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쉬운 한그릇 요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9월 신간평가단용 도서로 추천이 올라온 요리책들 가운데 '아, 이것만은 정말 안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책이 솔직히 있었음을 고백한다. <해피 투게더 야간 매점>이라는 책. 

요리책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렵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요리책치고 고심해서 만들지 않은 책이 어디 있겠냐만, 저 아이템이 책으로 나온 걸 보자 '뭘 이런 걸 다...' 하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다. 나로선 정말이지 해먹고 싶은 요리가 한 가지도 없었고, 밥에 라면 스프를 넣어 비빈다든지(흐억! 놀랍게도 이게 대표적이랍시고 첫번째 소개되는 요리다), 팥이 든 빙과를 깨부수어 우유얼음과 섞어 팥빙수랍시고 먹는다든지... 이런 걸 음식이라고 촬영하고 종이에 인쇄하는 건 그야말로 '쓸데없는 고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막 분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연예인들이 요리 연구가는 아니지 않나. (개중에는 전문가 뺨치게 요리 잘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서두...) 밤참 메뉴라는 것들이 대부분 인터넷에 떠도는 레시피들인데, 내용의 독창성에 대해 받는 대가인 '인세'는 과연 누가 가져가는 걸까? 책 미리보기를 해보니, 아마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인세를 받는 것 같은데,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TV에 소개했다고 자기 것이 되는 건 아니잖아??


 어쨌거나 <참 쉬운 한 그릇 요리>가 신간평가단용 도서로 선정된 건 다행이었다. 발표가 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그런데, 이 책을 보고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참 많이 오갔다.


 1. '블로거' 필자 

 요즘은 가정, 요리, 건강, 인테리어 분야 실용서들에서 '블로거'가 없으면 저자 발굴을 도대체 어디서 할까 싶다. 나도 블로거 저자들의 책을 참 많이 보기는 했다. 나물이, 문성실, 꼬마마녀, 레테, 까사마미 등등... 

 책을 내는 게 결코 아무나 뚝딱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긴 하다. 자기 분야에서 '저서'를 낸다는 건 정말 인정을 해줘야 하는 일이 맞는데, 출판기획자들이 저자를 찾을 때 '이미 인기가 있는' 사람을 찾아서  책을 만들도록 하는 건 어째 앞뒤가 안 맞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전에는 그랬다.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한 사람, 그래서 소리 소문 없이 인정받는 숨은 고수들을 기획자들이 찾아내고 그 사람의 콘텐츠를 고심해서 책으로 엮었다. 그렇게 책을 냄으로써 숨은 고수들이 세상에 나와 더 많은 활약을 하곤 했는데... 책을 냄으로써 비로소 이름을 얻는 게 아니라, '인기 많아요'를 넘어 권위를 인정/증명 받는 방편으로 책을 내는 세태가 씁쓸하다. 어떤 출판사에서는 아예 TV에 출연한 셀레브리티만 섭외해서 책을 내도록 기획하는 팀이 생겼다고 하니 더욱더... 

일단 TV에 나와 화제를 몰거나 방문자 수가 엄청 많은 인기 블로거가 아니면 저자로서 주목을 받기도 힘든 건가. 인기가 많다는 것이 곧 그 분야에서 정확성과 권위를 보장하지는 못하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비로즈 공구 사태를 생각하면, 아직도 '인기 블로거'라는 타이틀에는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이 된다. 


*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설명의 예

'공부를 잘하려면 연필과 노트와 교과서가 필요해요' 하는 것 같은 기본 설명. 으잉? 웬만큼 밥해먹는 집에서는 설탕, 소금 떨어질 일이 없지 않나?

차라리 '이 책에 소개된 요리에는 올리고당과 굴소스가 많이 들어가요. 굴소스는 마법의 양념이니까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두세요' 했더라면 좋았을걸.


눈대중 계량법, 좋습니다. 하지만 이 무는 지름이 몇 센티미터쯤 되는지 알려주셔야죠.


치즈와 밀가루가 담긴 그릇은 지름 몇 센티, 높이 몇 센티짜리인지 알려주셔야죠. 

이건 저자보다는 편집자가 무심하달 수밖에 없는 상황...



2. 독창성에 대하여

요리책을 보며 산 지 30년쯤은 된 것 같다. (그렇다. 초등학생 때부터다. 엄마가 '알면 고생이다' 하면서 살림하는 법을 안 알려줘서, 요리도 뜨개질도 재봉틀도 다 책으로 배웠다.) 

<참 쉬운 한 그릇 요리>를 보면서 '독창성'에 대해 자꾸 생각했다. 이 책에 나온 요리들 가운데 정말 저자만의 독창적인 게 있나? 잘 모르겠다. 그동안 수없이 보고 또 봐왔던 요리들을 남편, 아이, 나 자신... 등으로 카테고리를 만들고, (내가 보기에는) 아주 자의적으로 카테고리에 맞춰 넣었다. 이건 남편용이고 이건 아이용이라는 기준이 뭐지? 잘 모르겠다. 책으로 만들려면 저자 자신의 남편이 좋아하니까 남편용 요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영양소나 칼로리나 준비시간 등등 근거를 대야 할 것 아닌가. 

'한 그릇 요리'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가 보다.. 하고 생각할 것 같다. 물론 이 책을 혼자 사는 사람이 봐도 문제될 건 없지만,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어린이 입맛 남편에게 채소 먹이기 프로젝트!'라든가 '과음한 다음 날 잔소리 대신 해장을 위한 아침상... 세상에 하나뿐인 천사 아내...' 하는 설명은 좀 오글오글하다. 나는 음식에 대한 설명을 원하지 남의 집 가정사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남들이 다 하는 요리라고 해도, 자신만의 비법이나 개발 과정에 관한 히스토리 등등 식재료와 맛에 대해서 자신만의 '썰'을 잘 풀었다면 '독창성'을 인정하겠는데 말이다. 


3. 1인분 요리하기의 어려움

나는 2인 가족인데,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이 딱 먹을 만큼만 요리하는 게 의외로 참 어렵다. 적당히 해먹고 남기지 않기,가 요즘 나의 과제라서 '한 그릇 요리'라는 데 관심이 더 갔던 것 같다. 게다가 목차를 보면 '나를 위한 한 그릇 요리' 카테고리까지 있다. 

흠... 보고 나서의 결론은 

'많이 만들고' '한 그릇으로 플레이팅하기'인 것만 같아 실망이다.


'나를 위한 한 그릇 요리' 가운데 하나인 '롤 캐비지'이다.


과정샷을 볼까.

도대체 몇 인분을 만드는 걸까?

내가 혼자 먹으려면 저걸 몇 끼 계속 먹어야 하는 걸까?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사례들이 있으니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난 저걸 나 혼자 먹자고 요리하지는 못한다.


** 이 책이 못 만든 책이거나 내용이 부실한 건 아니지만, 뭔가 고만고만한 요리책에 질려 있던 차에 이 책이 리뷰 대상도서로 되어 그만 투덜투덜 리뷰가 되어 버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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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09-23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넘 잘보고 갑니다!!!

또치 2013-09-23 19: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러브캣 2013-09-24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리얼한 후기라 공감이 정말 많네요 저 역시 공감 꾸욱 누르고 갑니다.
 
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지난 여름은 너무 더워서 책을 읽는 것도, 밥을 해먹는 것도 아무런 의욕이 나지 않았는데, 9월이 되니 거짓말처럼 날이 서늘해졌다. 이렇게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햇빛이 있는 날에는 뭘 하든 좋지 않을까. 놀기도 좋고, 밥해먹기도 좋고, 책 읽기도 좋고... 다 좋은 계절이다.

 

출판계는 정말정말 불황이라고 하는데, '이런 책도 팔리려냐' 약간 걱정이 되는 책도 여전히 나오고 있고 '뭘 이런 것까지 책으로 내나' 싶은 것들도 여전히 나오고 있는 것 같다. 8월에 출간된 책들 중에 보고 싶은 것들을 골라 보자면...

 

  이수지 작가의 실험적인 그림책이다. 원래는 스위스 출판사에서 10년도 더 전에 나왔고, 기발하고 재미있지만 다소 기괴한 데가 있어서 한국에서 출판될 것 같지 않았는데 책읽는곰 출판사에서 이번에 나오게 되었다.

  한국어판은 스위스판보다 조금 더 화사(?)하고 드라마틱하게 꾸며진 것 같다. 한국 (엄마) 독자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사뭇 기대된당.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는 딱히 기발하다거나 새롭다거나 뭐 그런 책은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좋아하는 후쿠다 이와오 선생의 그림이 눈에 띄어 골라보았다.

 화려한 그림, 신기하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읽고 싶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담백한 글, 담백한 그림, 아이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잘 읽어내주는 책이 보고 싶다.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어린이책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단정한 책에 왠지 마음이 끌린다.

 

 

 

 

 

 

  과일은 맛있는 걸 그때그때 먹는 게 가장 좋지만, 맛있을 때 좀더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뭔가 만드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 특히나 쉽게 무르는 베리 종류들은 더 그렇고...

  이 책은 그냥 설탕 넣고 졸이는 잼 만들기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과일을 이렇게 저렇게 섞어보고, 젤리나 처트니, 피클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존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고만고만한 반찬 만들기 책들 사이에서, 뭔가 새로운 걸 알려주는 책인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부모 입장은 아니지만, 이 책이 좀 끌린다.  

 모든 아이가 다 천사도 아니고, 타고나기를 영 나랑 상극으로 태어난 아이도 있을 거다. 조카든 생판 남의 아이든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 내 안의 어떤 어린 아이가 확 튀어나오면서 애랑 기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게 자기 아이와 있을 때 늘 일어나는 일이라면 얼마나 힘들까. 그런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는 책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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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제주는 한달째 비가 안 온다. 살다 살다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고, 동네 어른들 얼굴에 수심이 가득. 

오늘은 그래도 잠깐이나마 반가운 비가 내렸다. 며칠 있으면 입추. 조금 서늘한 바람이 불려나. 더 늦기 전에 비가 좍좍 내려주려나. 마음을 시원하게 씻겨주는, 신나는 곳으로 나를 데려갈 만한 책이 없나 찾아 본다.


  어린이책 가운데는 <방학 탐구 생활>이 눈에 띄었다. 부모들의 과보호가 유난한 때문일까, 우리나라에는 '모험'을 테마로 한 동화가 극히 드문데 <방학 탐구 생활>은 6학년 소년들이 무려 무인도를 한바퀴 돌며 탐험하는 이야기란다!

  외국 아이들의 모험 이야기, 표류기 등을 읽을 때, 소년뿐 아니라 소녀의 가슴도 두근두근했었다. <방학 탐구 생활>도 그런 콩닥거림과 후련함을 선사해줄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맛깔난 동시와 이야기를 잘 쓰시는 이상교 선생님이 글을 쓰고, 웃기는 그림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김유대 작가가 그림을 그려 만든 <옹고집전>. 

  집 근처 도서관에 들어와 있어서 잠깐 훑어보았는데, 글은 꼼꼼히 읽어보지 못했지만, 와아, 그림은 정말 색감이 너무너무너무 화려하다. 어떻게 이런 색의 조합을 생각해냈을까, 이렇게 정신없는데(나쁜 의미는 아닙니당 ㅋ ) 왜 이렇게 멋진 걸까. 책장을 넘기며 감탄했다.

 글과 그림의 정성 못지않게, 편집의 정성, 텍스트 감수의 정성, 디자인의 정성 등등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꼼꼼히 한번 보고 싶다. 






  권윤덕 작가의 <피카이아>는 생각보다 훨씬 두껍고 묵직한 책이어서 깜짝 놀랐다.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에서 보았던 낯익은 고양이가 등장해서 그 연령대의 아이들이 볼 만한 책인가보다 지레짐작했는데, 아니었다. 

  그동안 작가가 만나왔던 수많은 아이들의 수많은 사연이 담겨 있고, 앞으로 이 세월을, 이 세상을 어떻게 견뎌 나가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는 책이다. 신나고 재미있는 것과는 거리가 좀 멀지만, 세상 일에 자꾸 둔감해지고, 그냥 지금 편하자고 올바르지 못한 것에 자꾸 눈 감아버리려고 하는 나에게 쿵! 하고 울림을 주는 책.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무겁고 서늘해서, 사실 제대로 다 읽어보지는 못했다. 조만간 작정하고 진지하게 읽어보려 한다.



그리고 요리 실용서 하나.


  코팅 프라이팬을 안 쓴 지가 꽤 되었다. 스텐팬과 무쇠 주물팬을 주로 쓴다.

  스텐팬으로 달걀을 부치면 훨씬 더 깔끔한 맛이 난다기에 '그래?' 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예열을 제대로 못해서 너덜너덜한 달걀 프라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채소를 볶거나 부침개를 만들거나 할 때 꾸준히 스텐팬을 써보면서 감을 익혔다. 스텐팬은 처음에 익숙해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설거지도 편하고 코팅 프라이팬처럼 테플론 코팅이 벗겨지면서 몸에 안 좋은 물질이 나올 걱정도 없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요리가 깔끔하다. 화력도 일정하게 잘 유지되고, 기름을 많이 안 둘러도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은 가지와 양파를 볶아서 간장과 굴소스 조금 두른 채소 볶음을 잘해먹는다. 덥기는 하지만, 단시간에 슥슥 푸짐하게 완성할 수 있어서 좋다. 

 스텐팬 사용자들의 카페에서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스텐팬 사용법을 총정리해 책을 냈으니, 요리 도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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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8-04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카이아 책 참 이쁘네요


또치 2013-08-05 18:39   좋아요 0 | URL
네, 책은 엄청 이쁜데요,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서늘...한 감동이 오는 책이랄까요 ^^;;
 
[으랏차차 뚱보클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으랏차차 뚱보 클럽 - 2013년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83
전현정 지음, 박정섭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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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아이를 소재로 한 동화들은 꽤 많이 출간되어 있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뚱뚱해도 넌 내 친구야> 에서는 뚱뚱한 아이들을 반 친구들이 얼마나 심하게 골려 먹는지가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남들과 다른, 튀는 외모를 가졌다는 건 우리나라에서든 유럽에서든 참 지내기 힘든 일인 것이다. 

프랑스 작가 모카가 쓴 <어디, 뚱보 맛 좀 볼래?> 의 주인공 앙리는 <으랏차차 뚱보 클럽>의 주인공 은찬이가 역도 선수가 되듯, 삼촌의 손에 이끌려 스모 경기를 구경한 뒤 스모 선수를 동경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에 맞서 스모 자세를 취하며 맞선다.

우리나라 동화 <뚱보면 어때? 난 나야>(이미애 지음) , 프랑스 청소년소설 <뚱보, 내 인생> 같은 경우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와 함께, 먹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을 때 얼마나 힘들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몸집이 뚱뚱하면 언제든 한 번은 커다란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인 데다 먹는 것을 좋아하기까지 한다면, '정상' 범위의 몸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욕망과 엄청 힘들게 싸워야 한다. 어린 아이에게는 특히나 괴롭고 어려운 일이다. 

<으랏차차 뚱보 클럽>의 고은찬이라는 주인공은 여태껏 나왔던 뚱보 이야기들의 주인공에 비해 딱히 특이한 점은 없었는데, 나에게 이 작품에서 가장 아프게 마음에 오래 남은 인물은 은찬이의 엄마였다. 은찬이 아빠를 사고로 잃고 나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기 위해 홈쇼핑의 뚱보 모델로 일하는 엄마는 반드시 덩치를 커다랗게 유지해야만 한다. 엄마도 원래부터 뚱뚱했고, 자기도 그런 엄마를 닮아 뚱뚱한 줄로만 알았던 은찬이는 매일 밤 엄마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음식들을 먹고 토해내면서 몸매를 유지한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다행히 엄마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빅 사이즈 의류 모델 일을 하게 된 것. 

음...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우연'에 기대는 설정이라 매우 아쉬웠다. 방송국 앞 식당도 아니고, 동네 식당에서 짜장면을 먹다가 의류 회사 대표님을 만나는 설정이라니... 차라리 오디션 같은 데 지원해서 당당하게 그 일을 따내는 거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으랏차차 뚱보 클럽>은 해피 엔딩이다. 은찬이는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간 역도 경기 대회에서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엄마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으며, 편찮으셨던 할머니도 건강을 되찾는다. 동화를 평가하는 데서는 유독 까칠한 또치씨이지만, 그래도 이 작품이 해피 엔딩인 것은 참 좋았다. 아빠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고 정말로 튼튼하고 씩씩한 아이가 된 은찬이도 보기 좋았고, 자신의 꿈을 새로 찾고 아들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게 된 엄마에게도 마음이 놓였다. 

그간 동화에서 많이 다뤄왔던 소재이고, 다리를 다친 육상 선수 예슬이와 친해지는 과정이라든가 아까 언급했던 엄마의 새로운 일자리 찾기 과정이라든가 하는 몇 가지 우연들이 매끄럽지는 않게 느껴졌지만,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읽은 작품이다. 문장이 짤막짤막하면서 속도감 있게 잘 흘러갔고, 등장 인물들 모두 생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뿜어내는 것도 좋았다. 

(최근 몇 년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가운데 가장 나은 것 같다. -_-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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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가 필요한 모든 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샌드위치가 필요한 모든 순간, 나만의 브런치가 완성되는 순간
지은경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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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가 필요한 모든 순간, 나만의 브런치가 완성되는 순간>의 저자 지은경씨는 <샐러드가 필요한 모든 순간, 나만의 드레싱이 빛나는 순간>이라는 전작(2012년 6월 출간)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많은 요리책들이 '쉽다' '만만하다' 이런 키워드를 가지고 고만고만한 요리들을 소개하는 데 약간 질려 있던 참이라, 간단한 음식 하나에도 좀 내공이 있고 탄탄한 느낌이 드는 메뉴들이 담긴 책이 아쉬웠는데 <샐러드가 필요한 모든 순간...>을 보고는 꽤 감동을 받았다. 한식은 물론 동남아풍 요리, 멕시칸 요리, 남유럽식 요리... 등등이 '샐러드'라는 주제 아래 잘 망라되어 있는 책이었던 것이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식재료와 메뉴들이 담겨 있었지만, 책을 보는 내내 요리에 대한 열의가 불끈! 솟게 해주는 책이었다. 각종 채소와 소스들이 이 책 한 권으로 다 망라된 느낌이랄까. 이런 책의 저자가 또 신간을 냈다고 하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샌드위치가 필요한 순간...> 또한 아주 튼실한 책이다. 한두 가지 속재료만으로 완성시킬 수 있는 간단한 샌드위치부터, 그야말로 '요리' 한 접시가 빵 속에 꼭꼭 채워진 듯한 풍성한 샌드위치, 그리고 '칼로리가 대폭발'하는 엄청 달고 기름진(그래서 맛있는 ㅋㅋ ) 샌드위치! 게다가 곁들여 먹으면 좋은 세련된 샐러드와 음료, 디저트 류까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책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메뉴들은 어쩌면 이렇게 세련되고 귀여운지! 블루치즈와 감자, 구운 채소 데리야키.. 같은 샌드위치들의 재료 조합도 새롭고 재미있었지만, 대파 크림수프, 오미자귤차, 복숭아 라씨, 사과 셀러리 모히토 같은 음료들도 '아항! 이렇게 섞으면 훨씬 더 맛있겠구나~' 하고 계속 맛을 그려보게 만들었다. 요리책 읽기가 정말 즐거웠다.


저자는 꼼꼼하게 샌드위치의 기본부터 알려준다. 빵의 종류와 특징, 속재료와 빵의 궁합은 어떻게 맞추면 좋은지, 빵이 눅눅해지지 않게 바르는 스프레드의 종류와 속재료와 궁합은 또 어떤지 ... 들입다 메뉴부터 소개하는 게 아니라, 샌드위치를 이루는 기본 구성요소들에 대해 충분히 알게 한 다음, 그 요소들이 서로 잘 어울리도록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 실려 있는 메뉴 말고도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이렇게 저렇게 배합해서 자신만의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요리책이어서 참 좋았다.


맥**드에서 인기를 끌었던 모닝 메뉴를 가지고 살짝 응용해서 좀더 건강한 샌드위치로 발전시켜 본다든지, 동남아요리에 잘 쓰이는 호이신소스로 스프레드를 만들어 바르고 돼지고기 등심을 구워서 끼운 다음 고수까지 듬뿍 올려 먹는 베트남식 돼지고기 샌드위치, 또띠야에 말아 내는 멕시칸 새우 샌드위치 ... 등등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맛을 '샌드위치' 속에 담아내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사실 샌드위치라는 게, 놀면서 먹기 좋자고 이것저것 다 빵에 끼워서 간편하게 먹는 게 시초가 아니던가.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은 맛있는 한 접시 요리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불에 가까이 하기가 점점 싫어지는 여름이다. 이런 계절에 나도 즐겨 해먹는 샌드위치 두 가지가 한 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오이 샌드위치와 게맛살 샌드위치. 여름 샌드위치로 참 좋다.

특히 오이 샌드위치는 재료가 너무너무 간단하다. 오이와 크림치즈면 끝! 의외로 엄청 깔끔하고 맛있다. 영국에서는 티푸드로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푸짐한 한끼 식사는 아니어도 간단한 아침이나 오후 간식으로 참 좋다. 


아, 그런데

샌드위치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료가 바로 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맛있는 식사용 빵을 구하기가 참 어렵다. 특히나 발효종을 넣어서 만드는 호밀빵은 웬만한 동네 빵집에선 잘 하지 않아서... 

게다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기본 식빵마저 정말 가관이다. 팽창제만 엄청 넣어 부풀린 나머지 빵 한 덩이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먹어도 뭘 먹은 것 같지 않은 맛... 어휴 ㅠㅠ 

묵직하고 맛있는 빵을 제발 좀 쉽게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히힛, 제가 사는 제주시에는 발효빵 맛있게 하는 솜씨 좋은 윈도 베이커리들이 꽤 많이 생기고 있어요. 우헤헤헤헤 신나라!) 


_ 진지하게 쓰기 시작해 어째 경망스런 자랑질로 끝나는 리뷰 ㅋ

   러브캣 님을 비롯한 12기 신간평가단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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