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았지만 스테르마리아 양의 아버지가 변호사회장 과 담소를 나누려고 자리를 비웠으므로 난 좀 더 쉽게 그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두 팔꿈치를 탁자에 괴고 컵을 양쪽 팔뚝 위로 쳐들 때와 같은 그녀의 독특한 대담함과 늘 아름다운 자태, 금세 사그라지는 메마른 시선, 스스로의 억양으로는 잘 가려지지 않는 목소리 깊숙이에서 느껴지며 내 할머니를 불쾌하게 하는 그 가족 특유의 타고난 냉혹함, 시선이나 억양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가 무섭게 다시 되돌아가는 일종의 유전적인 안전장치, 이 모든 것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인간적인 호감의 부족과 감수성 결핍, 풍부한 자질의 불충분함을 그녀에게 물려준 혈통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렇지만 금세 메말라 버리는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난 다른 무엇보다도 관능의 쾌락을 좋아하는 오만한 여인이, 쾌락을 느끼게 하는 남자라면 코미디언이건 어릿광대건 구애받지 않고 그 매력에 이끌려 남편을 버리는 그런 비굴한 온순함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또 비본 강의 하얀 수련 꽃 한가운데를 선홍빛으로 물들이던 빛깔과도 흡사한 관능적이고도 싱싱한 분홍빛이 그녀의 창백한 뺨에서 꽃피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녀가 브르타뉴에서 보낸 시적인 삶을, 습관 때문인지 타고난 품위 때문인지 아니면 가난한 사람에 대한 혐오 때문인지 또는 집안의 인색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별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그 몸속에 담고 있는 그런 시적인 삶을 내가 그녀에게 찾으러 간다 해도 쉽게 허락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물려받은 나약한 의지는 그 표정에 뭔가 느슨함을 드러냈고, 그 정도 의지로는 어쩌면 유혹에 저항할 힘이 부족한 듯 보였다. 그녀는 식사 때면 어김없이 조금은 유행이 지난 멋 부린 깃털 달린 회색 펠트 모자를 썼는데, 그런 모습이 그녀를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었다. 모자가 그녀의 은빛어린 분홍빛 안색과 잘 조화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모자를 쓴 모습이 어쩐지 그녀를 초라해 보이게 하여 나와 가까워진 듯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앞에서는 관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녀 앞에 있는 사람들을 지각하고 분류하는 데는 아버지와 다른 원칙을 갖고 있어 내게서도 필시 하찮은 사회적 신분을 보지 않고 대신 성별과 나이만을 보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스테르마리아 씨가 그녀를 두고 혼자 외출한 어느 날, 특히 빌파리지 부인이 우리 식탁에 앉으러 와 내가 대담하게 그녀와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인상을 갖게 해 준다면, 아마도 우리는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만날 약속도 하고 더 깊은 관계도 맺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녀가 부모와 떨어져 홀로 그 소설 속 별장 같은 곳에 남아 있을 한 달 동안, 어쩌면 우리는 단둘이 저녁마다 황혼 속에서 어두컴컴한 물 위로 히스 덤불의 분홍색 꽃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물결이 찰랑거리는 떡갈나무 아래를 산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테르마리아 양의 일상적인 삶을 가두고 또 그녀 눈동자의 기억 속에 담겼기에 그토록 많은 매력으로 새겨진 그 섬을 우리는 함께 답사하리라. 그렇게 많은 추억들로 그녀를 에워싸는 이런 장소들을 관통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그녀를 소유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기에. -p.85-87
이 책의 화자는 지금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발베크로 여행을 갔다가 스테르마리아 양을 만난다 본다. 아직 말을 섞어본 건 아니지만, 그녀를 보고나서 망상이 머릿속에 떠돌아다닌다.
물론 그가 망상을 하게 되는건 스테르마리아 양뿐만은 아니다. 첫사랑 질베르트에 대해서는 혼자 머릿속으로 사랑하고 이별하고 화내고 서운해하고 복수하고 아주 난리가 났다. 그렇게 사랑에 절망하고서는, 그러면서 여행길에 우연히 스쳐 지나가게 되는, 그러니까 단순히 보는 소녀들에 대해서도 머릿속에서 망상을 펼친다. 이쯤되면 망상도 병인가 하노라. 그러나 돌이켜보니 나도 청소년기엔 망상이 도가 지나치지 않았었나. 중학생 때는 미국 드라마 V(브이)를 보고 지구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도 했고, 사실 성인이 된 후에도 가끔 올림픽공원이나 센트럴파크 공원 벤치에서 재이슨 스태덤을 만나는 걸 상상하기도 했다. 흠흠. 하여간, 그러니 망상은 뭐, 뭐든 될 수 있지. 그리고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 윤여정이 머릿속에서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끝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생애 한번쯤은,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머릿속에서 사랑하고 이별하고 격렬한 섹스도 했다가 고통스러워하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사는거 아닐까 싶다. 어쨌든 화자의 망상이야 뭐 별다를 것도 없는데, 그런데 이 망상에는 지나친 데가 있다. 내가 딱 싫어하는 그런 지점, 그러니까 이게 이 소설이 싫다는게 아니라, 내가 많은 남자들 혹은 많은 남자 등장인물들에게서 딱 싫어하는 지점이 바로 저 구절 속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건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하는 지점인데, 아니, 청소년기 10대의 소년이, 그래 물론 그 때랑 지금이랑 시간적 배경도 다르고 공간적 배경도 다르지만, 어떻게 또래의 소녀를 보고 저 많은 걸 짐작하냐는 거다. 가장 어처구니 없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렇지만 금세 메말라 버리는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난 다른 무엇보다도 관능의 쾌락을 좋아하는 오만한 여인이, 쾌락을 느끼게 하는 남자라면 코미디언이건 어릿광대건 구애받지 않고 그 매력에 이끌려 남편을 버리는 그런 비굴한 온순함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지가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해본 적도 없는 소녀의 눈동자를 보고 ㅋㅋㅋㅋㅋㅋ관능의 쾌락 어쩌고 하고 그게 누구든 남편 버릴거다... 그런 비굴한 온순함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는 걸 느끼냐고. 뭐 신이세요? 신내림 받음? 하여간 꼴같지도 않다. 진짜.
그녀가 별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그 몸속에 담고 있는 그런 시적인 삶을 내가 그녀에게 찾으러 간다 해도 쉽게 허락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물려받은 나약한 의지는 그 표정에 뭔가 느슨함을 드러냈고, 그 정도 의지로는 어쩌면 유혹에 저항할 힘이 부족한 듯 보였다.
아주 쑈를 한다, 쑈를 해. 지가 뭔데 그녀가 자신을 쉽게 허락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니가 그녀의 의지를 어떻게 안다고 유혹에 저항할 힘이 부족한듯 보인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가 만나본 소녀라고야 질베르트 한 명 뿐이고, 그마저도 질베트르네 집에 하도 뻔질나게 놀러가서 질베트르 빡치게 하고 ㅋㅋㅋ 질베트르가 자기한테 빡친것 같다고 삐져가지고 지 혼자 이별하고 복수하고 그래놓고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가 뭔데 다른 여자애 보고 유혹에 저항할 힘이 부족할거야, 비굴한 온순함을 느낄 수 있어 이지랄? 하여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놀고들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루스트가 대단한(?) 지점, 혹은 프루스트의 칭찬할 만한 지점은 바로 이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현대의 내가 보기에,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읽기에 프루스트가 대단한건, 인간 보편이 가지고 있는 망상과 찌질함을 예술로 승화했다는 것 말이다. 찌질함이나 열등감 그리고 헛된 망상은, 사실 대부분의 인간이 가진 것일테다. 그러나 그들중 다수는 어떤 것들을 숨기고 말해야할지 또 말하지 말아야 할지 알지만, 그러나 그들중 일부는 그걸 그대로 드러내서 사회적 문제가 된다. 자신 안의 망상과 자신 안의 열등감을 조절하지 못해 나를 거절하는 여자를 향한 범죄와 테러를 일삼는게 아닌가. 나는 일전에도 몇차례 말했지만, 남자들이여, 일기를 써라. 그냥 일기를 쓰라고.
잔나비는 자신의 노래 <사랑하긴 했었나요>에서 이런 마음을 노래햇었다.
맘 같아선 널 내 방에 가두고
널 내 품에 안고서
baby I love you
내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런 몹쓸 생각까지 하는지
찬물 마시고 정신 차리자
어차피 넌 떠났으니까
그러니까 잔나비도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잔나비는 그러나 그것을 노래 가사에 썼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상한 가사 쓰기의 대표적 가수 '고릴라'는 <To my mama> 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먼 훗날 다음 세상에서
눈 뜰 때는
그대의 아이로 태어날게
두 번 다시는 날 버리지 못하게
하- 진짜 집착 쩔지 않냐. 맨정신으로 듣기 힘든 노래다. 고릴라는 대체적으로 읭? 스러운 가사를 락발라드로 써냈는데, 나랑 남동생은 EVE 노래를 즐겨듣곤 했다. 하여간 저걸 가사로 썼으니까 노래가 된거지, 저런 정신으로(?) 삶을 그냥 살아간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니까. 그러니까 프루스트는 아주 잘했다고 하겠다. 게다가 그렇게 썼더니 막 위대한 문학이라면서 아직까지도 읽히고 있지 않나. 내 안에 못난 생각과 마음이 차오른다면, 예술로 승화시키자. 혹시 모르지 않나. 위대한 예술로 길이길이 남을지...
이 책의 7권까지를 7월말까지 읽기로 친구랑 얘기했었는데, 우린 언제나 그렇듯이 또 닥쳐서 읽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촉박해. 친구는 주말 내내 텔레비젼을 끄고 이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5권을 거의 다 읽어간다고. 그러다 일요일에 저녁 먹으면서 거의 48시간만에 텔레비젼 봤더니 도파민 터졌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나는 주말에 남동생네 놀러갔었고, 계속 아팠던 허리가 점점 더 아파져서 일요일에는 정형외과를 갔었다. 하... 허리 디스크 파열이 의심된다고 하고 엉덩이 근육유착이 너무 심하다고 해서 허리랑 엉덩이에 주사를 맞았다. 엑스레이 찍어보니 척추가 완전히 휘어버려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하여간 엉덩이에 맞는 주사 너무 아파서 계속 소리 질렀고, 닥터는 안되겠다 진통제 수액도 맞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몸 컨디션이 안좋으면, 혈관이 자꾸 도망가버려서 바늘 꽂기가 너무 힘들다. 어제도 남간호사쌤이 한참을 찌르시길래,
하, 혈관 도망가나요..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시면서, 다른쪽 팔로 바꾸겠다 하셨다. 그래서 바꿔눕고 다시 재차 시도한 끝에 결국 바늘 넣기 성공. 그렇게 진통제 수액을 맞았다.
많이 속상하고 우울했다. 내 마음은 의욕이 뿜뿜해서 운동하고 싶은데, 운동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렇게 헬쓰장을 등록했는데, 왜 등록하자마자 내 몸은 운동하지 말라는건지. 닥터는 인클라인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 아파서 걷는 것도 힘들어서 런닝머신 걷기도 하지 못하겠더라. 하는수없이 2주간 운동 금지 명령을 내가 나에게 내리면서, 왜 내 마음은 의욕 뿜뿜인데 내 몸은 그러지 말라는걸까, 하고 속상해했다.
친구들로부터 전화가 와서 내 허리상태를 묻고 그리고 자신들의 경우도 얘기해주었다. 나를 위로하고 또 격려해주면서, 한 친구는 '나는 요가복을 새로 사면 꼭 몸이 고장나더라' 하고 다른 친구는 '나는 런닝용품 사고 나면 달릴 수 없게 돼' 라고 했다. 나는, '나는 헬쓰장 등록했더니 이래' 라고 했다. 하하하하. 아무튼 친구들에게 전화주어 감사하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고 나서는 어쩐지 웃겼다. 같이 늙어가는 동년배의 친구들은 몸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하게 되는구나. 디스크 파열에 대한 얘기를 하니, 그거 지가 붙을건데 시간이 2주쯤 걸리더라, 등의 얘기를 해주었단 말이지. 그러니까 어느 한쪽이 아프거나 다쳐서 증상이 생기면,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우린 대부분 다 비슷한 경험들을 하면서 늙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점이 위안이 되었다.
책을 샀다.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은 인스타에서 광고를 봤는데,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죽이기 위한 계획을 짜는 줄거리란다. 와 너무 흥미롭지 않나. 내가 겁나게, 대체가 응원한다 진짜.
[백야]는 열린책들로 살까 문동으로 살까 겁나 고민하다 문동 샀다. 사실 도선생님 책을 열린책들로 많이 가지고 있어서 깔맞춤 하려면 열린책들로 사야 했었는데, 모아놓은 책은 문동이 더 많으니까 그 책장에 같이 꽂자, 하고 샀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열린책들로 살걸..하는 생각이 갑자기 또 왜 들죠? 아이 돈 노...
[보스턴의 첫 번째 마녀]는 어디서 보고 산건지 모르겠다.
[책이라면 팔 만큼]은 책 이야기라서 닥치고 샀는데, 제발 재미잇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 배송될 책들이 더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6 권도 주문했고. 아, 그리고 허리 아파 주말을 책 읽지 못한 나를 위해 친구는 계획 변경을 해주었다. 원래 1~7권을 7월말까지, 8~13권을 9월말까지 읽기로 했다가, 그냥 이 시리즈 전체를 다 9월말까지 읽는 걸로. 하.. 해내야 할텐데. 아직 4권이라 갈 길이 멀고, 앞으로는 쭉 이 책을 읽어야겠다. 이건 닥쳐서 읽으려면 벅찬 책이라서.. 게다가 저기 인용문에서 보이듯이 장황하고 장황하고 장황하기가 끝이없다. 망상도 장황하고 묘사도 장황하고 아주 그냥 장황난리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