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말하기 듣기 시간은 계속 옆자리,앞자리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지난번에는 나를 제외한 세 명이 다 중국인 젊은 남성들이었는데, 그들중 두 명의 나이가 한 명은 열다섯살, 한 명은 열아홉살이라는 걸 알고 대충격을 받았다. 아, 얘네 영어 좀 못하네, 생각했는데, 하아, 열다섯이면.. 중학생이잖아. 나는 열다섯때 그만큼도 못했는데. 

게다가 그나마 영어 좀 잘하는 중국인 '로이드'를 알게됐는데, 너 영어 잘하네, 하니 not very well 이라고 답한 로이드의 나이 열여섯.. 왓? 너 열여섯 이라고?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다니다가 여기 영어3레벨로 들어왔고, 5레벨까지 마치면 대학전 과정을 1년 듣고, 그 후에 대학생이 된다고 했다.


"너 대학생 되면 18살이네?"


하니까 그렇다고.. 오 마이 갓. 너 중국에서 스마트한 학생이었구나!!


그리고 어제는 너무나 다정한 베트남 여성 '안'과도 왓츠앱에 친구로 등록했다. 호치민에 한국 남성이랑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많다길래, 한국남성하고 결혼하지마, 괜찮은 남자는 k 드라마 안에만 있어, 현실에는 없어.. 라고 내가 말했다. understan? 하니까 웃으면서 understand 라고 했다. 하하하하. 스물네살 베트남 남성 '투안'도 알게 되었다.


싱가폴에 올 때 핸드폰 공기계 하나를 가져왔더랬다.

기존에 내가 한국에서 쓰던 폰을 그대로 사용하고 싶어서 통화 음질은 별로지만 인터넷은 되는 기존에 엄마가 사용하던 폰을 가져온거다. 싱가폴에서 학교 다니고 비자 발급받으려면 싱가폴 현지 번호는 꼭 필요하다고 해서 이 공기계는 싱가폴 폰으로 사용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폰은 번호도 변경하지 않은채 로밍요금제로 게속 사용하고 있다. 전화요금 플렉스.. 나는 한국 핸드폰이 안되면 너무 답답할 것 같은거다. 스마트폰 뱅킹도 해야 하고 전화번호도 바뀐거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려주기도 귀찮고. 그래서 그냥 쓰던대로 쓴다. 


그러니 새로운 폰, 싱가폴 번호로 사용중인 폰은 처음에 비어있었다. 그러다 학교 관계자 두 명을 추가하고, 몽골인 친구 추가하고(이 친구는 왓츠앱에서 사라졌는데 아마도 현지폰 사서 번호가 바뀐것 같다), 선생님 추가하고.. 새로운 싱가폴 폰 왓츠앱에 새로운 사람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있다.



수업은 아직까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어렵지 않은건 내가 대학교육까지 마치고 온 사람이라 그렇다는 사실을 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만 다니고 온 학생들이 수두룩하니, 당연히 이 코스가 어려울 터였다. 

수업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러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영어만 듣고 말해야 한다는 것은 꽤 힘들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면 완전 기빨린 느낌이야.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걸 배우는게 너무나 좋다! 학교 다니는게 힘들고 수업 듣고 에너지 쫙 빠지는 나를 보면서 '역시 학교랑 맞지 않아, 역시 공부 타입은 아닌 것 같아' 라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걸 배우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다.


시험 과정중에 '에세이 제출'이 있다는 걸 알았고, 나는 단순하게 에세이 써서 내면 되는거겠지, 하고는, 나는 블로그에 글 쓴게 몇 년인데, 식은죽 먹기지, 라고 나름 생각했단 말야? 그러나 첫 수업에서 그 생각은 여지없이 처참하게 부서지고 만다. 학교에서 제출하는 에세이에는 기본적으로 지켜야할게 있는데, 일단 도입부를 짧게 쓰고 중간은 충분한 내용을 쓰되 내 감정이나 생각을 쓰는게 아니라 사실을 쓰는 거란다. 그리고 마지막에, 길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적는 거라고. 게다가 수많은 접속사를 알려주면서, 한 번 썼던 접속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라는 말도 들었다. 아... 내가 글쓰기에 대해 알아야할 게 이렇게나 많구나,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완전 대충격 받았던 것은, 이 에세이에는


'I' 나 "You' 로 시작하는 문장을 써서는 안된다는 거였다.


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내 알라딘 글을 보면 죄다 '나는' 으로 시작하는데, 내가 그동안 써오던 형식과 완전히 다른 형식의 글을 써야하는 거였다. 그 조건을 보고나니 '아니, '나는', 이나 '너는' , '우리는' 으로 글을 시작하지 않으면..도대체 어떻게 글을 시작하라는거지?' 하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떻게 써야할지 감도 오질 않는거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 이걸 연습한다. 첫시간에는 도입부 쓰는 연습을 했고, 선생님은 돌아다니면서 그 글들을 다 봐주었다. 이건 이렇게 고치는게 나을 것이고, 이건 이렇게 하고... 


그리고 어제는 두번째 시간. 본문을 썼는데, 복수형이 없는데 복수형이 쓴걸 선생님이 고쳐주었고, be 동사 잘못 쓴것도 고쳐주었다. 응, 이건 좋은 지적이야, 하면서 이 문장은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면서 한 명 한 명 다 지도해주는거다. 그러고나니 그 두려웠던 에세이 쓰기가 끝나있었다!!

성인이 되어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가르침을 받게 된다. 이 글쓰기 가르침은 아주 유용했다. 



하여간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들과 (물론 스무살 이상도 조금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숙제도 해야한다. 마음이 무겁다. 세상에, 숙제라니. 너무 마음이 무거워서, 학교는 괜히 다닌다고 했나, 또 후회하고 있다. 내가 진짜 숙제하는 거, 그것 때문에 대학원 진학도 포기했는데 ㅠㅠ 사람에겐 숙제 총량의 법칙이란게 있는걸까?



앤드류와는 매일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미처 몰랐던 사실은 앤드류가 요리를 제법 잘 하고 플레이팅도 잘한다는 거였다.

호주로 돌아가 아침 만들어 먹은 사진을 보냈는데, 비록 재료를 다 굽기만 한 아침이었지만-베이컨, 계란, 토마토, 버섯, 당근등등- 접시에 예쁘게 담았더라. 나는 접시에 예쁘게 담는걸 못하는데. 어제는 몸에 좋은 야채 수프를 만들었다며 보여주었다. 하하. 나는 뭐 해먹고 사는지 보여주는거 진짜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앤드류가 이쁘다. 내 글을 읽고나니 자기도 근육 운동해서 스트롱 해져야겠다길래 ㅋㅋ 넌 이미 스트롱해 했는데도, 아니라고 강해질거라고 했다. 하키 하다가 어깨를 다쳐서 한동안 웨이트를 못했다고, 이제 테라피스트의 도움을 받아 다시 시작할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를 하면 그에게 알려주고, 그는 어떤 운동을 할지 그리고 했는지 나에게 말해준다. 하여간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은 변하지 않아서, 한국에 있을 때도 동생들 친구들과 달리기 인증했는데, 싱가폴 와서도 호주 남자랑 운동 인증하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하하하하 싱가폴와서 만난 사람들 다 싱가폴 폰에 저장했는데, 앤드류만 한국폰에 저장했네. 아, 그 때는 아직 싱가폰 폰이 없었지!! 


싱가폴은 매일 비가 내린다.

아침에 달리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멈칫했다가, 그친 것 같아 달리러 나갔다.

다 달리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다시 비가 내렸다.



하여간 폰 두 개 쓰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삶을 또 내가 살게 될줄은 몰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연락, 싱가폴 연락 따로 받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나 브런치 구독 좀 해줘.

멤버십 작가 신청할랬더니 구독자 3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데 현재 23명이다.

멤버십 작가 되면 돈 받고 글 읽게 할 수 있는것 같다. (시스템 잘 모르겠음)


주소는 https://brunch.co.kr/@elbeso77/102


이만 총총. 


(흠.. 글 또 쓰기도 귀찮고 갖다 붙이기도 귀찮은데 걍 하지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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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23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런치 구독 눌렀어요. 30명 차는거 일도 아닐텐데 귀찮아하지 말오 하세요. 베셀 작가가 이제 시작인데요. 수업 얘기도 앤드루 얘기도 계속 계속 들을테야요.
사진 속 길 너므 멋져요. 저는 달리는거 싫어하니까 걷고 싶은 길입니다.

다락방 2025-08-23 14:58   좋아요 2 | URL
알라딘에 글 쓰는건 참 재미있는데요, 다른데도 또 쓰려면 의욕이 갑자기 확 줄어들어요. 그래서 그냥 갖다붙이기를 해야하는데, 갖다 붙이기도 영 귀찮아져서 말이지요. 그래도 .. 부지런을 떨어서 어떻게든 대파 값을 벌어보아야겠지요? 하하하하하.
싱가폴에서도 사람들 엄청 많이 달리더라고요. 저는 천천히 달리긴 하지만, 달릴 맛이 납니다!

거리의화가 2025-08-23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독 갑니다^^

다락방 2025-08-23 14:5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덕분에 25명이 되었습니다. 다섯명만 더 모이면 멤버십 작가가 될 수 있어요. 빠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8-23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미 구독 중이라 구독을 못 눌렀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찮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대파 값 정도가 아니라, 매끼 고기를 먹을 수도 있어요. 부지런히 꾸준히! 촤라락!

지금 들어가서 보고 왔는데, 사진도 올리셔야 할 거 같아요. 싱가폴이 확연히 느껴지는 사진(알라딘 사진 정도면 충분합니다) 얼른 올리세요!!

다락방 2025-08-24 00:38   좋아요 2 | URL
오, 사진 올리는 건 꿀팁이네요. 그러게요. 사진 올리는게 읽기가 더 재미잇을텐됴. 조언 감사합니다. 사진 좀 찾아 올려봐야겠어요.
매끼 고기를 먹고 싶은데, 하아, 현재 구독자들이 넘나 알라디너들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인 장사해서 고기 먹으면 좀.......저의 양심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8-23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독했습니다~

다락방 2025-08-24 00: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큰 사람 되겠습니다!

망고 2025-08-23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이들과 같이 공부하며 즐거워 하시는 다락방님 정말 보기 좋아요 반에서 1등하세요👍 싱가폴에서도 여전히 달리기 하시는군요 열대기후라 많이 힘들거 같은데 요즘 우리나라 여름도 말도 못하게 더우니까 적응 잘 하실거 같아요ㅋㅋㅋ숙제 하는 삶을 살았던게 언제였더라...ㅋㅋㅋㅋㅋㅋㅋ성실한 다락방 학생 화이팅!

다락방 2025-08-24 00:40   좋아요 1 | URL
저도 첫 수업에서는 제가 반에서 1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두번재 수업 가보고나니 안되겠더라고요. 저보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분명 저보다 똑똑한 천재 친구들이 좀 있어가지고 ㅋㅋ 복습..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휴.. 오늘 숙제만 해도 뻗었는데 도대체 복습을 어떻게 해야할지..

화이팅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망고 님!

clavis 2025-08-23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독했습니다 싸랑합니다 락방님!!

다락방 2025-08-24 00: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클래비스 님. 아직 거기 계신가요?

로제트50 2025-08-2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번째 구독자입니다^^;;;

다락방 2025-08-24 21: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29번째 구독자 님!! ㅎㅎ

햇살과함께 2025-08-2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번째 구독!!

다락방 2025-08-24 21:5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는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지는 좀 다른 문제지만..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5-08-24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독 눌렀습니다. 앤드류랑 너무 잘되시는거 아닌가요? 곧 재회하실거 같습니다 ㅋ 화이팅입니다 ~!!

다락방 2025-08-24 21:55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구독 감사합니다! 저는 돈을 벌고 싶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5-08-2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광고 들어오는거 아녜요?
유튜브도 해보시죠^^

다락방 2025-08-24 21:56   좋아요 0 | URL
이제 막 브런치 구독자 30명이 되었는데 광고, 유튜브... 라니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5-08-25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36명이 되었네요?ㅋㅋㅋ
덕분에 그 말로만 듣던 브런치에 가입했어요.^^
유튜브는 왜 안하시나요?
전 유튜브 책 소개 자주 본답니다.
유튜브도 몇 년 딱 참고 하면 구독자 수가 늘어 광고 수입도 수입이겠지만 완전 유명인이 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ㅋㅋㅋ

2025-08-26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