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만'의 《남성특권》'2장'은 인셀에 대해 얘기한다.
'인셀incel'이라는 단어는 비자발적 독신 상태involuntary celibate를 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바이섹슈얼이자 진보적 캐나다인인 알레나Alana라는 이름의 여성이 1990년대에 '알레나의 비자발적 독신 프로젝트'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할 때 만든 단어다. 알레나는 이 단어를 만들어 자신처럼 데이트를 하지 못해서 외로움이나 성적 불만족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p.35
작년부터였나, 나는 인셀에 관심이 생겨서 인셀에 대한 책을 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화 배트맨의 안티 히어로인 '조커'도 그리고 최근 배트맨 시리즈에서의 '리들러'도 모두 인셀인데, 그들은 '비자발적 독신'이 주는 느낌처럼 자신들은 독신을 원하지 않았지만 독신인 상태, 그러니까 자기를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보여주고 싶다고 욕망하는 상태인거다. 그들의 고립과 외로움은 폭력적 성향으로 나타나 무작정 총을 쏜다거나 폭발물을 설치한다는 등의 테러를 하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강남역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인셀이 벌인 여성혐오 범죄로 볼 수 있을텐데,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나를 무시한다'고 하면서 그러나 그 폭력을 자신보다 약자인 여성이나 노인 혹은 아이를 향해 휘두르는 것이 인셀들의 최후인듯하다. 인셀이 위험한 건 그들의 열등감을 폭력으로 기어코 표출하기 때문이다.
케이트 만은 인셀에 대해 분석하고 사례를 들면서 그러나 그들이 실질적으로 그들이 생각한 어떤 불공정한 상태에 놓여있지 않다는 것도 얘기한다. 자기들 생각만으로 '나는 못났지', '나는 밑에 있지', '나는 열등하지' 라고 여길 확률이 높다는 것. 인셀의 경우 대다수가 '저 여자가 나랑 사귀어주지 않아서' 분노하곤 하는데, 케이트 만은 바로 이 지점이 남성 특권이라고 얘기한다. 왜 자기가 원하면 상대는 자기와 사귀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결국 인셀도 남성이 가진 권리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들에서 발생한다는 것. 그런 인셀들이 인종차별주의자일 경우도 당연히 많다고. 그들이 생각하는 기준, 되고자 하는 바, 그러니까 자기가 부족하다고 인지하는 지점에서 인종주의적이기도 하다는 거다. 백인남성이 우수하다는 이데올로기를 자신 안에 가득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그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것. 이 어떤 내면의 찢어짐은 결국 폭력으로 나타나는데, 나는 자신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타인도 파괴한다고 생각한다.
인셀은 타인이 자신을 지속적으로, 애정과 존경을 담아 우러러보길 기대하는 남성들이 가진 유해한 특권의식의 결정체다. 그리고 이들은 그런 눈길로 자신들을 추앙하지 않았거나 그렇게 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을 겨냥하고 심지어 파괴한다. -p.37
여성의 성적, 물질적, 재생산적, 감정적 노동을 그저 남성이라는 이유로 마땅히 받고 누려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은 연애관계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인셀의 기질로 이어질 것이고, 관계가 시작된 이후라면 친밀한 파트너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즉 자신이 좌절감을 느끼거나 앙심을 품거나 질투를 하게 될 때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다시 말해 인셀은 잠재적으로 파트너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존재다. -p.39
그런 한편 이 인셀들에 대한 케이트 만의 글을 읽다보니 결국 인셀들이 원하는 건 '저 여자가 나랑 데이트해주는 것' 아니 아니라, 저 여자가 나랑 데이트를 해서 '여자랑 사귄다는 걸 다른 남자들에게 보이고 인정받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기준으로 삼은 잘난 남자들 무리에 자신도 끼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여자를 옆에 데리고 다녀야 되는데 그게 안되니까 그 여자들에게 해를 입힘으로써 분노를 표출하는 것. 아, 남자는 결국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에게 인정받고 싶고 그래서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폭력적이 되어버리는 거다. 아.. 내면이 갈기갈기 찢긴 자들이여...
나는 인셀들의 자기파괴인줄 모르면서 저지르는 자기 파괴와-강간과 살인등은 결국 자신을 파괴하지 않나- 또 타인을 향한 파괴를 보노라니, 이 남자들이 다른 남자들에게 얼마나 자신을 보이고 인정받고 싶어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참 지지리도 못났다는 생각이 들면서, 《여자는 인질이다》의 이 부분이 생각났다.
남자들이 함께 모여 여자를 어떻게 ‘따먹고‘ ‘박아볼까‘ 이야기를 하고 ‘진도‘를 운운할 때, 이들은 성관계는 여자랑 하긴 해도 남자끼리의 감정적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성 동지들에게 ˝나랑 자는 여자보다 너희들이 더 중요해˝라고 전하는 것이다. (이게 많은 남자가 어떤 여자랑 성관계를 갖는지에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또한 여기에 여자와의 성관계는 착취가 목적이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남자들끼리 이런 대화가 이루어질 때, 남성 청자도 남성 화자와 여자의 성관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여자에게 ‘박고 있는‘ 남자 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남성 동지들이 지켜보며 서 있다. 남자가 여성 착취에 성공하면 그건 모두의 승리가 되고, 승리로 말미암아 남자끼리의 유대감이 강화되며, 이들은 여성성을 발밑에 깐 채 서로를 부둥켜 안고 하나가 된다.
- 《여자는 인질이다》, 디 그레이엄, P198
마침 관심있어하던 주제라 그런지 남성특권 2장을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다. 그런데 좀 부족하다고 느낀다. 인셀에 대해 더 깊이있게 더 많은 분량으로 다룬 책을 읽고 싶다. 케이트 만 책 읽다보니 주석으로 '잭 보샴zack beauchamp'의 글을 참고했다고 되어 있던데, 알라딘에 검색하면 아무것도 안나온다. 슬픔..
혹시 인셀 관련 책 읽어볼만한 게 있다면 추천 바랍니다.
자, 남성특권을 계속 읽어 보겠다.
힘패시himpathy란 권력이나 특권을 가진 남성이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여성혐오적 행위를 했을 때 오히려 여성 피해자보다 더 공감과 염려를 받는 현상을 일컫는다. - P17
‘인셀incel‘이라는 단어는 비자발적 독신 상태involuntary celibate를 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바이섹슈얼이자 진보적 캐나다인인 알레나Alana라는 이름의 여성이 1990년대에 ‘알레나의 비자발적 독신 프로젝트‘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할 때 만든 단어다. 알레나는 이 단어를 만들어 자신처럼 데이트를 하지 못해서 외로움이나 성적 불만족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 P35
인셀은 타인이 자신을 지속적으로, 애정과 존경을 담아 우러러보길 기대하는 남성들이 가진 유해한 특권의식의 결정체다. 그리고 이들은 그런 눈길로 자신들을 추앙하지 않았거나 그렇게 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을 겨냥하고 심지어 파괴한다. - P37
여성의 성적, 물질적, 재생산적, 감정적 노동을 그저 남성이라는 이유로 마땅히 받고 누려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은 연애관계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인셀의 기질로 이어질 것이고, 관계가 시작된 이후라면 친밀한 파트너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즉 자신이 좌절감을 느끼거나 앙심을 품거나 질투를 하게 될 때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다시 말해 인셀은 잠재적으로 파트너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존재다. - P39
인셀은 종종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다. 그렇다고 모든 인셀이 백인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유색인 인셀들의 비율도 상당해서 "카레셀curry-cel"이나 "라이스셀rece-cel"같은 인종차별주의적 명칭이 이들에게 붙기도 한다. 그러나 읻르 또한 보통 백인우월주의 이데올로기에 순응한다. 이를테면 엘리엇 로저는 백인과 중국인 혼혈이고, 자신이 쓴 글에서 드러나듯 인종차별주의적 자기혐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자신에게 결여된 백인성을 안타까워했고, 금발머리를 지닌 백인이 되기를 갈망했다. - P41
인셀들은 인종주의적인 사회 위계에서 낮은 위상을 차지하는 남성이 백인 여성과 성적,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에 분노한다. 이 경우 인셀이 해당 남성과 여성에게 가하는 공격은 동일할 것이고, 그 인셀은 백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대의 혐오는 분명 백인우월주의에 찌든 가부장제 혹은 그런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특권의식의 산물이다. - P44
개인의 독신 상태가 비자발적임[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님]을 뜻하는 이 개념, 즉 단순한 낙담 상태와 대립되는 이 인셀 개념은 많은 것을 드러낸다. 비자발적 독신 상태는 "싱글이지만 상대를 찾고 있는 상태" "데이트를 못해 절박한 상태"따위와 철저히 다르며, 훨씬 해롭다. 이 단어는 마치 독신 생활이 인셀에게 강요되었다거나 그의 의지에 반하여 강제되었다는 암시를 강하게 준다. - P45
인셀들이 일부러 불공정한 위계질서를 찾아다니고 그 사다리의 하단에 자신을 배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식으로 이전부터 갖고 있던 열등감과 원한을 정당화할 구실을 찾는 것이다. 즉 인셀들이 불평하는 원인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 - P52
인셀들의 고통에 그저 안타까움을 표하는 일조차 타인(특히 여성들)이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자신의 자아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셀들의 거짓되고 위험한 생각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남성 특권의식을 견지한 이들에게 공감해야 한다는 압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 P53
법학과 교수이자 개인정보 전문가인 로리 앤드루스Lori Andrews는 클라크처럼 여성에게 저지른 범죄의 증거를 사진 찍어 온라인에 올리는 남자들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런 남자들은 사진을 보는 이들이 정말로 자신에게 감정이입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여성 피해자에게 교훈을 줄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데 사람들이 동조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거죠." 미디어 심리학 연구소장인 파멜라 러틀리지Pamela Rutledge는 그런 행위에 대해 "사회적 인정을 얻고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으려는 옳지 않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러틀리지는 "이런 종류의 숭배를 받고자 하는 열망이 범죄 사실이 발각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압도한다"고 지적했다. - P54
강간 범죄는 악한 행위자들이 있어야 성립한다. 이들은 남성 가해자를 감싸는 사회구조 덕분에 강간을 실행에 옮길 수 있고, 그 구조 내에서 보호받는다. 심지어 그 구조가 이들을 부추기기도 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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