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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lliam Monk Mysteries: The First Three Novels (Paperback) - The First Three Novels : The Face of a Stranger/A Dangerous Mourning/Defend and Betray
Perry, Anne / Ballantine Books / 2005년 3월
평점 :
-그녀의 고향과 가장 가까운 대륙에서, 모래바람과 자개색 구름에 둘러싸여.
(예전에, 이 소설 이야기를 페이퍼에 올릴 때는 알라딘에 외서 코너가 없었지요. 이 책이 알라딘 외국도서에 들어와 있기에 페이퍼에 올렸던 내용을 리뷰로 올려 봅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관련된 잡다한 이야기들은 페이퍼 버전에는 남아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삭제했습니다 :D)
솔직히 인정합니다. 이 작가의 소설에 흥미를 가진 것은 그녀가 피터 잭슨의 영화 [천상의 피조물]의 모델, 실제 그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불순한 이유에서였습니다. 원체 스캔들과 가십에 약한 저입니다만, 변명하자면, 일부러 저걸 찾아 검색한 건 아닙니다. TV 시리즈 [MONK] 관련해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걸려든 거예요- '그' 앤 페리가 Monk라는 이름의 탐정이 등장하는 빅토리안 디텍티브 스토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냉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사 놓고서도 어쩐지 한동안은 읽을 기분이 안 나서...읽기 시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읽기 시작했을 때, 이것은 흥미 위주로 슬쩍 건드려 보고 말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소설임을 깨닫게 됐지요. 주인공 윌리엄 몽크의 캐릭터에는 작품이 씌어진 시대를 초월하는 독보적인 맛이 있습니다. 자기 손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는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한편으로는 권력욕을 숨기지 못하고 젠틀맨처럼 옷을 입는 경찰관이라니, 대다수의 현대 작가들은 시대물을 쓴다 해도 부끄러워서라도 등장시키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감히 말하는데 작가는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이야기의 첫머리에서 윌리엄 몽크는, 사고로 기억을 잃고 자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깨어납니다. 그리고 그 기억상실은 이 책 내내 계속됩니다. 그는 자신이 경찰이라는 것도, 어떤 사건을 쫓고 있었는지도, 그 사건의 얼마만큼을 밝혀냈는지도,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도 모두 잊었어요. 그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숨깁니다. 그에게 대뜸 조셀린 그레이 소령의 살인사건을 떠맡긴 상관에게도, 부하에게도, 피해자 가족에게도. 그야말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더듬어 사건을 해결해야 합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맞닥뜨리는 동안 조금씩 그의 기술(기억이 아닌)이 돌아오고, 상관이 뭐라 하든 그는 훌륭한 전략을 가지고 사건을 뒤쫓고 있었어요. 새로 배치된 부하인 존 에번의 존경심이 그것을 증명해 주지요.
사건 이전에 자신에 대한 탐색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물론 발란더 시리즈와 비슷하고, 그래서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백지의 탐정이라니 지나치게 공평합니다. 독자와 탐정이 똑같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몽크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는 꼼꼼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윤곽을 파악하는 탐정일 수도 있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짚어내는 탐정일 수도 있고, 정보원들에게 찔러 주는 돈과 적당한 폭력을 통해 자신만의 열쇠를 얻어내는 탐정일 수도 있는 겁니다. 시대가 시대니만큼, 결과적으로 셋 다 하기는 하지만요. :] 수수께끼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을 때 그녀가(그녀 쪽은 명백히 몽크를 알고 있습니다) 적일지 친구일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고, 상관이 그를 신뢰하고 있을지 아니면 죽도록 미워하고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나는 기억을 잃었소' 라는 카드를 펼지 펴지 않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합니다.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정보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기억을 잃었다고 실토해야 하지만, 그건 곧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윌리엄 몽크는 이 기억상실을 통해 엄청난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그는 군데군데서 엿보이는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출세에 눈먼)원래의 자신'에 대해 혐오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온갖 인간군상을 대할 때 그야말로 꼴리는 대로 내뱉습니다!
사건의 진상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다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재를 다룬 수없이 많은 미디어를 봐 왔기도 하지요. 살해당한 조셀린 그레이가 어떤 인물인가, 윌리엄 몽크가 어떤 인물인가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둘의 자연스러운 대조가 두드러집니다. 현명한 배치였어요.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조셀린 그레이는 윌리엄 몽크에게조차 부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신이기를 선택하고,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최후에 증명하게 됩니다. 온갖 장식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나면 몽크는 결국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 류의 고집스런 히어로입니다만, 역시 시대가 시대인만큼 그 온갖 장식적인 요소가 실은 더 재미있는 거지요. 세면대라든지 온갖 의무적인 자선 이벤트들, 살림이 쪼그라들면서 메이드 규모를 축소하는 양상, 전쟁에서 부상당한 그레이 소령의 지팡이 목록... :]
작품은 긴장감에 차 있고 400페이지가 지겹지 않았습니다. 몽크의 게임은 훌륭했어요. 그러나, 물론 더 잘 한 것은 작가입니다. 이런 소설을 바로 시리즈의 첫 번째로 내놓을 생각을 한 작가의 악마같은 솜씨입니다. 앤 페리가 실제로 시리즈를 만들 의도로 이 작품을 썼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저는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어요. 이것은 최소의 설명으로 캐릭터에 더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본 아이덴티티] 가 그랬듯이.
Dedicated to Ellis Peters
-엘리스 피터스 추모 단편집 [독살에의 초대Past Poisons]을 통해,
저는 수많은 다른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