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6일간 글을 안썼고 지금 시각은 새벽 03:03 인데 어째서 12명의 방문객이 이곳에 왔다갔는가... 누군가.... 어쨌든 최근에 읽은 책들에 대해서 뭔가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표현이 안되는 것 같아서 짧게 쓰고 자기로 한다.
내가 하는 사소한 말과 행동들이 다른곳에서 전혀 엉뚱한 다른 결과들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혹은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갈 수도 있다. 그것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할것이다.
이 책 속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자신의 의도와는 달랐던 일들이. 상대방의 행복을 바랐던 일이 상대방의 불행을 가져온다면?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면? 나따위를 사랑할 리 없어, 라는 강한 신념이 절대적으로 틀린 것이었다면?
다 읽고 난 이 소설은 아프고 슬픈데 이 감정을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제대로 표현될 지 알 수가 없다. 어제 다 읽은 소설인데 하룻동안 생각해도 역시 어떻게도 표현이 안된다. 책장을 덮고나서도 좀처럼 그 감정이 쉬이 잊혀지질 않는다. 나는 다만 그렇게만 말할뿐이다.
'이리 멘젤' 감독의 [가까이서 본 기차]라는 영화로 먼저 만난 이 작품은 그래서인지 읽기가 수월했다. 그러나 읽기 수월했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웠던 건 아니다.
나는 언제나 전쟁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는지에 대해 영화나 책을 읽을때마다 새삼 놀라고 또 새삼 아파하곤 한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과 일어난 후의 한 개인의 삶이 같을 수는 없을거라고 감히 확신하면서.
그리고 전쟁은 어떤 형태로든 아주 많은 죽음을 만들어낸다. 상대를 짓밟기 위한 죽음부터 전쟁 자체를 끝내기 위한 죽음까지. 그런 전쟁에 명분이란 있을 수 없다.
예상외로 읽기 힘들었던 책이다. 그렇게도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 몇번이나 그만 읽을까를 고민했다. 그건 단순히 이라크 전쟁이 처참했다거나 전쟁이 그들의 삶을 바꿔놓았다는 아픔에서 오는 힘든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혼란스러웠다.
평화를 위한다는 것, 평화를 위해 여행한다는 것. 나는 감히 하지 못할일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안다. 실제로 이런 일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나는 전쟁을 겪은이들의 아픔과, 상상하지 못했던 처참함을 내 방에서 편하게 책을 읽어가며 알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다 아는데, 그래도 아주 많이 혼란스럽다. 정말 이게, 그러니까 그곳에 가서 그들을 위로하고, 전쟁을 기록하고, 평화를 기도하는게, 잘한일이라는 확신이 들질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한 일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들에게 전쟁이 두렵지 않느냐고 묻고, 그들에게 전쟁을 기록하겠다고 말하고,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져 그들로 하여금 낯선 외국인을 찾아 나서며 걱정하게 하는 부분들을 읽으면, 아, 난 정말 모르겠다. 그들을 위로하겠다고, 도와주겠다고 가서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오는건 아닌지.
이 책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내가 느껴야 할 감정이 도무지 무엇인지를 확신할 수가 없어서 이 책읽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좋았다 안좋았다 오락가락 하는데 이 작품은 내가 읽은 그의 책 중에 좋은 편에 속한다. 나의 경우에도 내 안의 추한면을 알고 있고, 학창시절의 어떤 추한 행동들에 대해서는 -물론 학창 시절뿐만이 아니더라도- 결코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 알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더 심한 것들은 누군가 알까봐 걱정되는 것들도 있다. 나는 나의 그런점들을 아는 그 시절의 사람들을 우연이라도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쩌다가 내 삶에 갑자기 다시 또 뛰어들어 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할까봐 두렵다. 내 주변에 나의 좋은 점들을 보아주고 또 나쁜 점들을 인내하며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과연 나의 그런 추한 점들을 알게 되어도 옆에 있어줄까를 생각하면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과거가 두렵고, 과거가 앞에서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언제나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소설 『악의』는 나의 그런 두려운 마음을 바로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런 마음들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잠깐, 생각했다.
작년 연말에, 2010년이 지나기 전 결정을 내리자, 고 생각했던 두가지의 일들이 있고, 아슬아슬하게 나는 30일과 31일,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나 새해 들어 그 결정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됐고, 결국 그것은 결정을 한 채로, 그러나 번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끈질기게 내 머릿속을 톡톡 치고 있다. 그래서 연휴가 시작된 첫날, 나는 동네의 작은 산을 산책하며 혼자 생각을 좀 해보고자 했다. 걷는 동안 충분히 시간을 들여 생각하면 조금 더 확신을 가진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에 대해서는 결국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산에 도착하니 눈이 채 녹지 않았었고 그래서 길을 미끄러웠으며 나는 걷는 내내 혹시 미끄러지지는 않을까만 염려했던 것이다. 몇번이고 미끄러질 뻔하고 휘청여서 혼자 가면서도 으악, 하는 비명을 수시로 내질렀다. 결국 산에서 내려왔을 때 나는 온몸이 쑤셨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이렇게 된 이상 더 생각하지 말자 쪽으로 결심을 해버리게 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오늘 새벽이 오기 전부터, 나는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결정을 번복하자, 고. 별일도 아니고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내내 혼자 고민하고 있다. 별일이 아닌데, 내게 결정이 어렵기는 하다.
새벽 03:31 인데 아직 귀가하지 않은 남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뼈해장국 먹으러 왔는데 누나도 먹고 싶으면 나오라는 전화였다. 지금 시각이 새벽 세시반인데....나는 잠깐 갈등했다........안먹겠지만 너 혼자 먹고 있는거니 나가서 앞에 앉아있어 주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 안나갔다. 음. 새벽 세시에 뼈해장국을 먹지 않는 건 잘한 짓일거다. 음. 근데 좀 먹고 싶네.
연휴의 마지막 날이 오는게 너무 싫어서 잠을 못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