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도 안보는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의 17번째 영화, <메이크 미 빌리브>를 보았다. (사실 눈치챘겠지만 시리즈 넘버는 아무 의미없다. 그냥 아무 숫자나 넣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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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흐라(아이차 아이신 투란)'는 도시에서 성공한 잡지 편집자인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너무나 뛰어난 사진가 '데니즈(에킨 코치)'를 꼭 인터뷰하고 싶다. 그의 사진을 처음 본 순간 영혼이 불타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진가는 그 어디에도 정보를 흘리지 않아 모두에게 신비한 존재로, 그러나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존재로 그의 이름만 드높아간다. 무슨무슨 상을 받게 되었는데 그 상초자도 거부하는 너무나 매력적인 사진가..
그런 사흐라가 그와의 인터뷰를 계획하고 도대체 어딜 가야 그를 찾을 수 있고 또 인터뷰한단 말인가, 앞으로 나의 커리어는 이 일에 달려있는데!! 하던 참에 할머니가 위독하다고 해서 할머니 계신 고향으로 슝- 달려가는데, 할머니가 위독한 건 개뻥이었고, 거기에서 옆집 사는 데니즈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실은 이 둘은 열다섯에 단짝이며 서로를 좋아했지만 어떤 오해로 인해 어른이 되어서는 원수가 되어 있었다. 데니즈의 할머니와 사흐라의 할머니는 이 둘 안에는 불꽃이 있고 이 둘이 오해만 풀면 서로 진정한 짝이 될 것 같아 엄청난 오지랖으로 이 둘을 연결시키고자 이 둘을 불러낸 것이다. 아무튼, 여기까지만 써도 다 알겠지만, 그런데 사흐라가 찾던 데니즈가 바로 이 데니즈였던 것. 아니 너가 그 사람이야? 오 뻐킹 쉿. 내가 진작에 알아봤어야 되는건데!!
오해와 다툼을 쌓아가면서 둘은 그런데 사랑하게 되고, 그런데 여주인공을 시기 질투하는 잡지사의 남자 편집자가 와서 '이 여자는 너 인터뷰 딸려고 이용한거야~' 이래가지고 이 사랑은 또 한번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두둥-
아니 너무 유치하고 너무 뻔해서 그만 볼까 생각을 하다가도 이왕 본 거 끝까지 보긴 했는데, 하아. 자, 나는 이제 한 마리의 낭만 파괴자가 되겠다.
그러니까 이 둘이 성인이 되어 오랜만에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러면서 데니즈는 사흐라에게 '아직도 니가 간 장소에서 돌을 모으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 묻는단 말야? 그래서 사흐라가 '그걸 기억하네?' 하면서 살짝 감동에 젖어주는데, 이들의 오해가 풀리고 본격 사랑이 시작되면서, 데니즈는 자신의 집으로 사흐라를 데리고 간다. 오오 여기가 너가 사는데야? 그러면서 집을 보는데 데니즈가 '너에게 보여줄 게 있어' 하면서 무언가를 건네는데, 그것은 두구두구둥- 돌이 잔뜩 들어있는 유리병인 것입니다.
사흐라는 놀라서 뚜껑을 열고 그 안의 돌을 보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데니즈가 사흐라 생각이 나서 늘 돌을 주워오고 거기에 몇월 며칠 어디에서 주웠다고 써있는 거다. 그런 돌들이 유리병 하나 가득한거다. 그걸 사흐라에게 주는거죠. 사흐라는 큰 감동에 휩싸입니다. 눈물이 났죠. 나를 이렇게나 생각했다고.. 그렁그렁. 너는 나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구나. 그렁그렁. 그런데 나는? 한숨이 났죠.
나로 말하자면 세상 쓸데없는 것들에 별 관심이 없다. 일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예쁜 쓰레기에 아무 관심 없는 사람. 그러니 이 돌 잔뜩 든 유리병 무슨일이야. 그걸 보는 순간 한숨이 나면서,
'어쩌라고..'
이렇게 되는 것이다. 저 돌을 뭐하냐. 큰 돌도 아니고 돌맹이라 박박 씻어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도 없어. 도대체 저 돌을 어쩌라고. 어휴.. 저걸 팔 수가 있나 먹을 수가 있나 자리만 차지하는데, 정리정돈을 못하는 나는 짐으로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데니즈는 내가 아니라 사흐라를 사랑하는 것이겠지. 나는 저런 선물 받는 순간 표정 관리를 못할 것 같다. 표정에 다 써있을 것 같아.
어쩌라고..
그런데 둘이 다투고 헤어질 때 여자는 소중하게 자신의 차 조수석에 그 돌 유리병을 놓고 떠난다.
응..
그거 어쩔라고?
하아-
나는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저 돌멩이 잔뜩 든 유리병이 너무나 한심한 것.
그러지마. 자연에서 주워서 선물하지마. 그걸로 감동받기를 원하지 마. 하아- 역시 나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또 한 장면.
둘이 로맨틱한 분위기가 무르 익어서 해변가에서 와인도 마시고 바다 쳐다보고 눈누난나 씐났는데, 그자리에서 둘이 잠들어 버린거다. 하아- 바로 뒤가 집인데 들어가서 자. 왜 도대체 해변가에서 자는 거야? 어이가 없는데, 세상에, 거기서 아침까지 잔거에요. 이불 깔고. 허리.. 아프잖아요. 게다가 너네 평소에 침대 생활자들인데 도대체 그 바닥에서 어떻게.. 젊구나?
아니 그런데 사흐라가 눈 떠보니 해가 쨍쨍하고 이 돗자리(인지 이불인지) 위에 자기 혼자만 있는 거다. 나는 이 장면에서 참말로 어처구니가 없어. 아니 깨워서 들어가서 자라고 하든가 하지, 아무리 아침이라도 어떻게 해변가에서 혼자 자게 내버려두고 사라져버림? 참 나원.. 그래서 나는 뭐 아침이라도 요리하러 간 줄 알았지? 사흐라도 집에 들어가서 이 남자 뭐하나 찾아보니까, 그 뭣이냐 그걸 뭐라고 하지. 그 왜 건축학과 학생들이 건축 모형 만드는 거 있잖냐. 그걸 하고 자빠진거다.
"뭐해?"
물어보니 건축학과 재학중일 때 자신이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집을 설계했었는데 그걸 짓고 있다는 거다. 나중에 살고 싶은 집.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했는데 급하지 않아서인지 아직 완성못했다고. 그러면서 그걸 또 하고 있는 거예요. 아니, 이 시점에.. 그러니까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그러니까, 널 만나고 나니 이걸 완성하고 싶어졌어, 이걸 전하고 싶었던 거잖아. 그런데 그게 해변가에 여자친구 자고 있는데 갑자기 들어와서 할 일인지. 약간 주위가 산만한 편??
아무튼 오해가 다시 생겨가지고 사흐라는 도시로 떠나고 그리고 직장에서 승진을 한다. 승진파티가 열리는데 우리의 데니즈가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파티 자리에서 사랑 고백하기 있긔없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 그러지마 그러지마 하는데 그래버리네요...
내가 진짜 이 영화 보면서
난 안돼. 난 글러먹었어. 난 틀려먹었다. 난 이 지구에서 혼자 사는 게 적성에 맞다. 나같은 속물은, 나같은 낭만파괴자는 사랑을 할 자격이 없다. 상대에게 상처만 입힐 게 틀림없다. 돌멩이 선물 받는 순간 진짜 얼굴 표정 대환장 파티 될 것 같고, 여기서 잠들자 해변가에 이불인지 뭔지 펴는 순간, 야 너도 내 나이 돼봐라 바닥에서 못자 난 들어가서 잘게, 이렇게 되어버리고, 들어가서 뭐하나 봤더니 집 모형이나 만들고 있고. 하아. 계란프라이라도 좀 해놓지. 어처구니가 없음.
걍 혼자 살자.
돌멩이 같은 거 모으지 않는, 그런 혼자의 자유로운 삶을 살자.
하아- 돌멩이 진짜 어이없네.
사람이 진짜 이러면 안되는데.. 남에게 소중한 거 이렇게 깔보고 그러면 안되는데. 나에겐 가치 없어도 남에겐 가치 있을 수 있는 건데. 그렇지만 미리 경고하는데,
나에게 돌멩이를 선물하지 마시오.
자, 아니 그리고 신간 알림 무슨일?
두 권 합이 43,200 원.
살까?
11월 맞이?
난 미친 걸까?
그리고 여러분 알라딘에 초콜렛 파는 거 알고 있나염?
부샤드 초콜릿 이라는데 나는 캬라멜 씨솔트를 선물 받았단 말야? 그런데 링크 올리려니까 어째서 그것은 검색이 안되고 이 다크만 검색되는 것인가. 왜인가, 알라딘.
이제 여러분 책 살 때 커피 말고, 시사인 말고 또 살 게 생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초콜릿 ㅋㅋㅋㅋㅋㅋㅋ오늘 아침에 커피랑 먹음. 씨솔트가 씹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친구여!
또 먹어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