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내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불가항력적으로 힘든 일도 많지만
가끔은 누가 계획해주기라도 한 것처럼 신기하게 벌어지는 일들도 있어요.
저는 알라딘에서 그런 신기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내가 내 서재에 글을 잘 쓰지 않아도,
알라딘에서 만난 인연들은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희한한 믿음 같은 게 있어요.
이 책을 번역하신 분과의 인연도 그래요. 참 신기해요.
한때의 동거녀... 그리고 지금은 각자 '좋게 헤어진' ^^ 네꼬씨의 서재를 통해 이 책의 번역자가 되실 분을 처음 만났고 (아, 네꼬씨나 저나 다 여자입니다~ ㅋㅋ 오랜만에 '동거녀'라고 쓰니 어색하네요 흐흐)
어찌 어찌 하다 보니 참 많은 꿈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친구가 무작정 좋기도 하지만,
저는 꿈이 같은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해요.
꿈만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꿈꾸는 것, 말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줄 아는 용기가 있고, 서로가 그 꿈을 버리지 않도록 항상 다독여주는 친구.
그래요. 저희는 같은 꿈을 향해 성큼 앞으로 나가고 있답니다.
(아, 사업을 같이 한다든가 하는 거창한 꿈은 아니에요. 그저 행복하게 잘 놀자는 꿈이지요 ㅋㅋㅋ )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우연히 해외도서전용 출간 예정 목록을 하염없이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줄거리가 눈에 확 띄었어요.
에이전시에 이 책 나오면 꼭 견본을 보내달라고 얘기해두었고, 거의 6개월 뒤에 책을 받았습니다.
일단 제가 먼저 휘리릭 1/2쯤 읽고,
아, 이건 이 양반이 검토하고 가능하면 번역까지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고
이분을 떠올렸지요. 기타 좀 치는 멋진 아들을 둔,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분.
그래서 우리는 알라딘 친구에서 일하는 '동료'로까지로 발전했지 뭐예요.
작업은 즐거웠습니다.
우리 둘 다 이 책을 긍정적으로 보았고, 회사에서는 이분의 검토 보고서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런데 ...
여름 한철 번역을 마친 원고가 저한테 들어왔을 때, 저는 한창 아픈 때였지요...
그래도 이 일은 끝까지 하고 싶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고, 이 일은 외주 프리랜서로 처리하기로 했지요.
여름 가을은 정상적인 회사원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 만큼 힘들긴 했지만, 막상 그만두고 나니 스스로 놀랄 만큼 좋아지고 있었어요. 회사에서는 교정을 볼 때 너무 심한 두통에 머리로 열이 죄다 쏠리는 증상이 와서 오후가 되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는데, 집에서 내가 일하고 싶은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드러눕고 싶을 땐 누워 버리고... 하니까 오히려 능률이 오르더라구요. (뭐, 처방된 약을 먹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요 ^^ ) 어떤 날은 새벽 3시까지, 하루 노동시간으로 하면 거의 10시간, 그중 5시간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일했는데도 두통이 오지 않았어요. (어깨는 아팠지만...)
아무튼, 저는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교정을 보면서 어떤 대목(할아버지 밴드가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귓가에 음악이 들려오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
유튜브에서 기타 제작 과정 비디오를 찾아보면서 기타의 구조를 상세히 배우는 뜻밖의 수확도 있었고, (아, 나무를 다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이 책의 주인공이 반할 만해요...)
추천사를 받느라고 기타리스트 신윤철씨와 오랜 시간 통화하면서 무척 행복했고,
무엇보다
그래도 내가 쓸모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팠을 땐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책 제목은 원제와 똑같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을 멋지게 지어보려고 정말 번역자와 함께 머리를 쥐어 짰는데...
원저작자가 제목을 '기타 보이'라고 심플하게 지은 이유가 다 있구나... 하고
털썩... 무릎을 꿇은 셈이지요 ^^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알라딘 친구에게 보람찬 선물을 안겨주고 싶었는데
책이 예쁘게 잘 나와서 정말 기뻐요.
2012년에는 알라딘 친구와 함께
새로운 공간에서 더 멋진 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부러워할 만한 소식들을 전해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