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샌드위치였다. 생크림이 얹어진 까페모카와 함께. 사실 샌드위치는 내 입맛에는 달달한 커피와는 궁합이 맞질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메리카노가 짱인데. 여튼,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나니 분노가 샘솟는다. 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싶지 않거든. 그래서 생각나 써보는 내가 싫어하는 것들.
내가 싫어하는 것들
- 점심으로 먹는 샌드위치
- 점심으로 먹는 햄버거
- 점심으로 먹는 순대랑 떡볶이
난 진짜 견딜 수가 없다. 샌드위치나 햄버거 따위로 끼니를 때우는 것. 그렇지만 내가 하는일의 특성상,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이런것들을 견뎌야 해 ㅠㅠ 싫어 ㅠㅠ 그런데 이걸 살짝 바꾸면 내가 좋아하는 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 간식으로 먹는 샌드위치
- 간식으로 먹는 햄버거
- 간식으로 먹는 순대랑 떡볶이
아침과 점심 사이에, 혹은 점심과 저녁 사이에 저것들을 살짝 넣어주면 나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나는 가급적 햄버거는 먹고 싶지 않지만. 난 햄버거가 싫어.. 후렌치 후라이는 좋다. 날 좋은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후렌치 후라이를 오만원어치 쌓아두고 맥주를 마시고 싶다. 그러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남동생과 나와 제부는 아구찜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2차로 후렌치 후라이를 2만원어치 사서 집으로 돌아가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칼로리 따위, 흥.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나쁜 여자』의 남자는 한 여자를 사랑했고 잊지 못한다. 그러나 헤어져야 했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그는 다른 여자인 질 플레밍을 미장원으로 데려가서 붉은색 머리로 염색을 하게 하고, 그녀가 어떤 원피스를 입으면 눈에 띄게 좋아한다. 질 플레밍은 나중에야 왜 그런 모습들에 그가 흥분하는지 알게된다. 그의 사진을 뒤적이다가 그가 사랑했던 여자 레슬리 챔버레인의 사진을 본 것. 그녀가 붉은 머리였던 거다. 그녀가 그런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거다. 그러나 질 플레밍이 그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붉은 머리로 염색하고 원피스를 바꿔 입는다고 한들, 그 남자가 레슬리 챔버레인을 사랑했던 것 처럼 질 플레밍을 사랑할 수는 없다. 닮은 사람은 닮은 사람일 뿐, 이 사람이 그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또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열거할 수 있다.
또, 내가 싫어하는 것들
- 시뻘건 떡볶이를 먹고 싶었는데 덜 빨간 떡볶이를 먹는 것
- 쫄깃한 불족발을 먹고 싶었는데 흐물흐물한 불족발을 먹는 것
- 맛있는 꼬꼬면을 먹고 싶었는데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싱겁게 먹는 것
- KFC 의 핫크리스피를 먹고 싶었는데 맛없는 짝퉁을 먹는 것
물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굶는거다. 나는 한끼라도 굶으면 손발이 떨리고 힘이 쫙 빠지며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우울해지는건 필수. 주변 사람들이 이런 나를 보고 혹시 당뇨가 있는건 아니냐, 저혈압인건 아니냐, 모두들 걱정을 하길래 나도 안되겠다 싶어 한의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이런 증상을 얘기했다. 그러자 닥터는 나는 혈당에도 혈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정신적인 거에요. 정신적으로 굶주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것 같아요.
난 내가 여러가지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굶주림에 대한 두려움..까지 가지고 있을줄은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