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의 혹세무민 능력은 때로 그 비이성적이고 뒤죽박죽인 논리에서 비롯된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흑인은 지적 성취를 이룰 능력이 없었다. 어쨌든 이들은 인류의 본보기인 백인에 비하면 태생적으로 열등한, 재물이었다. 하지만 흑인이 정말로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면 지식 습득의 욕구도 능력도 표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습을 금지할 필요도 없다. 물론 현실에서 흑인들은 언제나 교육의 기회를 얻는 데에 맹렬한 열성을 보였다. -p.164



영화 《그을린 사랑》에는 다른 종교의 남자와 사랑에 빠져 명예살인을 당할 위기에 놓인 여자가 등장한다. 여자는 그 남자의 아이를 낳았고 그 사실 때문에 남자들로부터 죽임을 당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에 여자의 할머니는 갓난 아이에게 나중에 알아볼 수 있는 표식-발뒤꿈치에-을 남긴 뒤, 그 여자에게는 혼자 떠나라고 한다. 떠나서 도시로 가라고, 도시로 가서 교육을 받으라고. 교육을 받으면 이곳의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등떠민다.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에는 이런 일화가 등장한다.



무엇이 계기였을까. 서로 친밀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날로 친구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이 왜 알래스카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파이프라인이 생기고 나서 무스가 눈에 띄게 줄었어. 옛날 스티븐스 마을은 들판에 고립되어 있었지. 그 마을에 가려면 유콘 강을 거치는 수밖에 없었어. 지금은 파이프라인 도로가 마을 근처를 지나가고 있어. 가을 사냥철이 되어도 무스를 볼 수 없게 된 것이 그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그걸 알아내고 싶은 거야." (pp.143-144)







영화 《그을린 사랑》속 할머니는 본인이 교육을 받았던 것이 아니다. 그 마을에서 태어나 그 마을에서 살았고 그 마을 전통에 익숙하다. 그러나 자신들의 문화가 옳지 못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자신이 사랑하는 손녀를 살리기 위해 도망치도록 도우면서 교육에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의 '알'은 자신의 마을에서 삶을 살아오다가 파이프라인이 생기고 난 후 환경이 그전과 같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그 답을 찾고 싶어 교육을 받기로 한다. 



재차 언급했지만, 내가 페미니즘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최명희' 의 소설 《혼불》을 읽으면서 였다. 혼불을 읽으면서 그 시대 여성들의 삶이 답답하고 억울했는데, 거기에 가슴을 치다가, '왜 이랬을까, 왜 이래야 했을까' 의문을 갖게 됐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여기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하고 본격 페미니즘 책읽기를 시작했었던 거다. 한 권 읽고 또 한 권 읽고 지금은 몇 년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오면서 나는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이 세상은 여성을 혐오하면서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페미니즘 책은, 당연하게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혼불을 읽으면서 혹시 페미니즘을 알면 도움이 될까? 하고 생각하게 되기 전까지 학교 교육을 받았고 책을 많이 읽었다. 내가 무언가에 의문을 갖고 그것에 대한 답을 얻고 싶다면 공부를 하면 될 것이라는 사고가 내게는 딱히 어려운 건 아니다. 그동안 교육을 받았고 학습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을린 사랑속 할머니도, 알래스카의 알도 교육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이 점이 경이롭다. 내가 교육을 받은 적 없는데 어쩌면 교육에 답이 있지 않을까, 라는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 거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뻗어갈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과 똑같은 환경이 내게 주어졌을 때 그 답을 교육에서 찾자는 사고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점이 무섭다. 내가 학교를 가자, 교육을 받자, 라는 사고를 하지 못한 채로 그저 답답하거나 모르는 걸 당연시 여기면서 살아갔을까봐 너무 무섭다. 

대부분의 경우 의지는 해결책이긴 하지만, 의지가 발현되기 전 일단 인지와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아, 그렇다면 그걸 하면 되겠구나, 아 그렇다면 그걸 시도해야겠어. 이런 깨달음이 없다면 내 안에 아무리 커다란 의지가 산처럼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발현될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지금과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 떨어져 교육없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런 내게 이런 깨달음의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기를 바란다. 가급적이면 빨리. 쉰이나 예순에 말고 열살 즈음에 찾아와라. 그래야 큰 사람이 되어서라기 보다, 그래야 내가 받은 교육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테니까.



흑인들에게 학습의 기회는 제공되지 않았다. 많은 흑인들이 문맹이었다. 그들은 노예 해방과 참정권을 외치면서 또한 교육을 받고자 한다. 흑인들은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열등하다는 그 수많은 세뇌는 그러나 교육받고자 하는 흑인들의 욕망을 죽이지는 못했다. 그동안 내 주변의 힘있는 사람들이 '너는 열등해, 너는 학습받을 능력이 안돼, 니가 배워서 뭐해' 라고 주입시켜왔는데, '반드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 교육을 받겠다' 하는 깨달음은 그리고 의지는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나는 이 점이 너무 놀랍고 정말 감탄스럽다. 내가 어느 때 어느 곳에서 태어났더라도 반드시 그걸 깨닫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어떤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부정의한 상황을 목격하고 혹은 내가 직접 당했을 때, '이건 아니다'라는 감각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넌 멍청해' 하면 '아 나는 멍청하구나'로 끝내는 게 아니라, '너는 게을러' 하면 '아 나는 게으르구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넌 해도 안되니까 하지마' 하면 '응, 그러면 안해야지' 하는게 아니라, '왜 너는 되는데 나는 안된다는거야?' 하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왜 너는 하는데 나한테는 하지 말라는거야?' 라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한테도 교육이 필요한 건 아닐까, 그것이 나를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 자리에 멈춰서서 고생스런 환경에 그대로 순종하며 응, 이게 삶이지, 하고 묵묵히 오늘도 고생하고 내일도 고생하고 평생을 고생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숙녀 여러분, 우린 싸워서는 안 된다고, 적들에게, 전쟁에 찬성하는 인간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다들 전쟁의 이유를 알잖아요. 자본주의 때문이라는 걸. 우린 그 나쁜 자본가들에게 저녁 식사를 차려줄 수 없고, 아이들에게 해주듯이 잠자리를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그들과 싸워야 합니다. -p.245



내 고생과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이건 이상하다, 이건 뭔가 이상해 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싸우러 나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동시에 손가락이 소세지로 구성되어 있는 행성에 살아도, 내가 돌멩이로 절벽위에 놓여진 행성에 살아도, 이상하다 안되겠다 싸우자!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멀티버스 속 나들아, 교육을 받으러 뛰쳐나가, 교육이 답이야, 그리고 싸워라, 싸우자!! 일어나라 수많은 나여!!!



이만 총총.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3-02-22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불 읽으시면서 페미니즘 책을 읽기 시작하셨군요^^ 혼불을 몇 번 언급하셨는데 그 시작이 되었는지는 몰랐습니다. 저도 토지를 읽으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껴요. 나를 둘러싼 세계가 잘못될 수도 있음을,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인지하는 것이 시작임을.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지요. 무엇을 위한 싸움이고 투쟁이냐를 알아야 도중에 실패하더라도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3-02-22 11:48   좋아요 1 | URL
어떤 감정이든 혹은 사건이든 그 중심에 들어가 있으면 주변을 보기 힘든것 같아요. 몰아쳐서 행동하다가도 잠깐 뒤로 물러나 이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도 수시로 살펴야할 것 같습니다.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의지의 발현도 중요하죠. 그 둘은 결국 함께여야만 가치가 있는것 같아요.
무언가를 읽고 또 배우는 것은 더 잘 인지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거리의화가 님, 우리는 아주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DYDADDY 2023-02-22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기간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몇세대에 걸쳐 싸워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어릴 때 일명 ‘왜?‘병에 걸리는데 공교육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그러한 물음이 현저하게 줄어들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려면 공교육이 바뀌어야 하지만 그 전에 부모에게 저녁시간을 돌려줘야겠죠. 여유 시간이 없고 일에 지치면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 해도 ‘왜?‘라는 물음에 같이 고민하면서 답해주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게다가 아이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워야함에도 그 시간을 부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고 또 그 아이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고.. 그렇게 몇세대에 걸친 끈질긴 노력만이 사랑보다는 물질을 우선하는 자본주의에 작은 틈을 만들고, 그 틈이 사랑을 만들어 여성, 인종, 계급 차별을 부술 수 있는 힘이 될거라 생각해요. ‘공산주의는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아직도 마르크스에 대한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강신주 작가도 이야기하는 ‘전등(등불을 전하다)‘이 끊어지면 희망도 끊어지는 것이니까요.
아.. 이런 글 읽으시면 또 술이.. ㅠㅠ

다락방 2023-02-22 11:50   좋아요 2 | URL
버트런트 러셀이 모두에게 네시간 노동을 주장했거든요. 누구나 다 네시간 노동을 한다면 부의 분배도 그렇지만 개인에게도 여유가 찾아오겠죠. 자본주의 세상에서 말도 안되는 얘기 같지만 저는 처음 버트런트 러셀의 그 주장을 접하고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게 아닌가! 감탄했답니다. 러셀의 말대로 된다면 대디 님의 말씀처럼 부모에게 여유가 생길것이고 ‘왜‘냐는 아이의 질문들에 대답하고 싶어질 것이고 대답하기 위해 또 사고하게 되겠지요. 결국 문제는 자본주의인 걸까요.. 이놈의 자본주의가 이렇게 우리를 못쓰게 만들고 있는건가요. 휴..

DYDADDY 2023-02-22 12:27   좋아요 0 | URL
자본주의의 뿌리는 종교의 탈을 쓴 인간의 탐욕이고 근대 이후 생긴 인종, 계급 차별은 그것에서 시작됐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여성 차별은 근원이 더 오래된 것이라 인종, 계급 차별이 희석되어도 여성 차별은 공고하게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걸 깨뜨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를 망치삼아 관습이라는 벽을 조금씩 허물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지난하고 고된 과정이지만 그렇기에 그 망치를 만드는 분들과 휘두르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건수하 2023-02-22 0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각성의 계기는 <혼불> 이었군요.. 누구에게나 계기, 어느 중요한 순간이 있는거 같아요.

그게 빠르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각자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언제가 되든 자신에게 의미있는 순간이란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아이는 저보다 일찍 각성하기를 바라며 페미니즘이나 비판적 사고를 자주 접해주려고 하는데요, 화살이 저한테 돌아올 때는 기분이 좀 묘합니다...

단발머리 2023-02-22 10:08   좋아요 3 | URL
비판적 사고의 확장으로 인해 생기는 작은 화살들을 부모에게도 쏠 줄 아는 아이가 최대 권력자에게도 불의한 권력에도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랬어요. 그래서, 파랗고 동그랗고 방수가 되는 방패를 하나 준비해서는 ㅋㅋㅋㅋㅋㅋ 준비해 두었습니다.

건수하 2023-02-22 10:10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그 방패, 뭐죠.. 어떻게 준비하나요 ㅎㅎㅎ

단발머리 2023-02-22 10:14   좋아요 3 | URL
쿠팡에 들어가셔서 ‘캡틴 아메리카 방패‘라고 치시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3,900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허전한 마음에 도움이 되실거라 믿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22 10:19   좋아요 2 | URL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었군욬ㅋㅋㅋ

눈에 보이는 게 더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단발머리 2023-02-22 10:22   좋아요 4 | URL
화살은 점점 더 길어질것이고 강해질것이고 정교해질 것입니다. 실물이 아니고서는 우리를 보호해 줄수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캡틴 가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저것 많이 필요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22 11:52   좋아요 2 | URL
맞아요, 수하 님. 저는 저에게 각성의 계기가 너무 늦었던게 불만이지만 그러나 그 때라도 온게 어딘가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때도 정말 많아요. 어떻게든 오기는 오는구나 싶고요. 더 빨리 왔다면 많은게 달라졌을 것 같아서 아쉽다가도 여태 몰랐다면 그 역시도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빠르다면 좋겠지만 늦으면 또 늦는대로 의미있는 순간인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님의 조언을 받들어 캡틴 아메리카 방패... 갖추어 두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하 님... 흠흠.
여러분 화이팅요!!

단발머리 2023-02-22 10: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폭발적 성장을 가져온 우리 내부의 힘이 뭔가, 저는 자주 생각했었는데요. 역시 한 축은 다락방님이 이 글에서 써주신 교육의 힘 같아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이 나라를 일으킨 것 같고요. 우리도 우리지만, 흑인들이 저렇게 자각하고 행동했다는 것도 참 대단합니다. 저 같으면..... 전 그냥 받아들이고 살았을 거 같거든요. 욕하면서 원망하면서 한탄하면서....

영화 <그을린 사랑>의 할머니.. 너무 대단하시네요. 아.... 아침부터 감동의 물결.

다락방 2023-02-22 11:54   좋아요 3 | URL
저는 스스로 깨닫는다는 게 너무 경이로워요. 결국 스스로 깨닫는 사람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스스로 깨닫는게 노력으로 되는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타고나느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저도요, 단발머리 님, 제가 받아들이고 힘들어하면서 살았을까봐, 그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러다가 어린아이들에게 저처럼 받아들이고 힘들어하라고 본보기가 됐을까봐, 그게 소름돋아요. 각성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게을러지지 말아야겠어요.

은오 2023-02-22 1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아 다락방님 제가 너무좋아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맞아요 의지가 발현되려면 일단 인지가 선행되어야. 그리고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제가 책 특히 페미니즘 책 읽기 전에 인지도 못했던 모든 것들이 여혐이었다는걸 아는 순간 그 충격은 정말.... 알아야 분노도 할 수 있고요!!!

다락방 2023-02-22 14:07   좋아요 1 | URL
저는 페미니즘 책 읽으면서 저를 포함한 여자들이 자신의 촉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게 여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저도 같이 웃고 떠들면서도 ‘그런데 어딘가 좀 찜찜하다‘는 생각이 한구석에 있었던 것들이요, 명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들. 그건 돌이켜보니 죄다 나쁜게 맞았더라고요. 아, 그런 촉이 찾아온다면 그 촉을 믿고 가자 싶었어요. 이건 남자 만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데이트를 하거나 연애를 할 때 ‘어 .. 흠..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치는게 맞는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도 몰라, 하고 그 남자와 관계 계속 했다가 괴로워집니다. ㅠㅠ

뭔지 모르겠지만 찜찜한 것에 대해 더 잘 인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읽고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책먼지 2023-02-2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이 떠올랐어요.. 배움이 무기라는 걸 우리 여자들은 어쩌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요!!

다락방 2023-02-22 14:54   좋아요 1 | URL
어쩌면 책 속 인용문처럼 배움을 금지했기 때문에 아 그것이 무기로구나 를 인지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배움도 대학도 남자들에게만 허락되어 있었잖아요. 왜 나(우리)는 못하게 하지? 라는 자각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하지말라고 하면 하고 싶어지는 법.....

청아 2023-02-22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밤에야 이 글을 읽었네요! 읽으면서 절로 미소지어지고요. 거기더해 500ml 정도의 힘도 얻 은 기분입니다~♡ 그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어쩜 별것 아닌듯한 차이가 많은 것들을 달라지게 했다고 생각해요. 역사 적으로도 개개인들에게도 말이죠.
저도 그런 거듭된 의문이 지금의 나로 이끌어줬다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헤헷🤭

다락방 2023-02-23 07:51   좋아요 1 | URL
미미 님, 맞습니다. 의문, 의문에서 모든게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제가 일전에 페이퍼에도 쓴 적 있습니다만, ‘윤김지영‘ 선생님이 천주교였는데요, 성당 가면 남자 아이들은 복사가 되고 본인은 될 수 없고, 남자아이들은 쓰지 않는데 본인은 머리위에 뭘 써야하고(이거 이름을 모르겠어요), 그게 싫어서 왜 나는 이걸 해야 하냐, 물었더니 다들 ‘원래 그래‘ 라고 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원래 그래란 답이 너무 이상해서 그 답을 알아내고 싶었고, 그걸 알려면 철학을 해야겠다 싶었고, 철학을 하려면 프랑스로 가야겠다 싶어서 프랑스로 가 철학 공부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의문이 나를 키워가는 것 같습니다. 우린 끊임없이 의문을 갖도록 해요, 미미 님!

건수하 2023-02-23 14:25   좋아요 1 | URL
머리에 쓰던 것은 ‘미사보‘ 라고 합니다.
저도 맨 머리를 드러내면 안된다고 해서 남자들은? 했었는데 답을 들을 수가 없었죠.
그 외에도 주일학교에서 질문하면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들을 수 있는게 많지가 않았어요.

저도 종교적인 부분에서 의구심을 느끼면서 더 넓게 확장된 것 같아요. 아마 많이들 그런 경험을 할 것 같네요 :)

다락방 2023-02-23 15:14   좋아요 1 | URL
종교야말로 특히 더 보수적인 집단이잖아요. 종교 지도자들이 대부분 다 남자이기 때문에 그 보수성이 계속 유지되는것 같아요. 미사보에 대한 의문은 여자 신도가 가지지 남자 신도가 가지진 않으니까요. 대부분의 불편함은 여성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에 의문 자체가 여성에게 더 생기는 것 같고 그래서 공부도 더 하게 되는것 같아요. 편한 상태에서는 자신이 편한 상태인줄도 모르고 그래서 의문도 갖지 않게 되겠죠.

결론은,
제가 오늘도 새 책을 잔뜩 받았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2-2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육이 답이다!
늘 언제나, 페이퍼나 리뷰를 읽으면서 맞아,맞아! 감탄하면서 읽는데요.
오늘도 그러합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교육받아야 하고, 또 교육시켜야 하는 게 해결책인 것 같아요. 나만 알고 있을 게 아니라, 자식들 후손들에게도 알려줘야 하는 거겠죠?
늘 각성해야 하는데, 또 돌아서면 잊곤 하네요.
늘 각성하겠습니다.^^

다락방 2023-02-23 08:47   좋아요 1 | URL
일전에 정희진 선생님 강연 갔을 때요,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요, 공부를 멈추면 안된다고요. 공부를 한다고 앞으로 가는건 아니지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퇴보한다고요. 퇴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뒷걸음 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면 그건 그대로 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공부하는 엄마, 공부하는 친구, 공부하는 할머니, 공부하는 이웃집 사람, 공부하는 손님 등등. 자꾸 공부하는 사람을 보면 자연스레 공부가 사람들에게 스며들지 않을까요. 그런점에서 우리는 읽고 쓰고 공부하고 생각하는 걸 꾸준히 해서 그런 식으로라도 주변에 긍정적 효과를 퍼뜨리는 사람이 되어봅시다, 책나무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