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책은 내가 하는 말이 옳다고 믿는 나르시시즘, 틈만 나면 잘난 척하려는 열등감, 자신의 삶에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들을 타인에게 충고하는 투사 방어기제의 산물일 것이다. 소설 쓰기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불안과 좌절감으로부터 뒷걸음질 치는 회피 방어기제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머리글 중)
사람의 심리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글을 선보여온 소설가 김형경(46) 씨가 ’사람 풍경’(2004)에 이어 두 번째 심리 에세이 ’천 개의 공감’을 내놓았다.
한겨레신문의 상담 코너 ’형경과 미라에게’에서 독자와 나눴던 질문과 답을 기초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작가의 심리학적 지식, 스스로 정신분석에서 얻은 경험 등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위안을 주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작가는 머리글을 통해 이 책이 스스로 ’회피 방어기제’일지 모른다며 먼저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뒤 ’자기 알기’ ’가족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 등 4개 주제별로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적었다.
독자의 고민에 작가가 답하는 식으로 구성된 책에는 다양한 고민이 실렸다. 작은 일에도 너무 큰 상처를 받고, 과도한 죄의식에 시달리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가족 때문에 마음이 괴롭다는 내용 등이다.
관계에서 비롯한 갈등에 대응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작가는 유년기 적절한 정서적 양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른이 돼 겪는 갈등을 과장 해석하고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힘든 삶이 어린 시절 부모의 연금술에 의한 작품이라면 성인이 된 후에는 제2의 연금술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성인이 돼 나누는 사랑은 세 번째 연금술이라고 덧붙인다.
작가는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라고 권한다. 자신의 욕망을 잘 이해하고 스스로 노력으로 그것을 적절하게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괴로운 것도 ’내 마음 탓’이고 이를 다스릴 수 있는 것도 ’내 안’에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화가 날 때마다 화를 내는 것은 서너 살짜리 아이의 방식이라며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려고 할 때마다 ’이건 내 안의 아기야’라고 생각하면서 그 아기를 달래주라고 조언한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씨는 “이 책은 포털 정신분석서라 할 만 하다”며 “자기가 궁금한 이에게 김형경의 공감적인 분석은 스나이퍼의 조준사격이기도 하고 편안한 다락방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한겨레출판. 334쪽. 1만1천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12/12/20061212018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