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특권]인셀 혹은 비자발적 독신

'여성 혐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성 혐오라는 대칭적 용어의 발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혐 대 남혐'이라는 이분법이 그것이다. 이분법은 A와 not A라는 타자화의 문법으로, 평등으로 여겨지기 쉬운 속임수다. 미소지니라면 다르지 않았을까. 미소지니는 대립 구도를 만들어내기 힘든 단어다. 그대로 수용될 수 있다. 남성 위주 사회는 너무 오래된 역사라서 여성에 대한 비하와 차별은 남녀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를 자각하고 여성이 자신의 이중 노동,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남성) 혐오인가? - 정희진 <낯선 시선> p.83


혐오는 특정 대상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 자기 문제의 반영이자 합리화다. 혐오는 자신과 타인의 인간성을 훼손한다. 악플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분노는 자신을 억압하는 대상에 대한 정당한 판단이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존중하는 힘이다. 이처럼 혐오와 분노는 이유, 양상, 효과가 전혀 다른 인간 행동이다. - 정희진 <낯선 시선> p.84


나는 정희진 쌤의 분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용어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의 중요성에도 공감한다. 언어는 우리가 싸우는 데 필요한 무기이다. 용어만 제대로 정의해도 싸움은 수월해진다. 원하는 방향으로 전력을 집중할 수 있고, 의도치 않은 소모전을 줄일 수 있다. 케이트 만이 1장에서 용어부터 섬세하게 정의하고 들어가는 것 역시 그가 펴고자 하는 논지에 적합하게 도구부터 손질하는 작업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남성 특권>을 읽을수록 이건 '여성 혐오'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트 만이 정리한 용어를 몇 가지 가져와 보려고 한다.


(17) 힘패시himpathy란 권력이나 특권을 가진 남성이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여성혐오적 행위를 했을 때 오히려 여성 피해자보다 더 공감과 염려를 받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성혐오가 가부장제의 "법적 실행"의 일부분으로 개념화되어야 한다는 제안과 관련하여(여기서는 여성혐오를 미소지니로 바꾸어 읽었을 때 개념이 더 잘 와닿는다) (21) 여성혐오라는 구조는 젠더화된 규범과 기대치를 존속시키고 집행하는 동시에 여성들을 극한의 적대적 환경에 몰아넣는다. 다시 말해 여성들은 수많은 요인 중 여성이라는 성별로 인해 그런 환경에 처하게 된다. (...) 여성혐오는 보통(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이 성별 논리가 내포된 "법과 규칙"을 위반했을 때 촉발되는 반응이다. (...)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해하지 않을 때조차 여성들을 어떤 경계 안에 옭아매는 것이 여성혐오다. 우리는 경계를 위반하거나 어떤 과오를 범할 때에야 비로소 애초에 왜 자신이 경계 안에 갇혀 있었는지 그 이유를 깨닫는다.


(21) 성차별은 여성혐오와 대조적으로 가부장제의 이론적, 이데올로기적 부산물이다. 가부장제의 규범과 기대치를 이성적으로 납득시키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복무하는 신념, 관념, 전제들이 전부 여기에 해당된다. 성차별에 기반한 노동 분배와 대대로 남성의 권력과 권위가 작동해온 영역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일들이 성차별의 예다.



(26) 이 책은 여성혐오, 힘패시, 남성 특권이 여타의 억압적 시스템과 결합해 작동하면서 불공평하고 왜곡된, 때로는 기이한 결과를 낳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러한 결과물은 여성들이 대대로 여성적 재화로 여겨져온 것들(예컨대 섹스, 돌봄, 양육, 재생산노동)을 특정 남성, 다시 말해 종종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남성들에게 제공하도록 요구받는 데서 기인한다. 동시에 여성들은 대대로 남성적 재화로 여겨져온 것들(즉 권력, 권위, 지식에 대한 권리)을 소유하지 않도록 요구받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재화들은 특권적인 남성들이 마땅히 누릴 권리가 있다고 암묵적으로 동의가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여성들에게서 강제로 이런 것들을 갈취하는 남성들은 자주 남성(가해자)들에게만 허락되는 관대한 공감을 얻는다. (...) 요컨대 이 책은 하나의 위법으로서의 남성 특권이 매우 너른 범주의 여성혐오적 행위를 초래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여성들은 남성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그렇다고 간주된] 것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처벌과 보복을 받는다.


에덴에 혼자 사는 아담이 외로울까봐 그의 갈비뼈를 내어 하와를 만들었다는 성경의 이야기는 남성 특권에 관한 얼마나 완벽한 비유인가.


이 책의 2장에서 주로 논의하는 '인셀'과 관련하여 다락방님의 페이퍼에 달린 수하님 댓글을 참조해 관련 기사를 읽고 도입부만 거칠게 번역해보았다.


인셀 문제

데이트 상대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지지 모임이 어쩌다 인터넷상의 가장 위험한 하위문화 가운데 하나가 되었는가


잭 뷰챔프(Zack Beauchamp) 2019. 4. 23


1990년대 후반 태평양 연안에 사는 어느 외로운 십대가 이야기할 사람을 찾으려고 전화 접속 모뎀을 달궜다. 수줍음 많은 아이로, 현실 세계에서 온전히 편안함을 느끼기엔 지나치게 내성적이었던 그는 연결감을 느끼려고 초기 인터넷의 빈약한 웹 포럼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를 찾았다.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에, 특히, 섹스와 데이트에 서투른 사람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임은, 본인들이 느끼는 연애의 어려움을 일컬어 “비자발적 독신 상태”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커뮤니티가 되었다. 추후에 이 용어는 “인셀”이라는 줄임말이 된다.


이제는 “ReformedIncel”이라는 필명을 써서 오프라인에서의 삶을 인터넷 기록으로 남기는 그때의 그 십대는 애정을 담아 1990년대와 2000년대 온라인 인셀 세계를 회상한다. 여성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모르겠는 남성이 커뮤니티의 여성 회원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었던(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따뜻한 곳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사회 정의 투사 커뮤니티” 였다고.


초기 인셀 커뮤니티가 연합한 지 20여 년이 지난 2018년 4월, 토론토에서 대학생 정소희씨는 도서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도보로도 가까운 거리였기에 지하철이 더 빨랐겠지만 정씨와 정씨의 룸메이트 소라씨는 햇볕을 쬐고 싶었다.


둘은 영영 도서관까지 가지 못했다. 가는 길에 밴 한 대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덮친 것이다. 정씨는 사망자 10명 가운데 한 명이 되었고, 소라씨는 부상자 16명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밴 운전자는 스스로를 인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년 전에 커뮤니티를 창설했던 이들은 지금의 인셀 커뮤니티를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지금 인셀은 섹스 없는 삶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게시글로 온라인 포럼의 분위기를 흐리는 남성과 소년뿐이다. 심지어 일부 게시글 작성자는 사건 당일에 용의자를 칭송하며 다른 인셀들에게 “산acid 테러”와 “집단 강간”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때는 따뜻한 지지 모임이었던 것이 다중 살인자에 대한 칭찬이 용인되고 정상으로 취급되기까지 하는 곳으로 타락한 것이다.


“분노가 완전히 장악해버렸다”고 ReformedIncel은 말한다.


토론토 사건이 있던 해에 나는 인셀의 웹사이트와 서브레딧을 주기적으로 읽으며 인셀들의 활동을 밀접하게 추적했다. 두 사이트 관리자를 포함하여 현재와 과거의 인셀 포럼 글 작성자 십여 명 이상을 인터뷰했고 토론토 사건이 있었던 시점의 인셀 채팅방 기록도 입수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커뮤니티가 본래 형태의 그로테스크한 패러디로 왜곡됐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다. 기술 덕에 한 집단의 가장 뿌리 깊은 편견들이 어떻게 새로운 환경을 장악할 수 있는지, 온라인 공간을 넘어 실제 삶을 바꾸고, 심지어 정치의 궤적마저 틀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만에 달하는 인셀 커뮤니티가 지난 20년 간 소위 “검은 약blackpill”이라는 극심한 성차별주의 사상의 지배하에 떨어졌다. 선택이 주어진다면 가장 매력적인 남성만을 고를 얄팍하고 잔인한 피조물이라는 라벨을 여성에게 붙이며 여성의 성 해방을 근본적으로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검은 약 이론의 논리가 극단으로 가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스컴은 토론토 사건 같은 다중 살인의 위험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인셀을 잠재적 살인자로 취급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보다 미묘한 위협을 놓칠 위험이 있다. 추행부터 난폭한 폭행까지 인셀들이 일상적으로 폭력 행위를 저지르거나 다분히 그들 곁에 있는 여성들을 비참하게 만들 조짐 말이다.


게다가 인셀은 단순히 외부 세계와 연결이 끊긴 고립된 하위문화가 아니다. 보다 광범위한 서구 사회에서 통용되는 (혹은 지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여성에 관한 일련의 사회적 가치가 어둡게 반영된 것이다. 오랜 미소지니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과 교차하여 우리가 어슴푸레하게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대항할 준비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정치와 문화를 바꿔 놓고 있다.


사실 책의 내용에 보충이 될 법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있는데 여기까지 번역하고 지쳤다. 헥헥.


케이트 만은 단호하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23) 우리는 어떤 사람이 여성혐오를 실행에 옮겼거나, 여성혐오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을 때 그 사람이 가슴 깊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필요가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훨씬 입증하기 쉬운 곳에 있다. 그건 바로 여성이 명백히 성별에 근간을 둔 적대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의 기사에 등장하는 토론토 사건에서 밴을 몰고 인도로 질주한 저 범죄자의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를 추앙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범죄를 부추기는 인셀들의 행동도, 저들이 대체 왜 저러는지도. 여기엔 답이 없는데. 이렇게 가해자의 동기와 심리를 알고자 하는 시도가 가해자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된다는 걸 아는데. 그 과정에서 정작 피해자는 지워지고, 외면받고, 비난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대체 왜"를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인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 불확실성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인과로 설명되지 않고, 인과로 설명해서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머리로만 알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받아들여야 할텐데.


번역하다 만 위의 기사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추가로 발췌한다.


John, a 30-year-old incel from New Jersey, tried pretty much everything he could think of to help himself succeed in the dating market. He works out regularly, eats vegetarian, and spends time reading up on fashion so he can try to dress well. He’s tried online dating for years and let some of his female friends set him up on dates.


But very few women have responded to his messages on dating apps. And when his female friends described him to their girlfriends, they would never describe him as “attractive” or even “cute.” Eventually, John concluded, he was just ugly — and there was nothing that he could do, no way he could eat or dress to fix that.


Like many incels, he was drawn to the community because he felt they were the only people who understood his experience. Other forum users were people he could commiserate with, virtual friends who swapped jokes and memes that helped everyone get through the day.


“Most people will not be in my situation, so they can’t relate. They can’t comprehend someone being so ugly that they can’t get a girlfriend,” John tells me. “What I noticed was how similar my situation was to the other guys. I thought I was the only one in the world so inept at dating.”


It’s hard not to feel for people like Abe or John. All of us have, at one point, experienced our share of rejection or loneliness. What makes the incel world scary is that it takes these universal experiences and transmutes the pain they cause into unbridled, misogynistic rage.


뉴저지에 거주하는 30세 존은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채식을 하고, 옷을 잘 입으려고 노력도 하고, 여사친들에게 소개팅도 주선받는 노력하는 인셀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래 못생긴 건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어서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세상엔 이처럼 데이트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다른 데선 이런 얘기를 해도 이해받지 못하지만 인셀 커뮤니티에서는 공감을 받고 위안을 얻는다고.


일단 '존'이라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인셀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서 놀랐다. 운동, 채식, 옷 잘입기는 스스로를 돌보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도 유용한 일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모든 노력의 목표가 데이트이고, 데이트에 실패하면 그게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믿는 저 사고방식이 좀 충격이었다. 아무리 봐도 단지 외모가 문제는 아닌 듯한데..


인용한 부분의 마지막 두 문장이 서늘하다. "우리 모두는 언제고 자신 몫의 거절이나 고독을 경험한다. 인셀 세계의 무서움은 이러한 보편적인 경험을 가지고 스스로 자초한 고통을 노골적인 여성 혐오로 변질시킨다는 데 있다."


위의 기사와 관련하여 잭 뷰챔프가 <The Neoliberal Potcast>에 출연해 기사 내용을 설명하는 에피소드가 있어 링크를 달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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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18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먼지님 거친(?) 번역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매우 기뻐하실 것 같아요 ^^!

이런 내용이었군요. 인셀에 대해 잘 모르고 책도 안 읽었지만 존이 노력한 건 (채식 빼고는) 외면에 관한 것이네요. 첫인상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내면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쓰는가…

책먼지 2023-03-18 16:48   좋아요 4 | URL
도움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거 페이퍼 올리고 나서야 다락방님 글의 먼댓글로 쓸 걸 그랬나 싶더라고요!! (단발머리님이 그런 게 있다고 알려주셨었는데 깜빡했어요!!)

인셀들 사례를 보니 누군가에게 거절당한 경험에서 못 벗어나고 인간관계에서 계속 헛발질하다 그 원인을 자신에게 찾기보단 남에게 돌리면서 막 증오와 혐오를 키우는 것 같았는데.. 저들이 인간을 서열화할 때 그 기준이 상당히 피상적이더라고요.. 존의 경우 외모만 바꾸면 뭔가 자기 서열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건수하 2023-03-18 16:49   좋아요 3 | URL
기준이 피상적인 게 맞군요? 채식은
그런 의지만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

먼댓글은 수정하셔도 적용되었던 것 같아요 ^^

책먼지 2023-03-18 17:13   좋아요 4 | URL
대박!! 수하님 말씀대로 수정으로도 되네요!! 기능 하나 더 습득해서 너무 뿌듯합니다ㅋㅋㅋ 이게 뭐라고 든든하고!!!

넵넵 수하님도 느끼셨듯 그들이 매우 피상적인 것 같았는데 인셀 개념이 손에 딱 잡히지가 않아서 더 공부가 필요한 느낌입니다!!
제가 채식을 해서(구 비건 현 페스카테리언) 채식한다는 사람에겐 왠만하면 무조건 호의와 동지애를 품는데.. 뭘하냐도 중요하지만 행동의 동기와 주체도 그만큼 중요하단 걸 또 깨닫습니다ㅠㅠ

DYDADDY 2023-03-20 08:30   좋아요 1 | URL
편집이나 번역의 어려움이 자신과 맞지 않는 글을 다룰 때가 아닌가 싶은데 꼼꼼히 번역해주셔서 고마워요.
남성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가 여성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라는 것인데 사랑은 선택하는 것(올 어바웃 러브)에 대한 생각이 없죠. 게다가 남성이 어떤 여성에게 고백했을 때 그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상대 여성을 비하하는 경우도 있구요.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인정된 권장되거나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은 타자가 없어졌을 때 그 노력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습니다. 타자의 기준에 맞춘 생활은 언젠가 결국 망가지기 마련이지요.
인셀이라는 집단이 계속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남성들의 기존 사고방식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의 권리가 신장될수록 기존의 권력을 쥐고 있고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남성들이 결집하는 것이겠지요. 페미니즘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이러한 저항은 계속되겠지만 한두세대 정도 지나면 와해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한 인셀을 지지하고 함께할 여성은 없을테니까요.

책먼지 2023-03-20 10:16   좋아요 1 | URL
대디님 일단 몸은 좀 괜찮아지셨는지요?ㅠㅠ 번역의 어려움을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하는 건 사실 재밌었어요(마음이 힘든 것과는 별개로)!! 제 신념과 어긋나거나 여성 비하하는 연사의 발언을 옮겨야할 때 그때가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모먼트!!!
대디님 말씀대로 누구에게도 사랑을 강제할 권리와 의무는 없죠. 사랑은 그런 문제도 아니고요. 그걸 왜 모를까요??? 거절당했을 때 비하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아예 매장시켜버리기도 하잖아요..ㅠㅠ
타자가 없어졌을 때 그 노력 절대로 계속하지 않겠죠.. 진짜 허약하고 불쌍한 삶.. 파멸도 혼자 하지 않잖아요ㅠㅠ 왜 여자 자꾸 죽이냐고요!!
대디님 진단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과연 한두세대만에 와해될까? 그리고 그 한두세대를 견뎌야하는 여성들은 대체 이게 무슨 횡액인가요ㅜㅜ

DYDADDY 2023-03-20 10:41   좋아요 3 | URL
책먼지님 // 주말동안 약을 먹고 정신이 흐릿해지면 커피를 마시고 그런 악순환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
남성의 관습적인 사고방식의 변화에 한두세대가 걸릴 것이라는 추측의 근거는 인셀과 같은 집단(우리나라로 변환하면 일베나 신남성연대같은 것이겠죠.)이 강하게 집결된다는 이유때문이에요. 무언가 위협을 받는 집단은 점점더 강한 결속을 가지려고 하죠. 그만큼 여성들의 주장이 거세어졌고 사회적으로도 그것이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리고 과연 인셀과 같은 집단의 사람들이 과연 그들의 사상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의 문제에서 그들의 자손(?)이 생기기 어렵거나 생기지 못할 가능성때문에 세대로 시간을 잡은 것이에요. 관습은 사회적으로 전수되기도 하지만 가정 내에서의 교육이 중요하기에 세대를 이어가기 어렵다면 시간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스러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지금의 20대 남성이 더이상 사회적 활동을 하기 힘든 것은 약 두세대 정도 후일 것이라는 예상인거죠. 여기서 우리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부하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혹은 국지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모이면 한세대 정도는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두세대‘로 예측한거에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역사는 농경사회부터 시작되어 온 것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우리 세대에서 끝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놀랍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래 전에는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참고 견디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편부당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침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지금이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

책먼지 2023-03-20 14:28   좋아요 4 | URL
대디님 이번 주말 날씨 정말 좋았는데 앓느라 못 누리시다니 너무 억울하다!! 고생하셨어요 진짜ㅜㅜ
대디님 말씀 설득력 있고 무슨 말씀하시는 건지도 잘 알겠어요. 그런데 저는 아주 작은 사람이라 눈앞에 당장 제가 겪고 있는 이 ‘어둠’이 너무 버겁고 괴로워요. 한두세대 이후라는 말이 제게는 희망이 아닌 절망으로 느껴지고요.. 너의 생애 동안 너의 세상은 계속 이런 식일거야로 자동 변환되거든요ㅠㅠ 뭘 해결하거나 더 나아지려고, 내가 이 가부장제를 부숴버리고 차별을 끝내겠다고, 그런 목표로 제가 이런 책들을 읽고 공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가는 길에 그것까지 줍고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살려고.. 이거라도 안하면 정말 못살것같아서.. 그래서 읽고 쓰는 거라서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며 현재를 가늠하는 일도, 미래를 보며 희망을 느끼거나 과거와 비교하며 지금을 자축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더 짙든 옅든 어둠은 어둠이고 그래서 아프고 괴롭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입니다ㅠㅠ

DYDADDY 2023-03-20 16:18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읽고 나쁘면 나쁜대로 읽는 삶이라 그리 억울하지 않아요. ㅋㅋㅋㅋ
힘들고 괴로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연대라고 생각해요. 연대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이곳에서 서로 위안을 주고 공부를 하고 고민할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연대의 한 측면일거에요. 물론 ‘공부하는 페미니즘 독서 모임‘같은 강한 연대도 있지만 북플의 페미니즘 공부 단위처럼 약한 연대도 그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두운 밤길에 돌부리에 걸리거나 진창에 발이 빠져도 여럿이 어깨동무를 하고 가면 금방 자세를 잡을 수 있듯이 함께 힘듬을 이야기하면서 나누고 웃고 공부하면서 한발짝씩 나아가다보면 아침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 도로시가 끝까지 갈 수 있었던 힘은 각각 무언가 하나씩 부족한 동료들이 함께 했던 것에서 나온 것처럼요.
괴롭고 힘든 일은 결국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이곳에서 조금씩이나마 힘과 위안을 얻어가시기 바라요.
최소한 여기는 인스타나 페북 트위터처럼 이상한 DM을 보내거나 자신과 맞지 않다고 폭언을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공쟝쟝 2023-03-19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성혐오*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희진샘이라고 다 옳지만은 않으시죵!
마지막 문장 너무............... 응 나도 고독에 몸부림 치지만 나를 거부하는 남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인셀을 만날 수는 없어... 하지만 인셀 아닌 남자가 있는가? 그래 난 남성 혐오를 해.......... 나 여자 인셀맞아... !! ㅋㅋ 그래도 난 내가 사랑받지 못하면 나나 나를 사랑하자고 생각한댜능... 우리가 그런 차이가 있능가봉가...

책먼지 2023-03-20 10:21   좋아요 2 | URL
오잉..?? 일단 쟝님은 자발적 독신이신 것 같아서 인셀 탈락!! 사랑받지 못할 때 나를 사랑하고 아끼자며 푸코 읽고 글쓰는 멋진 쟝님과는 달리, 날 사랑안해?? 그런 너희를 비참하게 하고 파괴시키고 해끼치겠어가 인셀 마인드인 거 같아서 저 너무 무서워요 진짜 ㅠㅠ

DYDADDY 2023-03-20 11:00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 정희진의 공부 텀블벅 후원하셨군요. 중간 구독이라 1월분을 이제 들었어요. ㅎㅎㅎ

공쟝쟝 2023-03-19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인터넷 끄려다가 말고) 먼지님아 이런 글은 돈 받고 파셔야하는 거 아닌가요? ㅜㅜ 번역까지 해서 정성스러워라..... 일단 경외의 좋아요를 한번 더 누를 수 없음이 안타깝고.

˝대체 왜˝를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 제가요. 제가 제가 그렇습니다. 대체 왜!!!!!!!!!!!!!!!!!!를 참을 수 없었던 이게(뭐 개인적 경험들도 있습니다만) 책이라곤 베셀 대여섯권 정도 밖에 안읽던 내가 페미광신도에 과몰입 독서가가 된 이유입니다. 왜.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고........ 뭐........ 망했습니다. 인생... 힘............듬... 왜를 묻기 시작하니 세상 모두가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안미워하기로 마음 먹었다. !!

DYDADDY 2023-03-20 08:34   좋아요 2 | URL
기존 질서에 대한 물음은 항상 반발을 부르죠. 문제는 그 반발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답은 주지 않는다는거죠. 기껏해야 원래 그런 것이다 혹은 예전부터 그래왔다 라는 관습에 얽매인 답만 줄 뿐입니다. 공쟝쟝님은 그런 관습에 대해 용감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기에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

책먼지 2023-03-20 10:27   좋아요 4 | URL
알라딘이 접수하지 못한 쟝님의 좋아요는 제 마음 속에 저장..💕
앎은 괴롭죠 근데 모르면 더 미치겠다!!! 우리는 상처받았고 돌아있고 너무 괴로워서 괴롭다고 소리지르는 건데.. 난 안때렸는데 난 그런거 모르는데 야 오히려 니들이 문제야 하며 후드려팰때 진짜 또 더 돌아버리죠.. ㅠㅠ
쟝님은 제가 사랑한다!!! 그나저나 돌잡이에 책 잡았을 것 같은 쟝님에게 베셀 대여섯권밖에 읽지 않았던 과거가 있다니 충격!! 그럼 쟝님의 이 똑똑함과 분석력과 글빨과 기타 등등은 타고난 천재성 플러스 페미니즘 읽기 덕분이란 말입니까!!

다락방 2023-03-20 07: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책먼지 님. 무엇보다 번역 감사합니다. 저는 수하 님의 링크로들어가 구글 번역기 돌려서 출력해놨어요. 천천히 읽어보려고요. 그런데 구글 번역이.. 제대로 해줬을지 모르겠어요. 퇴사하면 몰타로 영어 어학연수 가고 싶은데 오늘 책먼지 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더 그러고 싶네요. 저도 구글 번역기 돌리지 않고, 영어라고 뒷걸음치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한글을 알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영어를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테니까요. 지금은 그냥 닥치는대로 사기는 잘만 사는....

저도 [낯선 시선] 읽었는데 책먼지 님의 페이퍼에서 만나는 인용구는 또 고개를 끄덕이게 하네요. 맞춤한 문장들 가져와주셔서 이 페이퍼가 아주 양질의 페이퍼가 되는것 같습니다. 특히나 ‘혐오는 특정 대상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 가 아주 가슴에 콕 박힙니다. 맞아요, 혐오의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있지요. 물론 혐오를 일삼는 자들은 그걸 알 리가 없지만요.

잘 읽었습니다, 책먼지 님. 같은 책을 읽고 있다니 너무 좋네요.

책먼지 2023-03-20 10:52   좋아요 5 | URL
제 경우 초등학생 때 컴퓨터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한국어로 된 정보가 전 세계 모든 정보의 몇 퍼센트나 될 것 같냐? 영어로 된 정보가 8-90퍼센트고 한국어로 된 정보는 미미하다 그러니 너네는 컴퓨터를 배워서 넓은 정보의 바다에 접속해라 모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거기에서 영어에 꽂혀버려가지고.. 그 많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고.. 그런 걸 다 모르고 산다는 게 겁도 나고 해서 제대로 영어를 배워보자고 동기부여받았던 것 같아요!! 다락방님의 몰타행과 영어 책 닥치는대로 읽기를 마구 응원합니다!!!
희진쌤 분석 진짜 탁월하지 않나요ㅠㅠ 이 책의 사례들 보면 희진쌤이 정의하신 그 ‘혐오’에 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ㅠㅠ
저야말로요!! 함께 이 책 읽고 계신 분들의 양질의 페이퍼를 읽으며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흠뻑 누리는 중입니다💕

그레이스 2023-03-20 0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Incel community,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군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자본주의 시장이 있으므로, 아예 그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이런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지막 부분 읽으면서 ‘scary‘ 하네요

책먼지 2023-03-20 11:33   좋아요 6 | URL
그레이스님 인셀들 진짜 가관이예요.. 이들이 그들만의 자의적 기준에서 최상위에 있는 백인 금발 쿼터백 알파 메일을 채드, 그 채드들과 사귀는 매력적인 백인 금발 치어리더들을 스테이시라고 부르는데.. 사실 이들이 인종차별주의자이기도 하거든요ㅠㅠ 무서워요 진짜 ㅠㅠ

수이 2023-03-21 0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멋진 사람 같으니라구, 이게 어딜 봐서 거친 번역입니까. 고마워요! 어제는 정신 없어서 선 좋아요만 누른 후 이제 막 읽었어요. 저도 이제 책 좀 붙잡아봐야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요 책먼지님! (애정이 그득해진다, 왜일까? 영어 잘 해서? 번역해줘서?-.- 에잇 모르겠다 💓)

책먼지 2023-03-21 10:46   좋아요 1 | URL
수이님 애정 뿜뿜에 저 지금 정신이 혼미합니다.. 번역한 나 자신 잘했다!!! 저도 이 페이퍼 올리고 다른 책으로 외도 중인데 다시 돌아가보려고요!! 함께 읽으니 진짜 너무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