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단편중 「그가 지금 풀숲에서」는 '외계인손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이 나온다. 이 병을 앓고 있는 남자의 아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왼손의 남편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집안을 어지럽히기도 하는통에 난감해한다. 자기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한다. 그녀가 친정으로 도망가기전날, 그녀의 왼 손은 자는 남편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책속에서 이 증상에 대해 남자가 자신의 의사 친구에게 묻자 의사친구는 외국에는 몇몇 사례가 있었다며 그 병은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라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원인이 정확히 규명된 건 아닌데, 뇌의 손상과 관련이 있어. 외국 사례로는 간질환자 중 일부가 뇌수술 후유증으로 그런 증세를 발작적으로 일으키기도 한다고 하는데, 뇌경색 환자에게서도 발견되는 모양이고 ‥‥‥하도 희귀한 경우라서, 글쎄‥‥‥어떻게 말해야 될지 나도 잘 모르겠군. 한쪽 손이 말을 안 듣기도 하고 양손 다 통제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손이 주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거지. (「그가 지금 풀숲에서」,p.108)
나는 이게 소설속 장치인건지 아니면 정말 있는건지 궁금해서 구글에 넣어봤다. 위키백과로 검색되길 바랐는데, 위키백과는 찾지 못했고, 조선일보의 기사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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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가 20일 온라인을 통해 소개한 희귀병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 화제로 떠올랐다. 미국 뉴저지의 캐런 번(55)의 왼손은 캐런의 몸을 공격한다. 다리를 때리고 뺨을 치고 펀치를 날린다. 담배를 피웠다가 재떨이 두면, 왼손이 불쑥 뻗어나오면서 담배를 꺼 뻐린다. 왼손이 핸드백 속의 물건을 꺼내 던져버리기 때문에 많은 물건을 잃어버렸다. 왼쪽 손 뿐 아니라 다리도 자기 마음대로 방향을 정해 움직여 캐런은 자주 난감하다.
마치 외계의 생명체가 조종하는 것 같아서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란 불리는 증상은 간질 수술 이후에 나타났다. 10살 때부터 간질을 앓던 캐런은 27살에 수술을 받았다. 보통은 비장상적인 전기 신호를 일으키는 뇌의 작은 부분을 제거하는데, 캐런의 경우에는 원인 부위를 밝히지 못해 뇌량을 제거해야 했다.
수술 후 간질은 나았지만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 캐런을 괴롭하기 시작했다. 몸의 한 쪽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뇌량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좌내와 우뇌는 뇌량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그 매개체가 사라지자 왼쪽 손과 다리는 캐런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이게 된것이다. (출처:조선일보, 2011.01.14 08:18 입력,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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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게...정말 있는 병이구나. 나의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다니. 내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때로는 내 옆사람을 혹은 나를 공격하기도 한다니...무섭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고 이 책에는 나와있는데,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내 손이 무엇을 할지 모르는채로 긴장된 삶을 살아야한단 말인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삶을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다는 걸 실감한다. 삶이 마치 전쟁같다. 어휴.
나는 내 책장의 두 칸을 내어줄 정도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저 위 두줄이 하루키의 책들로만 채워져있다. 국내에 나온 모든 하루키의 책을 다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나는 생각하긴 하는데, 어제 친구가 하루키의 에세이전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무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알라딘 책소개]
작가가 아닌 생활인 하루키, 젊은 하루키를 만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 콤비의 전설의 에세이 시리즈. 하루키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로 꼽은 이 에세이가 국내 정식 출간 계약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소설에서 엿보이는 것과는 또다른 생활인 하루키의 면모는 물론, 1980년대의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정취와 도시 생활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총 다섯 권으로 출간되는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존 번역본에서 생략되었던 에세이와 삽화를 원서 그대로 되살려내 보다 충실해진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하아- 날더러 대체 어쩌란 말인걸까. 책소개를 보니 기존에 읽었던 에세이들이 재번역되어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기존 번역본에서 생략되었던 에세이와 삽화를 원서 그대로 되살려내 보다 충실해진 내용' 때문에 이 다섯권을 새로 장만해야 하는걸까.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라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소식은 반갑지만 다섯 권이 한꺼번에 나오다니, 좀 너무한거 아니야? 일 년 간격으로 아니 육 개월 간격으로 한 권씩 나와줘도 되는거 아냐? 하긴, 누가 이 책 사라고 압박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왜 나는 압박감을 느끼고있지? 왜 이걸 사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하루키가 나한테 고맙다고 할 것도 아니고, 출판사가 나한테 사달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안 사도 지구는 그대로 돌고 태양은 그대로 떴다가 질텐데, 이걸 사든 안 사든 내 일상의 아무런 변화가 없을텐데, 굳이 살 필요 없잖아? 그리고 새로 나왔다고 뭐 꼭 지금 사란 법 있나? 내년에 사면 어떻고 내후년에 사면 또 어때? 내가 읽고 싶은 때에 사서 읽으면 되잖아? 어차피 신간을 읽고 싶어하는 여자사람도 아니었잖아?
그런데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란 제목이 참 좋다. 나도 근사한 제목으로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 이를테면 크리스마스의 참이슬이라든가 석가탄신일의 떡볶이라든가. 흐음. 그런데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보다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나질 않네. 화이트데이의 뼈다귀해장국, 은 좀 괜찮나? 생일날의 순대국은 좀 별로인가? 첫데이트의 닭똥집은? 결혼기념일의 오돌뼈, 설날의 스테이크, 추석날의 오이지, 휴가기간의 할라피뇨...아, 할라피뇨, 라고 치는 순간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오늘은 매우 바쁜날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놀고 열심히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