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 : 조이스 캐롤 오츠의 외모. 책도 딱 한 권밖에 안 읽은 주제에 헐떡헐떡. 요즘 침대에서 이 사람이 고르고 편집한 [Tales of H. P. Lovecraft]를 읽고 있습니다.





주위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대 미국의 빌리지 위치 같다' 고. 아아 저 얼굴 저 스타일 너무 좋아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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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저 표지는, 썸네일만큼 귀엽지 않습니다. 믿으세요. 썸네일의 표지가 상당히 귀여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축소빨입니다. 실제 크기의 표지는 상당히 역겨운 디테일이 많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의도가 그 방향이었다면 상당히 성공적입니다. 판다 싫어하는 사람이 그린 표지인가 생각했었어요. 귀여움과 역겨움은 한 장 차이라고 하고, 저한테는 참 역겨웠던 것이 귀엽다고 받아들여지는 경우를 왕왕 봤으니까 확신은 못 하겠습니다만...

 소설 내용의 퀄리티를 논하기 전에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책의 외형입니다. 늘 책띠 스포일러에 대해 투덜거려 왔습니다만 이 책에 비하면 지금까지 제가 투덜거린 모든 책들이 다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미스터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 책의 뒤쪽 책날개에는, 소설 내용을 한큐에 꿰뚫는 스포일러가 씌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소설 후반부에, 나름 긴장감을 가지고 지금까지 끌고 온 이야기의 진위가 밝혀지는 첫 번째 클라이막스 부분이 있습니다. 이 책 뒷표지에는 이 대목의 인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요약이 아닙니다. 인용입니다. 반복합니다, 인용입니다.

 본문 인용이라 해도 물론, 적당히 잘 잘랐으면 문제가 안 됩니다. 당연하게도 그러지 못했으니까 문제가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못 해놓고서 잘 했다고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 이런 느낌을 받게 되었느냐...그 인용문을 보면 모든 것이 확실해질 겁니다. 스포일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니까 일단 내용 얘기부터 하지요. 완벽한 스포일러니까 접겠습니다.

내용 보기 (주의 : 스포일러)

 이것은 결국 또 사람 먹는 이야기입 니다. 평소 이 장르는 [특별 요리] 에서 시작되고 끝났다고 늘 말하고 다녔는데 반쯤은 농담이고, 뛰어난 변주는 언제나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금단의 팬더]는 그냥 완벽하게 이 범위 안입니다. 사람 먹는 금기 외에 또 뭔가가 있느냐? 없습니다. 요리 묘사도 그렇게까지 흥미로운 줄은 모르겠고, 페이지가 마구 넘어가는 속도감도 없으며, 캐릭터의 매력도 그냥 그렇습니다. 딱 한번 흥미로웠던 광경은 두 파트의 등장인물들이 처음으로 교차하며 다른 캐릭터의 눈으로 아오야마를 보았을 때 어떻게 보이는가를 확인한 순간이었는데, 그 부분은 썩 좋았습니다.

 딱히 다른 매력이 없다면 최소한 사람 먹는 얘기의 기밀성만은 지켜져야 할 겁니다. 그런데 알라딘 상품페이지의 책 소개를 비롯해 이 책에 대한 홍보문구는 엉망입니다. 아니, 저런 얘기를 써 놓고서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게 대체 사람말고 뭐라고 생각하라는 겁니까. 제목이 [금단의 팬더]라서 팬더라고요? 게다가, 위에서 언급했던 책날개의 인용문은 긴장감이 한껏 고조된 대목을 인용하며 냉장고 속의 내용물 중, 수상쩍은 페이스트가 든 용기의 레이블이 'pate de personne'이라는 데 이르고 있습니다. 다음 문장에서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사전을 찾고, 저 이름을 일본어(그리고 번역본에서는, 한국어)로 말해 줍니다만...

 ...이래도 제 분개가 정당하지 않은 겁니까? 애초에 프렌치 쉐프가 저 정도의 단어를 몰라서 사전을 찾아봤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프랑스어가 영어에 비해 입지가 좁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짓은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기획자, 편집자, 홍보 담당자 중 누가 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네 출판사 책을 일부러 '내용을 다 알고 봐도 재미있나 없나' 하는 고전의 반열에 드는 시험에 노출시키고 싶었던 게 아니라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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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10-24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책날개나 뒷면에 스포일러를 써놓은 출판사들은 정말 책을 팔고 싶은 생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답니다.이런 된~~~~~~~~~장

eppie 2008-11-07 10:56   좋아요 0 | URL
(또 엄청나게 늦은 댓글...ㅜ.ㅠ )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같은 경우도 뒷표지 스포일러 대박이었죠. 이건 이미 '고전' 이니 그렇다 치더라도...정말 책의 판매에 직결되는 요소일 텐데 생각을 안 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코끼리에게 물을] 리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Wikipedia의 Jamaican ginger 항목의 번역입니다. )

 Jamaican ginger

 자메이카 생강 추출물Jamaican ginger Extract(미국에는 제이크Jake라는 속어로 알려진)은 20세기 초의 특허의약품으로, 무게의 70-80 퍼센트 사이의 에틸 알코올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주법 단속을 회피할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 되었다.

 제이크는 그 자체로 해롭지는 않았으나, 금주법을 집행하던 미 재무부에서는 이것이 불법 주류의 원천이 될 가능성을 깨닫고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제이크의 고형 내용물에 변화를 줄 것을 요구했다. 알콜 1입방센티미터에 적어도 5그램의 생강 건더기를 넣으라는 요구사항의 결과, 엄청나게 쓰고 마시기 힘든 액체가 나왔다.
 농무부의 조사관들은 가끔씩, 용액을 끓여서 남은 건더기의 무게를 재는 방식으로 제이크 화물을 검사했다. 단속자들을 속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밀주자들은 생강 건더기를 약간의 생강과 피마자유 혹은 당밀로 대체하곤 했던 것이다.

 아마추어 화학자와 밀주자의 한 쌍인, 해리 그로스Harry Gross와 맥스 레이스만Max Reisman은 검사를 통과할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맛이 좋은 대체 화합물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가소제인 트리톨릴 인산(인산트리크레실, TOCP)으로 결정했는데, 그 물질은 재무부의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으면서도 제이크의 맛을 마실 만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 TOCP는 처음에 무독성인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나중에 인간 신경계의 신경 세포 축색에, 특히 척수의 신경 세포에 해를 끼치는 신경독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나타난 마비의 종류를 지금은 유기인제 유발 지연성 신경증Organophosphate-induced delayed neuropathy(OPIDN)이라고 부른다.

 1930년대에, 제이크 사용자들의 많은 수가 손발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몇몇 희생자들은 걸을 수는 있었지만, 발끝을 위로 향하게 하는 근육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발을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가 발끝을 아래로 털썩 내려놓았고, 보도에 발끝이 먼저 닿고 나중에 발뒤꿈치가 닿았다. 발끝이 먼저, 그 다음 발뒤꿈치라는 패턴은 걸을 때 특유의 "tap-click, tap-click"하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 이 매우 기묘한 걸음걸이는 jake walk라고 알려졌고, 환자들은 jake leg, jake foot, jake paralysis 등을 앓는다고 일컬어졌다. 또, 장딴지가 부드러워져 축 늘어지고 손가락들 사이의 근육이 위축되기도 했다.

 몇 달 안에 TOCP가 섞인 제이크가 마비의 원인으로 판정되었고 오염된 제이크가 회수되었지만, 많은 희생자들에게는 너무 늦었다. 몇몇 사용자들은 사지 전체 혹은 일부를 쓸 수 있도록 회복되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피해가 영구적이었다. 희생자의 수는 정확히 측정된 적이 전혀 없지만, 종종 3만에서 5만명 사이로 언급된다. 많은 희생자들은 이민자들로, 대부분 가난하고 정치적 혹은 사회적 영향력이 빈약한 사람들이었다. 희생자들은 원조를 거의 받지 못했고, 1930년대의 몇몇 블루스 곡의 주제가 된 것을 제외하면 완전히 잊혀지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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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카터Peter Carter의 [칼과 십자가Madatan](이 제목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습니다)를 무언가와 함께 묶는다면 그 '무언가'는 역시 로즈메리 서트클리프Rosemary Sutcliff의 [횃불을 들고The Lantern Bearers]가 되는 게 맞을 겁니다. 시기상으로는 300년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양쪽 다 애들 책에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진지한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한 쪽은 매우 지적이며 다른 한 쪽은 매우 종교적입니다. 물론 이 표현은 종교가 지적이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략 저 시대 언저리부터 1000년간 종교와 지성이 동일시되던 시대니까 더더욱. [칼과 십자가]의 전체 주제가 무척이나 종교적인 데 비해 [횃불을 들고] 에서는 종교란 언뜻 지나가는 문제로만 언급될 뿐입니다-즉 이렇습니다 : 착한 종교인은 좋은 사람입니다. 근데 그 사람은 종교인이 아니어도 착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두 주인공의 인생이 외부의 개입으로 산산이 부서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칼과 십자가]의 마다Madaah(이 이름은 켈트 어로 '여우' 라는 뜻입니다. 제목의 'Madatan'은 '작은 여우' 라는 뜻이고요)는 갑자기 들이닥쳐 마을 사람들을 학살한 바이킹에게 노예로 끌려갑니다. [횃불을 들고]에서는 주인공 마르쿠스 플라비우스 아퀼라가 아버지의 농장에 머물고 있을 때, 색슨 족이 들이닥쳐 아버지와 농장 식구들을 죽이고 여동생을 납치해 갑니다. 아퀼라 자신도 2차로 들이닥친 주트 족의 노예가 되고요. [칼과 십자가]의 이후 내용은 마다의 세계가 더 넓어지면서 그가 또 무엇을 잃어버리는가 하는 데 집중되어 있고 [횃불을 들고] 에서는 잃어버린 것을 어떤 형태로건 되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서 분명히 이야기 자체의 분위기는 [칼과 십자가] 쪽이 더 어둡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둘 중 어느 쪽에 더 짙은 비관주의가 깔려 있다고 해야 할까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마다의 세계에는 '우리 편' 이란 없습니다. 이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마다가 그 사실을 학습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이 이야기를 ABE 전집이 보여 주는 '인생의 쓴맛'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는 이유입니다. ) 마다는 분명히 머리가 좋고 언어적 재능이 뛰어납니다. 다만 순진할 뿐. 그리고 이 이야기는 세계에서 순진함이란 얼마나 큰 죄악인지를 차근차근 잘 보여 줍니다. 그가 우연히 입 밖에 낸 켈트 족의 주문의 힘을 과신한 바이킹들은 그를 (반신반의하면서도) 두려워하게 됩니다. 후에 바이킹의 배가 잉글랜드 해역에서 난파당했을 때, 그는 이전에 우연히 얻은 십자가 때문에 살아납니다. 눈 앞에는 해안에 떠밀려 온 조난자를 이교도 바이킹이라는 이유로 고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다는 십자가의 힘을 의식하고 이대로 크리스트 교인인 척 행동하기로 합니다.


 교회에 안주할 뻔 했던 마다의 인생은, 교회가 그를 스파이로 쓰려 했을 때 또다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교회를 불태우는 것이 비단 이교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또 박살이 납니다. 교회란 결국 선의 편도 무엇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마다는 '동포 크리스트교도' 중에서 자기가 본 가장 구체적인 악, 영주의 아들을 살해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도 같았던 엘드레드Aeldred 수도사를 잃고 맙니다. 그는 절망에 차서, 그 전까지 애지중지하던 아름다운 필사본들을 살해당한 엘드레드의 화장용 장작으로 불태운 후 뛰쳐나와 이리저리 떠돌다 산적 무리의 두목이 됩니다.

 어둡습니다. 지나치게 어둡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쨌든 마지막에 구원받습니다. 죽어가는 마다를 구해 준 은둔자는 그 어느 수도사보다도 크리스트 교 교리의 본질에 가까이 간 사람입니다. 마다는 처음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을 똑바로 보고, 죄를 사하는 신의 진짜 의미를 깨닫습니다. 저는 크리스트 교인이 아니라서 '참회'가 그 종교에서 어째서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 그 중요성과 의미를 이렇게 잘 구현한 것도 드물리라고는 생각합니다.


 아퀼라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닌니아스 수도사가 중요 인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는 그냥 좋은 사람일 뿐입니다. 물론 아퀼라는 그에게서 온정 어린 도움을 수 차례 받습니다만, 제 기억에 따르면 닌니아스가 수도사가 자신의 신앙을 강렬하게 어필한 것은 딱 한 번으로 아퀼라에게 그의 원수를 '용서하라' 고 강권했을 때입니다. (사실 용서할 수밖에 없었지요. 죽었으니까.) 이것은 본문에도 나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만 아퀼라는 용서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은 것이 아닙니다. 그냥 속이 텅 비어 버렸을 뿐. 기억하시는지요? 그래서 그는 마음의 빈 틈을 메꾸기 위해 충성할 상대를 찾았고, 그게 아버지가 섬기던 암브로시우스Ambrosius Aurelianus였습니다. 딱히 그가 정치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서 택한 것도 아니고, 한 자리 얻을 수 있어서도 아닙니다. 그는 별 마음도 없이 그냥 주군이 시키니까 네스와 결혼했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른 이유라면 네스가 여동생을 닮아서겠지만...-_-;) 책 한 권 내내 이 아퀼라라는 남자는 너무 괴로움을 당한 나머지 동력이 끊어져 버린 선풍기 같은 상태로, 밖에서 바람이 불거나 손가락을 집어넣어 뱅글뱅글 돌리면 회전하기는 합니다만 스스로 움직이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410년경의 Roman-Britain 지도. 원본(1111X1497)


 이야기는 다시 책 앞 부분의 불타는 농장으로 돌아갑니다. 로마 군단이 브리튼에서 떠나던 날. 살해당하는 그리스인 가정교사와 불타는 책 두루마리들. 아퀼라가 끝없는 전투에서 발견한 '그가 지켜야 할 것'은 '문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즉 그 끊임없는 전투는 지금까지 이룬 것을 뒤엎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국가' 라는 개념이 민족 혹은 씨족 밖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아직까지도 습득하지 못한 개념이지요.) 그는 로마의 군인이었지만, 브리튼 인입니다. 아퀼라의 공백 상태는 그가 하고 있는 싸움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작가의 장치입니다. 아퀼라의 아내 네스는 색슨 족입니다. 보티건의 세 아들들이 귀순해 왔을 때 암브로시우스는 우호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가 지켜야 할 것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입니다. 모양을 이루는 브리튼이라는 나라입니다.

[횃불을 들고]는 결말에서 극적인 성취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전쟁은 끝없이 계속되는 채로 시간은 사람들을 닳게 합니다. [칼과 십자가]의 일본어판 제목인 [끝없는 싸움果てしなき戦い]은 [횃불을 들고] 쪽에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일 지도 모릅니다. 암흑이 덮쳐오면 남는 것은 오직 그들이 무엇 때문에 싸웠는가입니다. 지키지 못해도 지키려 했다는 사실은 남습니다. 로마 군단이 떠나가 버린 브리튼의 바닷가를 비추던 루투피에Rutupiæ의 등대처럼.

Trivia
1. 로즈메리 서트클리프의 책들은 번역도 되었고, 이것저것 구해 읽어 봤지만 피터 카터 쪽은 전혀 정보가 없었는데, 이번에 조사하면서 [Children of the Book]이란 책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17세기 비엔나 공성전을 배경으로 하는 진지하고 어두운 책이라는군요. 표지나 제목이나 정말 읽고 싶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이 이야기는 ACE88 전집에 [운명의 아이들]이란 제목으로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

2. 여기저기 하고 다닌 얘기입니다만, [횃불을 들고]에서 보티머Vortimer의 죽음은 너무나 탐미했다고 생각됩니다(...)

3. 두 권 다 좋아하는 책들이라 리뷰 쓰면서 지나치게 기분 낸 거 맞습니다. : 3

4. 카터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는 진짜 없습니다. 모 저널에서 카터의 책에 대한 글을 하나 찾았고 [REPRESENTATIONS OF ANGLO-SAXON ENGLAND IN CHILDREN'S LITERATURE] 라는 누군가의 96페이지짜리 석사논문을 읽을까말까 하고 있었지요.

5. 또 지난 겨울 글입니다. 이 글을 쓴 후에 [횃불을 들고]의 새 번역본이 나왔지요.

 

 

 

 

 

 

 

표지나 번역자나, 굳이 사야 할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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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작년 겨울 글 두 편을 땜질합니다)

-제가 에이브 전집에서 은근슬쩍 좋아하는 게 [파파] 입니다만(이건 이야기가 너무 달콤해 다시 보려면 너무 얼굴이 화끈거리긴 합니다) 이 작가 이름을 보고 저번에도 "대체..." 라고 생각했었죠. 이름이 '표도로브나' 야? 필명? 무슨 '오르치 남작부인' 도 아니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에 내려와 다시 찾아보니 작품해설에 작가의 풀네임이 씌어 있었습니다 : 틀리게.

네, 에이브판에는 '파노바 베라 표도로브나' 라고 씌어 있었습니다만 사실 이 작가의 이름은...짐작하신 대로, '베라 표도로브나 파노바Вера Фёдоровна Панова'. 영어권에서는 흔히 베라 파노바라고 불리는 러시아 작가. 추측컨대 부칭인 'Фёдоровна' 를 로마자로 어떻게 표기하느냐를 결정하기가 골치아파서가 아닐까(Fëdorovna, Fyodorovna). 아무튼 구글 검색에서 우르르 쏟아지고 위키페디아에 바로 뜨는 정도를 지나 네이버 백과사전에 도 올라가 있는 초 유명인... [파파]의 원제인 [Сережа]는, 끼릴문자를 읽을 줄 아시는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주인공 소년의 이름입니다. '세료쟈'요. (이 이름도 로마자 표기가 제각각입니다. Serezha, Serioja, Seryozha...)

이 작품은 의외로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습니다. 영화판의 러시아어 제목은 소설과 같고, 영어 제목은 [A Summer to Remember]. 그런데 소설의 영문판 번역제는 [Time Walked]. 좀 헷갈리지요? :] 

-여기까지 포스팅을 했더니, 어느 분이 덧글로 삽화 이야기를 하셔서 정보를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의하자면
일본어판 제목 : 大好きなパパ
작가 : V.パノーワ
번역 : 金光せつ
삽화 : L. ポドリャスカ

...라는 건데...

'ポドリャスカ'?!! ∑º Дº

시파 모르겠다...ㄱ-
'ロルナ ヒル' 정도는 이것에 비하면 양반이었음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 여기서 좌절할 뻔 했는데 다행히 다른 서지정보에서 로마자 표기를 손에 넣었습니다 : L. Podliasskaia
근데 이걸로 검색하면

안나와요

...울면서 러시아어로 돌아갑니다.
러 시아어 구글 검색결과의 Рисунки Л. Подлясской 를 노려보며 저 성이 Podliasskaia인 걸까, 애초에 저 글자 뭉치가 이름이기는 한 걸까 고민하기를 한동안. 아는 글자만 맞춰보면 대략 배치가 맞는데 모르는 글자는 읽는 법을 찾아봐도 모르리라는 확신이 드는 상황. 이거 무슨 [춤추는 인형]도 아니고...어쨌건 과감하게 검색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여기 가면 [Сережа]의 텍스트 파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어 텍스트입니다. 이걸 발견한 건 검색의 상당히 초기인데 '읽을 수도 없잖아...' 라고 그냥 지나쳤던 이 zip 파일에 일러스트가 같이 묶여 있을 줄이야. OTL

...여기가 끝이라면 해피엔딩이겠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저 일러스트랑 에이브판이랑

...달라! OTL

아니, 다른 삽화인 게 아니에요. 같은 장면, 같은 인물 구성, 같은 구도인데 그림체만 다른 거예요. 이를테면 에이브판 23페이지에 해당하는 이 그림.

저 버전에서는 이래요.

 책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서는 비교해 보시기를. 오늘 하루종일 시달리던 악성 현기증이 갑자기 두 배가 되는 정도의 충격. 대체 저 그림을 베껴 사용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원본이 좀 더 아취랄까 야성미가 있는 펜화이고 에이브판이 다소 미국적이랄까 느끼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도 이쪽도 나름대로 펜선이 살아있고 어떤 그림들의 따뜻한 분위기는 오히려 저쪽보다 나은 듯도.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어서 이런 일을 했어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 삽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다른 작가라든지, 같은 작가의 리페인트 버전이라든지, 그 변환이 일본판에서 일어난 건지, 한국판에서 일어난 건지...여기 올라와 있는 표지 그림파일을 보면 또 에이브판 표지와 같아 보인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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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10-08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님,오래만에 글쓰셨네요 ^^
위글에 쓰신 책은 아마 아동용이겠지요.에피님이 좋아하신다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근데 러시아어를 잘아시네요.전공하셨는지요?

eppie 2008-10-08 16:05   좋아요 0 | URL
격조했습니다. ^^;

네, 일단은 아동문학일 거예요. 어린 소년의 잔잔한 일상을 다룬 작품인데, 주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냥하고 다정한 양아버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소년의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직업은 교사)가 재혼하면서 함께 살게 된 양아버지와의 대화나, 다른 이웃의 아이들이나 어른들과의 해프닝, 아니면 인물에 대한 소년의 관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재미있어요!

특히 저 양아버지가 도저히 현실에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상냥한 사람이라...결말에서 그가 보여 준 주인공 소년에 대한 애정을 두고, 저와 제 친구들은 '이거 잘못하면 아동 살해로 이어지는 거 아니냐' 는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그 결말이, [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에 들어 있는 우슐라 커티스의 [환경 바꾸기]를 생각나게 해서요. ^^;;;

아, 영어와 일어 이외의 언어는 검색을 하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하는 정도밖에 모른답니다. 자주 찾는 책이나 작가나 배우와 관련된...: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