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5월31일에 가까스로 읽기를 마쳤다.

이 책을 다 읽기 위해 나는 노트북과 책을 싸들과 집 근처 카페로 왔다. 지난주에도 이 카페에 왔는데, 우리 동네에 그러니까, 테라로사가 있다. 이 집으로 이사오고나서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생각만큼 잘 가게 되지 않았었는데, 싱가폴에 가기 전에 한 번 그리고 싱가폴에 머물면서 잠깐 한국에 들렀을 때에도 들렀던 것 같다. 지난주에는 리뷰도 쓸겸 오랜만에 찾았는데, 와 너무 좋다! 4인 좌석과 테이블이 있지만 내가 앉은 곳은 아주 큰 테이블이고 그래서 자리를 아주 넓게 쓸 수 있다. 물론 아주 큰 데이블에 의자도 당연히 여러개이고, 그 자리마다 사람이 다 앉았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엄청 넓어! 찻값이 비싸지만 감수하게 된다. 와, 집에도 이런 책상 놓고 싶지만, 그러면 집이 커야겠지. 샤라라랑~





(지난주에 마셨던 캐모마일 티는 주전자에 줘서 양이 많아 좋았지만, 맛이 없었.....)



(오늘 주문한 레몬티는 맛은 좋았지만 양이 적었.... 그렇지만 이렇게 큰 테이블을 쓰게 해주심에 받아들입니다.. 하아-)



영어책 읽기를 할 때면 언제나 '이번 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쓰게 되는 것 같은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가벼운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진짜 영어 단어 무슨일이냐... 나중엔 이해를 포기하고 그냥 글자만 봤다. 번역본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채경이에게 해석 시키느라 시간이 더 걸렸겠지. 하여간 번역본을 들어가며 이 책의 글자들을 훑으며 겨우겨우 다 읽었다. 힘겨운 읽기였다.


사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책 속 주인공들이 가진 유리한 입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계급사회가 나쁘다고 하지만, 그 말인즉, 계급사회가 존재한다는 뜻 아닌가. 이 계급사회에서 주인공 알렉스와 헨리는 최상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다. 알렉스의 엄마는 알렉스가 양성애자이고 그의 애인이 영국 왕자라는 걸 알았을 때, 영국 왕자가 아니라 차라리 다른 평범한 남자를 만나는게 좋았을 거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만약 알렉스가 그리고 헨리가 사귄 동성의 애인이 다른 평범한 계층의 사랑이었다면, 그 때도 이 사랑이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다. 그들은 서로의 계급에서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찾아 선택한게 아닌가. 그도그럴것이, 이런 최상계급의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과 아예 마주칠 일이 없으니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영국 왕자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대통령 아들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거든. 부자들이 부자랑 결혼하는건, 그들이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 부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고,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과 연인이 되는건, 만나는게 비슷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공간, 내가 가는 장소, 거기에서 만나는 사람이라야 뭐 나랑 비슷한 사람이지.. 나는 한 번도 재벌을 만난 적이 없다니까? 재벌과 나의 접점은 무엇?? 뭐 딱히 재벌을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그래서 아마도 신분이 다른 사람들의 로맨스가 드라마나 영화로 인기를 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알렉스와 헨리는 사랑을 했고, 헨리는 특히나 영국의 왕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했으며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더랬다. 영국의 여왕이 그리고 영국의 국민들이 그를 곱게 볼 리 없으니까. 헨리는 자신의 행복을 기대하지도 않았던 거다. 그러나 알렉스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을 속이고 싶지도 않고 남들에게도 역시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아, 그들은 서로의 관계에 대해 언젠가는 알리고자 생각을 했더랬다. 지금은 말고, 그런데 조금 이따가. 왜냐하면 지금은 알렉스의 엄마가 재선을 노리는 선거기간이었고, 그러니 엄마가 재선되고 나면 그 때.. 로 생각했던 거다. 그러나 공교롭게 그들은 아웃팅을 당한다. 



내가 동성애자인 것이 쪽팔리지 않다고 해도, 그리고 언젠가 밝힐 것이라 생각했다해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 아웃팅을 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내가 내 식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입을 통해 대신 말하여진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충격이고 상처인가! 나는 이런 식으로 밝히고싶지 않았어! 그래서 이렇게 밝혀진 데에 알렉스는 화가나고 분노하지만, 무엇보다 헨리 걱정이 크다. 헨리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헨리랑 연락해야 해! 간신히 며칠 뒤에 연락이 닿았을 때, 그 때 헨리와 알렉스는 서로를 걱정한다. 너 괜찮아? 그러니까 나도 힘들지만, 내가 힘든 만큼 상대가 힘들 것을 알기에, 그래서 상대를 걱정하는 거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된거, 우리 그냥 밝히자, 라고 결심하게 된다. 나는 이 지점에서 또 코끝이 찡해졌다. 서로가 괜찮은지 안부를 묻는 그 지점에서. 상대가 얼마나 힘들지 짐작하는 그 과정에서. 어휴, 얘들아, 사랑이 힘들지?



여기에는 엄마의 상대 경쟁 후보자가 있었고, 그가 알렉스의 아웃팅을 결정했다. 그는 알렉스에게 사람을 붙여 그의 이메일을 해킹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 촬영한다. 그래서 터뜨려버린다. 이거봐라, 지금 대통령의 아들이 게이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고 이 일은 여성 대통령의 연임에 그렇게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군중들이 모여든다. 그들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둬라!! 그들의 사적인 이메일이 천하에 공개되지만, 그 메일들 중의 일부 문구는 시위 문구로도 쓰이기도 한다.



HISTORY, HUH? -p.360



그리고 이 일이 상대 후보 리차드의 일이었다는 것을, 알렉스 가족의 오랜 친구가 밝혀준다. 오랜 친구 라파엘은 어린 시절 리차드 로부터 성착취를 당한 일이 있고, 가족도 연줄도 없었던 그는 그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리차드가 청소년 대상 지원센터를 만든다니 위험하게 느껴졋고, 리차드가 대통령이 되어 더 큰 권력을 가진다면 피해자가 더 많아질 것 같아, 그가 벌인 일을 밝히게 되는거다. 



그러니까 권력형 성범죄와 그것에 대한 폭로까지 이 책에 있는거다. 작가 케이시 맥퀴스턴은 이 책에 하고 싶은 말을 많이 넣어두었는데, 그 과정에서 일이 해결되어가는 모습은 지나치게 이상적이지 않나 싶기도 한거다. 결국 재선에서 승리했을 때 어쩐 일인지 또 눈물이 울컥하긴 했지만, 흠흠, 내 엄마도 아닌데 왜... 하여간, 그러니까 이 책이 의미가 없는건 아닌데, 그런데 자꾸만 좀.. 너무 '다른'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헨리도 그리고 헨리의 누나 베아도,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자선 재단을 만들 때, 베아는 중독자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고 헨리는 LGBTQ 를 위한 모임을 만들 때, 야, 누가 저런걸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겠나 싶은거다. 물론, 그 자리에 있어도 그런건 신경 안쓰고 주가를 조작한다던가 내란을 일으키는 것보다야 훨씬 생산적이고 바른 일이지만, 그런데 내가 만약 남성폭력에 피해자인 여성들을 돕고 싶다고 하면, 나는 그저 후원하거나 기부하는게 전부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지금 그걸 하고 있는거고. 나도 돈이 있고 힘이 있다면 그 여성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어서 모두 다 끌어안고 싶단 말이지. 게다가 헨리의 이 성소수자 후원 모임은 그의 나라 영국에만 만드는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만든다는 거다. 그래서 미국 브루클린에도 만든대! 알렉스는 씐이나요 씐이나, 우리 자주 볼 수 있겠네? 로스쿨에 진학하려던 알렉스는 뉴욕대에 로스쿨 있으니까 거기로 진학하면 되겠다 생각한다. 뉴욕대 학비 개비싼데, 우리의 알렉스에겐 그 따위 걱정없지! 그러니까 좋은 일 하면서 앞으로 헨리와 알렉스는 자주 만나게 될텐데, 안이 세상에, 헨리는.... 브루클린에 집도 샀다는거에요. 눈물이 났죠.



"I bought a brwonstone. In Brooklyn." -p.414

"저택을 한 채 샀어. 브루클린에." -전자책 중에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야 이 쌍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십년 이상 일해도 집 없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네가 영국 왕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고.. 너는 네가 할 일을 하는 것이고 너는 네가 가진 것을 누리는 것뿐이지만...하여간 좀 재수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돈 있고 힘 있었으면, 그러면 칠봉이랑 헤어지지 않고 그 당시에 칠봉이한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텐데.



"저택을 한 채 샀어. 호주에."


뭐, 그래봤자 헤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집을 사볼까?이러고 집을 살 수 있는 거 넘나 좋은 형편인 거 아닌가. 물론, 원하는대로 살(live) 수 없음에 답답하고 또 자기만의 고민이 있다는 거 너무나 잘 알지만, 그러나 답답하고 자기만의 고민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



누나 가슴속에 삼첨원쯤은 있는 거잖아요.....


아무튼 힘겨운 읽기를 가까스로 마쳣다. 뒤에 얼마 안남기고 얼마나 다른 책을 읽고싶었는지모른다. 만세!



(위는 크리스피크림의 피넛버터 도넛인데 존맛탱....)



이만 총총.

아, 페이퍼 하나 더 쓸거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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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5-31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달한 도넛이 급땡기네요😻 집에 없으니 일단 초콜릿 까먹어야지ㅋㅋㅋㅋ
뉴욕에 저택을 턱턱 살 수 있는 삶인데 이런 고민 따위 알빠임? 하는 마음으로 저는 이 책을 읽었어요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5-31 21:27   좋아요 0 | URL
브루클린에 저택이라뇨. 하.. 너무나 부러운 것입니다!!

단발머리 2026-05-3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재선에서 승리했을 때 어쩐 일인지 또 눈물이 울컥하긴 했지만, 흠흠, 내 엄마도 아닌데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부분 읽을 때 혼자 크게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책이 무척 어려웠는데 단어도 어려웠고, 정치 이야기들이 좀 더 어렵게 느껴지더라구요. 또 한 가지, 솔직한 이유는...
최근에 계속 킨들로 읽다가 이 책을 읽으려니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거예요. 집중해도 잘 안 읽히고 그러더라구요. 프리다 맥파든이 상대적으로 쉬워서 그런면도 있었겠지만... 안 읽히니 더 미루게 되고.... (느닷없이 고백)

저도 저번주에 크리스피 피넛버터 먹었어요. 사진을 여기에 못 올려 속상할 지경입니다.
단 거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여하튼 완전 제 취향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