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라'의 <창조산업의 핑크게토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성별화된 창의성> 에 대한 글은, 남은 부분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핑크게토는 밑에 밑줄긋기를 참고)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번 글에서는 특히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그러나 젠더롤에 충실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자기 자신을 꾸미는 것은 지독하게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런 삶을 살아왔으니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컨텐츠도 바로 그 경험에 의한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그것은 온라인에서든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든 여성의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염려를 이 글에서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특히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경우 생산 영역이 아닌 소비의 영역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맨얼굴에서 아름다운 얼굴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시간과 에너지는 물론이요 내 돈주고 소비한 화장품들이 존재한다. 시청자들은 크리에이터가 사용한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파운데이션을 궁금해하고, 그것에 대한 정보는 즉각 소비로 이어지는 거다. 대부분의 남성 크리에이터들이 오프라인에서 그랬듯이 온라인에서도 생산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데 왜 여성들은 소비 영역에서만 일해야 할까. 물론, 1인 크리에이터로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의 자산-화장의 기술이나 노력-으로 돈을 버는 걸 시청자들이 볼 수 이고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성별화를 고정화하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 문제라는 거다.
생얼에서 아름답게 화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라는 것은, 여성의 화장은 이렇게 완전히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가져온다는 메세지를 주지만, 그러나 이런 화장품을 사용하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 이 부분의 문제 제기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는데, 그렇다면 성적이지도 않으며 소비 영역도 아니며 젠더롤을 고정화 시키지도 않는 크리에이터는 뭐가 있을까, 심미적 노동으로부터(아름다운 외모, 친절한 태도 등. 밑에 밑줄긋기 참고.) 자유로운 걸 생각해보게 되었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북튜버 였다.
물론 책 리뷰나 소개 같은 것들을 보여주면 시청자가 책을 살 수 있지만 메이크업베이스나 파데 사는 것 보다는 돈이 덜 들지 않나. 게다가 거기에 어디 성적인 영상이 들어갈 수 있을까. 물론 책을 읽는 성별은 여성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것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더욱 공고하게 하진 않을 것이고... 그러자,
그렇다면 내가 한 번?
이렇게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영상을 찍어야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외모품평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그러니까 외모평가를 아예 시청자들이 하지 못하게 하려면, 얼굴은 안보이는 게 나을 것 같다. 당연히 입술도 보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책과 목소리만으로 리뷰를 올리면 거기에서 어떤 해악도 없는 영상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 그런데,
돈은 못벌겠지? 껄껄. 음...
젊은 여성들에게 그런걸 보여주고 싶다. 심미적 노동으로부터도 탈출하고 여성의 범주로부터도 벗어나있고 그러면서 돈을 잘 버는 모습을... 하아-
핑크게토는 원래 젠더화된 노동 분업으로 인한 젠더화된 공간을 나타내는 지리학적 개념으로 출발했다. 이후 노동 시장 여초 직군이나 특정 문화, 사회 등에서 여초 현상을 가리키는 포괄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에 내재한 성별 위계와 분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낸다. - P239
대표적으로 지식 경제, 창조경제 등에 관한 낙관적 관저을 제시, 옹호한 피터 드러커(Drucker, 1959:2012)나 리처드 플로리다(Florida, 2002) 같은 학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생산 수단은 더 이상 자본이나 자연 자원, 혹은 노동이 아니라 지식이다. - P241
창조산업은 문화산업을 정치적으로 새롭게 브랜드화한 것으로, ‘개인의 창의성(기술, 재능)을 이용하여 지적재산권을 설정, 활용하여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정의된다(DCMS, 1998). - P242
핑크게토라는 개념은 페미니스트 지리학자들에 의해 고안된 개념으로, 19세기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늘면서 노동 공간이 어떻게 다시 젠더화된 장소로 구성되는지에 관한 탐구로부터 만들어졌다(McDowell, 1983). 여성의 노동은 특정 영역과 특정 직업군으로 집중된 수평적 격리, 남성과 동일한 직업이라도 위게상 하단부에 위치하게 되는 수직적 격리라는 특성과 함께 동일 직종 동일 노동을 하더라도 적은 임금을 받는 특징을 보였다. - P251
여성과 소비주의, 근대성에 관한 글에서 리타 펠스키(1908)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여성드은 남성들 사이에 교환되는 대상으로 간주되는 여성의 물신화 과정을 통해 상품 형식과 유사한 관계에 위치지어진다고 설명한다. 구매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스스로를 유혹적인 대상으로 만들도록 한다는 면에서 상품과 여성은 동일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 P257
이때 이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화장술과 화장품을 통해 만들어지는 얼굴의 아름다움에 있다. 심미적 매력을 체현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구매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고된 노동의 과정과 전문 지식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동에서 가시화되는 것, 가장 기본적 요소로 여겨지는 것은 (생얼은 아름답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외모와 구독자들을 대한는 태도이다. - P259
심미 노동은 여성의 아름다움이나 외모, 혹은 여성다움의 재현과 전시를 보다 노골적으로 노동의 내용으로 삼으며, 이를 여성 노동자가 스스로 익히고 개발해야 할 것으로 만든다. 점차 확장되고 있는 대인 서비스 영역 중 특히 심미적 노동 영역이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의 자질은 성인 여성의 섹슈얼리티적 요소에 기대고 있다(Tyler & Abbott, 1998:Hall, 1993:Adkins, 1995). - P261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피부 관리나 화장 혹은 다이어트, 적절한 패션의 조합 ‘이전‘과 ‘이후‘의 격차를 가시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이전‘은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낙인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이 낙인화는 소비를 통해 피할 수 있는 것, 외모 관리 실천을 통해 피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종종 ‘이사배‘, ‘씬님‘ 같은 유명한 여성 크리에이터들은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얼굴 분장이나 남성 연예인 커버 메이크업, 호러 캐릭터 분장 등을 한다. 이는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대한 기대감을 단번에 저버리고 해방적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매우 예외적인 콘텐츠가 되고 기본적으로 이들이 추구하는 매력적인 여성으로서의 외모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 P265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화장‘이라는 것의 과정, 즉 ‘생얼(맨 얼굴)‘에서부터 메이크업 완성에 이른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적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의 부자연성, 즉 조형적인 것으로서의 여성성에 대해 알려준다. - P265
개인 여성 크리에이터의 경제적, 사회적 성공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더욱 공고하게 하거나 문화적으로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긍정할 만한 결과일 것인가? - P266
스피노자의 『윤리학Etica』은 사물에 대한 참된 인식 및 인간의 욕망과 정서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통해 우리가 지복(행복beatitudo) 또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책이다(진태원, 2018:35). 스피노자는 『윤리학』3부 정리7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독특한 실재의 본질을 ‘코나투스conatus‘, 곧 자신의 존재 속에서 존속하려는 노력,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즉, 코나투스의 인간적인 표현은 ‘욕구‘ 내지 ‘욕망‘(3부 정리9)이다. 욕망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노력으로서의 활동이다. 스피노자는 기쁨, 슬픔, 사랑 등의 정서가 이성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정서가 없다면 인간은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본다. - P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