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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저는 꼬꼬마 시절부터 아토다 타카시阿刀田高의 "취미를 가진 여인趣味を持つ女"의 열렬한 지지자였기도 하고, 이 작가를 기본적으로는 싫어하지 않습니다. 제가 호시 신이치를 싫어하는 데 비하자면 지나칠 정도로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단편집 [나폴레옹광]은 재난이었어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사 버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한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이 책을 들이밀며 내 기분을 좀 알아달라고 울부짖어야 했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호시 신이치 식 실없음으로 꽉 차 있는 이 단편집은, 일단 표제작인 "나폴레옹광ナポレオン狂"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결말이 뻔히 예측 가능한 것은 그렇다치고-저는 이제 이 점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기로 했습니다-거기까지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너무나도 둔합니다. 재치 있는 서술과는 거리가 멀어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비슷한 종류의 문제점을 가진 다음 수록작 "뻔뻔한 방문자來訪者(알라딘 서재 에디터에는 '來'의 일본식 글자가 찍히지 않아서 대신 한국식 한자로 표기했습니다)"가 차라리 나을 정도예요.  

 사실 '~부터가' 라고 말하려면, "나폴레옹광" 이전에 표지의 문제를 얘기해야 하겠지만...저 유치한 표지에 대해서는 심지어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아뇨, 일러스트 얘기 아닙니다. 띠지의 컨셉 얘기하는 거예요.   

 나머지 단편들 중 "밧줄-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繩-編集者への手紙-('繩' 역시 한국식 한자로 표기했습니다)"은 이전에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톤이 완전히 다르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인간의자人間椅子]를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고요. :] 마음에 들었던 것은 "뒤틀린 밤"捩れた夜과 "그것의 이면裏側"의 2편입니다. " 광폭한 사자 凶暴なライオン"의 경우 완전히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서술의 힘이 딸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상물로 개작되었을 경우에는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긴 건 말고, 뮤직비디오 같은 형식이 좋겠네요. "생 제르망 백작 소고 サン· ジェルマン伯爵考"는 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라기 보다는, 뭘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거기 한참 못 미쳤다는 편이 맞겠습니다) "사랑은 생각 밖의 것戀は思案の外('戀'을 한국식 한자로 표기했습니다)"은 이야기가 너무 뭐랄까...'늙었습니다'. 그런데, [나폴레옹광]이 1979년에 출간된 단편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늙어보이는 이야기가 이 한 편 뿐이라는 점은 사실 좀 놀랍습니다. 가장 의외였던 부분이라고 할까요...:]

 "골프의 기원ゴルフ事始め" 역시 이전에 본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쪽은 뭐랄까 아저씨 개그. 싫어요. "투명 물고기透明魚", "창공蒼空"은 실없고, 역시 "생 제르망 백작 소고" 레벨. "이白い齒('齒'를 한국식 한자로 표기했습니다)"는 그냥 도시전설 수준, 혹은 표제작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아토다 타카시라는 작가에 대한 호오라기보다는 [나폴레옹광] 이라는 단편집에 대한 호오에 가깝겠습니다. 단편집에는 장편과는 다른 단편집만의 '분위기' 라는 것이 있고, "취미를 가진 여인"을 그렇게 좋아했던 것도, 실은 그 단편을 처음 발견한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고려원, 1993) 이라는 단편집 전체의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취미를 가진 여인"은 단편집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冷藏庫より愛をこめて](1978)에 처음 수록되었습니다. 이것이 아토다 타카시의 첫 번째 단편집이라고 하니까 어쩌면 저는 이쪽을 읽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 참고로, [나폴레옹광]의 초판(講談社, 1979) 표지는 이렇습니다. 귀엽네요. 이쪽이 현재 아마존에서 팔고 있는 버전 표지(▷)보다 나은 듯. 



 

 

 

 그러면, [나폴레옹광]에서 이제는 뭐가 남죠? ...물론, 복어의 미림보시가 남습니다. :] 미림의 '림'은 (酉+林)으로 쓰는 한자인데, 역시 안 찍히네요. ^^;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미림'의 한자 표기를 味淋, 味(酉+林) 양쪽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미림보시는 흔한 요리법이기는 한데, 복어로 만든 것은 먹어본 적이 없어서 'ふぐの味(酉+林)干し'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이런 곳(클릭)에서 팔고 있는데...과연, 본문에 언급된 대로 아름다운 물엿 색, 혹은 호박빛이네요. 저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하자면 녹아내릴 듯이 보드라운 폭신폭신찰랑찰랑한 식감이라는군요. 먹어보고 싶어라...하지만 재료가 재료니만큼, 몹시 비쌉니다. 큰 것이 긴 쪽 길이 13cm 정도로 아마 어른 손바닥 정도 크기일 텐데요. 2~3장이 100g이 되고, 100g이 500엔이니, 저 단편에 나온 대로 이거 좋아하는 사람이 한 상자 선물받으면 매우 기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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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전 [Gosick]을 한 권 정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 권 봤더니 더는 못 읽겠더라고요. 어느 정도는 일러스트 탓입니다. 전 그 일러스트가 무척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고 이쪽 방향으로는 절정에 오른 그림체라고 생각합니다만, 작품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즉, 오타쿠 식으로 말하자면 '나의 빅토리카는 그렇지 않다능! ' 인 거예요.

1권만 본 상태에서 캐릭터물로써의 [Gosick]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 '약간 부족하지만 썩 괜찮다' 정도가 되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계속하지 않은 건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미스터리의 구태의연함에 진절머리가 난 탓이었습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절실하지도 않은 것(실제로 답은 이미 알고 있었고)을 억지로 궁금하게 하려는 점이 후에 읽은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등과 비슷하다고 할 수가 있겠는데, 아무쪼록 작가가 2권부터는 그 버릇을 극복했기를 남몰래 빌어주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참이었는데, 이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그 우려를 가중시키고 말았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Gosick]에서의 주요 장점이었던) 두 주인공의 캐릭터마저 흔들거리고 던져지는 의혹들은 지루하며 특히 그 엔딩은 작가의 마음 약함을 드러내 보이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좀더 굳게 마음을 먹고 야차의 길을 가지 않으면 키리오 나츠오가 될 수 없어요, 사쿠라바 선생! (...)  

 그러나 사쿠라바 카즈키는 여기서 자신의 결점을 커버하는 몇몇 수단을 채택하고 있는데 출처가 명시된 소재 하나를 흘리고 그것을 뒤집는 방향으로 간다든지 하는 귀여운 장치가 그 하나입니다. 그 결과 눈에 익은 캐릭터나 상황의 설정이나 예의 그 엔딩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말해서 이 소설의 드라마는 [Gosick] 1권보다 낫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윙 걸즈] 생각을 하고 있었던 탓에 캐스팅이 자꾸 걔랑 걔 얼굴로 보였던 건 오로지 제 머리 속의 문제이거니와...

 뭐, 좋습니다. 각자에게는 자기의 길이 있는 거니까요. 모든 사람에게 키리노 나츠오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그런-모든 작가가 키리노 나츠오인- 세상을 제일 싫어할 사람이 있다면 접니다. 사쿠라바 카즈키는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써는 라이트노벨 [Gosick]을 [바카노!]나 [풀 메탈 패닉!] 보다 선호할 일은 없지만, 그녀가 다루는 소재가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정도로 솔깃하다면 저는 또 읽을 겁니다. 나중에 실망하더라도요. 저는 사쿠라바 카즈키가 그 정도 가능성은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이 소설이 제목을 빌려 온 '그 유명한 소설'은 최근 재출간되었더군요. 어렸을 때 한 번 읽었다고 기억합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군요. 어쨌든 좋아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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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12-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제 기대에는 못미쳤던 작품이었어요. 읽고나서 그 주에 만나자던 친구에게 바로 줬었죠. 그런데 제목은 참 좋지 않나요?

eppie 2008-12-29 12:0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어렸을 때-미처 저 책을 접하기도 전에-제목만을 무슨 추리소설 입문 안내서(8말9초에는 이런 책이 진짜로 많았잖아요!)에서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내용이, 엄청 찝찝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서글프기도 해요. 아무래도 한 번 정도는 다시 읽어야겠네요. 전 가끔 이 작가 책을 몸에 안 좋은 거 먹는 기분으로 찔끔찔끔 보게 돼요. ㅠ_ㅠ

카스피 2008-12-2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가 일신에서 나온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은 직업인가요? 한 20년만에 재간된것 같네요^^.이거 본 기억이 가물 가물 어떤 내용인지 생각이 않난다는... ^^;;

eppie 2008-12-29 12:13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알기론 그래요. (저도 그 일신판으로 보았어요.) 정말 20년만이네요. 중간에 이 작가의 [나이팅게일의 수의]를 보았는데, 이 작품 역시 역시 찜찜하고 우울했어요. 최소한 제가 읽은 이 작가 작품은 다 그랬어요. 피가 튀기지 않아도 '잔혹하다' 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고요. 하지만 사건의 디테일은 저도 역시 생각이 잘 안 나네요. 다시 읽기 시작하면 한 챕터만에 기억이 다 살아나지만요. 이런 식으로 [나이팅게일의 수의]를 몇 번 읽었던가...
 



본가에 있습니다. 아버지 수집품이었는데 제가 인계받았죠.
딱히 희귀본은 없어서, 한재산 될 것 같지는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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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12-1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귀본이 있었으면 한몫(?) 잡는 건데 아쉽네요.ㅎㅎ
오래된 책은 참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eppie 2008-12-19 11:04   좋아요 0 | URL
나중에 한재산 될 거라고 말씀하셨던 분이 전에 있었지만...이젠 안 믿어요! ^^; 지금 보니 의외로 방향이 참 다양하군요. 실제 저 책 버전으로 처음 읽은 건 많지 않은데(세로쓰기라서요...ㅜ.ㅠ) [화형법정] 이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랑 [당신을 닮은 사람] 이에요.

저 책들 표지...랄까 더스트재킷은 해문판 크리스티와 또 다른 방향으로 섬뜩하고 인상적이더군요. 몇 개는 좀 너무 꺼림칙해서 벗겨서 보관할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아, 저 사진에서 벗겨놓은 것들은 그냥 원래 없었던 것들이에요^^;).

물만두 2008-12-1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안타깝습니다~

eppie 2008-12-19 10:59   좋아요 0 | URL
그쵸 ^^; 저거 가지고 있다고 하면 다른 분들이 꼭 이건 있냐든지 물어오는데 전부 없어서...게다가 이제 새로 나왔으니 '꼭 읽고 싶어서' 찾는 사람도 없을 테고, 그냥 등에 짊어지고 살아야죠. :]

카스피 2008-12-27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서 추리문고가 한동안 희귀본일적이 있었지요.많은 분들이 이걸 찾느라 아마 전국의 헌책방을 샅샅이 뒤졌을 겁니다.하지만 2003년에 신판본이 나오면서 그 열기가 주춤해졌지요.
지금은 예전처럼 이 책을 찾는 분이 없으실것 같아요.물론 이제는 찾기도 어렵겠지만요.
책을 보니 크게 3가지시네요.동서추리문고(커버있는것와 없는것),동서문고(이거는 일반 소설문고본에 추리소설이 몇개 포함된 형태지요).아마 한몫 보실려면 커버있는것으로 126권을 다 갖고 계시면 정말 한 밑천이 될겁니다.ㅎㅎㅎㅎ
하지만 아마 전질을 갖고 계신분은 거의 없을 듯 하네요.저도 15~6권외에는 모두 갖고 있지만 님처럼 커버있는것 없는것,동서문고등으로 나뉘어 별 재산을 못되지만 한때 열심히 모았던 추억으로 지금도 간직하고 있읍니다.

eppie 2008-12-29 12:49   좋아요 0 | URL
옙, 맞아요. 저 '한재산' 대화가 이루어진 시점도 아마 96년 아니면 97년이니까요. 이제는 '읽고 싶어서' 저걸 찾는 분은 진짜로 없겠죠. 저는 그 새 판본이 문자그대로 '복간' 일 뿐이라서(게다가 상황에 따라서는 개악이 되기까지) 좀 실망했었답니다. 번역이나 표기법이나...

네,저도 실은 책을 '갖고 싶어서' 모으는 타입이 썩 아니라고는 할 수 없어요. 분명히 다 읽은 책을 구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아직 안 읽은 걸 읽기 위해서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곤 해요. 아, 저는 내년에는 과연 필립 맥도널드를 가질 수 있을까요? :]
 

역시 전부 몇 년 된 글들이기는 한데,

 제임스 패터슨 - 첫 번째 희생자

-괴하고, 작위적이고, 초반부가 헤닝 만켈의 [한여름의 살인]과 너무 강렬하게 비교되며,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변태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3 (황금가지)

-셀렉션도 썩 마음에 들지 않을 뿐더러 셰어도 모르는 허름한 번역자의 허름한 번역에, 앤솔로지에 목말라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책을 산 게 이렇게 큰 죄였던가 싶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 용은 잠들다

 -그냥 긴 말 할 것 없이 재미 없었습니다. 친구한테 불평했더니 [마술은 속삭인다]가 더 환상적으로 재미 없다고 추천(?) 해 주었습니다. 친구 맞아?! 참고로 저는 미야베 미유키 싫어하지 않습니다. [화차]는 걸작이고 [이유]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모방범]은 싫습니다.

 

 

 아비코 다케마루 - 살육에 이르는 병

-그래서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그게 중요해요?

 

 

 

 히가시노 게이고 - 용의자 X의 헌신

-그냥 재미없습니다. 저는 이공계니까 이공계 욕 해도 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는, 그렇게 작품마다 핏대 올리며 이공계인 척 안 해도 너 이공계인 줄 다 알아본다고 해주고 싶습니다. 실제 생활이 어쨌든 간에 글의 내용물은 여자 한번 못 사귀어본 이공계 오덕후 그 자체입니다. 제발 여자 심리 묘사 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니가 만든 팜므 파탈 매력 없다고!

 

 니시오 이신 - 너와 나의 일그러진 세계

-'후 던 니트', '엔니그마', '게텔 문제'라니 어느 행성 말이냐...검도할 때 내지르는 게 기합인지 기압인지도 모르는 교정자... 제발 미스터리 번역은 미스터리를 좀 읽은 사람한테 시켜주었으면...

 


또 생각나면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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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12-0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신랄한 에피님의 비평. 위 리스트 중에 4권을 읽었네요. [첫 번째 희생자]는 1권 초입 읽다 그냥 방치 후 판매, [용은 잠들다]는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보관 중입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꽤 좋아하는데 이 책은 좀 그렇죠. 그래도 전 [마술은 속삭인다]는 뒤쪽 몇십 페이지 빼고는 좋았어요. [살육에 이르는 병] 소문이 자자한 책이라 샀다가 읽고 방치. 알라딘 중고샵이 생기고 바로 팔았어요.(고통 분담 차원?) [용의자 X의 헌신]은 그냥저냥.
[너와 나의 일그러진 세계] 어쩐답니까. 책 상태가 어떨지 읽진 않았지만 몹시 기대되네요;

eppie 2008-12-08 14:42   좋아요 0 | URL
저는 [살육에 이르는 병] 보다는 같은 작가의 [미륵의 손바닥] 이 차라리 나았다는 기억이에요. 이쪽은 필요성도 느껴지고 이해도 갑니다만...ㅠ_ㅠ 문제의 책은 친구네 집에 버렸(?)습니다. 돌려주겠다는데 계속 미루고 있죠.
여담이지만 전 미야베 미유키의 '소년'들이 싫어요. 진짜로.

카스피 2008-12-0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3 (황금가지) 이거 재미없나요?? 어떡하나 2~3권을 구매했는데... ㅠ.ㅠ

eppie 2008-12-08 14:46   좋아요 0 | URL
재미없다기보다 책의 형식적인 부분에 문제가 좀 있어요. 그 덜걱거림을 감안하면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닌 것 같고요. :<

다락방 2008-12-0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용은 잠들다]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마술은 속삭인다]가 더 재미없다는데 한표요. 미미여사를 처음에 그 작품으로 접했기 때문에 다시는 안읽으려고 까지 했다지요. [화차]를 읽고 바뀌었지만.

그나저나 [용의자 X의 헌신]이 재미없었어요? 전 재미있게 봤고 선물도 했었는데 말이지요. 끝에 막 먹먹해져서...

그나저나 추가 될 내용(없을지도 모르지만)도 궁금해져요.
eppie님 페이퍼 참 재밌어요. 리뷰도.

eppie 2008-12-10 13:04   좋아요 0 | URL
[마술은 속삭인다]에 강렬한 추천(...)들이 마구...^_^;;;
저는 [모방범]을 보고 좀 시들시들하다가 [화차]를 보고 쬐끔 더 볼까 하다가 [이유]를 보고 이대로라면 괜찮겠다고 했다가...헉헉헉; [모방범] 마지막 권을 보고 짜게 식었다가, [외로운 사냥꾼]을 보고 딱 좋으니 그냥 여기서 멈추자고 마음먹었어요. 더 나오더라도 아마 안 볼 것 같아요. ㅠ_ㅠ

에...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여자 얘기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하나도 아는 거 없으면서 배터지게 아는 척 하는 게 싫어요. 남자에 대해서는 상당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리고 그런 젊은애들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고 여자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할 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져요. ㅠ_ㅠ

제 경우에 [용의자 X의 헌신]을 최대한 좋게 보는 방법은 작가의 자기 고백이라고 보는 것인데, 즉 그 '갈릴레오 씨' 가 아니라 이시가미가 작가의 초상에 해당하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했던 독자들이라면 재미있을 지 모르는 비틀기지만 제 경우엔 또 뻔한 얘기가 되어버리니까...결국 재미있게는 못 보겠어요. 차라리 [백야행]은, 저는 이 소설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어디까지 막나가나 보자는 재미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아가사 크리스티의 수많은 단편들 중 무엇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하면, 잠시 생각은 해 봐야겠지만 그래도 [초콜렛 상자]를 꼽겠습니다. '진실은 눈 앞에 있었다' 전개도 좋고, 인물의 배치도 간결하면서도 잘 되어 있고, 현역 경찰 시절의 푸아로가 나오는 등의 장점이 많은 소설이지만 제가 이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좀 심술맞은 이유에서입니다. 이 이야기는, 전무후무하다시피 한 푸아로의 실패담인 거예요. 전 어릴 때부터 이 단편이 좋아서, 해문판의 [포와로 수사집]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었습니다. 좀 자란 후에는, 처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더군요. 이를테면 독실한 카톨릭 신자 푸아로라는 말이 얼마나 괴이한 울림을 주는지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전 요즘도, 각별히 우울한 시기가 아니면 TV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DVD로 보는 영화와 달리, TV는 통제할 수 없고 시간을 맞춰 뛰어가서 붙들어야 하는 미디어입니다. 귀찮아요. 꼬박꼬박 챙겨 본 TV 드라마는 정말로 좋아했던 [크로싱 조단Crossing Jordan] 정도인데, 그나마도 그런 참혹한 DVD 출시 스케줄이 아니었으면 안 챙겨봤을 겁니다. 여섯 시즌 하고 잘릴 동안 DVD가 딱 한 시즌 나왔거든요. 하지만 끔찍하게 우울할 때는 TV를 봅니다. 아니 정신을 팝니다. 좀 어릴 때는 투니버스의 [스타쉽 트루퍼스] 애니메이션판을 보며 저녁식사를 만들어서 [다리아]를 보면서 먹는 게 유일한 낙이었고, 나이가 좀 더 들어서는 수요일은 [몽크], 목요일은 히스토리 채널의 푸아로 드라마가 유일한 낙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네, David Suchet가 푸아로로 나온 시리즈 [Agatha Christie's Poirot]를 말하는 겁니다. 전 이 드라마 시리즈 험담을 많이 했지만 좋아했어요. 험담은 주로 매번 잽 경감과 미스 레몬과 헤이스팅스가 전부 몰려나와서 비-푸아로적인 방식으로 깽판치며 끝나는 엔딩에 관한 거였는데, 아무튼 저는 그걸 꽤 많이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에르퀼 푸아로라는 탐정을 좋아합니다. David Suchet는 진짜로 완벽한 푸아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시리즈 버전 [초콜렛 상자]에는 좀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앞에 썼다시피 이 이야기의 가치는 전무후무한 '푸아로의 실패담' 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푸아로 본인이 자신이 '명백한 사실을 보지 못한 것', 혹은 자신의 실패를 상징하는 단어를 '초콜렛 상자' 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쓸데없이 여러 가지 장치를 붙이다 이 이야기의 깨끗하고 간결한 골격이 파묻혀 버렸습니다. 어째서 뜬금없이 '잽이 훈장을 받게 되어 푸아로랑 같이 벨기에에 간다'는 전개가 되어야 하는 거죠? 왜 푸아로가 비르지니 메나르Virginie Mesnard 양한테 반해야 합니까! 물론, 푸아로의 평소 속성을 감안하면 당연히 저 아가씨가 예뻐서 사건을 맡은 거겠지만(...) 그랬다고 저렇게까지 반할 필요는 분명히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불만은 이겁니다.단편이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의 배경에는 명백한 정치적 쟁점이 있었습니다. 즉, 전 이 이야기의 결말이 반드시 '메나르 양이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러니를 날려버린 각색자는 정말이지 욕을 먹어도 쌉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드라마 버전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화면의 곳곳에 눈 둘 예쁜 것들이 많이 나와요. 일단 David Suchet가 연기하는 제복 차림의 푸아로를 보는 것은 매우 신나는 경험이지요. 흰 끈 장식이 소매에 예쁘게 들어간 데다 스탠드 칼라에 금자수가 놓이고 단추가 잔뜩 달린 벨기에 경찰의 예쁜 제복!

 그리고 두 번째로는 역시 이 이야기의 제목인 '초콜렛 상자' 가 있습니다. 소설 본문에서도 초콜렛의 크기가 '꽤 크기 때문에' 등등의 묘사가 있었지만...화면에 등장한 건 한 입에 하나 넣기도 힘들 것만 같은 크고 맛있어 보이는 초콜렛이었습니다. 벨기에산 초콜렛의 무서움에 대해서는 창해 ABC 북 중 [초콜릿] 을 인용하겠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블랙 초콜릿을 너무 좋아해서 카카오 함유율이 높은 쓴맛의 초콜릿이 품질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밀크 초콜릿도 각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져 시장 점유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초콜릿에 우유를 많이 섞는 전통적 방법을 고수하고 있고, 벨기에에서는 크림을 풍부하게 섞어서 더 잘 녹게 한다.

 
   

......크림이라는군요! :]

 [초콜렛 상자]는 영국에서 단편집[Poirot's Early Cases](1974)에 포함되어 처음 출판되었습니다만, 미국에서는 [Poirot Investigates](1924)의 미국판(1925)의 일부로 먼저 출판되었습니다. 한국어판 [포와로 수사집]은 미국판과 구성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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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12-0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ppie님,저는 아직 이 단편을 읽지 않았지만 님 말씀마따나 포와로의 유일한 실패담으로 알고 있읍니다.크리스티는 회색 뇌세포의 실패를 모르는 포와로의 이미지를 좀 인간적으로 보이게 할려고 그렜는지 이 실패담을 자신의 여러 장편속에서 지속적으로 쓰고 있읍니다.포와로 스스로도 헤이스팅즈에게 자신이 너무 잘난체를 하면 자신의 실패담을 말하라고 할 정도니까요.물론 진짜 헤이스팅즈가 이를 들먹이지 무척 화를 내지요.ㅎㅎㅎ
쵸콜렛 상자는 1924년에 출간됬지만 시기적으로는 1920년대 출간된 스타이즈장의 괴사건보다 이전시기를 다루고 있읍니다.포와로가 나오는 작품은 이 작품을 제외하고는 1차대전중 영국으로 망명한 이후부터 시작되는데 이 작품만이 유일하게 그 이전을 다루고 있지요.
다른 장편중에 포와로가 자신의 유일한 실패담을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벨기에 경찰시절 자신의 신참일때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아마 대략 40년전이라고 포와로가 회상했던것으로 기억나네요), 이것이 쵸콜렛 상자인지 모르겠네요????

eppie 2008-12-08 14:09   좋아요 0 | URL
당장 이 단편에서도, "내가 너무 잘난 척 하거든 '초콜렛 상자' 라고 말해주게" 해 놓고서, 끝부분에서 헤이스팅스가 진짜 그 말을 하자 발끈하지요. 저도 다른 장편에서 이 사건의 언급을 본 적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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