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을 혹은 이 표지를 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저는 프뢰벨 그림동화를 다시 구하고 싶었습니다. 

 이 옛날 버전 프뢰벨 그림동화,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상당히 인기 도서라고 들었어요. 이 전집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ABE 전집이나 지경사 소녀소설과는 난이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인상에 남아 있는 것은 글보다는 그림 쪽이며, 설사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해도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어 버리게 마련인 내용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그 예가 될 만한 것으로, [엄마의 슬리퍼]가 떠오르는군요). 무엇보다 대상 연령층이 훨씬 아래이니 읽은 시점도 더 어릴 때일 테고요.

 금성출판사의 칼라텔레비전세계교육동화(소학관 올컬러판 세계의 동화小学館 オールカラー版 世界の童話)의 경우는,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저 두 가지 사이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역시 인상에 남는 것은 글보다는 그림이되, 한 권에 포함되어 있는 작품의 구성 등으로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니까요.
실은 저 전집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고, 궁금했던 것은 특정 동화의 삽화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 뿐이었습니다. 이것은 번번이 검색에 실패하고 있던 차에, 다른 어린이책 관련 글에 덧글을 달아 주신 분의 블로그 링크를 탔다가 정보를 얻었습니다. 네, 제가 찾던 것은 저 동화전집의 "인어공주" 삽화를 그린 후지이 치아키藤井千秋였습니다.

 다시 프뢰벨 그림동화로 돌아가서, 저는 이 전집에 대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지 못합니다. 제목과 내용과 그림이 대강이라도 매치되는 것은 한 손의 손가락으로 꼽으려 해도 손가락이 남을 겁니다. 아, 하지만 그 선명한 그림들! 그것들을 다시 찾아보지 못한다면 너무 섭섭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힌트를 찾아내려 기억을 파헤치곤 합니다. 이글루스의 Clio님만큼 정확하고 아름답게 쓰지는 못하지만 저도 특정 분야의 '정보를 찾는 것' 에 대해 산만한 포스팅을 종종 했었지요. 오로지 집요함만이 무기인 저의 썩 매끈하지 못한 행동양식입니다만 이번에도 같은 식으로 두서없이 그 경과를 늘어놓아 볼까 합니다. :]


 발단은 이 책, 브렌다 기버슨Brenda Z. Guiberson과 미건 로이드Megan Lloyd의 [선인장 호텔Cactus Hotel] 리뷰를 볼 때마다 느껴지던 간질간질한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도 분명히 저런 책이 있었는데? 딱히 선인장은 아닌 것 같지만...
 
 마침 MSN에 접속해 있던 친구와의 대화 끝에, 책의 제목이 [떡갈나무 호텔]이라는 데까지는 알아냈습니다만... 한국의 인터넷 서점에는 저 책이 없고, 헌책방 고구마에서도 쓸만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고(고구마 탓이 아니라, 단지 원래 책의 표기가 허술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서 분노의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저 책의 '비단벌레' 그림만 간신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그림으로 미루어 볼 때 일러스트레이터는 분명히 일본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이후 30분간 장절한 삽질을 했습니다-이 경우 저의 불행은 이 책의 제목 떡갈나무에 해당하는 일본어 단어 カシ를 몰랐고, 온라인 사전에서는 カシワ가 먼저 잡힌다는 점이었습니다. (...)

우연히 경기도교육청 DLS(디지털 자료실 지원센터)의 검색결과가 구글 검색에 잡혀서, 저기서도 검색해 보기로 했습니다.
...[떡갈나무 호텔]을 소장하고 있다고 나오는 25건의 정보 중에서, 딱 한 권, 부천덕산초등학교의 정보가 이 책의 원저자가 쿠보 타카시久保喬라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횡재스러운 정보라 조심스럽게 검색합니다.
위키페디아에는 작품목록이 나오지 않습니다. 동양대학의 문인계보 소설가편의 쿠보 타카시 소개에도 마찬가지. 그러나 아마존에혼나비에서는 쉽사리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빙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저 표지입니다. 저 나무 등에 붙어 있는 파란 애가 아마 그 아름다운 비단벌레겠지요. 저 그림을 다시 한 번 보고프기는 한데, 아마존 중고가 정말로 살인적인 가격으로 나와 있군요. 동네 도서관에는 없고요. 덕산초등학교를 방문해야 하려나 근심했는데, 그 후 아는 분이 일본판 그림을 보내 주셔서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기억하고 있던 책이 맞아요! :]

Trivia
1. 저 '간질거림' 이 들쑤셔진 이유는, 아무래도 친구네 사무실에 놀러 가서 이 책을 본 것 때문인 듯합니다. 이 책 엄청 귀여워요! 보시면 알겠지만 내용에 '쿨쿨쿨' 이란 글씨가 무척 많이 나오는데 작품의 성격상 이 '글씨' 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글씨들은 일본인 작가가 직접 쓴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 다시마 세이조는 이 책의 한국판을 위해 캘리그래피 작업을 다시 했다는군요.

2. [떡갈나무 호텔]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을 대하고 '얾...설마 진짜로 코마미야 로쿠로라고 읽는 거냐...' 하고 있는데 아는 분이 확인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감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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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tre2 2016-06-0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떡갈나무 호텔...참 그리운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