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바이 미 - [할인행사]
로브 라이너 감독, 리버 피닉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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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영화라면, 작품의 전체적인 만듦새가 뛰어나든 아니든 기본적으로 보통 이상의 감동을 받게 되곤 한다. 매번 그랬다. 그래서 성장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감독도 감독이겠지만, 리버 피닉스란 배우를 보고싶은 마음에서 보게 되었다. 역시 연기력이 출중했다는. 

시체 한번 찾아 보겠다고 네 친구들은 의기투합해서 난생 처음 마을을 벗어나 먼 길을 떠난다. 한마디로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소년들. 그들이 찾아내길 바랐던 대로 그들은 마침내 시체를 찾는다. 굳이 내용을 간단히 말한다면 이렇지만 어디까지나 주된 사건은 핵심을 말하기 위한 매개일 뿐이다. 이 영화가 진정 말하는 건 친구와 우정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열두 살. 그 유년시절의 순수하고 맑았던 시간을 함께 보냈던 그 기억들을 친구들을 가슴으로 추억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경험상 누구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잘 통하고 친했다 해도 지금은 전혀 연락하지 않는 과거의 친구들. 단지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친구의 얼굴이 몇몇 떠오른다. 이상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와의 거리. 어린시절에 사귄 친구에게 한 것처럼, 스스럼없이 나 자신을 상대에게 보여주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평범한 것도 특별한 것이 된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무엇이 이길 수 있을까. 소중한 의미를 가졌던 사람과 그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만이 영원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네 명의 친구들이 모험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왔을 때, 마을이 작게 느껴졌던 것은 그만큼 그들이 성장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길을 떠나기 전보다는 한층 더 자란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영화가 전하는 의미가 사실적으로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지금 친구가 그립다. 만약 이 영화를 본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추억해준다면 싱긋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오래 만나지 못해도, 아니 어쩌면 평생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귀고 마음속에 간직한다는 게 쉬운 일 같지만 알고보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우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 너무 좋다. 아련해지는 그 느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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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여가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3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오세곤 옮김 / 민음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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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을 염두하고 책을 보는 편은 아니다. 희곡과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까닭에 희곡은 언제나 내겐 새롭다. 이 책도 한 4년 가까이 묵혀둔 후에 가까스로 읽게 되었다면 더 말해 무엇하리. 부조리 연극이라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어본 것이 유일하다. 부조리극을 직접 눈앞에서 본다면 책과는 다른 어떤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다.  

책을 보면서 비슷한 감성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부조리는 역시 극명하게 다른 감성을 받기에 요긴한 것이 사실이다. 글을 읽는 내내 아니면 읽고난 후, "이게 뭐야!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읽기를 멈추지 못했다. 논리적인 사고나 개연성 따위는 쓸데없는 것인 양 전혀 무의미한 것이다. 현실이란 삶이 부조리하기 때문에 이런 연극이 계속 지속가능한 생명부여를 받게 되는 것일까. 같은 모국어를 쓰건만 서로가 내뱉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세계에서 얼마나 빈번한가를 생각해보면 부조리는 진정 참인 것이다.   

하나의 재미라는 것에도 여러 층위가 있기 마련인데, 정해진 재미를 깨는 재미가 있는 희곡집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재미와는 차이가 있으니 어쩌면 재미없다는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뜻밖의 수확이라면 '부조리'라는 말이 시사하는 그 깊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약간이나마 깨닫고 느끼게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인간이라서, 현실이라서 가질 수밖에 없는 부조리함이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우린 '한계'라고 부른다. 한계를 직시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반연극을 보면서 '그래. 현실은 부조리한 것이지.'하고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세 편의 연극들이 혁신적인 것은 알겠다. 부조리한 이야기 속에 내가 있었다. 그리고 현실과 진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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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3-3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 오늘 이오네스크의 코뿔소보러가는데..
진짜 이 이오네스크나 베케트 희곡이 공연을 하면 극단에 따라 엄청 괜찮거나 완전 졸리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친구가 전에 대머리 여가수 보면서 계속 잤다고 그러던데 약간 떨려요. ㅋㅋ

거친아이 2009-03-3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연극보러 가시는구나~ 코뿔소는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네요.
부조리연극, 제겐 좀 난해해요~ 부디 마음에 드는 공연보시기를.^^
 
평생감사 -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
전광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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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훌륭한 책이라고 해도 그 책의 좋은 영향이란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사람 내부에 있겠지. 금방 타올랐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내 마음이 정말 싫다. 바른 신앙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다른 모습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내 모습은 그렇지가 못하다. 불신자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때가 많다. 다시금 마음의 재정비가 필요한 때이다. 

딱히 읽을 책이 없어서 보게 된 책이었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고 있는 말이고 질리도록 들어왔던 말이다. 하지만 그 말대로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반문해보면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순순히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 아니지 않은가.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 감정적인 문제가 곳곳에 즐비하다. 그런 복합적인 문제들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 문제들과 대면하고 있는가. 불만과 불평이 입에 붙은 꼴이다. 불만을 갖는다 해서 불평한다 해서 달라지는 건 하나 없는데 매번 왜 이렇게 어리석게 행동하게 되는 것일까. 반성하는 시간이 없었고 달리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던 연유도 있겠지만 가장 먼저 내 믿음이 떨어진 이유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 안의 감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진정한 신앙회복이 이루어지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평생감사하며 사는 삶도 가능하지 않을까.  

상황이 원만할 때 감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받아들이기 싫고 힘든 상황을 마주했을 때, 감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감사는 하고싶다 해서 내 마음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신앙의 힘을 의지하는 것이겠지. 악은 어리석은 것이다. 풍성한 삶을 원한다면 감사하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 어렵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리라. 깨달아지는 것이 '은혜'라고 했다. 깨달았다면 거기서 그치지 말고 실천함으로 완전하게 은혜를 채워야겠다. 책을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움직이고 생각이 분명해져서 좋았다. 내 안의 불안감을 해결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우선 감사하며 받아들이는 적용, 신앙의 진화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야겠다. 마음을 헹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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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은하수 - Somewhere in Tim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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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영화였고 약간의 소개 멘트만으로도 왠지 보고싶은 마음이 생겼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라면, 딱히 새로울 것도 없어 소재 자체로만 판단하다면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 진부함을 느끼기가 쉽겠지만 그래도 내가 보지 못한 영화였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고전영화로 보는 재미는 또 다른 것이기에 보고픈 마음이 새삼 강하게 임한 것 같다. 

희곡작가로서 성공적인 연극무대를 끝마치고 친구들과 즐기며 축하받는 리처드 콜리어. 그런 그를 한 노부인이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예의 주시한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고풍스런 회중시계를 건네주며 "내게로 돌아와요."라는 한마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리처드로서는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 건넨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말이었음이 분명하다. 8년 후, 성공적인 희곡작가지만 글이 뜻대로 써지지 않자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그가 묵는 오래된 호텔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여인이 찍힌 오래된 사진을 보자마자 자신을 강하게 매료시키는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사진 속 그녀에 대해 조사하고 마침내 그녀는 다름아닌 8년 전 단 한번 만났던 그 노부인의 젊은 시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렇게 알게된 놀라운 사실 앞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리처드는 시간여행을 감행한다. 판타지 로맨스 영화이니 이 정도의 작위성은 놀랍지도 않다. 시간여행을 통해 두 남녀는 과거 속에서 만나고 사랑하지만 끝끝내 함께할 수는 없는 비극적인 운명에 처해 있다. 영화적 설정만 놓고보면 엄청 유치할 것 같지만 막상 보면 또 볼만한 영화들이 있는데 바로 그런 영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맥켄나를 연기한 실제 제인 세이모어라는 여배우는 본드걸도 연기한 배우라는데 역시 외모가 출중하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 영화는 원작자와 각본가가 동일하다. [나는 전설이다]로 유명한 리처드 매드슨이 이런 로맨스도 집필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원작과 영화의 결말이나 설정의 몇몇 부분은 다르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가 부드럽게 맞물려져 돌아가는 장면의 완성도도 좋게 느껴졌고 다분히 감성적인 영화였다. 영화에서 두 남녀를 이어주는 증표로 라흐마니노프의 연주곡이 쓰이는데 이 영화 덕분에 아름다운 클래식도 한 곡 더 알게 됐다. 함께 할 수 없어 흐느끼고 그리워하지만 내 사랑은 곁에 없다. 그런 현실이건만 잊히지도 사라지지도 않은 채 여전히 내 안에서 더더욱 간절해지는 사랑. 망연히 창밖만 쳐다보는 리처드. 영화 초반에 그를 만나고 돌아온 저녁, 그가 쓴 극본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던 맥켄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했다. 원작은 몽환적인 분위기라고 하지만 영화는 그보다는 좀더 단순하지만 서정적으로 끝을 맺는 듯하다. 진정 시간을 초월하는 건 사람의 감정과 기억뿐인 것 같다. 대단한 영화는 아니지만 내겐 특별한 의미로 각인될 듯하다. 그만큼 이 영화가 내 마음에 꼭 들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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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 아웃케이스 없음
존 터틀타웁 감독, 산드라 블록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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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로맨틱한 사랑이야기가 보고 싶었다. 얼추 내용은 알고 있다고 해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 영화는 모르는 것이다. 산드라 블록이 연기한 '루시'란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럽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말 한마디 나눈 적 없는 사람을 가슴에 품는다는 감정이 그런 것일까. 그는 나란 존재도 전혀 모르건만, 표현하지 못한다 해서 사랑이 빠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좋아하는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도 사랑이지만 이 영화의 따뜻함은 '가족'에서 비롯된다. 가족이 없는 루시의 삶은 너무 적막하고 고립되어 있어 외로워 보인다. 그런 루시가 여러 사람들 속에 섞여서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함께하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가족이란 존재는 그냥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기가 쉽다. 가족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새삼 알게 해주었다. 그 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사실을 말하면 가족들을 실망시킬 거라는 두려움에 망설이는 루시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이미 사랑한 사람들인 가족들과 멀어진다는 건 마음이 아픈 일이니까. 계획적으로 속이려고 한 건 아닌데도 흘러가는 상황이 진실을 고백할 타이밍을 주지 않았다.  

결국 루시는 피터의 동생 잭과 결혼을 했다. 서로의 대한 감정을 확인했으니 당연한 결말이 아니겠는가. 누군가를 향한 점점 익어가는 사람 감정이란 것만큼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은 없는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덩달아 행복한 감정에 동화될 수 있었다. 좋을 거라는 예상을 갖고 본 영화였지만 기대보다 더 좋은 감상을 얻을 수 있었서 만족스럽다. 로맨틱 영화는 순간이나마 아무리 외롭거나 사랑에 대해 무감각해진 사람이라도 사랑에 대해 꿈꾸고 만들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부질없는 헛된 기대라 해도. 앞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된다면 좀더 생각이 나겠지만, 시즌과는 관계없이 그저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영화가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너무나 호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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