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결국 부엌으로 달아났다. 오전 11시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천천히 씹으려고 애쓰며 억지로 먹었다. 포장을 벗겨 햄 한 조각을 꺼냈다. 그런 다음, 바나나 하나를 집어 껍질을 벗겼다. 그러는 동안 일요일은 조금씩 물러갔다. 한 입 먹고, 한 번 씹고,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일요일이 약간씩 지나갔다. (p.78)

 

아니아니아니다. 일요일이 언제 조금씩 물러간 적이 있던가, 언제 약간씩 지나간적이 있던가. 내게는 언제나 휙휙 지나가기만 하던데. 

멀미약이 단 한 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집 근처 약국은 닫혀 있었다. 아직 일요일이었다.(p.81)

 

그래, 18:36 현재. 아직 일요일이긴 하다. 그러나 이제 몇시간만 지나면 이 일요일이 완전히 지나가 버린다. 그러면 또다시 월요일이 다가올테고 그러면 또다시 나는 두 눈을 비비며 일어나 머리를 감고 출근 준비를 해야 할테고 그러면 또다시 나는 버스와 지하철에 시달리며 출근을 할테고 그러면 또다시.... 

아 싫다. 

아직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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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1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갑자기 다락방님이 너무 보고 싶어져서 서재에 들렀는데 새 글이 있네요!
게다가 구구절절 너무도 공감이 가는 일요일의 비애라니!
주 5일 근무가(저는 주5일 근무가 아닙니다만..ㅜ.ㅜ) 토요일과 일요일 묶어 쉬는 것과 수요일과 일요일, 이렇게 나눠서 쉴 수 있는 방법 두 개였음 좋겠어요. 월요일이 시작되면 주말이 너무 멀어서 지치거든요. 중간에 잠깐 쉬어갔음 좋겠어요.(>_<)

다락방 2009-10-18 20:1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미치겠어요. 저 오늘 세수도 안하고 뒷동산 산책했는데요, 다녀오고 나서도 아직 세수를....쿨럭. 어쩐지 일요일에 세수하는 건 반칙 같지 않습니까?

아, 월요일이 올까봐 일요일이 싫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09-10-1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밖이 깜깜해졌슴다..;;; 흑.

다락방 2009-10-18 20:14   좋아요 0 | URL
저는 억울하게 낮잠도 못잤어요. 억울해 억울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뷰리풀말미잘 2009-10-1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남은 일요일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요.

다락방 2009-10-18 20:15   좋아요 0 | URL
아 몰라요 몰라요. 알차게는 이미 물 건너 갔어요. 저는 잠들때까지 발만 동동 구르다 말 것 같아요. 아 정말 싫어요 싫어요 싫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매지 2009-10-18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낮잠 한숨 잤더니 어느새 ;; 아흑.

다락방 2009-10-18 20:15   좋아요 0 | URL
그러게 저도 낮잠을 자야 했는데 낮잠도 못자고 이게 뭔지. orz

2009-10-18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8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8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8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8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8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9 0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9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10-1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 하면 글루미 선데이와 블러의 선데이 선데이가 동시에 생각나요. 두 곡 다 들어보시면 제 심정을 아실 겁니다. 그러니까 글루미 선데이는 이맘때쯤 들어야 하고 블러의 선데이 선데이는 금요일쯤 들어야 해요.

다락방 2009-10-19 08:33   좋아요 0 | URL
아 Jude님. 갑자기 이 글을 보니 제가 [글루미 선데이]영화를 보다가 포기한 일이 떠오르네요. 저는 그 영화를 보기가 어찌나 힘이 들던지 말이죠.
그나저나 Jude님. 어김없이 월요일이 왔어요. 또 한주 살아봐야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요, Jude님. Jude님께 '김훈'의 [남한산성]은 어땠나요? 저는 아직 읽기 전인데...그 책 괜찮은가요? 괜찮다고 하시면 읽어볼까 해요.

hnine 2009-10-1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말이지요, 결혼해서 살림하는 입장이 되니까 싹 바뀌더라구요. 어서 월요일이 왔으면 하는 기대로 버티는 일요일 밤을 보내게 되지요. 무슨 뜻인지 아시리라 믿으며... ^^

다락방 2009-10-19 08:34   좋아요 0 | URL
hnine님.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그렇다면 저는 일요일을 기대로 버티기 위해 음..결혼을 해야 할까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0-1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 너무 쬐끔 남았어요. 아 아쉬워

무해한모리군 2009-10-19 08:07   좋아요 0 | URL
벌써 월요일 왔어요 --;;

다락방 2009-10-19 08:34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도대체 일요일 가는거 붙잡지 않고 뭐한거에욧! 어디서 뭐하느라 월요일이 그냥 오게 내버려둔거냐구욧! 버럭버럭!!

무해한모리군 2009-10-19 09:08   좋아요 0 | URL
안자고 버티면 안올줄 알고 눈을 안감을려고 했는데 --;; 엉엉

다락방 2009-10-19 09:14   좋아요 0 | URL
월요일이 온거...이거 다 휘모리님 때문이에요. 휘모리님 미워요, 미워요!! 엉엉. (마구 소리내어 처절하게 울며 뒤돌아 뛰어간다.)

머큐리 2009-10-1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아쉬운 일요일이지만...또 오는 일요일을 기다려요...그 사이가 넘 지겨워서 그렇지..ㅎㅎ

다락방 2009-10-19 08:31   좋아요 0 | URL
그치요, 그치요, 그치요? 저 역시 또 오는 일요일을 기다려요. 목요일 저녁때쯤 부터 막 신나진다니깐요. 이제 금요일이고, 토요일이고, 막 이러면서요. 일요일 밤은 무서워요. ㅎㅎ

야클 2009-10-18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나름 월요병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1.월화드라마와 친해지세요.
2.주식을 해보세요. 가끔, 날라가는 우량주를 샀을때는, 장이 쉬는 휴일이 너무 미울 지경이됩니다.
3.멋지구리한 남정네와 사내 연애를 해보심이.... ^^

뭐 이론상 그렇다는 얘기고.... 월요일이 다가오는 느낌때문에 난 개콘이 너무 싫어요.

벌써 저녁 11시가 넘었구낭 ㅠ.ㅠ 난, 월화드라마도 안보고, 주식도 개잡주에 물려있고,사내연애는 꿈도 못꾸고...

다락방 2009-10-19 08: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놔. 완전 대폭소했어요, 야클님. 저 역시 월화드라마도 안보고, 주식은 안하고, 사내연애는......orz
월요일이에요, 야클님. 우리 모두 기운내자구요. 전 아침 잔뜩 먹고 회사에 출근해서 이제 바나나 먹을거에요. 히히 :)

레와 2009-10-19 09:15   좋아요 0 | URL
아, 야클님 최고최고!!


ㅎㅎ

다락방 2009-10-19 09:55   좋아요 0 | URL
아 미치겠어요 레와님.
나 일해야 되는데 여즉 이러고 있어요. 아놔. 어떡해 ㅠㅠ

... 2009-10-1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이 다가온다는 두려움때문에 저는 이 야심한 밤에 또 일 저질렀어요 (상세설명은 제 서재에).
내일 아침은 비마저 내리고 황사까지 있을 거라는 어.두.운 소식 (워워워).

일요일이 가는 소리가 막 들리게 하는 이 페이퍼엔 추천할수가 없어요, 없구 말구요. 흥.

다락방 2009-10-19 08:30   좋아요 0 | URL
아, 언제나 닥치고 나면 사실 별거 아닌데 왜 닥치기 전에는 그다지도 무섭고 두려운걸까요? 변함없이 월요일은 왔고, 저는 이렇게 회사에 나와서 놀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조금 더 수월하게 할까 싶어 집에도 일을 싸들고 가는 미련스런(?) 짓을 해놓고 그대로 가지고 왔으면서....그러면서 월요일 아침부터 이렇게 놀고........

날이 쌀쌀해요, 브론테님.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자자, 다음 일요일을 위해 힘냅시다!

2009-10-19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9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09-10-19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월요일 하루 휴가 냈는데.. -_-*

다락방 2009-10-19 08:24   좋아요 0 | URL
아 부러워요 부러워요 부러워요 부러워요. 저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휴가를 낼 수가 없어요. 휴가후에는 그 일들이 저를 압박할테니 말이지요. 부럽부럽부럽 ㅠㅠ

레와 2009-10-1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오늘이 월요일이지만, 보쓰님 부재에 안도..

이힛~ :)

다락방 2009-10-19 09:17   좋아요 0 | URL
악 정말? 부럽부럽. 저는 이제 곧 회장님 출근. 일모드로 들어가야 해요.(출근하고 한시간 이상을 농땡이 ㅋㅋ)

습관 2009-10-1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다락방님,
저는 주말 내내 피겨를 본다고 새벽에 잤더니(어제 갈라쇼까지), 시차 적응이 안 돼네요.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더구나 어제 4시쯤인가 엄청난 굉음의 천둥, 번개 소리에 잠이 화들짝 깨서, 오늘 아침이 더욱 더 힘드네요.
얼른 집에 들어가서 죽은 듯이 자고 싶네요.
그러고 보니, 제 취미생활은 걸핏하면 죽은듯이 잠들기, 인거 같아요.

여하튼, 월요일, 정말정말 싫어요. 금요일이여 어서어서 오라~~~

다락방 2009-10-19 10:14   좋아요 0 | URL
습관님 저는 글쎄요 갈라쇼는 보지도 않고, 그 전날 프리스케이팅만 봤는데 일요일을 골골대며 어제는 밤 열시에 잠들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말씀하신것 처럼 그 천둥번개 때문에 화들짝 깼답니다. 요란하게 오더군요.

우리 금요일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아봐요, 라고 말하면서 일은 안하고 자꾸 알라딘에서 놀고 있어요. ㅠㅠ

기억의집 2009-10-1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그랬군요. 저의 주말은 일큐팔사를 한페이지라도 더 읽으려고 애썼던 처절한 주말이었는데... 결국 1권도 못 끝냈어요. 볶닥이는 주말을 뒤로 하고 지금은 한가해졌지만 예스 돌아보고 알라딘은 지금 돌아보고 있어요.

흠흠. 카라의 어깨 들썩이는 이 노래 들으면 http://migame.tv/section/ucc/view.asp?msg=392472&bd=22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 랄랄라 따라하면 그래도 월요일이 좀 참을만 할 거예요^^

다락방 2009-10-19 13:37   좋아요 0 | URL
언제나 그렇듯이 알라딘에 들어와 놀면서 그럭저럭 월요일 오전이 다 지나갔어요. 점심에 부대찌게 먹었는데 그것도 맛있었구요. 게다가 바나나와 빵 등등 간식도 잔뜩 먹었더니 뭐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누구나 닥치고 나면 별거 아닌데 닥치기 전에 신경을 곤두세우죠. ㅎㅎ

고맙습니다, 기억의집님. 늘 고마워요. 늘 든든하구요. :)

습관 2009-10-1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할 일이 없어요.
가끔 회사에 너무 미안해요. 일 하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이러다가도 일이 몰아닥칠까봐 걱정 합니다.
모든게 적당한게 좋은데, 적당한건 왜 이렇게 보편적이지 않을까요?

이러다가 윗 분들이 오시면 일 하는 척 합니다.
아니, 일 뻔히 없는거 아시니까 업무 관련 자료들을 찾아 보는 척 합니다.

다행이도 저는 월화 드라마를 즐기니까 그래도 다락방님보다는 시간이 더 빨리 가지 않을까요?? 헤헤.

다락방 2009-10-19 13:39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사실 일이 많은 보직은 전혀 아닌데, 지금은 뭐가 꼬여서 일이 많아졌어요. 이것도 딱 순간이랍니다. ㅎㅎ
저도 회장님이 회장님실에서 나오시면 잽싸게 놀던 창을 닫고...쿨럭. ( '')

벌써 월요일 오전이 다 지나갔어요, 습관님. :)

카스피 2009-10-1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년 백수가 많은 이 시대에 다락방님 말씀은 이들은 넘 슬프게 해주는데요 ㅜ.ㅜ

다락방 2009-10-19 14:30   좋아요 0 | URL
아 카스피님.......그렇겠네요. 제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네요. 죄송해요.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