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합니다, 실은 이미 읽었거나, 읽을 생각이 없었음에도 오로지 표지가 아름답거나 마음에 들어서 사고 만 책들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내용 삽화를 제외하고 '표지' 만을 대상으로 하려니 또 의외로 적더군요. :] 이런 식의 파렴치한 컬렉팅을 꽤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 의외로 성실하잖아 하는 생각이 들어, 표지 때문에 구매 예정인 책들 역시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이전 판, 색칠한 목각인형 표지는 굳이 살 생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저 당당한 긴 털 고양이가 너무 탐나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T^T  

 
아, 정말이지 가장 죄가 큰 책은 이겁니다.
저 표지가 아니었더라면 안 샀을 거예요! [Chocolat]는 저 작가 작품 중에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축도 아니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건 [오렌지 다섯 조각Five Quarters of the Orange]인데, 물론 이 책도 마음에 드는 판본이 있었습니다. 이거예요. 
 
저 벗겨진 오렌지 껍질의 멋진 동세에 혹했지만, 직접 만져보고 표지 재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짜식었습니다. 저 껍질 부분이 반질반질한 코팅이 되어 있더라고요.  

 
이 책도 죄가 큽니다. 빌려 읽어도 될 것을 표지 때문에 사 버렸어요. 표지가 각별히 아름답다기보다 제가 테마리手鞠(저 이야기에 나오는 공놀이의 '공')의 생김새나 테마리 모티프를 사용한 다른 공예품들을 워낙 좋아해서요. v_v  

 
첫째 권은 읽고 싶어서 샀지만, 둘째 권은 그냥 저 그림을 손에 넣고 싶어서 산 것 같습니다.
역대 앤티 메임 일러스트레이터들 중에서 저 사람이 최고예요.  

 
존 란체스터의 [The Debt to Pleasure]. 저는 [아주 특별한 요리 이야기]라는 번역제가 싫어요. 
이 책이야말로 왠지 '이 표지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라는 생각이 들어, 이걸로 했습니다. 

 
에드워드 고리의 작품집인 [Amphigorey] 시리즈는 좋은 책이지만, 심각한 단점이 있습니다. [Amphigorey]를 가지고 있어도 또 작품들의 단행본을 따로따로 다 가지고 싶어져요. -_-; [The Curious Sofa]도, 괜히 단행본을 또 사 버린 예입니다. 후회는 안 해요. 예쁘니까요...영문판을 샀는데, 아마 그 후에 번역이 되었던 것 같네요. 번역본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차피 고리가 손으로 쓴 본문 글씨는 다 들어가니까요. 한국에 번역된 에드워드 고리의 그림책 중에서는 [현 없는 하프The Unstring Harp]를 제외하고는 그렇게까지 퀄리티가 끔찍한 건 못 봤습니다. 저건 인쇄의 질이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더군요. 

 
같은 예죠. :] 에드워드 고리의 [The Pious Infant]입니다만, [Amphigorey Too]에 실린 걸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일본판 표지의 저 당당한 한자 폰트에 반해 사 버렸습니다. 저 미칠 듯한 모단 간지...단언하는데 영문판은 절대 저 표지를 따라올 수 없을 겁니다.  


고양이입니다. :]
[고양이가 맞이하는 여관]이라는 제목의 (온천)여관 안내서인데 진짜로 '붙임성 좋은 고양이가 유명한 여관 소개' 가 내용입니다. 사실 이것도 내용보다는 저 표지의 고양이가 너무 미묘라서 그만...저 친구 외에도 멋진 고양이 사진이 많이 나옵니다. 번역될 가능성이 제로인 책이라서 안타까워요. -_-;   

 

 아래는 혹하기만 하고, 살 예정이되, 아직 사지 않은 책.  

  
반했습니다. 왜 이 책을 이제야 보게 된 걸까요?


얼마 전 저를 개인적인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새 퍼핀 북스 표지들.
펭귄과 퍼핀이라...저 네이밍 센스는 생각할 때마다 입가에 웃음을 띠게 합니다. :]
아, 앤도 새로 나온 버전이 있는데 알라딘에 없네...

아아, 귀여워라.  


이 책의 정체는,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치인의 사랑痴人の愛]입니다. :] 
작품 중에 제가 좋아하는 것은 [春琴抄]와 [陰翳禮讚]이지만 영문판의 표지 중에서는 이게 제일 좋군요. 두 작품 다 번역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눈먼 연인들]과 [그늘에 대하여] 중 어느 쪽이 더 후지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못 읽어본 [미식클럽美食俱樂部]의 영문판 표지가 몹시 훌륭하던데...그걸로 끝맺음을 할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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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2-1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고양이 표지에는 전혀 끌리지 않는데 말이죠, 저기 저 위에 조앤 해리스의 초콜릿과 오렌지의 책 표지는 정말 예쁜데요! 원서를 읽지도 못하면서 사고 싶어져요. 전 그다지 표지에 끌리는 타입은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의 책, 여자 다리가 보여지는 표지, 멋져요!

eppie 2009-02-24 13:35   좋아요 0 | URL
[오렌지 다섯 조각]의 표지는 실제로 보면 만듦새가 약간 조잡해요. ㅠ_ㅠ
아...이왕 하는 거 좀 어떻게 안 되나...ㅠㅁㅠ 외서 표지 중에는 이렇게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정말 조금, 아주 조금 아쉬운 것들도 많아요.

마지막의 [미식구락부] 영문판 표지는...처음에 썸네일로 보고 응? 손? 하고 클릭해봤다가 몹시 뿜었답니다. 아무래도 저걸로 사야 하려나...

하이드 2009-02-1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가야 하는데, 계속 붙어서 댓글 달고 있었는데, 이 페이퍼 다시 와서 천천히 볼래요! 고양이 문화사 표지의 고양이는 고양이종 중에 가장 큰 메이쿤정도일까요? 악! 꼭 안고 부비부비하고 싶어요~~

eppie 2009-02-24 13:50   좋아요 0 | URL
이 책의 독일어 표지도 심금을 울리는군요;_;
( http://www.libri.de/shop/action/productDetails/cover?artiId=5165356 )

저도 큰 고양이가 좋아요! 저 녀석은 메인쿤 아니면 노르웨이 숲고양이가 아닐까 해요. 얼굴이 메인쿤 같기도 한데 매우 전형적인 노르웨이 숲고양이 배색이기도 하고... 저런 양인의 털 길고 긴 고양이를 데리고 사냥(...)나가는 게 제 꿈 중 하나죠 v_v

eppie 2009-02-24 13:54   좋아요 0 | URL


근사한 노르웨이 숲 고양이...

eppie 2009-02-24 13:54   좋아요 0 | URL


제대로 당당한 메인 쿤...

보석 2009-02-1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핀 북스 표지들 마음에 듭니다..^^ 다른 것들도 다 좋고요.

eppie 2009-02-24 14:26   좋아요 0 | URL
제 친구는 저 퍼핀 북스 표지를 가리켜 '그린 사람의 더러운 욕망이 잘 드러나 있다' 고 말하더군요. [작은 아씨들] 표지 그린 사람의 다른 그림도 찾아봤는데 그게 글쎄 [롤리타]인 거예요, 그것도 엄청 귀여운!

카스피 2009-02-1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들을 다 구매하셨다니 대단하시네요^^

eppie 2009-02-24 14:02   좋아요 0 | URL
아뇨, 위에도 썼다시피 다는 아니에요. 아마도 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책들도 있어요. :]

mooni 2009-02-1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츠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표지는 표지만 봐서는 그야말로 내용을 짐작도 할 수 없겠군요. 졸고 있는 고양이 귀엽습니다...^^ 펭귄네 표지는 어느거나 할 것없이 통일감있으면서도 내용과도 연관이 되고, 이쁘기도 이쁘고 그런거 같애요. 앤은 특별히 귀엽군요.

저는 예전에 하루키 댄스댄스댄스 들고다니다가 친구가 표지를 보더니 댄스교본이냐? 그래서 당황한 적이 있는데요 ^^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마라, 뭐 그딴말들을 하긴 하지만, 표지랑 제목이랑 주인공 이름같은게 책 고를때 정말 한 반은 좌우하는것 같아요. ^^

eppie 2009-02-24 14:01   좋아요 0 | URL
혹시 저 고양이 그림의 원작이 있지 않을까 하고 검색을 했었던 과거가...ㅠ_ㅠ 하필 저런 곳에 자리를 잡은 것도 그렇고, 정말 고양이 귀엽게 잘 그렸죠.

네, 표지는 중요합니다. 단지 '읽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는' 물건이잖아요! 저는 [핑거스미스]를 원서로 읽기가 피곤할 듯해서 번역본의 존재를 무척 반겼지만 그 흉악한 표지를 절대로 집에 두고 싶지가 않았어요. ㅠ_ㅠ

하이드 2009-02-1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브로 갔다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리스트 보고 생각난건데요,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작가와는 비교도 안되게 많은 작가들이 소개되는 외국이어서, '표지'가 그만큼 중요한게 아닐까. 하는 당연한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저도 표지에 대한 집착이 강한편인데, 요즘은 만듦새도 보고 있어서, 자꾸 눈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CD 도 쟈켓에 나온 가수 얼굴만 보고 산 적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좋아하던 밴드 보컬 오빠와 닮았다며 샀던 해리코닉 주니어와 ^^; 홍콩 줄장 갔다가, 티비에 너무 멋진 남자가 나와서 노래 하길래 디카로 찍어서 음반매장 들고가서 샀던 가렛 게이츠.. 카자흐스탄에서 역시 얼굴만 보고 샀던 타르칸 등등

eppie 2009-02-24 14:25   좋아요 0 | URL
역시 1차적으로는 물량이겠지요? 한국에서도 북 디자인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많이많이 늘어났으면 하고...v_v 요즘은 국내도서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올라간 것 같지만 가끔씩 경악할 정도로 못 만드는 물건이 있어서 심심치 않게 서가에 뿜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장르문학 쪽은 여전히 어둡기도 하고요. ㅠ_ㅠ

해리 코닉 주니어는 제게는 배우예요! :] 악평이 쏟아지는 영화지만 전 [카피캣]을 진짜로 좋아하고, 시고니 위버를 좋아하고, 그 커다란 여자가 빨간 투피스 입고 화장실 벽에 목매달리는 것도 엄청 좋아하고, 해리 코닉 주니어도 좋아합니다. (...) 며칠 전에 이런 얘길 했더니 친구가 엄청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큽...

하양물감 2009-02-2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릿이랑 오렌지 다섯조각의 표지가 저렇게 생겼군요.

eppie 2009-02-24 14:24   좋아요 0 | URL
네, [오렌지 다섯 조각] 표지 중에는 저 [Chocolat] 표지랑 같은 시리즈인 것도 있어요. 그것도 예쁘죠. ^^


하양물감 2009-02-24 21:08   좋아요 0 | URL
이렇게 예쁜 표지인데 한국어판은 표지가 너무 단순해요.

eppie 2009-02-25 09:42   좋아요 0 | URL
[초콜릿]의 영화 포스터 이용한 표지는 너무 싫어요. ㅠ_ㅠ

다락방 2009-03-15 19:34   좋아요 0 | URL
오와~ 이 표지도 무척 예쁜데요!!!!

라로 2009-02-25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어떻게 댓글에 사진을 올릴 수 있나요????와
처음 인사드려요~.^^;;;;지금까진 그냥 훔쳐만 봤는데
이제 모습을 드러내도 되겠지요???^^;;;
반갑습니다.저 아주 자주 옵니다, 님 서재에,,,^^(아~ 어색,,,=^^=)

eppie 2009-02-25 09:4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 실은 저도 nabi 님 서재에 자주 들렀었어요.
에...사실 제 서재에 이런저런 것들 쓰기 전부터...그때도 다른 서재에 올라오는 글들은 보고 있었거든요 ^^;;;

댓글에 사진은, 다른 홈페이지나 게시판과 마찬가지로 HTML의 img 태그로 집어넣었는데 이게 알라딘 측에서 허용해 주는 일인지 몰라서 좀 불안해 하고는 있답니다. ^^;;; 댓글 태그 금지인 홈페이지들도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