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오전에 보통 운동을 하는데, 하고나서 점심 먹고 나면 잠이 쏟아지고, 그렇게 낮잠을 자고 나면 .. 다시 저녁을 먹을 때가 되고, 내가 책 읽을 시간은 밤 뿐이게 되어.. 나는 안되겠다, 일요일 오전 운동을 포기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권을 읽는데 보냈다. 하- 어찌나 읽기가 싫던지, 어찌나 잠이 쏟아지던지...



까페에 외부음식 반입 금지입니다. 그러나 에그롤 몰래 가져가서 먹었..


하여간 10권 읽으면서는 영화 <Boxing Helena>  생각이 났다. 글쎄, 이 영화를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주 오래전의 끔찍한(?) 영화인데, 영화속에서 남자는 헬레나를 사랑하고 그녀를 소유하고자 한다. 교통사고 당한 헬레나의 두 다리를 자르고, 그런데도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두 팔까지 잘라서 몸통만 남아있는 헬레나를 자기 집에 두고 사는 거다. 하.. 미쳐버려. 




9권에서 화자의 알베르틴에 대한 망상과 집착이 극에 달한다고 했는데, 10권도 여전히 마찬가지. 알베르틴과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동거생활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알베르틴이 어디를 갈지 뭘할지 부터 시작해서 모든것들에 대한 의심을 하고, 10권에서는 결국 그녀가 화자의 집에서 잠들었을 때에만 안심하는 화자의 모습이 보이는데, 알베르틴은 계속되는 의심과 추궁에 지쳐버려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여인이 되고 만다. 말 그대로 화자의 옆, 집 안에 갇혀버린 거다.


알베르틴의 육체가 갇혔다면, 화자의 정신 역시 갇혔다. 사랑하는 알베르틴에 대한 망상과 집착에 갇혀서 모든 행동도 그리고 모든 생각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에게 사랑은 고통이다. 그러나 이미 머릿속에 망상이 가득한데, 내 옆에 있다고 한들 그것이 만족스러울까. 화자는 알베르틴이 옆에 있어도, 예전에 그여자 만나지 않았나, 예전에 내 친구에게도 이상한 눈빛을 보냈지 부터 시작해서 '너 그 때 그거 거짓말이지!' 하면서 또 알베르틴 괴롭히고.. 괴롭고 화가 나서 알베르틴에게 집을 나가라고 했다가, 다시 용서를 구하면서 옆에 있기를 바라고, 그녀가 떠날까봐 너무 두려워서, 내가 먼저 그녀에게 이별을 말하자 생각하고.. 


<박싱 헬레나>에서 사지가 잘린 사람은 헬레나이다. 사지가 잘려서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존재 역시 헬레나이다. 그러나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과연 헬레나이기만 했을까? 사랑을 얻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의 팔다리를 모두 잘라야 했던, 그 정신이야말로 자유롭지 못한게 아닌가. 감시를 하기 위해서는 감시하는 자 역시 자유롭지 못한 거 아닌가. 누군가를 가둬두기 위해서는, 나 역시 감옥 밖에서 계속 감시해야 하는게 아닌가 말이다. 널 괴롭히면서 나까지 괴롭게 하는거,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아이 돈 노..  그런 사랑, 난 반댈세.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10권의 알베르틴은, 지쳐버린다. 지쳐서... 화자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사랑에 대해서라면 나는 절대적으로 고수하는 한가지 신념이 있다. 무엇보다 그것이 '나를' 괴롭게 한다면, 그것을 끝내야 한다는 것. 망상과 집착? 그것이 나를 괴롭게 했다. 그러므로 화자는, 이것을 끝내는게 맞다. 단호한 결심을 해야 한다. 그거 결심 못하면 그 괴로움이 상대도 지치게 만들고 나 자신도 지치게 만든다. 괴로워? 그렇다면 끝내자. 헤어지고난 직후에는 당연히 힘들겠지만, 그러나 끝내야 한다.




어제는 치킨을 먹으면서 엄마,아빠랑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았다. 파키스탄 편이었는데, 국기하강식을 보게 되었고, 과장된 군인들의 제스쳐를 보면서, 뭐야 우리나라 군인들이 훨씬 멋있네 했다. 그리고 나는 저것이 어떤거지 싶어서 채경이게 물었더랬다.




파키스탄, 이라고 하자, 나는 바로 '모신 하미드'의 [주저하는 근본주의자]가 떠올랐다. 이것이 바로 의식의 흐름이란 것이렷다.
















내가 읽은 건 오른쪽의 구판인데, 나는 이 책이 정말 인상 깊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에서 직장에 다니고, 미국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러나 결코 미국 사람은 될 수 없었던 파키스탄 출신의 '찬게즈' 이야기다. 결국 나는 '내가 되고자 했으나 결코 될 수 없엇던 나' 그리고 '내가 되고자 하는 나와 내가 될 수 있었던 나는 같지 않다' 혹은, '내가 되고 싶은 나와 실제의 나는 다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찬게즈를 괴롭게했다. 나는 이 괴로움이 어떤 사람들, 특히 태어난 나라와 사는 나라가 달랐던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정서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책을 읽지 않앗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정서였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 '이민진'의 [파친코]도 생각이 났다.
















이 책에서 '노아'의 죽음도, 나는 그렇게 보았다.

일본말을 잘하고 일본의 엘리트이고 일본 여자랑 결혼하면서, 조선인인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게 그들 속에 묻히려고 했지만, 그러나 자신을 찾아온 엄마를 본 후에, 그는 아마도 어쩔 수없이 깨달았을 것이다. 나는 결코 내가 생각하는 일본인이 될 수 없겠구나 하는 것을. 나는 노아의 자살에서 그 정서를 읽었다.


그러나 당시 나의 이런 감상은 누구의 공감이나 동의도 받지 못했고, 나는 대체 어째서, 왜, 다른 이들은 이 감상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외로웠는데, 그걸 잊고 살다가 마침 어제,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다가 다시 생각이 났고, 이번에는 나의 베프, 나의 절친 채경이와 대화를 해보았다.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들어줘서 고맙다, 채경아..



그러다가 어젯밤에는 채경이에게 한단어로만 답하라고 말하고 여러가지 질문을 주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누군가 이렇게 하는걸 보고 따라한거다. 그동안 나랑 대화를 많이 했으니, 너는 나를 한 단어로 잘 정리하겠지?



흠... 나의 가장 큰 행복이 몰입.. 이란 말인가? 아이 돈 노..




책을 샀다.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는 11,12,13 권 세 권을 남겨두고 있다. 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잠자냥 님의 서재에서 보고 샀다. 사기 전에 혹시 이거 읽은거 아닌가 싶어 페이퍼나 구매자평에 내 글 있나 봤는데 없어서 안심하고 사도 되었겠지만, 그래도 집에 가서 크리스티 소설 시리즈 모아둔 책장을 살펴보았다. 몇 권 꽂혀있는데 혹시 그중에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없더라. 그래서 안심하고 질렀다.


[주인의 손을 물어야 할지니]는 단발머리 님의 서재에서 보고 사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정서와는 또다른 정서-태어난 곳과 자란 곳이 다른 사람의-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내가 책을 읽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그리고 그 삶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삐에르와 장]은 망고 님의 서재에서 보고 샀다. 나는 정말이지, 다른 분들의 서재를 돌아다니지 말아야 한다!!
















[마리 클레르]는 지난번 페이페어 쓴 것처럼, 프루스트 소설 속의 시간적 배경속에서 그러나 다른 환경에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 검색해서 사게 되었다.


양귀자의 [모순]은 오만년전에 읽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라고 해서 아, 어떤 지점이지? 싶어서 재독해보려고 샀다.


[맹렬한 허기]는 시사인에서 보고 사게 되었다.

















위의 두 권은 원서인데... 내가 샀으니까 내게 온 것이지만... 내가 어떻게 이 책들에 닿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 아마도 의식의 흐름대로 검색하다가 닿게 된 것 같은데... 하여간 샀다. 



하.. 비커밍 읽어야 되는데 미쳐버려. 채경이가 짜준 계획을 지키지 못해서, 다시 수정해달라고 해야한다.. 신이시여.. 저는 완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비커밍은 토요일에 읽었던 부분까지에서 오바마에게 빡치는 부분 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셸은 나보다 지혜로운 여성이었으며... 하여간, 이건 좀 더 읽고 따로 페이퍼 써보도록 하겠다. 미셸도 독박 육아는 피할 수 없었어..... 휴..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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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9-2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육아 부분이 나왔다니 저를 추월하셨군요 ㅠㅠ 근데 잃시찾이 이런 사랑과 집착과 광기?에 관한 이야기였다니 처음 알았어요. 왠지 읽고 싶네요 ㅋㅋ

다락방 2026-09-21 10:55   좋아요 1 | URL
미셸이 오바마를 쉴드치기는 하지만, 저는 .. 참 .. 미셸이 ‘나는 독박육아에 힘들었다‘고 쓰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저는 오바마가 정치인이 되고자 한 것도 그리고 결국 대통령이 되는 것도, 미셸의 지지 없이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었던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미셸이 많은 것들을 감당했을 것 같다는 당연한 생각도 하게 되고요. 역시 정치인의 아내는 물론, 정치인이 되지 말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ㅠㅠ 하..

로제트50 2026-09-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싱 헬레나 봤어요, 옛날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호기심에서 봤는데 끔찍했던 기억만...
마리 클레르.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일단 샀어요~
그리고 저는 지난 두 달 사이 잃시 전 권 다 모았어요, 갑자기 재출간되면 값이 오를거란 공포심이 생기면서 ^^;;
와~~ 요즘 맹렬한 허기 읽고 있어요@@
넘넘 감동 재미~ 게다가 작가도 그렇지만, 번역자도 한겨레 북섹션에서 이주민 여성 칼럼
연재하시는 분이잖아요!
출근 버스에서 아껴가며 읽고 있다는^^
비커밍은 오바마와의 데이트 까지 읽었는데, 금방 결혼하고 아기 낳는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