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책을 샀다. 이제 월요일마다 책지름 인증 페이퍼 올리는 게 습관이 된듯. 나는 책을 읽기 위해 사는가 인증하기 위해 사는가... 어쩐지 요즘은 후자인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언젠가부터 내게는 징크스가 생겼는데, 그건 '내가 내 책을 선물하면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각별한 사이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모두에게 그런것 같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징크스가 생긴건데, 사실 각별한 사이에게 선물할 일은 거의 없긴 했다. 각별한 사이는 내 책을 나로부터 선물받는게 아니라 본인들이 사기 땜시롱. 요즘 이 징크스를 떠올리며 전남친에게 선물하지 말았어야 했나, 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래서 요즘에 책 선물은 헤어질게 분명한 사이, 혹은 헤어져도 정신적 타격 없이 받아들일 사이에만 하게 되었다. 최근에 가지고 있던 독서공감을 얼마전에 요가선생님께 선물했다. 요가 선생님이 결혼을 하셔서 결혼 선물로 드린 것.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라 내 책을 또 사두었다. 선물하게 될 일이 있을 때, 그런데 뭔가 거한 선물은 부담스러운 사이일 때 내 책은 맞춤한 선물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베러티>는 트윗에서 알게되어 산 책이고, <사무라이>는 슈사쿠 작품을 하나씩 다 읽어보기로 했기 때문에 샀다.
<솔라리스>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제목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들어봤다. 아주 오래전에 친구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고도 말했었는데, 나는 워낙 그 친구와 책 취향이 달라 그렇구나, 하고는 관심을 두지 않았더랬다. 뭔가 제목에서 이 세계 삘이 아니라 관심밖으로 밀어둔건데 이것이 사랑이야기라길래 오 그래? 하고는 읽어볼 생각이 들어 구매하게 되었다.
<설득>은 오만년전에 읽고 뭐야, 오만과 편견과 비슷하네, 하고 역시 나는 제인 오스틴이 딱히 좋진 않아, 했던 책인데, 얼마전에 미미님의 리뷰를 읽고 오옷, 이거 다시 읽어야겠다! 하고 사게 되었다. 8년만에 재회하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와 너무 흥미로워. 어제 자기 전에 조금 읽었는데, 주인공 '앤'에 대한 설명에서 맙소사, 1787년 8월 9일생 이라는 구절이 눈에 확 들어온다. 우엇. 뭐라고? 8월 9일이 생일이야, 앤? 나야, 나. 내가 8월 9일생이야!! 책의 주인공이 나랑 생일이 똑같을 확률은? ㅋㅋㅋㅋ 앤아, 무조건 행복해라. 나는 최면을 건다. 앤이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진다. 이것은 주술. 물론, 나는 이 책이 재독이라 결말을 알지. 아하하하. 앤아, 네가 사랑하면 나도 사랑하고 네가 사랑을 찾으면 나도 사랑을 찾는다.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아니 근데 앤에게 '앤아' 이러면 안되겠구나. 무려 1787년 생이니 나보다 나이가.. 앤님! 행복하십셔!! 제가 그 행복 따라갑니다. 혹시 태어난 시는 어떻게 되세요? 무술일주.. 인건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똑똑한 여성인 것도 나랑 똭 일치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은 사실 내가 오래전에 사서 갖고 있던 책인데, 도란스 총서가 다 보기 싫어져서 팔았더랬다. 이젠 집에 한 권도 남지 않은 상황. 친애하는 알라디너가 이 책의 정희진 글이 너무 좋다고 해서 정희진만 읽어보자, 하고 샀다. 그리고 어제 정희진의 글을 읽었고 너무 좋았지만, 내가 이 책을 팔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어쩔 수 없이 생각났다. 정희진의 글 다음에 이젠 읽기 않기로 결심했던 권김현영의 글도 읽었는데, 이들에게서는 현재의 젊은 여성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을 페미로 인정하지도 않고 너무나 미워하는 기운이 마구 읽힌다. 그게 읽혀서 너무 싫다. 여전히 정희진 의 생각은 좋고 그 사유는 나는 대한민국의 어떤 남자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뭐냐, 남자들 잔뜩 나와서 지식 자랑했던 프로그램, 그 모든 학자들보다 정희진이 더 깊은 사유를 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젊은 여성들(트페미라 불리거나 래디컬로 불리거나)을 미워하는게 느껴져서 불편해진다. 내가 한 때는 한채윤, 루인의 강의까지 다 들으러 다녔던 사람인데. 출판사 다니는 친구가 페미니즘 책에 대한 추천사를 유명하지 않은 사람에게 받고 싶다 했을 때 루인을 추천한 적도 있었는데.
토요일에 만난 친구가 내게 '촉수사유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더랬다. 촉수사유를 하는 나는, 젊은 여성, 래디컬한 여성들의 편이고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들에게 '너희들이 하는건 페미니즘이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할 수도 없다. 그들에게 '남성처럼 사유한다'는 이 중년 여성학자들의 생각에 반대한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왜 샀는지 모르겟네. 어디서 뭘 보고 샀지? 여하튼 샀는데, (시사인에서 본건가?) 문득 이 제목을 보니,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이미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며,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이 책의 존재 자체도 모를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갓, 세이브 미.. 아니 세이브 뎀...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짓이 무엇인지 모르나이다.
<소설보다 봄 2022>는 워낙 좋다는 평이 많이 보이길래 샀다. 한국 소설을 읽는 감각을 나는 놓고 싶지 않아서 어쨌든 꾸준히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토요일 외출하는 길. 친구가 유튭 영상을 하나 보내줬다. 잔나비의 이상형에 대한 영상이었다.
안그래도 요즘 잔나비 너무 좋아서 ㅋㅋㅋ
아니 글쎄 금요일에 엄마랑 <뜨거운 씽어즈> 9회차를 같이 보고 있는데,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는거다. 잔나비가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데!!
"어디가?"
"화장실"
"가지마. 엄마 딸이 좋아하는 남자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들어야지!"
"알았어. 듣고 갈게."
이래서 엄마 다시 자리에 앉은 사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내가 저 정도면 사귈 수 있는데 나이 차이가 너무 나네, 했더니 엄마가 "용기를 내! 자신감을 가져!"하시는게 아닌가. 아니 엄마, 그게 내가 자신감을 갖는다고 될일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기는 잔나비에게 더 필요해보이는데?
여튼 친구가 저 영상을 보내주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길래 나도 영상을 봤는데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사람이 나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잔나비 이상형, 자신을 휘두르는 여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자신에게 사회성에 대해 가르쳐줄수 있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다. 딱 나네. 내가 좋아하는 남자의 이상형이 나라는 사실은 기적! 미라클! 그렇지만, 잔나비가 내 존재를 모르네. 잔나비, 네가 원하는 바로 그 여자가 여기 있는데,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너는 모르겟지. 누가 가서 좀 알려줘. 했더니 친구가 내가 가서 말해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러고.
그런데 영상에서 잔나비는 목욕탕에서 마주친 한 부자가 부러웠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부러웠다고. 아아, 그렇지만 나는 잔나비랑 설사 사귄다해도(망상 죄송) 아이를.. 낳아줄 순 없다. 난 이제 곧 완경이........Here comes the 완경....
너의 행복을 위해, 나를 떠나렴. 만난 적도 없지만 떠나렴.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소울메이트를 찾고 있다. 소울메이트 필요하면 연락해. 아니야. 괜히 소울메이트로 지내다가 완전 이상형이라 또 푹 빠지면 사랑하게 되고 그러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돼... 만나지 않는게 나을지도.
점심엔 똠양꿍이나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