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젊은 시절에 소개팅을 했는데,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고나자 남자는 내게 손금을 봐주겠다고 했다. 그것이 유치한 플러팅임을 그도 알고 나도 알고 에브리바디 노우즈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손을 내밀었더랬다.
사실 손금을 봐주겠다고 하는건, 가장 흔한 수작질중 하나이다. 손금을 봐주겠다며 손 한번 잡아본 남자는 저 남자가 처음도 아니었고 유일하지도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언젠가부터 더이상 손금을 봐주겠다고 찝적대는 남자는 없는데, 요즘 젊은 남자들은 어떤 수작으로 스킨십을 시도할까? 근육 만지기? 내 어깨 단단해 한 번 만져봐, 뭐 이런거 하려나? 잘 모르겠다. 그러려면 몸이 좋아야 하니까.... 그렇다고보면 손금은 얼마나 쉬운 방법이었나. 운동도 필요없고 지성도 필요없어 어떤 노력도 필요없다.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걸로 이게 생명선이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면 되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쓰면서도 지난 날의 유치한 모습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하여간 그 손금 봐준다는 남자들은 뭐랄까, 걍 다 똑같다. 그렇게 손금 봐주겠다고 한 남자중에는 엄청난 지성과 교양을 갖춘 놈도 있었다. 많이 배운 놈이나 아닌 놈이나 잘난 척하던 놈이나 아닌 놈이나.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을.
아시아 남자, 특히나 한국 남자들이 손금 봐준다면서 스킨십을 시도했다면, 프랑스 남자들은 어땠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빵터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간지럼을 조금도 안 타는 거 알아요? 당신이 한 시간을 태워도 난 전혀 느끼지 못할걸요."
"정말요?"
"약속해요."
그녀는 아마도 이 말이 욕망의 서툰 표현임을 이해했을 것이다. 당신이 감히 부탁도 못하는 추천장을, 하지만 당신이 한말로 미루어 당신에게 유익할 거라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제공하듯이.
"시험해 볼까요?" 하고 그녀는 공손한 여인처럼 말했다.
"원한다면요. 하지만 그러려면 당신이 내 침대에 완전히 드러눕는 게 더 편할 거예요."
"이렇게요?"
"아뇨, 더 깊숙이요."
"하지만 제가 너무 무겁지 않나요?"
알베르틴이 이 말을 끝내자 문이 열렸고, 프랑수아즈가 등잔을 들고 들어왔다. -p.81
알베르틴이 찾아왔다. 알베르틴이 누구냐면, 일전에 화자가 스킨십을 시도했다가 거절했던 여성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알베르틴이 찾아왔고, 못본 사이 알베르텐은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시집가도 될만큼 이라고 나오는데, 그러면서 열네살이래. 대환장. 하여간 알베르틴이 왔는데, 알베르틴이 화자의 방에 단둘이 있다가, 화자와 함께 침대에 앉게 되고, 그러자 우리의 화자가 저렇게 개수작(?)을 부리는거다. 아놔 ㅋㅋ 나는 '내가 간지럼 안타는 거 알아?' 하고 묻는 순간부터 정말이지,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하... 그러지마, 하지마, 너무 유치해, 너무 뻔히 보이잖아... 그러나 상대 여자, 그러니까 그와 그의 방에 단둘이 있는 젊은 여자는, '정말?'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시험해 볼까?' 이러는거다. 그러니까 아는 거다. 이 간지럼이 스킨십으로의 초대라는 것을, 화자도 알고 알베르틴도 알고 독자도 알고 에브리바디 노우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한국에 손금이 있다면 프랑스엔 간지럼이 있구나. 나 진짜 어이없게 빵터졌네. 아 너무 부끄럽고 오그라든다. 뭐가 정말이야, 뭐가 시험해볼까 야 ㅋㅋ 아 물론 알베르틴도 어느 정도 화자에 대한 마음이 있으니 시험해볼까?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척 대응했지만, 아아, 나는 자꾸 대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나랑 방에 단둘이 있는 남자가 '나 간지럼 안타는 거 알아?' 라고 물어본다면
"근데 뭐 어쩌라고?"
이러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제가 싱글여성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저도 알아요 연애는 나로부터 아주 멀리, 멀리 가버렸다는 것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거임 간지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장난치고 싶다. 어쩌라고?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간지럼 시험해 보는데 뭘 또 침대에 완전히 드러눕는게 더 편해 웃기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수작 하지마랏!!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루스트 웃기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이 날, 화자는 드디어 알베르틴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애무를 한다. 그런데 이 애무를 받고나자 알베르틴은 어쩐지 집에 가기 싫어해 ㅋㅋ 원래 집에 간다 그랬었거든? 그런데 안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자가 너 이제 가야돼, 너 갈 시간이야 이랬는데, 너 저녁 식사 하러 가야한다고 했잖아, 했는데,
"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간은 아주 많아요." -p.96
이러는게 아닌가! 아.. 스킨십이란 무엇인가. 게다가 내 말을 믿지 않냐는 화자의 뻔한 남자어 물음이 나왔을 때는,
"난 언제나 당신을 믿어요." -p.97
라고 하는거다. 미쳐버려. 니가 언제부터 이 놈을 믿었냐. 언제부터 믿었다고 갑자기 언제나 당신을 믿는대. 내가 진짜 회사 다니면서 항상 나보다 훨씬 젊은 여성들에게 "남자가 자기 믿으라는 말 절대 믿지마" 라고 말했었다. 남자들이 "오빠 믿지?" 하면, "못믿어!" 하라고 했더랬다. 어느날은 내 말 듣던 남자 상사가 그랬었다.
"오빠를 믿어야 시집가는거야."
그래서 여직원들하고 오래전에 빵터졌었는데, 네, 그래서 제가 싱글입니다. 오빠를 안믿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절대 지켜!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나는 내 가방이 무거워도 남자들한테 들어달라고 안한다. 그걸 안하는 정도가 아니라, 들어준다는 남자들한테도 아니라고 한다. 아니야, 내가 들게, 내 짐은 내가 책임질게. 아무튼 그래서 남동생이 누나는 왜 남자들한테 가방 들어달라고 안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남동생에게 그랬었다.
"그놈들이 내 가방 들고 튀면 어떡해."
그러자 남동생이 너무나 놀라면서, 누나 진짜 그래서 안주는거야? 나에게 물었고 나는 그 말이 진심임에 응.. 이라고 했다. 내 가방 내가 듭니다. 미안해, 내가 믿지 못해서. 그렇지만 그 영화 뭐냐, [언더 워터] 보면, 물에 빠져 고립된 여자가 해변 지나가던 남자에게 911 에 신고 좀 해달라고 하는 장면 있는데, 그 때 지나가던 남자는 911에 신고해주는 대신 뭍으로 나올 수 없는 여자의 가방을 들고 튄다........... 하여간, anyway
아무튼 알베르틴은 자기한테 입맞춤한 남자를 언제나 믿는다고 하는데, 오호 통재라, 가슴이 아프도다... 뭐, 세상은 그런 식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애니웨이, 이 화자가 진짜... 하...
그러니까 나는 남자사람 지인으로부터 '다락방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읽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왜냐하면 '다분히 여성혐오적이기 때문'이라는거다. 그러나 예전에 씌어진 소설 치고 그렇지 않은게 어디있을까. 게다가 읽다보면 특별히 더 여성혐오적이거나 하지도 않다. 다만, 그 당시에 누구나 했던 그만큼의 사고방식이 어쩔수없이 나온다. 이를테면, 화자는 그렇게나 알베르틴에게 키스하고 싶어했고, 그런데 처음에 거절당하고 화를 냈던거다. 그런데 지금, 드디어 입을 맞추게 된 지금, 알베르틴을 '쉬운 여자'가 됐다고 하는거다. 어이상실.... 어려운 여자면 빡치고 입맞춤 허락하면 쉬운 여자라고 하고... 난 이 쉬운 여자라는 표현이 너무너무 싫다. 자매품으로 '비싸게 논다'가 있다. 쉬운 여자라고 말하는 그 생각과 태도가 너무너무 싫다. 니가 키스하고 싶어했잖아, 그런데 거절했더니 화냈잖아, 그런데 허락했더니 이젠 또 쉬운 여자래?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진짜 니킥 하고 싶어진다. 게다가 화자의 친구는 화자에게 어떤 여자를 소개하는 편지를 쓰면서, 그녀와 스킨십이 가능하다는 것도 공유한다.
이 쉬운 여자라는 표현은 당연히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인데, 그런데 이렇게 쉬운 여자라는 라벨링을 해버림으로써, 여자들이 쉬운 여자가 되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이게 남자들이 만들어놓은 이 사회의 룰이고 여성들을 가스라이팅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쉬운 여자'가 어떻게 된거냐면, 그놈들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애무해놓고 그 다음에 그여자는 쉬운 여자, 이렇게 되어버리는거다. 남자들이 쉬운 여자 깔보고 혐오하는거 아니까 쉬운 여자가 되지 않으려고 하면, '너는 나를 좋아하지않아?' 그러면서 성질 내고. 하여간 머릿속에 논리라고는 없는 존재들 되시겠다. 역시 믿을만한 게 못되는 존재들이다. 그러니까 쉬운 여자라는거에 기분 나빠하거나, 쉬운 여자가 되지 않으려고 애쓸게 아니라, 남자들이 구분짓는 라벨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무시해야 한다. 누군가 나를 쉬운 여자라고 부른다면,
"뭐 어쩌라고?"
해서 늬들이 나를 어떻게 부르든 나한테 일도 영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한다. 에구, 한심한 놈들.
그러고보니 어제 잠깐 다시 훑어본 [뒤틀린 사랑] 생각이 난다. 내가 다 읽지도 않고, 또 어느 순간부터는 띄엄띄엄 읽어서, 그 어마어마한 혐오스러운 섹스(그들은 그렇게 말한다)가, 첫섹스가 아니었나? 하고 뒤져보니, 첫섹스가 맞았다. 그리고 '에바'가 '알렉스'는 여자와 마주보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남자와 그전에 섹스파트너였던 여자가 알려준거다. '그는 뒤에서 다가와, 결코 섹스중에 마주보지도 않고 키스하지도 않아, 그는 여자를 창녀처럼 다뤄' 라고하는거다. 그녀가 에바에게 그렇게 말한 의도는, '그래서 너같은 여자가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왜냐하면 알렉스가 다른 여자한테 관심있는게 너무 시기질투가 생겨서. 으.. 그리고 알렉스는 섹스 중에 에바한테 창녀처럼 행동하라고 하던가, 하여간 창녀라는 워딩을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한테도 쓴다. 하, 역시 구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창녀'가 왜 창녀냐, 그들을 창녀라고 칭하는 남자들이 만든게 창녀다, 그거다. 창녀가 되는 과정에는 여자가 있고 남자가 있고 둘이 함께 있는데, 왜 그 섹스 후에 여자는 창녀가 되고 남자는 성을 구매한, 그래서 창녀를 비난하는 입장이 되는가. 나는 그 시작점이 '쉬운 여자'라 부르는 그 호칭인 것 같다.
그런데 프루스트의 어떤 표현들은 정말 기가 막히게 통찰력 있는 것 같다. 나라면 결코 표현하지 못할 방식으로 표현한다. 특히 이 부분에서 감탄한다.
마부는 손에 편지를 들고 있었다. 스테르마리아 부인이 쓴 편지를 보기 전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가 펜을 손에 든 동안은 다른 내용이 담길 수도 있었겠지만,이제 그녀의 손에서 벗어난 편지는 자기만의 길을 홀로 가면서 그녀로서도 무엇 하나 바꿀 수 없는 그런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마부가 안개에 대해 불평하는데도 잠시 내려가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가 나간 뒤 봉투를 열었다. -p.135
그러니까, 화자는 스테르마리아 부인과의 저녁 식사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 친구가 얘기한대로 쾌락쾌락해야지 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만나는 날 당일, 그녀로부터 편지가 도착한거다. '그녀가 펜을 손에 든 동안은 다른 내용이 담길 수도 있었겠지만' 이라니, 아니, 정말 그렇지 않은가. 펜을 든 동안에는 그 내용이 어떤것이든 될 수 있지 않나. 그러나, '그녀의 손에서 벗어난 편지는 자기만의 길을 홀로 가면서 그녀로서도 무엇 하나 바꿀 수 없는 그런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야 말로 기가 막히지 않나! 진짜 감탄할 만한 문장이다. 이미 발송된 편지는 바꿀 수 없다. 그편지는 그야말로 자기 갈 길을 간다. 보낸 사람이 그리고 받을 사람이 아무리 그 안의 내용이 바뀌기를 희망해봤자,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 나라면 아마도 저렇게 표현하지 못했을텐데, 야, 대단한데? 싶었다.
통찰로 치면, 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의 끔찍한 속임수는 외부 세계의 여인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있는 내적인 인형과 놀이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 인형은 우리가 마음대로조종하고 소유할 단 한 사람의 여인으로, 상상력과 마찬가지로 거의 절대적인 추억의 자의성이, 마치 현실의 발베크가 내몽상 속의 발베크와 달랐듯이 현실의 여인과 다르게 만든 것일 수 있다. 이 인공적인 창조물을 우리는 고통 때문에 조금씩 현실의 여인과 닮도록 강요한다. -p.101
ㅋ ㅑ ~ 얼마전에도 댓글로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알라디너와 나누었던 것 같은데, ㅋ ㅑ ~ 정말 그렇다. 우리가 사랑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내 머릿속의 그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내 머릿속 상상과 다른 말이나 행동 혹은 다른 외모를 가진다면 나는 실망하는 것이다. 그건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랑이 내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그림을 그려버렸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있는그대로 사랑해주길' 원하는게 아닌가.
오, 좋은데? 하면서 읽고 있다. 읽고있는데, 앞으로 읽을게 훨씬 훨씬 더 많다는 슬픈 소식. 슬픔의 새드니스..
내가 사랑한 여인은 그녀가 아니었으며, 하지만 그녀일 수도 있었다. -p.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