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세 박스를 뜯어 책을 꺼냈지만 어제도 박스가 왔고 오늘 또 주문해서 내일도 박스가 올 것이고.. 박스에 허덕이는 나의 인생. 왜죠?
아무튼 그 세 박스에서 꺼낸 책들은 이렇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되어서 구매하였다. 인용문도 그리고 그 분의 감상도 너무 좋았거든. 그래서 주문했는데 막상 책을 받아보고는 사이즈가 너무 작아 놀랐다. 너무.. 작네요? 손바닥보다 약간 큰 느낌의 책이다.
《여자짐승아시아하기》도 분명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서재에서 보고 장바구니에 넣었던 것 같은데 이걸 넣은지가 언젠지, 누구의 서재를 보고 넣었는지... 모르겠다. 여튼, 샀다.
《데미안》은 내가 스물다섯 이었나, 그 때 되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오, 제목 겁나 지루할 것 같은데, 재미있네? 헤르만 헤세는 이름에서 되게 지루한 느낌을 주는데 막상 책을 읽으면 재미있단 말야? 내가 헤르만 헤세=지루함 이라고 생각하는건, 일전에도 언급했던 국어교과서에 실린 단편 <나비>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그 단편이 '황순원'의 <소나기> 바로 뒤에 실렸고요, 소나기 세상 재미있게 읽어가지고 볼에 보조개 만들고 싶어서 애를 태우다가, 한 소년이 이웃집의 나비 박제를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망가뜨리게 되는 이야기를 읽노라니 되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엇던거다. 그런데 이건, 지금 다시 읽으면 엄청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당연히 너무 오래전이라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주머니 속에서 나비가 망가진다는 그 전과 후의 상황과 그 마음 같은 것들이 아주 잘 쓰여져 있을 것 같은거다. 내면을 보는데 아주 적합한 소설이 아닐까. 열넷의 나는 재미없게 읽었지만 지금의 나는 아주 재미있게 읽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아무튼, 데미안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삿다. 그런데 왜 갑자기 다시 읽고 싶어졌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요즘엔 기억 안나는 것들 투성이다.
《사랑하는 이모들》은 시사인에서 신간 소개를 보고 구입하게 된 책이다. 이미 읽은 책인데, 중3의 학생이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랑 둘이 살다가 아빠 마저 편찮으셔서 세 계절만 이모네 집에서 살게 된다. 이모랑은 십 년전에 보고 오랜만에 만나는건데, 이모는 주인공에게 동거인이 있다 말하고, 그 동거인은 재택근무를 하는지라 주인공과 보내는 시간이 길다. 좀 시간이 지나 이모와 동거인이 사실은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게 되고 말로만 듣던 레즈비언 들을 보게된 주인공은 불편해하고 내적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화해하고 불편해했던 것에 대해서도 사과한다. 짧고 대사가 많지 않은데도 게다가 그렇게 극적으로 표현하는게 아님에도, 자꾸만 눈물이 핑돈다.
연애를 하던 시절에, 애인과 나는 수시로 오래 통화하며 깔깔 웃곤 했는데, 그 시간들 속에 틈틈이 나의 초딩 조카들이 있었다. 특히 큰조카는 내 애인의 이름도 알고 가끔은 나의 애인과 전화기를 통해 안녕하세요, 같은 걸 말하기도 했었는데, 그 애인과 헤어진지 오래된 지금도 조카는 내 애인의 이름을 기억한다. 내게 그런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조카는 언제까지 기억할까. 엄마 아빠가 아닌 이모와 이모의 애인을. 조카에겐 어떤 기억으로 남겨져 있을까. 혹여 조카가 어른이 되어서도 이 일을 기억한다면, 이 기억은 조카로부터 어떤 말이나 글로 나오게 될까?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는 반다나 시바의 책이다. 반다나 시바라고 하면 내가 '내 삶의 어느 부분만큼은 반다나 시바가 있는 곳으로 가 그 생활을 함께 해보고 싶다'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기도 했던 바, 반다나 시바의 말과 행동을 더 보고 싶어 샀다.
《포트노이의 불평》은 일전에 읽고 '으음 필립로스라 읽었는데 딱히..' 했던 책인데,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내가 뭘 놓친게 있나, 무엇을 보고 좋아하신걸까 궁금해져서 다시 읽어보려고 또!! 샀다. ㅋㅋㅋ 책 사고 팔고 다시 사고.. 내 인생은 책 구매의 순환...
《류》 샀다.
《사랑은 왜 끝나나》는 일전에 친구가 이 책의 어느 부분을 얘기하길래 읽어보려고 샀다. 사실 집에 에바 일루즈 책이 몇 권 있어서 어쩌면 이 책도 있는건 아닌가, 했는데 책장을 보니 에바 일루즈 책 몇 권 꽂혀있는 자리에 이 책은 없고... 음 그러면 안산게 맞나보다 하고 샀는데, 박스에서 꺼내는 순간, '설마 거기 말고 다른데에 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산 이상 설사 그렇다해도 이젠 어쩔 수 없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는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아주 재미있게 읽고 반납했는데, 얼마전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서재에서 다시 만나니 오, 내용 하나도 기억 안나!! 하게 돼서 일단 사서 보고 조카 주자~ 하고는 샀다. 근데 아마도 안읽고 조카 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겨레 21》은 반성폭력 활동가 마녀 님의 인터뷰가 실렸다 해서 샀다. 많은 분들이 얼마전에 펀딩하기로 참여한 연대자 D 님이다.
점심에 똠양꿍 먹고 싶은데 똠양꿍 파는 식당이 거리가 멀어..그래서 점심 시간 땅! 되면 재게 움직여야 한다. 서둘러,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 똠양꿍에 누들 추가할까 라이스 추가할까... 쏨땀도 먹을까 말까. 고수도 달라해야지.
아, 윌라로 《토지》를 다시 읽기(? 듣기) 시작했다. 토지라면 아주 오래전에 완독했던 바 진짜 재미있게 읽었고 인물들이 마치 손에 잡힐듯 생생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다시 읽어야지 하고 책장에 토지를 좌르륵 꽂아두었었는데, 마침 오디오북에 대한 얘기를 알라디너 여러분들로부터 듣게 됐던 바, 어제 점심 먹으면서 나도 시작했다.
시작부터 빡쳐서 쓸 말이 많아, 인용문 가져오려면 책이 필요하다! 하고 어제 집에 가서 토지 1권 꺼내려고 책장 앞에 섰는데, 세워진 토지전집 을 눕혀진 다른 많은 책들이 가리고 있었고.. 내가 토지 1권을 꺼내려면 그 책들을 꺼내야 했고..... 아 스트레스.......... 그래서 포기하고 돌아섰고, 결국 그 페이퍼는 쓰지 못했다.
내 깔끔하지 못함이, 내 정리정돈 못함이 페이퍼 하나 날림.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