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데 필요한 영어는 대단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영어 공부에 손을 놔버린 나같은 사람도 여행지에 가서 짧은 영어로 원하는 장소에 가고 원하는 음식을 먹기에는 무리가 없다. 여행지에서 내가 쓰는 영어라는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중학교 수준의 영어정도가 될 것이었다. 이거 얼마니, 나 여기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면 되니, 등등.

이번 여행에서 아마도 가장 길게 말한 영어는 고작 이정도였다. 헤이그의 한 까페에서 여동생에게 선물할 원두를 주문하고 또 내가 마실 커피를 한 잔 주문했을 때.


직원: 너 헤이그에 사니?

다락방: 아니, 나 사우스코리아에서 왔어.

직원: 오, 홀리데이야?

다락방:배케이션이야.

직원: 굿이구나. 너 바깥에 앉을 거니?

다락방: 아니, 여기 안쪽에 앉을게.

직원: 그럼 가서 앉아있어, 내가 갖다줄게.

다락방: 고마워.


중학교 교과서에서 숱하게 봤을 지문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지 않은가. 고작 이정도의 영어. 고작 이정도의 영어를 가져도 여행자의 시간은 딱히 불편함이 없다. 나는 나의 짧은 영어로 갈 곳을 갔고 먹을 것을 먹었다. 기차를 탈 줄 몰라 한 남자에게 물었는데 그 남자가 친절히 시간표와 플랫폼을 자신의 폰으로 검색해 알려주기에 "내가 너의 폰화면을 사진 찍어도 되겠니?" 라 물었고 그는 물론이라고 했다. 이걸 친구에게 말하자 그 앱을 가르쳐달라 하라는거다. 오, 그러네? 나는 다시 그 남자에게로 가 그 어플리케이션이 뭔지 알려줄 수 있니? 물었고 그는 앱스토어에 들어가 어떤걸 설치하면 되는지 알려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기차 타는 것을 마스터하게 된다.



결국 바꾸지 않았지만 기차의 시간을 바꾸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었고 맥주병뚜껑을 모으는 친구를 위해 뚜껑은 오픈하지 말아달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중학교 수준의 영어로 이런 대화쯤은 가능하다. 아마 학창시절 영어를 배웠으나 이만큼도 못한다고 한다면, 그건 영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아직 말할 수가 없어서' 정도, 그러니까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어려워서, 정도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외국에 장기간 체류하는 사람도 아니고 고작 며칠 정도 짧게 여행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동안 숱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나빴던 기억이 없다. 영국에 갔을 때는 캐리어를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오르는 나를 보고 한 남자가 친절히 다가와 짐을 올려다주었다. 한 아주머니는 기차역을 묻는 내게 나도 그쪽으로 가니 같이가자, 해주기도 했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사용할 동전이 어떤건지 몰라 한 청소년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동전들을 보이며 '어떤걸 넣으면 되니? 물었을 때, 그 여성은 내게 자신이 가진 동전을 주며 '이걸 넣어' 하기도 했다. 싱가폴에서는 버스를 어디에서 타는지 몰라 길을 묻자 한 아저씨가 나를 친히 데려다주기도 했다. 정작 너 중국인이냐 묻고 한국인이라는 대답에 자신의 양쪽 눈을 찢어 보이며 '너네는 다 비슷해서 모르겠어' 라고 한건, 홍콩 공항에서 대기하며 마주 앉아있던 동양인 여성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내 짧은 영어로 여행을 다니는 것에 불편함이 없었고 즐거운 기억만 가득하다. 그런데,



중국에 갔을 때는 달랐다.

청도에 갔던 때는 입국심사 할 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친구들은 통과됐지만 나는 저쪽으로 불려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들에게 나는 나의 영어로 무슨 문제가 있냐, 내가 왜 여기있는 거냐 물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고,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한참을 얘기했다. 나는 그들의 중국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끼리의 대화나 행동으로 보건데 여권과 실제의 이 사람은 같은가에 대해 얘기중인 것 같더라. 내가 대기하는 곳에는 나처럼 대기하는 사람들이 좀 더 있었는데, 그런 나를 바깥에서 기다리던 친구들에게 중국 직원은 내려가라고 내려가라고 했다. 친구들은 나를 걱정했고 나도 나를 걱정했다. 한 명씩 통과 시켜주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나를 통과시켜주었고, 나는 이 과정에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바깥을 나섰을 땐 더했다. 간판이 온통 한문이었다. 한문을 모르는 나를 원망했다. 택시 기사도 영어를 몰랐고 호텔 직원도 영어를 하지 못했다. 호텔에서의 직원은 스맛폰을 이용해 나와 영어로 대화했다. 나는 길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거리 가득 간판들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꼬치구이를 먹으러 갔을 때 꼬치 종류가 수십가지 였는데 이것은 뭐고 이것은 뭔지 알 수 없어 한 번은 '이것은 양이냐?' 라고 물어도 의사소통이 안돼 한문으로 양을 스맛폰에 쳐서 보여주었다. 직원은 아니라고 했고 돼지냐라고 묻고 싶었는데 급한 마음에 내가 내 코를 돼지코 만들면서 꿀꿀? 했더니 그렇다고 하며 직원들과 내 친구들까지 모두 웃었다. 청도를 떠날 때쯤엔, 다시는 중국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읽을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조금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이 느낌은 답답함과 무서움과 조금 더 다른 차원의 것인데 그것을 단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비참함? 위축됨?



이번 여행에서 잠깐 프랑스에 들렀다. 우리는 돌아가는 기차표를 사야했고 그래서 프랑스의 친구에게 초면에 실례지만 표 좀 사달라고 부탁했다. 친구와 기차역의 직원은 프랑스어로 얘기했다. 나는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친구는 호텔에서도, 식당에서도 불어로 대화해 주었고 나는 역시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또다시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여기 있지만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나의 존재가 이곳에서 무용하게 느껴졌다. 듣지도 못하고 말할 수도 없는 곳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프랑스어를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그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비참했다. 내 앞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참담함일까? 그들이 나를 알아듣지 못하게 하려는게 아니었으니 모멸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쨌든 좋지 않은 기분임에는 분명했다. 나는, 내가 프랑스어를 못하는게 당연한데도, 그런데도 왜 이렇게 비참한 것인가. 왜 쪼그라드는 것인가. 이것은 내가 느껴 마땅한 감정인가?



어제 퇴근길 시사인을 읽었다.















짧게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 활동이 위축돼요"


신선영 ssy@sisain.co.kr


최상민씨(42)와 김대민씨(36)가 서울 마포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주문용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에 바짝 다가섰다. 전맹(全盲) 시각장애인 최씨의 손이 음성지원 기능이 없는 ‘유리벽‘을 더듬었다. 선천성 미숙아망막증으로 형체만 보이는 시각장애인 김씨도 확대경을 사용했지만 주문이 불가능하긴 마찬가지였다. 그사이 매장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여러 대 중에 한대라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점자 패드나 음성안내 기능이 있는 키오스크)를설치할 수는 없을까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 활동이 위축되는 것 같아요."

키오스크가 보편화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사용 가능한 기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올해 6월 전국 15개 지역 공공·민간업체 1002대 기기를 조사한 결과,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기기는 인천의 병원 한 곳에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일부 개정 법률안‘이 내년 1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밝힌 시행령 초안이 법안의 취지를 잘 담아내지 못하면서 두 사람의 걱정도 깊어졌다. 최씨는 시행령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갖춰야 할 기능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최대 2026년까지 ‘단계적 적용‘을 명시한 부분을 문제로 지적했다. "안내견과 자주 가던 동네 애견마트가 무인 점포로 바뀌면서 혼자서는 더 이상 갈 수 없게 됐어요." 두 사람은 지난 7월11일 시각장애인 당사자 60여명과 서울 중구의 맥도날드를 방문해 주문 퍼포먼스를 벌이는 항의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내세운 구호는 ‘응답하라 키오스크 유리장벽이 말할때까지’였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해질 수 있어요. 지하철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처럼." 빈손으로 매장을 떠나던 김씨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는 대단히 대단히 빡이쳐서 숨을 골라야 했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영어 간판이나 영어 메뉴판을 만들 때 한글을 반드시 병기하는 법률을 제정해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리려고 했었는데 정부가 바뀌어버렸다. 나는 이게 대단히, 대단히 부조리하다고 생각한다. 깊이, 깊이 빡친다.

일전에도 얘기했지만 hair salon 이라는 간판을 보고 우리엄마는 저게 뭐하는 덴지 알지 못하신다.

일전에도 한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과 어떤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 커피숍을 찾을 수 없었노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간판이 죄다 영어였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SNS 에서는 쇼핑몰에서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아버지가 '이 쇼핑몰안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간판은 없구나' 라고 하셨다는 경험이 올라오기도 했다.

배우지 않았으면 모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모두에게 배움이 허락되는 것도 아니다. 영어는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아니다. 하면 좋지만 안해도 사는데에는 지장이 없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에서라면. 왜 내가 나고 자란 나라에서 저 가게가 무슨 가게인지 모르고 이 메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야 하는가. 왜? '이것을 읽을 줄 아는 사람만 들어오라'는 뜻이 너무나 명백한데, 그것은 차별이 아닌가, 배제가 아닌가. 이 메뉴를 읽을 줄 아는 사람만 주문하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은 손님으로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왜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갈 수 없고 살 수 없는 것이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그게 점점 더 많아지는가. 그거 이상한거 아닌가. 이거 안이상해?


키오스크만 해도 그렇다.

키오스크 주문은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낯설고 어렵다. 그나마 나는 사용할 기회가 자주 있어 괜찮지만, 키오스크를 사용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이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나는 키오스크 앞에서 여러번 다른 사람을 대신해 도와준 적이 있다. 할아버지를, 내 또래의 아이엄마를 도와 주문을 완성시켜 준 것이었다. 왜,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햄버거 하나 먹는 일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야 하는가. 이거 이상하지 않은가?


기사 속의 장애인이 햄버거가 먹고 싶어 주문하려 했을 때, 메뉴가 보이질 않아 한참 걸려 뒤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설 때, 그 장애인이 느껴야 할 불편함과 대기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복잡한 마음-그리고 이준석류가 느낄 마음-은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사실, 고백하자면, 나조차도 키오스크에 대해 분노하고 이것은 부조리하다고 생각할 때, 노인들은 염두에 뒀지만 장애인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 점이 부끄럽다. 보이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기가 이렇게 쉽다. 기본적 셋팅 자체가 비장애인, 젊은사람, 배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 장애가 있는 사람들, 젊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아주 어린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데, 우리는 모든 '돈 쓰는 인간'에 대한 기본을 '가질 거 가진 사람들'로 맞춰두고 있는게 아닌가.


빡친다 대단히 빡친다.

어제 퇴근길에 저 짧은 기사를 읽고 이것이 그저 빡침으로만 있으면 안되는데,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역시.. 정치인이 되어야 하는가? 그러나 나의 의식의 흐름은 나의 '털어서 먼지만 수두룩한 과거'에 이르고, 그렇다면.. 내가 나인 걸 모르게, 신상털이 안당하게,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 정치인이 되어야 할까, 그러기 위해서 성형수술을 해야 하나.. 여튼 별 생각을 다했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인은 똑똑한 사람이다. 똑똑하다는 것은 하버드를 나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출신 대학이 어디이든 혹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보이는 바로 이 장면에 보이지 않는 다른 것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다. 그런 똑똑한 사람이 리더가 되고 지도자가 되고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자꾸 숨게 한다. 먹고 싶은 햄버거 먹는데 눈치를 봐야 되고 누가 대신해주길 기다려야 하고 차라리 먹기를 참아야 하게 된다.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랐는데 마치 내 앞에서 외국어만이 가득한 것 같은 비참함을 이 나라 국민이 느껴서는 안되는 거 아닌가. 내 앞에서 행해지는 말들이 내게도 들리고 또 나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을 나는 읽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게 아닌가. 적어도 여기가 내가 나고 자란 곳이라면, 내가 프랑스에서, 중국에서 느꼈던 그런 초조함과 비참함을 느끼게 해서는 안되는거 아닌가.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먹고 사는 일에 위축되는 거, 그거 너무 이상하잖아.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햄버거 하나 사먹는 일에 쫄보가 되는거, 그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이 나라가, 이 나라의 시스템이, 이 나라의 문화가 잘못한 게 맞다.



대한민국의 영어 간판, 영어 메뉴, 키오스크.. 다 좆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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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8-12 08: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상해요 이상합니다.
다락방님이 프랑스 어와 중국어를 못해도 한국어로는 이렇게 근사한 산문을 쓸 수 있는 것 처럼, 글씨와 그림이 보이지 않아도 영어를 잘 다루지 못해도 자기의 영역과 범위 안에서는 누구보다 멋진 사유와 소통을 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말이죠.
말씀대로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 쓸 수 있는 의향과 자원을 가진 사람들을 기본 값으로 기술들을 셋팅하고 또 그걸 빨리 따라가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기술에 맞춰 설정하고, 그렇게 개발시켜서 달에가고 화성에가고 금성에 가면 대체뭐가 남는 거죠? 진짜 적당히들 좀… 왜들 그러고 있는 건지…. 전 정용진이 예쁜 여자 ai를 ssg 모델로 쓰는 것도 너무 이상하고요 ㅠㅠ (전 그런가 하면 가상화폐 개발하는 개발자 애들의 도덕적 해이 수준 너무 심각한 것 같더라고요 ㅠㅠㅠ 진짜 한탕주의로 기술개발하면서 대단한 거 만드는 척 하는 것도 너무 승질나고.. 그게 사회현상인 것도 이해는 가는데 빡침..) 대체 기술 지금 어디로 가는 거며 적당히좀 하라고 하고 싶어요 ㅠㅠ 승질나 ㅠㅠ

다락방 2022-08-12 10:26   좋아요 6 | URL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 더 발전시킨다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편리한가, 라고 물어보면 되는 것 같아요. 최소한 그것이 노인들과 장애인들, 사회의 약자들에게 유리한 건 결코 아닌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송금할 수 있어 편리해졌다고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그걸로 송금하는 걸 너무 어려워하시거든요. 번번이 제가 해드려야 하고 계속 부탁하기 어려워하시며 은행에 직접 나가십니다. 은행에 나가서 하면 되긴 하겠지만 자꾸 기계로 하는걸 유도하잖아요. 그게 너무 속상해요. 왜 살던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앞으로 살아가기가 빡세야 하는지.

다 개똥같아요, 다!!

공쟝쟝 2022-08-12 11:11   좋아요 4 | URL
과거엔 그래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질문을 했고, 어떤 기술을 여전히 그 시선을 향해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질문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렇게 공부하기 좋은 세상에 공부 안해서 돈 못버는 거는 너무 게으른거다 하는 담론도 너무 팽배하고요…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반성도 되고 그러네요. 그렇지만 이미 편리해져버린 것은 되돌릴 수도 없을 것이며…

다락방 2022-08-12 13:48   좋아요 4 | URL
저 오늘 점심 먹고 들어오면서 <토지1> 오디오북으로 들었거든요. 거기에서 길상이가 스님한테 글을 배웠다는 걸 구천이가 알게되는데 그 때 길상이에게 그래요. ‘멈추면 까먹는다‘ 라고요. 그래서 틈틈이 글공부를 가르쳐요.
편리함은 멈춤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편리함은 더이상 내가 뭘 더 하지 않아도 되게 하잖아요. 제일 처음 핸드폰에 단축번호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더이상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도 되었던 것처럼요. 발달은 반드시 멈춤을 불러오고 멈춤은 퇴보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생각하기를, 기억하기를, 공부하길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 같아요, 쟝님.

공쟝쟝 2022-08-12 16:36   좋아요 0 | URL
피가 되고 살이 (정말로) 되는 부장님 말씀 뼈(해장국)에새기게씁니다🫡🫡

blanca 2022-08-12 09: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본에 갔을 때 느낀 것과 비슷해요. 저는 한자를 잘 모르고 일본어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프랑스도 그럴 것 같아요. 이게 사고라도 터지면 더욱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여행지를 갈 때에는 그 나라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준비하는 게 좋다고 하나봐요. 요새 디지털 문해력 관련 저도 많은 걸 느껴서 공감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키오스크를 너무 과하게 도입해서 노인들과 장애인들 접근이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이제 카페마다 직원들 줄이고 마트마다 다 고객이 계산하게 만드는데 강력한 거부감 들어요. IT 강국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다락방 2022-08-12 10:28   좋아요 5 | URL
블랑카 님, 사실 저도 외국에 갈 거라면 그 나라의 언어를 기본적인 걸 익혀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채로 가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알면서 가는 것이 일종의 예의인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태국 갈 때는 인사와 땡큐 정도는 기억하고 갔었거든요. 영어로 물어보아도 감사하다는 건 그 나라 말로 하고 싶어서요. 사실 모든 대화도 그 나라 말로 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요. 그러나 외국에 가서 느끼는 위축감과 국내에서 모국어를 가지고 살면서도 위축되는 건 아주 다르지요. 이 나라에 살면서 사회적 약자로서 위축됨을 느껴야 된다는 거, 내가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없어 줄이 길어지고 그것 때문에 초조해진다는 거, 그거 너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인것 같아요. 키오스크를 과도하게 도입해서 좋은 건 누구일까요? 결국 원래부터 배부른 자들이었던 거 아닐까요? 아 너무 화가나요 진짜 ㅠㅠ

라파엘 2022-08-12 09: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성장과 발전이라는 경로에서 가치판단이 분리되어 버린 우리의 현실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더 많은 소외와 배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 안에서 사유하게 되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보지 못하고 많은 특권 안에서 살아온 사람일수록, 자신이 자연스럽게 누리던 특권 밖의 삶을 이해하고 사유하기가 쉽지 않지요. 이러한 문제는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부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개인의 욕망의 추구를 사회발전의 동인으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욕망의 성취 정도가 그 삶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인간은 점점 더 개인화될 수밖에 없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의 세계관 자체가 변화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8-12 10:33   좋아요 5 | URL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중요하고 그래서 다들 돈을 벌고 싶어하고 조금이라도 더 벌고 싶어하고 잘 쓰고 싶어하고, 이런 욕망은 누구나에게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저도 돈 좋아하고요. 돈 쓰면서 기뻐하는 사람인데, 돈을 잘 이용하고 좋아하는 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만 돈에 미쳐버리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마트나 패스트푸드 모두 키오스크 도입해서 인건비 줄이고 그러면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은 자연스레 배제되는 것 같아요. 저는 너무너무 화가 납니다, 라파엘 님. 인건비를 줄이고자 생각하는 주체는 이미 많이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소외되고 배제되는 건 언제나 없는자, 약자이지요. 없는자 약자는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쳐도 자꾸 뒤로 밀려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라는 인식이 생기고요. 아 진짜 미쳐버리겠어요. 현대 사회의 세계관 자체가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적극 공감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요? 세상이 오늘은 똥같아요 ㅠㅠ

라파엘 2022-08-12 11:09   좋아요 2 | URL
돈 자체는 가치 중립적인 것이니까 돈을 문제삼는 것은 아니고요, 현대에 주로 돈으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단지 돈이 아니라 기본적 욕구와 구별되는 사적 욕망을 의미하고 한 이야기였어요. 저는 욕망이 아니라 선한 정감이 먼저 사회의 기반이 되지 않으면, 약자도 가지지 못해서 강자의 삶을 살지 못할 뿐이지 실상은 강자와 다를 바 없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거든요... 아무튼 다락방님처럼 선한 정감을 가지고 이렇게 사회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발언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세상에 희망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점심 메뉴 두 가지 다 맛있는 걸로 드시고, 기분이 좀 나아지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

다락방 2022-08-12 11:14   좋아요 3 | URL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요, 라파엘 님.
저는 이 문제를 생각하다가 ‘미쳐버리는 지점‘ 에 대해 생각했거든요.
돈도 그렇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당신이라는 대상에 대해서 좋아하다가 적당한 선을 넘어버리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잘 지켜야 되는데 그걸 지키지 못해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고요. 댓글 쓰다가 ‘그게 뭐든 과하다가 미쳐버리면 문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댓글이 이렇게 되었어요.

저는, 음, 선한 정감을 가진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건 모르겠지만 저는 ‘이건 아니다‘는 느껴요. 그리고 그간의 삶을 돌이켜보면 ‘이건 아니다‘라고 느꼈을 때, 그건 정말 아닌거더라고요.

아직 점심 메뉴 결정 못하고 있었는데 음.. 오늘은 볶음밥을 먹을까 생각합니다. 밥과 짜장이 동시에...흠흠.

라파엘 2022-08-12 11:26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말씀하신 그 선을 넘어버리는 지점이, 제가 경계하며 이야기하는 욕망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해요... 이 페이퍼도 그렇지만, 평소에 다락방님의 글을 보면 사람 자체가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라고 느껴집니다... 점심 메뉴로 볶음밥도 좋네요. 밥과 짜장이 동시에, 게다가 짬뽕 국물까지 하면 무려 세 가지 😆

다락방 2022-08-12 14:09   좋아요 3 | URL
짬뽕국물 대신 계란국물이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게살 볶음밥 남기지 않고 삭삭 다 먹고 왔어요. 히히.
이제 졸 시간이네요 ㅋㅋㅋㅋ 꾸벅꾸벅.

거리의화가 2022-08-12 09: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중국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 저도 무척 공감합니다. 중국인들이 영어 교육을 열심히 받는걸로 알고 있는데 실제 가보면 모든 간판은 한문이고 대화의 대부분은 중국어로 하니까(그것도 지역마다 다 다름) 너무 불편하고 답답했어요. 관광객인거 뻔히 그들도 아니까 ‘너희들은 당연히 중국에 왔으니 중국어가 당연한거야.‘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안에서도 버젓이 갈라치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눈이나 귀가 불편한 경우 어떻게 이 나라에서 생활할까 생각하면 아득해지네요-_-; 키오스크 저조차도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오류도 많고;;;(터치 오류 등) 어르신들, 장애인들은 오죽할까요.

다락방 2022-08-12 10:35   좋아요 4 | URL
사실 제가 외국인으로 다른 나라에 갔다면 어느 정도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가는 것이 옳은 것이겠지요.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말하지 못해 위축된다는 것은 어쩌면 찾아들 수밖에 없는 감정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저라도 제가 사는 나라로 돌아오면 다시 말하고 듣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제 나라로 돌아오면 그게 가능해지잖아요. 이건, 저 뿐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누구나 다 마찬가지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되지 않는다는 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거, 이게 바로 미치는 지점인 것 같아요.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개발을 하고 편리하게 바꿔나가는지 모르겠어요. 기술이 발전해서 좋은건 누구일까요? 키오스크 도입하고 좋은 건 누구일까요? 최소한 그게 노동자도 아니요 사회적 약자도 아닐 것입니다. 아 진짜 너무 화가나요 ㅠㅠ

잠자냥 2022-08-12 10: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매우 매우 공감합니다. 구구절절.
돼지코 부분만 빼고 ㅋㅋㅋㅋ

공쟝쟝 2022-08-12 10:21   좋아요 3 | URL
(피식)

다락방 2022-08-12 10:35   좋아요 2 | URL
살아가기 위해서는 중국에 가서 돼지코도 만들고 그래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세상 진짜 개똥같은 세상이에요. 오늘은 나의 인류애가 사라진다...

다섯 2022-08-12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깊이 공감합니다.

다락방 2022-08-12 10:36   좋아요 2 | URL
키오스크도 영어 메뉴판과 간판 가득한 코리아도 다 짜증나요 ㅠㅠ

독서괭 2022-08-12 14: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깊이 공감합니다..!!! 문맹률이 이렇게 낮은 나라에서 사람들을 문맹으로 만들고 있네요 ㅜㅜ 저도 예전에 누군가가 주차장에 “입구””출구”가 아니라 “IN””OUT”만 써 있는 경우를 지적하는 얘길 듣고 이거 굉장히 위험한 거구나 싶었습니다.
저도 키오스크 싫어요. 뭐 물어볼 수도 없고 ㅜㅜ
근데 다락방님 토지 오디오북으로 들으셨다는 말씀에 반갑네요😆

다락방 2022-08-12 14:25   좋아요 4 | URL
영화 EXIT 를 부모님 모시고 가서 재미있게 보았는데 아빠가 나오시면서 ‘엑시트가 무슨 뜻이냐‘ 물으셨어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진짜 너무 짜증나요. 빌딩 비상구에는 죄다 EXIT 라고 써있잖아요. 예전에 할머니가 저를 부르시더니 종이에 WAY OUT 을 그리시면서 ‘지하철 타다 보면 이게 자주 보이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 하셨어요.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진짜 미친 나라에요. 한국 사람들 사는 나라에서 왜 죄다 영어를 써놔요. 입구 출구 같은건 정말 한글로 써야죠. 누구나 다 알아볼 수 있게 말예요. 나라 미쳤나봐요 ㅠㅠ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하는 어른들 많이 보았는데 그 때마다 막 미치겠는 마음이 돼요. 게다가 뒤에 줄까지 서면 당사자는 더 힘들잖아요 ㅠㅠ 키오스크가 더 편한 사람들이 없진 않을테니 키오스크도 사람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토지 오디오북은 점심 먹을 때 조금씩 들어요. 몇몇 부분 들으면서 기억해뒀다 페이퍼 써야지,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려요. 성우들이 읽어주는거라 재미있게 듣고 있지만 역시 종이책에 밑줄 그어야 바로 페이퍼도 쓰게 되는것 같아요. 그래도 재독은 오디오북으로 끝내보렵니다. 후훗. 저에게 토지 오디오북의 존재를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


독서괭 2022-08-12 15:44   좋아요 1 | URL
exit, way out 일화 안타깝네요ㅜㅜ
토지 오디오북 권한 사람으로서 몹시 뿌듯합니다 ㅎㅎㅎ 저는 5권 끝내고 리뷰 썼어요!

다락방 2022-08-12 15:55   좋아요 3 | URL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는데 살기위해 영어를 공부해야 하다니, 이거 너무 이상하잖아요 ㅠㅠ

저는 얼른 오디오북으로 토지를 끝내고 싶습니다!
라고 1권 초반인 사람이 말씀드립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12 1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국가에 대한 동경이 온 지구를 지배하는 한, ‘Way Out’등의 기현상은 없어지지 않을 거에요. 그게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지도층이라면요. 영국의 귀족들이 프랑스어로 이야기했던 역사가 오늘에도 이어지는 것일테고요.

2. 키오스크의 메시지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주문하지 못 한다면 돈 있어도 먹지 마라. 네가 먹으려고 하는게 민폐야… 이런 메시지요ㅠㅠ

3. 은행 업무 보러 갔는데요, 오전에요. 손님 중에 제가 최연소 ㅋㅋㅋ 부끄럽더이다. 하하하.

4. 공감 곱하기 50의 글입니다.

다락방 2022-08-12 15:59   좋아요 3 | URL
1. 단발머리 님,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국가에 대한 동경을 저 또한 가지고 있는지라 참 저도 그 기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네요. 맞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한국식당 갔다가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식당 종업원 보고 ‘얼마나 공부하면 저렇게 될까‘ 싶더라고요. 이 영어에 대한 동경, 이걸 어쩌면 좋을까요. ㅠㅠ 동경은 있되 현실에서는 아직 어글리 러브도 못읽고 있는....

2. 키오스크는 더 간편함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그게 누구에게 더 편함을 가져다주는지는 확연히 갈리는 부분인 것 같아요. 키오스크는 사회적 약자를 뒤로 숨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문과 구입 자체를 못해서도 숨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숨고요.

3. 저는 회사 업무상 은행 방문할 일이 자주 있는데 아주 여러번 노인 손님들 상대하며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보게 돼요. 스마트폰 뱅킹 알려주는데 고객은 알아듣질 못하고... ㅠㅠ 이런 일을 은행 직원들은 자주 경험하겠죠? 고객도 답답하고 직원도 답답하고. 이게 뭐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 공감을 주셨으니 다음에 땡투로 보답하겠습니다. ㅎㅎ

mini74 2022-08-12 15: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키오스크 앞에서 버벅, 뒤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해서 물러났다가 다시 했던 경험있어요. 저희 엄마가 한번은 젊은것들이 택시를 새치기한다고 분노하시기에 들어보니, 엄마는 옛날방식으로 택시를 기다리고 젊은사람들은 카카오택시를 부르고 ㅠㅠ 그러니 엄마 눈엔 새치기로 보였나봐요. 기차예약도 마찬가지고 ㅠㅠ.

다락방 2022-08-12 16:01   좋아요 3 | URL
키오스크 앞에서 버벅대고 있는 사람들은 뒤에 늘어선 줄에 부담스러워하잖아요. 그게 뻔히 보이잖아요. 왜 사람이 내 돈 주고 내가 사먹겠다는데도 그런 느낌을 가져야 하나요 ㅠㅠ 너무 싫어요 진짜. 키오스크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매대도 있어야해요!! ㅠㅠ
택시도 기차도 폰으로 예약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건 더 편해진 게 맞죠. 편리해졌죠. 시간도 에너지도 절약되고요. 저도 택시는 폰으로 예약하는데 목적지를 직접 말하지 않고 찍어두는 것만으로도 세상 편하더라고요. 그런데 폰으로 예약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아 진짜 미친세상이에요 ㅠㅠ

바람돌이 2022-08-12 2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키오스크 쓰다가 진짜 어르신들은 이제 여기와서 주문도 못하겠구나싶더라구요. 제가 어제 읽은 책에서도 끊임없이 젠트리피케이션 얘기하면서 특정 계층의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다른 취약계층의 공간점유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더라구요. 온갖 정책들이 편리를 추구하는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배려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편리함이 아니라 일종의 폭력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여행가서 외국어에 대한 로망은 저는 이제 탈피한듯합니다. 돈내는 사람은 나니까 너희가 내 짧은 영어를 알아들어야지 뭐 이런 마인드 장착했달까요? 나이들고 해외 다니는거 늘고 그러니까 저절로 뻔뻔스러워지더라구요. ㅎㅎ

다락방 2022-08-15 16:08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바람돌이 님. 편리를 혹은 편의를 위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특정 계층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아요. 이미 가진 자가 주축이 되고 소비가 가능한 자들이 중심이 되고요. 햄버거를 사먹을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기사를 읽노라니, 노인들은 그리고 장애인들은 햄버거를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건가 싶고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우리는 편리라는 목적으로 사회적약자들을 바깥으로 몰아내고 구석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요. 나오지마, 보이지마. 누군가를 숨어들게 만드는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일 리가 없잖아요. 누군가의 편리라는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거죠. 아 너무 징그럽고 짜증나요.


사실 외국인이니만큼 현지 생활자들처럼 잘할 수 없잖아요. 그걸 아니까 상대도 듣고 이해해주려 하는 태도도 보이고 그래서 그나마 대화도 되고 여행이 지속되는 것 같은데, 아마 욕심이겠죠, 저의 욕심. 잘하고 싶다, 는 욕심이요. 욕심을 채우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 하기는 싫고... 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하하하

난티나무 2022-08-13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오스크 뿐만이 아니겠죠. 마트에서 할인받으려면 무슨 앱을 깔고 카톡으로 로그인을 해야 하는데 그걸 나이 많은 사람들은 못해서 눈총을 받고 눈치를 보고 그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런 예는 넘쳐날 것 같아요. 저도 한국에 가면 멍~~~한 상태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한국에서의 지나친 영어메뉴/간판 등에도 공감합니다.

다락방님이 빠리에서 느끼셨던 언어위축감(?)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몇몇 경험들이 생각나네요.^^;;;;

다락방 2022-08-15 16:22   좋아요 0 | URL
저는 카카오톡을 안하는데 옷가게에서 옷을 사려고 해도 카톡 친구로 추가하면 얼마 할인해주고 뭐 이런게 있더라고요. 뻔히 알면서도 안하기 때문에 오천원 더 비싸게 사는게 되게 짜증나요. 그렇다고 그 오천원할인 때문에 카톡을 설치하기도 싫고요. 어떻게 사수해온 내 카톡사용안함인데 옷 할인 받자고 설치하냐 안한다 이놈들아!! 이러면서요. 아하하하.

열심히 살려고 하고 살고 싶지만, 사회에서 자꾸 숨으라고 강제하는 건 너무 비극인것 같아요. 저는 외국에서 외국어 못하는 걸로도 위축되는데, 그잠깐도 미치겠는데, 진짜 어떡하나요.. ㅠㅠ 특히 모국에서 그런거 느끼는 거 진짜 너무 아니잖아요. 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