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알라딘에서 서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사두고 안읽은 책들이 너무 많고 집 책장에는 내가 읽은 책보다 읽지 못한 책들이 더 많이 꽂혀(아니 쌓여) 있다. 사두고 쌓여있는 책이 너무 많고 또 계속 많아지던 어느날, 나는 크레마를 갖게 되고 크레마로 전자책을 읽게 된다. 오, 너무 좋은데?! 글자 크기도 크게 할 수 있으니 노안 오고 있는 내게 완전 맞춤한 기기다. 게다가 전자책으로 읽는다면 나는 이제 종이책을 쌓아두지 않을 수 있겠군. 공간도 모자란데 너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이 얼마되지 않아 드러났는데,
그러니까 전자책을 읽게된 나는 전자책도 사두고 안읽고 있는 것이며, 종이책 구매는 그전과 달라진 바가 없는 것이다.
이제 집 책장에도 그리고 크레마에도 안읽은 책들이 쌓여있다.
도서관이라는 곳을 알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바로 이거다, 답을 찾았어! 하고 흥분하였다. 도서관에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고 도서관에 도착해 거기 가득한 책들을 보면 어찌나 행복하던지. 사람 성향은 어디 가는게 아니라서, 한 권만 빌려가지고 와야지, 하고 도착하면 어김없이 나올 때는 내 손에 다섯권씩 들려 있었다. 그래,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 신청하고 또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니, 이제 더이상 책을 사서 안읽고 쌓아두는 일은 없겠지? 하였지만, 아아, 빌려 읽는건 빌려 읽는대로 대출기간 되도록 읽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어김없이 갈 때마다 다섯권씩 빌려오고, 그러면서도 종이책 구매는 멈추질 않아서, 나는 크레마에 전자책 쌓아두고 대출한 책 쌓아두면서 종이책도 사서 여전히 안읽고 쌓아두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미련의 극치를 달리는데, 아아, 여기서 도대체 뭘 더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비극이 더 일어날 수 있을까요?
있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그러니까 나는, 원서를 완독하였고(한 권 완독하고 요란하죠?), 원서 읽기에 자신감이 똭 붙어버려(한 권 완독하고 역시 요란하죠?), 이제 전자책 사서 크레마에 쌓아두고, 도서관에서 대출해 쌓아두고, 종이책 구매해서 계속 쌓아두면서, 아아, 원서도 막 쌓아두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최근에 주문한 원서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책들도 있으니. 흑흑. 얘들아, 나 이제 원서 막 배송된다...
그리고 이 책을 시작했다...
나, 이대로 괜찮은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전자책 크레마에 쌓아두고, 종이책 쌓아두고,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 쌓아두고, 원서 쌓아두고... 이제 여기서 뭔가 더 추가될 건 없겠지..정말 없겠지...............
사람은 진짜 자기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나도 내가 이런 사람이 될 줄 몰랐고,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아, 그건 그렇고.
어제 퇴근 길에는 심규선의 <소중한 사람>이란 노래가 떠올라서 애플 뮤직 들어가 재생시켰는데 들을 수 없는 노래라고 나오는거다. 그러다 보니 밑에 가수 수지의 노래가 보였고,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를 재생시켜 버렸는데,
이걸 듣고 나니까, 크- 수지는 yes or no 지! 하게 되었고, 그렇게 연달아 그 노래도 재생했다.
라고 써놓고 검색하다가 그 노래 제목이 <yes or no>가 아니라 <yes no maybe>라는걸 이제 알게 됐다.
네..
아 두 노래 모두 각자 저만의 이유로 슬프구먼.
저 위의 노래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보면 가사 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다 말하고 싶지 않았어/넌 좋은 사람이니까' 라는게 나오는데..아오... 너무 거시기하다. 참 할 말 많아지는데.. 그러니까 나도 .. 좋은 사람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 사랑한 적 있고, 어떤 때에는 좋은 사람이라서 예스를 할까 하다가,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툭 찌르는 순간 뒤도 안보고 돌아갈 나일걸 알기에 노를 말한 적도 있고.. 그러니까 좋은 사람..인거 너무 좋고 사람은 모두 좋은 사람이어야 하지만, 좋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건 좀 미묘하게 다르고, 여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한테, '넌 좋은 사람이라 상처주기 싫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같은거 하면 진짜 죽빵 날려버리겠다.
두번째 노래 <yes no maybe>는 가사중에 '가지마 돌아가 /만나면 알잖아/ 또 빠져들어가' 가 나오는데, 으으, 우리는 이거 뭔지 너무 잘 알잖아요. 크-
내가 사랑을 했던 어느 젊은 시절에, 그러니까 상대를 전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못생겼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그러니까 똭- 만나자마자 못생겼어? 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건 진짜 찰나에 불과하고 만난지 삼십초도 안되어서 나는 빠져들어가고 그랬던거다. 이번엔 지난번보다 더 좋네, 이번엔 지난번보다 더 좋아,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렇게 만날때마다 더 좋아할 수 있지..이렇게 되어 혼란스러워 소파에 앉아 흑흑 졸라 좋아 너무 좋아서 힘들어 ㅠㅠ 이러면서 막 울기도 하고 그랬던 거였는데, 그러니까 만나면 정신이 홀라당 나가버리고, 그런데 정신이 홀라당 나가버리는 내가 싫어서, 나는 그런 나를 용납할 수 없어서, 정신이 홀라당 나가지 않게 하려고 이를 악물고 나를 통제하려다 보니 내가 내적 갈등이 오지게 찾아오고 그러면 또 너무 힘들어버리는 것이야. 그렇게 나는 여러가지를 하지 않고 그렇게 여러가지를 참고 그러다가 훗날 쎄게 후회하고..여튼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만나면 알잖아, 또 빠져들어가.... 나는 안다. 여튼 내가 이 일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얘기했을 때, 상대는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못생긴 남자한테 빠지면 답도 없어.' 그렇다. 답이 없다....아니, 답은 있는건지도... 그냥 계속 빠져버리는 걸로.
받지마 알잖아
목소릴 들으면
분명히 내 맘이
또 다시 흔들려
야- 이거 진짜 뭔지 너무 알지. 그러니까 내가 딱 이랬다니까? 그리고 받고나서 목소리 듣는 순간 전화기를 내던지면서 나 역시 내던지고 싶어졌다. 아 그래 모르겠다, 자존감 밟히면 밟히는대로 그냥 놔두면서 사랑하겠다, 그냥 나 가져라..나를 너에게 던진다..되어버렸지만, 내가 실제로 나를 던지면 상대는 허리 아작나는 거야. 머리도 깨질지 몰라. 뼈가 으스러질 수도 있다. 나를 아끼는게 동시에 상대를 아끼는 거다. 적당히 사랑하자... 그렇지만 뜨거운데 나는...
앗, 이런거 쓸라 그런게 아닌데 어쩌다 또 이렇게 되어버렸지. 의식의 흐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그만두자.
전자책 크레마에 쌓아두고, 종이책 쌓아두고,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 쌓아두고, 원서 쌓아두는 나는 이제 그만 총총. 빨빨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