한 싱글 여성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 엄청난 여성 표를 확보해 준 듀카키스 지지자들은 임금 평등, 사회적 평등, 그리고 출산에 대한 권리라는 페미니즘 의제를 가장 열렬히 응원하는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p.418)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의사들은 성형수술이 실제로 필요한 여성들의 시술은 하지 않았다. 1980년대 말 화상 피해자와 유방암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재건 수술의 숫자는 실제로 줄어들었다. 많은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여성의 자존감을 북돋는 것은 직업적으로 그렇게 썩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광고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만 의사들은 환자들의 통제감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 환자에 대한 자신들의 통제력을 향상시키는 데 더 눈이 멀어 있었다. 자기 아내의 몸에 아홉 번이나 시술을 한 성형외과 의사 커트 와그너Kurt Wagner는 "나에게 수술은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그 누구도 내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마취된 여성들은 말대꾸를 못하니까. (p.35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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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8-11-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이 해내셨다!!! (저도 뒤따라 갑네다 학학)

다락방 2018-11-28 10:06   좋아요 0 | URL
해냈습니다!! 어서 오세요!! 컴온!!!

비연 2018-11-28 12:59   좋아요 0 | URL
해냈습니다, 릴레이를 기대합니다~ 저도 다음달에 <페미사이드>로!

다락방 2018-11-28 13:00   좋아요 1 | URL
네네, 다음달에는 페미사이드 완독 릴레이 들어갑시다!!

단발머리 2018-11-2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멋지고 백래시 책도 근사하네요! (책이랑 북마크, 이런 사진 넘넘 좋아요)
우리는 더 많이 꿈틀거리고 또 움직일거예요. 수전 팔루디가 움직여서 우리가 이렇게 배울 수 있었던 것처럼요.
전 지금 14장이구요, 저도 얼른 에필로그 읽고 힘내고 싶어요!

백래시 완독 축하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8-11-28 14:13   좋아요 0 | URL
14장이 유독 기운 빠지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어제 퇴근 길에 읽는데 너무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도 에필로그까지 읽으면 수전 팔루디가 우리 잘해왔어, 잘하고 있어, 하고 힘을 내게 해줍니다. 어서 다 읽고 완독했다고 올려주세요!!

축하도 고맙고 무엇보다 같이 읽어주고 같이 생각해주고 같이 이야기나누어주어 고마워요!!

카알벨루치 2018-11-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기념 한턱 쏘세욧!

다락방 2018-11-28 14:28   좋아요 1 | URL
어제는 저 잘한다고 제가 저에게 훈제오리를 사줬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28 14:58   좋아요 0 | URL
그거 말구요 여기 독자들....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8 14:59   좋아요 0 | URL
네? ( ˝)

=3=3=3=3=3=3=3=3=3=3=3=3=3=3=3=3=3=3

비연 2018-11-28 15:35   좋아요 0 | URL
어멋. 카알벨루치님. 좋은 생각이신 거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11-28 15:38   좋아요 0 | URL
여러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28 16:03   좋아요 0 | URL
맛죠 비연님 혼자서 훈제 드시고 ㅜㅜ쩝

무해한모리군 2018-11-28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신거예요!!!! 오오오오옹 전 아직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8 15:59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완독했습니다. 꺅 >.<

자, 모리님. 분발합시다! 컴온!!

공쟝쟝 2018-12-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운 시간 함께하게 해주신 락방님께 하트를 ❤️ 그리고 저 벼락치기 지각생, 완독하였음을 아룁니다!

다락방 2018-12-02 15:16   좋아요 1 | URL
쟝쟝님, 정말 장해요! 그리고 같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마지막에 벼락치기 하던 쟝쟝님이 너무 좋았어요.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이 보여서 진짜 좋았습니다. 고마워요. 우리 12월에도 함께합시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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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gaslghting은 쉽게 말해 정서적으로 누군가를 조정하려는 행위다. 그리고 가스라이팅에는 항상 두 사람이 존재한다. 혼란과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가해자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자신의 지각력을 기꺼이 의심하는 피해자다. 가해자들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히 조작하여 그 사람이 자신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가해자는 남성 또는 여성, 배우자 또는 연인, 상사 또는 동료, 부모 또는 형제자매일 수 있다. 한편 피해자는 자신의 행동과 외부의 자극을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거나 자신이 오해 또는 오인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스스로를 믿지 못해 취약하고 혼란스러운 상태가 된다. (p,10)




가스라이팅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힘이 세서, 나는 그로부터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그런 마음들이 나로 하여금 상대의 말에 의존하게 만들며 동시에 나 자신을 의심하게 만든다. 데이트 폭력에 있어서 많은 경우,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면서 나의 행동을 제약하고 통제하며 나를 고립시키면서 발생한다. 가스라이팅은 그런 데이트 폭력으로 이어지는 수단이 된다.



내가 나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을 때, 처음에 그 혼란스러움에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가 너무 좋고,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만큼 그가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내 안에 너무 커서, 나는 자꾸만 그에게 휩쓸려 가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많이 변하고 있는 거 아닌가, 중심을 잃으면 어쩌지, 내가 나를 잃으면 어쩌지, 그 사람이 너무 좋지만 내가 나를 잃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면 나는, 이토록이나 나를 휘어잡고 있는 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게 나를 위한 게 아닐까, 그게 내가 편한 게 아닐까? 그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처음엔 기쁨과 혼란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는 나를 잃지 않았고 중심을 놓지도 않았다. 나는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아니오'를 말했고, 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스라이팅의 덫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내가 이미 다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기 쓰기

-명상하기

-동적인 명상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친구나 가족과 지내기 (p.128)



위의 방법들은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걸로 보이지만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결코 쉬운게 아니다. 이 책의 저자 '로빈 스턴'은 각각의 방법이 왜 필요한지 섦명도 달아놨는데, 이 모든 것들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애인이나 배우자의 경우 나와 친밀도가 높고, 그렇다면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아주 오래일 수 있다. 상대가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라면, 나를 다른 사람들로 부터 격리시키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내가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었을 경우, 그 관계 속에서 나에 대해 객관성을 가지고 나를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상대의 장점만을 기억하고 떠올리려고 하면서, 그러나 '이건 근데 좀 이상했는데'라는 부정적 느낌이 들었다면, '로빈 스턴'은 그것을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상대에 대한 사랑으로 그것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종종 생기는데, 그것에 대해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그럴 때 위에 적은 방법들은 효과를 가져온다. 


나는 나를 잃지 않았고, 상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사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었는데, 내가 저 방법을 모두 다 하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상대를 정말이지 뜨겁게 사랑해서, 그 상대가 나에게 미치는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일 일기를 썼고, 매일 나에게 물었다. '이건 괜찮은건가', '이건 무엇을 뜻하는 건가' 끊임없이 물었다. 동적인 명상은 신체적 건강을 위한 요가나 운동을 의미하는데, 그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로빈 스턴은 권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랑에 풍덩 빠졌을 당시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고, 또 아주 많이 나의 다정한 친구와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받았다. 이 모든 것들이 나로 하여금 건강한 연애, 건강한 사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상대가 가스라이팅의 가해자가 될 생각이 없었던 것도 크게 기여한다.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는 상대를 통제하고자 하고, 자신이 상대에게 절대적 위치를 갖기를 원하는데, 나의 상대는 내게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는 나에게 힘이 센 사람이었으므로 그가 나를 통제하고자 했다면 내가 어떻게 됐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나의 친구 B는 엄마랑 둘이 살고 있는데, 어느 날 A 로부터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엄마랑 사냐, 독립해야지' 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B는 독립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그에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가 내게 이 말을 해주었을 때 듣자마자 내게 들었던 생각은,


1. A는 현재 B에게 매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다

2. 그러나 좋은 관계로 유지될 순 없을 것이다, 그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좋지 않다


였다. 내가 알고 있는 그동안의 B는 독립하지 못한 게 아니었는데, 그의 삶이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런 말을 듣고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싫었다. 이것은 좋지 못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B와 A가 어떤 사이인지 알지 못해 그 당시의 생각을 그에게 말하진 않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그 둘이 연인이 되고자 시작하는 관계라는 걸 알게됐고, 그러나 내가 그걸 알게된 시점에 이미 그들은 더이상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특정한 사람과의 만남이 당신 자신과 당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하찮게 만든다고 느낀다면, 그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관계를 끝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관계가 표면적으로는 좋더라도 스스로 불안해지고 비판적이 되며 까다로워진다면 그것이 문제가 된다. (p.362)




이 책은 서문부터 좋은데 너무 아프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가스라이팅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어 오늘 아침 지하철 안에서는 너무 아팠다. 언젠가 연인이 내게  '당신을 실망시킨 게 가장 속상해' 라고 말했는데, 그 때 내가 내 화에 갇혀있어서, 따뜻한 말을 해주지 못했던 게 떠올랐다. 만약 내가 그 때 내 화를 내는 대신, '이 일로 당신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진 않아,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러지마'라고 말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래봤자 지금과 같은 결과였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의 그 말이 떠올라 너무 괴로웠다. 나를 실망시킨 것 같아 속상하다는 그에게, 내가 뭘한걸까.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친밀한 관계의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게 반드시 가스라이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동등한 관계에서의 대화와 다툼이 될 수도 있고, 결국 긍정적 결과를 갖고 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내게 인정받고 싶었던,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그 마음이 생각나,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아팠다.



로빈 스턴은 이 책에서 가스라이팅의 세가지 유형에 대해 말한다. 난폭한 유형, 매력적인 유형, 선량한 유형. 짐작하다시피 난폭한 유형의 경우에는 상대가 폭력을 인지할 수 있지만, 매력적이거나 선량한 유형의 경우에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다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런데 나한테 이렇게 말한다면... 내가 이상한건가?'로 이어지게 만들어 버리니까. 그리고 가스라이팅의 단계도 1,2,3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시도해봐야 할 것들도 얘기해준다. 그러나 언쟁을 피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은, 이미 가스라이팅의 관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쉽지 않다. 가스라이팅을 인지한 사람이라도 이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게다가 책에서 난폭한 유형이라고 나온 것도, 실제 사례를 가져온 것이긴 하지만,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비해서 좀 약한 게 아닌가 싶다. 



가스라이팅을 차단하고 해방되면서, 상대에게 같이 관계를 개선해보자고 말하면서 상대와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혹은 그 괴로운 관계를 끊어낼 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설사 '정말 끊어내는 게 아니'라고 해도 끊어낼 각오로 그 관계에 임하는 것이 가스라이팅에서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친밀한 관계, 이렇게 되기전에 분명 달콤했던 관계가 나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겠지만, 이만큼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겠지만,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다면서 관계를 끊어내는 것에 겁내지 말라고 한다. 이런 결론은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에게도 좋은 조언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당신이 불행한 것은 현재에서다. 미래는 항상 신비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현실에 머물러라. 그리고 미래가 나머지를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둬라. (p.354)



이 책을 읽은 후에 바로 읽으려고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영원히 사랑해]를 사두었는데 이 책이 내 생각과 달리 나를 너무 아프게 해서 차마 연달아 읽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나쁜 감정이 아닌데, 그런데 상대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그 나쁜 관계가 시작되기도 한다니, 비극이잖아. 


아,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난폭한 유형의 가해자들이 그렇게나 고함을 치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너무 싫다. 고함치지마, 소리 지르지마! 너무 싫어!! 그거 하지마!!!



다행히도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쉽지는 않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자신이 이미 좋은 사람이고 유능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므로 상대방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는 일이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자아 정체감을 가질 때, 우리는 자유를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된다. (p.62)


가해자 피해자 양측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스라이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피해자가 그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단 피해자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면,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가해자의 왜곡된 언행을 용기 있고 명확하게 부정하고 자신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고수하게 된다. 피해자가 자신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믿으면, 가해자 혹은 그 누구의 허락과 확인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p.13)

자신이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임을 알아차리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점점 스스로를 의심하게 됐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그 이유는 모른다. 도대체 왜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줘야 하는 사람이 나에게 끔찍한 기분이 들도록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가스라이팅은 아무도 모르게 자행되는 괴롭힘이다. 이런 정서적 학대를 가스라이팅이라 명명하면, 남자친구 가족, 가장 친한 친구가 나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p.16)

"우리는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원천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한 첫 단계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상화하고 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와 환상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p.21)

우리가 상대방의 말을 믿고 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때 가스라이팅은 시작된다. (p.33)

가스라이팅 피해자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가해자를 이상적인 존재로 여기며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 필사적이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상대방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가스라이팅에 노출되기 슆다. 그리고 상대방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러한 취약점을 십분 활용할 것이다. (p.34-35)

우리는 누구나 그 이유를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느끼게 하는 사람과 상대한 경험이 있다. 매우 긍정적으로 근무 평가를 해주었던 상사가 우리를 흔들어놓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거나 혹은 많은 것을 해주었던 친구가 만날 시간조차 내지 못할 때가 있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남자친구와 선뜻 가까이하기가 망설여지고, 성자와 같은 친척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기분이 나쁘고 우울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경험은 항상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의 현실감각을 훼손하는 다른 사람의 영향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너는 틀리고 내가 옳다!"라는 상대방의 숨겨진 메시지다. (p.54)

1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내가 옳고 그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좌절감은 타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점은 그것이 아니다. 전 남편과 문제가 게속됐던 이유는,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남편은 그의 방식대로 세상을 볼 것이라는 사실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나를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했다면, 내가 그렇지 않다고 아무리 열심히 주장하고 화를 내도 그는 나를 비합리적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사고에 관해 누구의 영향력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나는 그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그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p.305)

불행한 일이지만, 관계의 기본적인 속성 중 하나는 바로 통제력의 상실이다. 상대방에게는 우리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우리를 실망시킬 수도 있다. 또한 우리를 잘 대할 수도 있고, 형편없이 취급할 수도 있다. 결국 상대방이 우리에게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우리가 아닌 그들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드들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p.177)

우리는 일반적으로 건전한 일을 한다면 단순하고 간단하게 행복을 발견할 거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더 복잡하다. 가장 건전한 결정조차도 슬픔과 비판 그리고 두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고 현명하게 선택한다면, 마지막에는 그 결정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p.233)

가해자와 실제로는 헤어지지 않더라도 그를 기꺼이 떠나겠다는 의지가 잇어야만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가해자와는 다른 생각을 자신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가해자의 부정적인 생각에 나의 생각을 양보하지 않게 된다. 또 자신을 좋게 생각하도록 가해자를 납득시킬 필요가 없어진다. 피해자가 떠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가해자는 행동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p.251)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하나가 되려는 생각에 휩쓸리거나 가해자에게 인정받으려는 열망에 압도될 수 있다. 피해자들은 예전의 나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떠올리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p.253)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이 경우 자신을 보호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가해자를 떠나야 한다. 여러 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더라도 헤어지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하면 상황이 절박할 수도 있고 절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관계가 끝났다고 깨닫는 특정한 순간이 있다. 반대로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심할 수도 있다. 그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고통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계를 유지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p.3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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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1-20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다락방님 글 읽으니 너무 좋아요.
사랑이 처음 찾아올 때 상대방에게 무조건 맞추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잖아요. 그냥 다, 내가 다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요.
일정도 영화도 심지어 메뉴조차도요.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말이예요.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느낌 못지않게, 그가 나를 대할 때의 느낌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어쩌면 알고 있는 것일수도 있는데 이렇게 글로 만나니 더 확실히 알게 되네요.

단발머리가 뽑은 오늘의 문장 :

이 책에서 말하는 가스라이팅의 덫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내가 이미 다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락방 2018-11-20 09:07   좋아요 0 | URL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에요, 단발머리님.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고 거기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고 하니까요. 사랑은 아주 많은 경우 나를 채워주고 충족시켜주고 행복을 주지만, 그러나 거기에 갇혀버리면 오히려 우리는 더 바닥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가스라이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혹은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설사 가스라티잉이 아니더라도 더 건강한 연애를 위해서도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책 좋았지만 뭐랄까, 사례들이 좀 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수가 학생을 성폭행하고, 문학도들을 이름난 시인들이 성폭행하는 것들도 가스라이팅으로 시작된 것인데, 그런 범죄로 이어진 것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거든요. 그런 범죄로 이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내가 나에게 집중하기‘로 다 될것 같지가 않아요. 그건 물론 너무나 필요한 것이지만, 아직 어린 사람들에겐 너무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서 좀 더 쎈, 뭔가 더 다른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젯 밤에 급하게 썼어요. 읽고 너무 슬퍼서 오늘은 좀 따뜻한 책을 읽으려고 가져왔어요. 헤헷.

굿모닝입니다, 단발머리님!
:)
 
나는 천재가 아니야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5
로드리고 무뇨스 아비아 지음, 나오미양 그림, 김민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읽은 어린이책 중에 가장 좋았다.

롤라는 천재 오빠에게만 집중되어있는 부모에게 반항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당당하다. 학교의 유일한 여자 축구부원이지만 그 누구보다 잘 싸운다. 그리고 그걸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게 너무 좋아!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들여다보지만, 타인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은 소녀에 대한 이야기라 즐겁게 잘 읽었다.


아빠의 일과 바흐의 일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마태 수난곡>과 세제 광고를 비교하는 게 터무니없다는 건 나도 잘 알지만, 사람들이 자기 일을 잘 마무리하고 흡족해하는 모습이 나는 좋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결과물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게 좋다. (P.160-162)


특히 위의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너무 좋았어. 이 어린아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너무 좋은 거다! 난 줄 알았네 ㅋㅋㅋㅋㅋ



요즘 조카가 책을 읽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이모집엔 책이 많고, 이모가 책도 빌려준다'고 자랑을 하고 다닌단다. 그런 조카 계속 자랑하고 다니라고 책 주문할 때마다 조카와 함께 읽을 책을 한 권씩 껴 넣을 생각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번에 그렇게 주문한 책. 이 책 읽다가 재미있고 좋아서 조카에게 얼른 읽히고 싶어졌다.


좋다.

으흐흐..

침묵이 훨씬 시끄러울 때가 있다.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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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를 쳐다보지 마 스토리콜렉터 67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너무해 ㅠㅠㅠㅠㅠㅠㅠ 이러는 법이 어딨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능성과 희망을 잔뜩 던져주어 들뜨게 해놓고서는, 그 모든것들을 더한 것보다 큰 절망을 내리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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