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김현주가 낭독한 시가 이성복의 이별 이란걸 알고나서, 그 시가 실린 시집이 뭔지 검색해서 사고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어떤 블로거가『그 여름의 끝』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시집에 정말 그 시가 실린게 맞는지 확인하고 사려고 했더니, 알라딘도 예스도 교보도 심지어 문지의 홈페이지에도 이 시집의 목차가 실려있지 않은거다. 아..확실히 알고 사고 싶은데. 그래서 문지홈에 나온 문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편집팀에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어떤 부서도 다 전화를 안받는다. 그래서 나는 이 시집에 그 시가 실린건지 아직까지도 확인을 못하고 있고, 결국 사지도 못하고 있다. 

이 시집 가지고 계신분 혹시 없나요? 여기에 「이별1」 실린거 맞아요? 

 

이별1 

                           이성복 

 

당신이 슬퍼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새가 울고 꽃이 피었겠습니까
당신의 슬픔은 이별의 거울입니다
내가 당신을 들여다보면 당신은 나를 들여다봅니다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별의 거울 속에 우리는 서로를 바꾸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면 떠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 입니다
그리고 내게는 당신이 남습니다
당신이 슬퍼 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우리가 하나 되었겠습니까 

 

 

 

오늘 출근길,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제 고작 50 페이지쯤을 읽었을 뿐인데, 그 사이에 몇번이나 울컥거렸다. 그건 아마도 이것이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거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고, 그것들을 문장으로 꾸며내는 건 분명 작가의 능력이긴 하지만, 실제 사건을 소재로 다룬 이상, 이 소설은 그 사건에 빚을 지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것은 '이미' 가슴 아픈 일이 아닌가.

 

 

 

도입부의 작가의 말은 이렇게 끝맺고 있다.  

벨디브로 끌려갔던 아이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살아남아 증언한 아이들에게 바치는. 

 

이 소설은 벨디브 사건이 있었던 그 때와, 현재를 오고가며 진행되는데, 현재에서 벨디브 사건을 설명해준다. 

"벨로드롬 디베르 일제 검거. 줄여서 벨디브라고 해. 사이클 경기가 열리던 유명한 실내 경기장이야. 유대인 수천 명이 그곳에서 며칠을 처참하게 지내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돼 가스실로 직행했어. (p.54)

"가보는 거야 괜찮지만, 기꺼이 취재에 응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야. 조금 전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프랑스 사람들한테는 예민한 부분이거든. 워낙 민감한 문제니까. 그 많은 유대인들을 체포한 게 나치가 아니라 프랑스 경찰이었으니 말이야." (p.56) 

문장이 슬픈게 아니라, 이런 사건 속에 소녀가 놓여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가슴 아프잖아. 이 소설을 얼른 더 읽고 싶은데, 이럴때는 내가 회사원이라는게 몹시 짜증난다. 뭐, 이럴때만 짜증나는건 아니긴 하지만. 사무실을 뛰쳐 나가서 책을 읽고 싶다. 휴.. 

  

 

어제는 술을 마셨고, 취했었나 봐, 마을버스 안에서 나는 마을버스 기사님께 술주정..을 한 것 같아 지금 몹시 부끄럽다. 그러니까 사건은 이랬다. 나는 음주를 끝낸 뒤, 지하철을 타고 강변역으로 갔다. 강변역으로 가서는 마을버스를 탔다. 그리고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이 가까워오자 뒷문 앞에 서 있었다.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대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마을버스가 막 지나고 있었다. 뒷문이 열리지도 않은 채. 

"아저씨. 왜 문 안 열어 주세요!"
"벨을 눌러야죠!"
"눌렀어요!" 

라고 말한 뒤 벨을 보니 빨간불이 안들어와있다. 이거 왜이래? 

"언제 눌렀어요?"
"아까요."
"지나친 다음에 누른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다음부턴 미리 눌러야 해요." 

당연한거 아닌가. 당연히 미리 누르지. 지나친 다음에 왜 누르겠는가. 내가 버스 한두번 타보는 것도 아니고. 

"그럼 저 어떡하죠?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나요?"
"지금 차들 멈췄으니까 앞문 열어줄테니 앞문으로 내려요."
"네." 

그리고 나는 앞문으로 갔다. 앞문이 열렸다. 나는 막 내리려는데 기사님이 

"조심해요. 차 안오는지 보고 내려요." 

하신다. 그래서 네, 고맙습니다, 하고 내렸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잤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젯밤의 이 사건이 제일 먼저 생각난 거다. 오. 미쳤나봐. 나는 뒷문앞에 서서 이런 대화를 기사님과 했어. 소리소리 질러가며. 버스안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미쳤나봐. 이게 뭔짓이야. 예쁜 처녀가.. ㅜㅜ 부끄러운거다. 그제서야 퍼뜩 생각났다. 나는 벨을 누른 기억이 없다. 이런..병... 하아- 내가 무슨짓을..하아- 사람들이 나 술취한거 알아챘을까? 하아- 친절한 마을버스 기사님께 술꼬장을 ㅠㅠ 게다가 내가 벨 안눌러놓고 미친 벨 취급했어. ㅠㅠ 

부끄럽기 짝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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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1-08-1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름의 끝. 맞아요.

다락방 2011-08-12 12:2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야호~

아이리시스 2011-08-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마을버스 기사님이 착해요. 요즘 안 착한 아저씨도 엄청 많은데.. 다행이에요.ㅠㅠ 욕 얻어먹을 수도 있었잖아욧! 조심해요.ㅠㅠ 부끄러운 건 혼자 감수해요. 호호호호호. 저 책 좋아요? 어제 영화 검색했더니 영화가 디따 좋은 화질로 있는 거예요. 다운은 안 받았지만.. 개봉영화잖아욧! 저는 착한 다운로더거든요, 후훗. 지금 저는 [풍산개] 보고 있어요, 다락방님. 이 영화 온통 깜깜해서 대낮에 너무 캄캄해요.ㅠㅠ

다락방 2011-08-12 12:25   좋아요 0 | URL
그치요? 아저씨가 친절하신 분이 아니었다면 저는 술김이었으니 싸움이 났을지도 몰라요. 흑흑. 술을 마시려면 곱게 마셔야지, 이제 대체 뭐하는거랍니까!
저 책은 좋아요, 아이리시스님. 50쪽까지 읽은 현재, 그런데, 좋은데, 별은 넷밖에 줄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리시스님, 읽다말고 자꾸 눈물 날라고 해요, 이 책은. 저는 내일 오후에 이 영화를 봐야 하는데 그 전에 책을 다 읽지 못할테니 참..안타까워요. 흑흑. [풍산개]는 캄캄한데, 재미는 있나요?

아이리시스 2011-08-12 21:26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책 말고 영화 먼저 보고 나머지 읽어도 좋을 거예요, 울지 마요. 뚝!
[풍산개]는 풍산개의 눈빛이 멋져요. 그게 다예요. 제가 윤계상을 원래 좀 좋아해요. 이미연이랑 나온 [사랑에 미치다] 그때부터요. 참참, 저도 다락방님 버스 안에서 참 사랑스러웠을 거란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남자친구 하나 데리고 있었음 더더 좋았을 텐데..^^ 예쁨 받았을 거예요. 그런데 버스 타고 집에 데려다주는 남자, 괜찮아요?ㅎㅎ

다락방 2011-08-14 19:35   좋아요 0 | URL
우하하하 아이리시스님, 저 새벽 두시반까지 책 다 읽고 그 후에 영화봤습니다. 의지의 한국인! ^^V

그러나 아이리시스님, 남자친구가 마을버스안에 함께 있었다면, 저 대신 벨을 미리 눌러주었을 거고, 저는 술꼬장을 부리는 일이 없었겠죠. 흑. 버스 타고 집에 데려다주는 남자도 괜찮은데, 다시 버스타고 자신의 집에 돌아갈 걸 생각하니 그건 좀 안좋아요. 시간 낭비 같아요. 버스타는 남자라면, 데이트 후 각자의 집에 각자의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쪽이 낫겠어요. (이상하게 진지해진..ㅋㅋ)

2011-08-12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1-08-1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거 아닌가. 당연히 미리 누르지. 지나친 다음에 왜 누르겠는가.

ㅋㅋㅋㅋㅋ 예쁜 처녀 다락방님. 웃어서 미안한데, 그 생각하는 다락님 얼굴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은 어째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거요! (...기사님 감사합니다. ㅠㅠ)

다락방 2011-08-12 12:27   좋아요 0 | URL
그니까, 기사님께 저도 감사를 ㅎㅎㅎㅎㅎ 그런데 기사님 얼굴도 당연히(!) 생각이 안나고. 오늘 아침에 마을버스 탔는데 이분이 어제 그분이면 어쩌나 이런 생각도 들고 ㅋㅋㅋㅋㅋ

제가 사랑스러운 건, 그러니까, 음,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난 것 같아요. 뭐, 이런건 어쩔 수 없는거니까. =3=3=3=3=3

레와 2011-08-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장했어요?! 술꾼! ㅋ


다락방 2011-08-12 12:40   좋아요 0 | URL
속은 뭐 괜찮아서 굳이 해장할 필요가 없더라구요. 양주의 힘이라니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1-08-1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너무 귀여우신거 아닌가요?
그렇게 귀여운 술주정이라면 버스기사님이나 승객들도 모두 이해해주셨겠네요. ^^

다락방 2011-08-12 13:35   좋아요 0 | URL
저 며칠동안 술을 하도 마셨더니 몸이 무거워요. ㅎㅎ
버스기사님도 그리고 승객들도 전혀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거에요. 감은빛님도 그런 저를 어제 버스안에서 보신거라면 귀엽다는 말을 얼른 지우게 되실거에요. 흑흑 ㅠㅠ

2011-08-1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꾼!!ㅋㅋ
점심은 맛있는거 드셨어요?

다락방 2011-08-12 14:17   좋아요 0 | URL
맛있는거 먹었을까요, 안먹었을까요?

지방 어디에 있어요, 신스님? 제주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섬사이 2011-08-1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술꼬장이 아니예요.
깜찍한 재롱? 뭐 그 정도예요.


다락방 2011-08-12 14:33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흑흑 술꼬장이 맞아요. 흑흑
저는 제가 그럴줄은 몰랐어요. 사람에겐 자신이 알지 못하는 아주 다른 많은 면들이 숨겨져 있는가봐요, 섬사이님. 흑흑

Kir 2011-08-1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님 좋은 분이네요, 아... 아니다. 세상 모든 미인들에게 친절한 건 인간의 본능이라죠.
또 다락방님의 미모 덕이군요^^
(그래도 술은 많이 취할 때까지 드시지 마세요, 워낙 험하고 무서운 세상이잖아요...)

다락방 2011-08-12 16:3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완전 말짱하고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었던 거에요, 그 당시에는. 아주 멀쩡. 남자직원들 셋하고 마셨는데 다들 저한테 완전 멀쩡하다고 ;;
저도 스스로 난 캡 멀쩡해 라고 생각하고 한 짓인데, 오늘 아침에 깨보니까 제가 멀쩡한게 아니었더라구요. ㅎㅎㅎㅎㅎ 무서운 세상, 그리고 무서운 술이에요. 하하하핫

비로그인 2011-08-1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역시 용감하시네요. 저 같으면 기사님 앉아계신 데까지 종종 걸어가서 소곤소곤 얘기했을텐데 말이에요! (술꼬장 → 용감 으로 언어 순화 ^^) 저도 얼른 [사라의 열쇠]를 읽어봐야겠어요. 영화 보고 난 다음에 볼까 싶기도 하지만... 책 보고 영화 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무 궁금하네요.

다락방 2011-08-14 19:36   좋아요 0 | URL
용감해서가 아니라요, 수다쟁이님, 술이 취해서 눈에 뵈는게 없었던...거죠. orz 그러니까 감히 저런행동을.. ㅠㅠ 술꼬장을 용감으로 언어 순화 해주시다니, 수다쟁이님 정말 친절하신 분이시군요!
이 영화에 대해서는 책을 보고 영화를 봐도 전혀 실망스럽지 않을거에요. 그점은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 2011-08-13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복과 나희덕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1인 (음, 그러니까 생존하는 한국 시인들중에서)

다락방님께 하려던 말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요, 졸려서...

다락방 2011-08-14 19:37   좋아요 0 | URL
아니, 졸리면 그냥 주무시지 대체 왜 이시간에 댓글을 달고 계신겁니까! 네?!!

버벌 2011-08-1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의 열쇠.. 강하게 읽고픈 마음이.
사야지. 사야지. ㅎㅎㅎ
전 오늘 광안리가요. ㅋㅋㅋ

다락방 2011-08-14 19:37   좋아요 0 | URL
8월 13일에 사야지, 사야지, 라고 댓글달고 8월 14일에 다 읽었고 먹먹했다는 메세지라니. 버벌님 완전 짱 부지런하신거 아니에요? 행동력 최고에요!!

에디 2011-08-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석해드리겠습니다.

꼬장 <= 낮음 = 행위자의 외모 = 뛰어남 => 귀엽거나 톡톡튀는 뇨자



..더러운 세상 ㅠㅠ

다락방 2011-08-14 19:38   좋아요 0 | URL
에디님, 살아보니까 말이죠, 예쁘면 살기에 편하더라구요. 그점은 분명해요.

=3=3=3=3=3

달사르 2011-08-1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짝반짝 빛나는> 은 보지 않지만 이성복의 '이별'은 탐이 나기에 시집에 군침을..

이쁜 여자가 마을버스 안에서 술꼬장을 저렇게 귀엽게 하면, 기사님 운전 못해요..두근거려서..ㅎㅎㅎㅎ

다락방 2011-08-17 08:34   좋아요 0 | URL
저도 시집에 군침을 흘리며 언제 지를까만을 노리고 있어요. 장바구니 채우기 놀이중이거든요. 넣었다가 뺐다가 ㅎㅎㅎ
아 글쎄 귀여운 꼬장이 아니었다구요. ㅠㅠ

달사르 2011-08-18 11:18   좋아요 0 | URL
이히히. 저는 방금 장바구니에 하나 가득 채워서 질렀답니다. 꺄악꺄악 소리 지르면서요. ^^

ㅋㅋㅋㅋ 다락방님이 하시는 건 뭐든지 귀여운 꼬장! 확실!

다락방 2011-08-18 13:39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은 꼭 지를까, 뭐 이런 결심을 또 했다가 말았다가 하면서 뭔가를 빼고 넣고를 계속 하고 있어요. ㅎㅎㅎㅎㅎ

아 글쎄 안귀엽다니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