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보고나서부터 계속 아낌받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아낌 받고 싶다는 얘기를 우리 남매 단톡방에서도 했더니, 남동생이 말했다.
<내가 아끼잖아.
졸 아껴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진짜 얘 땜에 사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남동생 럽 ♡
아, 그런데 이 얘기 하려던게 아니고.
최근에 정말이지 몰라보게 살이 찌고 있어서(응?)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도저히 먹는 걸 줄일 수도 끊을 수도 없던 나는, 운동량을 늘리는 걸로 하자, 하고 오랜만에 지난 토요일, 일자산엘 갔다. 며칠전에 다녀오신 엄마가 역시 산은 가을이야~ 하고 좋아하셨던 것도 생각났고, 이래저래 마음을 많이 다친지라 산의 기운이 필요하기도 했다. 토요일 오전에 일자산 갈거야! 벼르고 있었는데, 아니 글쎄 비가 오는게 아닌가! 으.. 안돼.. 일자산 갈라고 요가도 제꼈는데..(응?)
그래서 이를 어쩌나 하고 치아바타를 구웠는데(네?), 오후가 되니 날이 개더라. 그래서 오전에 간다는 계획은 좀 틀어졌지만 오후에 가자! 하고 일자산으로 향했다.
이맘때의 산은 좋긴 하지만, 오후 늦게 출발하면 내려올 때 어두워져 무섭다. 그래서 좀 서둘러 서둘러, 허리 업 허리 업, 하면서 일자산에 도착. 자,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이 길로 가면 사람들이 많아 안심되지만, 저 길로 가면 인적이 드물어 불안하고 대신 운동량은 좀 더 많은 것 같은데.. 갈등하다 저 길로 향했다. 아직 오고 가는 사람들이 어디에든 있는 것 같아, 좋아 가보는거야! 하고 도대체 몇 개인지 알 수도 없는 많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계단을 오르면서 쉬었다가 헉헉댔다가 하면서 계단을 다 올랐는데,
중년의 여성 한 분이 계단의 끝부분에서 왔다갔다 하시다가 내게 말을 건다. 아이쿠 깜짝이야. 나는 이어폰을 빼고 네? 하고 물었더니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좀 따라가도 돼요?"
그러니까 혼자 오셔서 무섭기도 하고 이 산은 처음이기도 해서 혼자 오는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다. 혼자 산에 가는 길 조심하라고 아빠도 말씀하실 정도로 요즘 혼자 산은 좀 무서운 게 사실이라, 그러시라고 했다. 그리고 귀에 꽂아두었던 이어폰을 빼서 둘둘 말아가지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그 분과 나란히 걸었는데, 그 분은 묻지도 않았는데 본인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다. 아마도 대화도 좀 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그 분이 이제 곧 일흔을 바라본다는 것, 1남2녀를 모두 결혼시켰다는 것, 첫째딸은 노처녀였다가 40넘어 결혼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제 비로소 혼자를 만끽할 수 있는 자유를 찾았다는 거였다. 그러나 자유를 찾았다는 즐거움보다, 혼자 다닌 적이 그동안 없어 아직 두렵다는 것. 평소에 남편과 산에 자주 가곤 했는데 남편하고 다니는 거 너무 짜증나서 혼자 다니고 싶어졌고, 그렇게 혼자 왔더니 보호자 없이 간다는 게 두렵다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말씀드렸다.
"처음은 두려워도 계속 혼자 다니다보면 단단해져요."
그리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맘때는 좀 일찍 오세요. 금세 어두워져요."
우리는 비가 그친 후의 산은 얼마나 좋은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숲의 냄새가 한결 진해지는데, 그게 너무 좋다고. 그 분은 혼자라 두려운 마음에 내려가려고 했지만, 비 온 후의 숲을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어 혼자 오던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한참을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올라가다가 그 분에게 전화가 오는 바람에 내가 앞서 걸었다. 정상에 올라 스트레칭을 좀 하고 있노라니 이내 그분이 오셨는데 "아몬드 가져왔는데 먹을래요?" 내게 물으셨다. 나는 아니라고, 밥 먹고 바로 나온 터라 배가 불러 안먹겠노라 말씀드리고, 잠시후 저는 내려가볼게요, 하고 인사했다. 그 분은 내게 손을 흔들어 주셨다. 정상에는 사람이 많았고 그러니 따라갈 사람도 많을 터였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산에 올라가면서 머릿속 한쪽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잠자냥 님이 나 이런 거 알면 또 까무러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혜리 기자의 팟빵을 듣다가 정윤수 평론가와 함께 하는 <고독한 고전음악방> 코너를 처음부터 듣고 싶어져서 어제부터 듣기 시작했다. 나는 클래식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처음은 당연히 바흐여야 하는 것처럼 정윤수 평론가와 김혜리 기자는 얘기하더라. 이 두 분은 클래식에 대해 아는 바도 많고 즐기는 것도 같은데, 비단 클래식에만 한정하는 게 아니라, 대화가 어디로 뻗어가도 주고 받고가 되는 거다. 클래식 얘기하다가 역사 얘기 당연히 나오고 문학 얘기 그리고 지금의 지휘자 얘기까지 나와도, 뭐 모르는 게 없이 둘이 막 대화가 돼. 세상 멋지구먼.. 하며 듣고 있다. 이번에 들은 부분에서는 독일의 라이프치히가 언급됐는데, 여기 중앙역이 그렇게나 크다는 거다. 오래전에 라이프치히 중앙역 시계탑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갔더니 세상 넓고 시계탑도 여기저기 있어서 당황했다고 정윤수 평론가는 얘기했다. 게다가 프랑크푸르트 출판 박람회보다 더 크고 오래된 게 라이프치히 출판 박람회라고. 나는 라이프치히 중앙역이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사실 라이프치히 알지도 못하는 곳이고 들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라이프치히 여행한 블로거의 글을 찾아보았는데, 와 중앙역 진짜 크더라. 게다가 라이프치히 대학교도 멋있어. 어쩐지 꼭 가보고 싶어졌다! 그 블로거가 올려둔 사진 보면서, 음, 내년에 로테르담 가서 유레일 타고 라이프치히 다녀올까, 막 이런 생각을 했다.
삶은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그걸 실행하면서 연속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물론 모두에게 그런건 아니고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니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다. 가볍게는 주말에 어떤 술과 안주를 먹을지 목표하는 것부터 그렇다. 그리고 좀 더 멀게 언제쯤 어디에 가봐야지 하는 것에 있어서도 그렇고. 그러나 그 목표들을 실행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들로 인해 그 다음, 또 그 다음의 새로운 목표들이 생겨난다. 이 새로운 목표들 덕에 나는 좀 더 의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의욕적으로 살고 싶어 목표를 세운 게 아니라, 하고 싶고 먹고 싶은게 많아 목표를 세우다보니 의욕적이 된달까.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아주 작게, 책을 사겠다는 목표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책들.
틈틈이,
퇴사 후에 어떤 일을 하며 먹고살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답을 찾으려고 하면 답을 찾게 되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러분 모두 점심 맛있게 많이 먹어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