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작년 겨울 글 두 편을 땜질합니다)
-제가 에이브 전집에서 은근슬쩍 좋아하는 게 [파파] 입니다만(이건 이야기가 너무 달콤해 다시 보려면 너무 얼굴이 화끈거리긴 합니다) 이 작가 이름을 보고 저번에도 "대체..." 라고 생각했었죠. 이름이 '표도로브나' 야? 필명? 무슨 '오르치 남작부인' 도 아니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에 내려와 다시 찾아보니 작품해설에 작가의 풀네임이 씌어 있었습니다 : 틀리게.
네, 에이브판에는 '파노바 베라 표도로브나' 라고 씌어 있었습니다만 사실 이 작가의 이름은...짐작하신 대로, '베라 표도로브나 파노바Вера Фёдоровна Панова'. 영어권에서는 흔히 베라 파노바라고 불리는 러시아 작가. 추측컨대 부칭인 'Фёдоровна' 를 로마자로 어떻게 표기하느냐를 결정하기가 골치아파서가 아닐까(Fëdorovna, Fyodorovna). 아무튼 구글 검색에서 우르르 쏟아지고 위키페디아에 바로 뜨는 정도를 지나 네이버 백과사전에 도 올라가 있는 초 유명인... [파파]의 원제인 [Сережа]는, 끼릴문자를 읽을 줄 아시는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주인공 소년의 이름입니다. '세료쟈'요. (이 이름도 로마자 표기가 제각각입니다. Serezha, Serioja, Seryozha...)
이 작품은 의외로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습니다. 영화판의 러시아어 제목은 소설과 같고, 영어 제목은 [A Summer to Remember]. 그런데 소설의 영문판 번역제는 [Time Walked]. 좀 헷갈리지요? :]
-여기까지 포스팅을 했더니, 어느 분이 덧글로 삽화 이야기를 하셔서 정보를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의하자면
일본어판 제목 : 大好きなパパ
작가 : V.パノーワ
번역 : 金光せつ
삽화 : L. ポドリャスカ
...라는 건데...
'ポドリャスカ'?!! ∑º Дº
시파 모르겠다...ㄱ-
'ロルナ ヒル' 정도는 이것에 비하면 양반이었음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 여기서 좌절할 뻔 했는데 다행히 다른 서지정보에서 로마자 표기를 손에 넣었습니다 : L. Podliasskaia
근데 이걸로 검색하면
안나와요
...울면서 러시아어로 돌아갑니다.
러 시아어 구글 검색결과의 Рисунки Л. Подлясской 를 노려보며 저 성이 Podliasskaia인 걸까, 애초에 저 글자 뭉치가 이름이기는 한 걸까 고민하기를 한동안. 아는 글자만 맞춰보면 대략 배치가 맞는데 모르는 글자는 읽는 법을 찾아봐도 모르리라는 확신이 드는 상황. 이거 무슨 [춤추는 인형]도 아니고...어쨌건 과감하게 검색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여기 가면 [Сережа]의 텍스트 파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어 텍스트입니다. 이걸 발견한 건 검색의 상당히 초기인데 '읽을 수도 없잖아...' 라고 그냥 지나쳤던 이 zip 파일에 일러스트가 같이 묶여 있을 줄이야. OTL
...여기가 끝이라면 해피엔딩이겠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저 일러스트랑 에이브판이랑
...달라! OTL
아니, 다른 삽화인 게 아니에요. 같은 장면, 같은 인물 구성, 같은 구도인데 그림체만 다른 거예요. 이를테면 에이브판 23페이지에 해당하는 이 그림.
저 버전에서는 이래요.
책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서는 비교해 보시기를. 오늘 하루종일 시달리던 악성 현기증이 갑자기 두 배가 되는 정도의 충격. 대체 저 그림을 베껴 사용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원본이 좀 더 아취랄까 야성미가 있는 펜화이고 에이브판이 다소 미국적이랄까 느끼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도 이쪽도 나름대로 펜선이 살아있고 어떤 그림들의 따뜻한 분위기는 오히려 저쪽보다 나은 듯도.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어서 이런 일을 했어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 삽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다른 작가라든지, 같은 작가의 리페인트 버전이라든지, 그 변환이 일본판에서 일어난 건지, 한국판에서 일어난 건지...여기 올라와 있는 표지 그림파일을 보면 또 에이브판 표지와 같아 보인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