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은 오늘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새벽부터 일어났던 우리는 아침까지 다 먹었지만 비가 그치질 않아 호텔 룸에서 딩굴거리자 하였지만, 또 성격들이 그렇지를 못해... 우산 쓰고 나가자, 해서 결국 나갔다.
원래 오늘 나의 일정은 국립박물관과 중앙 도서관이었다. 박물관은 미리 예약할까 하다가 암스테르담에 있는 동안 하루는 잔서스한스에 가고 하루는 도서관에 가자, 그런데 날씨 보고 일정은 바꾸자 해서 예약하진 않았었다. 작년에 잔서스한스 갔을 때 비가 왔던 터라, 이번에 비가 안올 때 가고 싶었던 거다. 잔서스한스를 갔던 어제는 약간의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정말 많이 내렸다. 바꾸길 잘한 일정이었지만 이래가지고서는 나가기도 곤란하다 하다가 그냥 나갔던 것. 박물관은 예약해볼까 했더니 매진이었고 엄마는 박물관 가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으셨다. 오늘도 '돈 주고 박물관 안가' 하셔서, 내가 "엄마가 그러니까 내가 이정도인거야. 엄마가 어릴 때 나 박물관 데리고 다니고 그랬으면 내가 서울대를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했더니 엄마는 "그래, 그건 니 말이 맞는 것 같아." 하셨다. 아, 못된딸 또 튀어나와 버림... 자식이란 무엇인가..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오늘 도서관을 향해 갔다. 사실 걸을 예정이었는데, 어제 만팔천보에 모두 기절해버려서 오늘의 걸음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오늘 나는 대충 삼만보를 예상했는데, 어제 다녀본 후, 아 삼만보 무리데쓰... 이를 어쩌나, 했었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쉬는 찬스.. 그러다 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자, 하고는 호텔 근처의 지하철역엘 갔다. 자, 긴장 긴장. 지하철 표를 어떻게 끊더라? 기계 앞에 서서 일단 영어로 언어를 바꾼다. 1시간 이용권이 있고 하루 이용권이 있는데, 어차피 올 때도 지하철을 타야할지도 모르니 그래 하루를 끊자, 하고는 하루를 세 명으로 끊어서 지하철 노선을 확인하고 지하철을 타고 갔다. 수시로 이모에게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래서 이모도 같이 봐주었다. 엄마한테도 엄마, 영어로 이렇게 써져잇는 데에서 우리가 내릴 거야, 잘 봐. 했다. 그렇게 내려서 도서관을 향해 걸었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은 그 크기와 시설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에 처음 가는데, 7층 레스토랑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기가 막히다고 한다. 그리고 방문한 모든 사람들은 그냥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들어가면 일단 그 시설에 놀란다. 층마다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어 있고 곳곳에 공부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그리고 노트북을 충전하면서 공부하게끔 전기 콘센트도 다 마련되어 있다. 전망 좋은 창가에는 의자만 놓여있기도 하다. 거기에서 사람들이 드문 드문 책을 펼쳐 보고 있었고 책상 에서는 역시 드문 드문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와, 이런 도서관이 내 주변에 있었다면 나는 서울대 갔을텐데, 라고 했더니-계속되는 서울대 드립 ㅋㅋ- 이모가 비웃었다... 이모?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크게 웃는 거 아냐?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사진을 잘 못찍어서 엉망진창이지만, 일단 찍은 사진을 좀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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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체가 문학 코너라서 도착하자마자 대흥분. 콜린 후버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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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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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았던 책들이나 후기들에서 도서관 7층 레스토랑이 가성비가 아주 좋다고 했다. 게다가 레스토랑에서 보는 암스테르담 전경은 에술이라고. 그렇지만 비가 왔어요... 7층에 올라갔는데 비가 와서 테라스에 나갈 수가 없었.. 아니 그러니까 나갈 수는 있는데 먹을 수가 없었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저 앞에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서도 제대로 볼 수 없다니 가슴이 쓰라렸다. 그래, 그래도 가성비 좋은 레스토랑에서 먹자, 그게 어디야! 이건 나의 계획 중에 하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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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에 수십번 나갔다가 찍은 사진. 이런 풍경을 눈앞에 두고 실내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니요 ㅠㅠ)
그런데 주문한 햄버거의 비쥬얼이 영.. 구글에서 들어가 레스토랑으로 검색하니 사람들이 레스토랑이 바뀌면서 음식 질이 떨어졌다고 했다. 작년에 암스테르담에서 수제버거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햄버거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와 너무 맛없었다. 햄버거가 이렇게 맛없다니! 작년에 내가 암스테르담에서 먹은 버거는 고기에서 막 육증이 팡팡 터졌는데 이건 말라 비틀어진 떡갈비 느낌이어서 심하게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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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레스토랑에 특이한 메뉴가 있었으니, 김치 토스트 였다. 아니, 왜 김치로 토스트를 하지요? 이모가 궁금하다고 해서 시켜보았다. 잘라져서 나온 토스트에는 역시 김치가 들어 있었다. 우린 다같이 나눠먹어 보았는데, 아니, 왜 이렇게 팍 신김치를 넣지요? 도대체 신김치로 토스트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는 괜찮은데? 라고 해서 내가 이모, 한국에서 이걸 판다고 하면 사먹을 의향이 있어? 물었더니, "아니."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김치 토스트, 제가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들어간 김치가 아주 신김치임을 강조합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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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랑 샐러드, 맥주, 생과일 쥬스까지 배부르게 먹고 도서관 옆을 좀 걷다가 미술관 관람은 포기하고 네덜란드 왕궁으로 갔다. 네덜란드가 왕국이었대, 하면서 출발하기 전, 도서관 옆의 과학박물관에 들어가 우비도 샀다. 과학 박물관에서 우비 사는 사람이 누구? 우리다! 색깔별로 우비를 사서 입고 우리는 부지런히 걸었다. 점점 더 번화가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었다. 낯선 건물,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계속 걸었다. 비는 오다가 멈추다 했다. 이모가 팬케익 먹어보고 싶다 해서 팬케익 가게에 가 팬케익도 시켜보았다.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팬케익은 아메리칸 스타일이고, 네덜란드에서 팬케익을 주문하면 이렇게 넓게 나온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시킬걸 그랬나 보다고 우리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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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트램을 타보고 싶어하셨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끊었던 하루짜리 교통권은, 검색해보니 버스도 트램도 다 탈 수 있는 것이었다. 구글에서 호텔까지 가는 법을 검색해 트램 정류장을 찾고, 트램을 탔다. 이게 자유여행의 묘미지. 패키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보는 것. 지하철을 타고, 트램을 타는 것. 도시의 곳곳을 걸어보는 것. 어느틈에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지쳐보였고 오늘은 좀 일찍 숙소로 돌아가자, 하고 트램을 타고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렸지만, 그래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와, 나도 여기 와서 트램을 타보네. 아무튼 다이나믹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비옷을 쓰고 걸어서 숙소로 향하다가 운하 앞에서 다시 엄마의 사진을 찍었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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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들어온 엄마는 씻으러 들어갔고, 나는 물과 맥주를 사기 위해 혼자 마트로 향했다. 약간의 비가 오고 혼자 마트로 걷는 길, 나는 왜 이렇게 이럴 때 행복을 느낄까? 나는 동생들과의 톡방에서 혼자 마트 가는 길, 너무 행복해. 쉿! 했더니 동생들도 쉿! 해주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나와 하노이를 같이 여행했던 여동생은 내게 말했다.
"언니, 술취해서 혼자 마트 가는 거 금지!"
내가 하노이에서 술 마시고 마트를 갔다온다 그래가지고 여동생이 따라왔었다. 나 안취했어 괜찮아, 이랬는데도 따라옴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은 술 안마시고 마트 다녀왔다. 다녀오는 길이 너무 좋았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사람임에 틀림 없지만, 혼자 있을 때 충전되는 사람임도 또 틀림이 없어. 하하하하하하하하. 지금은 숙소로 돌아와 모두 씻고 잠시 쉬고 있다. 나는 내 방 침대에서 침대헤드에 베게 놓고 기대서 놋북 펼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가져온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내가 선택한 음악들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오다말다 한다. 내일 아침엔 암스테르담을 떠날 거라 다같이 짐도 다시 싸두었다. 아, 너무 좋다. 피곤하고 또 내일의 일정을 내가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초행길을 제대로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이 크지만, 그런데 지금 이시간, 계획대로 되진 않았지만 지하철도 타고 트램도 타고 우비도 사고 돌아다닌 후에 맞이하는 이 혼자의 시간이 너무나 좋다. 음악은 역시 내가 고른 음악이 짱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겁게 맥북 가져온 나 사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오늘 이 호텔에서의 마지막 밤을 정리하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사두었던 와인과 안주를 먹을 시간이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