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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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9살에서 13살 사이에 만난 '아이들'은 늘 내 머리 위에서 스팀이 피어오르게 했던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징징 거렸고, 짜증나게 만들었으며, 같은 어린이였던 나를
    무척이나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괴물'같은 존재였었다.
    어릴 때의 아이들로 인한 안 좋은 추억 - 그들로 인해 애꿎게 어른들한테 혼났다거나,
    나도 어린데 어리광을 피워보지 못했다거나 하는 그런 유치한 이유들 말이다 - 때문에
    나는 어느새 '아이들은 정말 싫어!' 하는 생각을 가지곤 했었다. 
    (유치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도 나는 어린애니까)
   
게다가 어릴 때 부터 동년배 친구들은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몸의 크기는 비슷한데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그들과 달랐기 때문일까.
    남들보다 어른이 빨리 된다는 것은, '아이구, 얘가 조숙하네' 하고 어른들의 칭찬이
    따르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쟤는 뭐야' 하고 동년배들의 따돌림이라는
    슬픈 점도 있기에. 그것은, 지금의 나, 그러니까 자라지 못한 -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
    어린애를 안에 품은, 서투른 그러나 지독하게 냉정한 어른이 되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야.

    2004년, 처음으로 어떤 작은 소녀가 내게 그런 쓸데없는 고집을 조금 부서트린 경험이
    있었다. 그 소녀는 글쎄, 몇 살 쯤 이었을까? 아마도..한..초등생 저학년? -_-
    (7,8살 정도?)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로 처들어 와서는 내게 초롱초롱하고 이쁜 눈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아주 뚫어지게. 그 당시 같이 일했던 어떤 동료가 데려온 딸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나한테 던져놓고 자기는 일 하러 가버린 것인지!!!! ㅡ.,ㅡ 
    나는 무시하고 계속 일하려고 했지만, 소녀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빛은 그 어떤 레이져
    보다도 강렬해서 결국 나는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는 내 옆머리에 구멍이
    뚫릴 것만 같았으니까!

    나는  그 소녀한테, 

    "심심해..?" 

    소녀는 대답 대신 그냥 웃었던 걸로 기억난다. 
    나는 내 일을 방해 받지 않기 위해서 소녀에게 A4 종이 1장과 아무 결제도장이나 주면서 말했다. 

   "이걸 찍으면서 놀아." 

    어린 소녀에게 색연필 대신 결제도장을 주면서 찍고 놀으라니, 지극히 나답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렇고, 그 때도 그랬지만 나는 어린 아이들을 다룰 줄 모른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그들은 늘 나를 좋아해곤 했다. 그렇다.
    어린이들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외계인이라는 것을.  
    소녀는 재밌게 도장을 찍으며 놀다가 A4 1장이 다 채워지면 내게로 왔다.
    그럼 나는 새로운 종이를 주었다. 적어도 A4 1장을 채우는 시간 만큼은 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다.
    나중엔, 도장 찍기가 질렸는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 곤란하다. 난 일해야 하니까.
    그래서 펜을 주며, 

    "자, 그럼, 집과 나무와 꽃을 그려봐." 

    그럼 소녀는 눈썹 휘날리게 그려가지고 왔다. 나는 칭찬해주고 또 다시 다른 제안을 하면
    소녀는 또 그림을 그려왔다. 그 소녀는 거듭되는 나의 칭찬에 기분이 아주 흡족해졌고
    왜 그런지 나에게 엉기기 시작했다. 굳이 내가 앉아 있는 의자에 올라오려는 것이다.
    소녀는 그것이 - 내게 자신의 체온을 나눠주는 것이 - 좋아함에 대한 표시였던 것이다. 
    그리고는 끝끝내 내 허벅지 위에 그 작은 몸을 잘도 포개어 앉는 것이다.
    결국, 나는 소녀를 허벅지에 올려놓은 꼴로 일을 하고 말았다.
    소녀도 고집이 있었고 나도 고집이 있었다. 소녀는 내 얼굴을 흐믓한 표정으로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러던가 말던가 결국 나는 다리가 저려서 일을 중단하고 같이 놀아줘야 했다.
    소녀는 묘한 눈빛을 하고는 웃어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이 뜻이었겠지.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덩치가 클까. 나이는 나하고 비슷한 것 같은데.'

     

    이 책, 가브리엘 루아의 [내 생애의 아이들]은 아마도 그 전에 선물로 받았던 것 같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도 관심도 없었기에 그녀가 왜 이런 책을 나에게 선물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은 언제나 자유분방하지.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면서 살아." 

    그랬던 이유였을까. 나를 그 소설속의 아이들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나도 그
    소설처럼 동화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던 것일까. 지금도 고개를 갸웃거리긴 하지만
    이 책을 지금에서야 읽고 난 후의 기분은, 그 때 내게 이쁜 표정을 지어 보였던 소녀처럼
    아주 흡족한 상태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수 있었다.  

    '가브리엘 루아'가 실제로 했던 교사 생활을 바탕으로 쓴 중, 단편들의 글들은 하나 하나가
    모두 바로 앞에서 상영되는 작은 드라마같이 이쁘고 동화스럽고 재밌으며 다정했다.
    고작 다섯 살 반 정도 밖에 안 되는 어린 아이들이 이쁘고 젊은 여선생님에게 드릴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지고 자신의 부모들을 달달 볶는 것에서의 오는 순수함과, (집요함과 더불어)

    "저의 엄마가 선생님의 양말을 뜨고 있어요. 정말이지 잠시라도 한 눈 팔면 안된다니까요.
     계속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 또 어딘가로 놀러갈 거에요." 

    "저는 아빠한테 분명 2파운드짜리 초콜렛을 달라고 했어요. 1파운드짜리는 모양새가 없잖아요?
     아빠가 아직 망설이고 있는 것 같지만 걱정마세요. 제가 2파운드짜리로 달라고 강조했거든요."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눈발이 날리는 밤, 자신 집에 방문했던 선생님을 베를린 마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달리다가 마을이 보였다. 선생님이 '이 즐거운 시간이 끝나는 것'에
    대해 아쉬워 하자, 14살 남자 아이는 말 고삐를 돌리며, 

    "그럼 다시 되돌아갔다가 다시 이 길을 달릴까요?" 

    그 나이 청소년들이 그렇 듯,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복장과 어른같은 섬세함을 지닌 채 아직은
    서툴지만 나름대로의 따뜻한 배려심을 발휘해 보이는 모습들은 나를 정말 즐겁게 해줬다.
    많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종달새처럼 노래를 잘 부르며 그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보듬어 주는 아이, 임신만 하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대신해 혼자서
    모든 집안을 꿋꿋히 하는 집 보는 아이, 틀에 박힌 교육 보다는 산과 들로 다니면서 자연에서
    인생을 배우려는 아이... 

    1900년대 초이기 때문일까.
    그 당시 아이들의 순수함과 다정스러움, 솔직함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여교사의 부드러운 마음이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마신 것처럼 너무나 편안했다. 

    물론, 알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아이들은 '순수함' 그 자체 만으로도 이쁘다는 것.
    입으로는 '난 얘들이 싫어'를 주절거리지만 막상 내 눈 앞에 있으면, 어느새 그들과 같이 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딱히, 내가 그들을 '어른스럽게' 이뻐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처럼 똑같이
    어린애기 때문에 같이 놀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게 좋은가 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들은 외계 어린이인 내가 좋은가 보다. 

    아마도, 어느 때고 어떤 애를 만나도 그들은 또 다시 나와 놀자고, 내게 장난치느라 나를 잡고 있는대로
    흔들어 대겠지.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딱 하나 뿐이야. 같이 노는 것.
    저 여교사처럼 어른스럽게 애들을 이뻐하는 법은 모르거든.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달라진 게 있다면, '모든 얘들이 다 짖굳은 건 아니잖아'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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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2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계 어린이'란 표현이 맘에 들어요. 악동의 눈빛을 갖고 있지만 의미심장한 미소도 지을 줄 아는 엘신님에게 딱이에요.^^
어린 아이 에피소드와 이 책에 대한 감상이 잘 어우러져 있네요. 읽으면서 내내 잔잔하게 웃을 수 있었어요. ^^*

L.SHIN 2009-12-21 13:27   좋아요 0 | URL
푸흐흐흐...
정확히 보셨네요. '악동의 눈빛'
온통 장난칠 궁리만 하고 있는 제게 딱인 별명이랍죠.^^

302moon 2009-12-2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 적 그랬던 거 같아요.
꼬맹이였을 적에는 동갑의 친구들과 거의 못 어울리고,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나 오빠들과 더 떠들며 놀았던.
새 친구들과 사귀었어도,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멀어지거나,
그들 쪽에서 서서히, 날 멀리했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제 어설픈 소설에서 살짝 풀어낸 적 있는데,
혹 읽으셨을까? (웃음)
 
두뇌 비타민 - 세계 최고 아이디어맨들의 창의력 트레이닝 239
스테판 머마우 외 지음, 강수정 옮김 / 한겨레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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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K에게 테라스에서 뜬금없이 말했다. 

    "여기서 계란을 떨어트릴 거에요. 깨지지 않게-" 

    "여기서요?"  

    '여기서'란 지상 5층이다. 2009년 내가 얻은 수확 중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이 친구(우리는 서로를 '벗'이라 부르지만) K를 얻은 것이다.
    워낙에 대화가 잘 통하고 나를 잘 챙겨주는 친구이기에 시시콜콜 내가
    생각하는 바를 서슴없이 이야기 하다 보니 저런 뜬금없는 소리도 내뱉었다. 

    나는 재밌는 것을 좋아한다. 

    나 스스로를 '또라이' 혹은 '괴짜'라고 지칭할 정도로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높은 편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어린애 같은 근성이 무척 많은 때문일 것이리라.
    실제로, 이 책에서 계속 강조되는 것은 '어린애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보아라'이다.
    나는 책을 펼쳐서 K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봐요. 어떤 수단이나 재료를 써도 상관없이 깨지지만 않게 계란을 2층에서
     떨어 트리라는 실험을 하라고 하잖아요. 난 여기서 떨어트릴 거에요.(웃음)" 

    "어떻게요?" 

    난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다.  
    가로, 세로가 30×30cm 인 아주 질기고 튼튼한 비닐 안에 가득찬 솜이 들어 있고, 
    그 한 가운데에 날계란이 있는 [그림 1]과
    80~90% 정도만 채운 물이나 젤리류를 담은 같은 비닐 속 중앙에 날계란이
    한 가운데에 오도록 줄로 묶어 둔 [그림 2].
    그림을 본 K는 조금 미심쩍어 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왜 이런 방법을 택했는지 설명을 했다. 

    "솜은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제일 먼저 생각한 거구요.
     두 번째 비닐에 왜 80-90%만 물이나 젤리류를 채운다고 했냐면,
     밑에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비닐이 터지지 않게 여유 공간을 남겨둔 거에요." 

    이해력이 빠른 K는 내 말을 금방 이해했다. 물론, 실제 실험을 했을 때 생각치 못한
    변수가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이 보기 좋게 실패할 것이라는 말은 쏙 빼버렸다.흐흐. 

    여기서 눈치 빠른 사람은 이 책이 어떤 녀석인지 벌써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실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창의력 훈련 제조기다.
    아주 다양하고 재밌는 갖가지 '제안'들은 해보고 싶은 의욕과 도전하고 싶은
    창의력을 샘솟게 한다. 한 페이지마다 늘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이것을 해보아라' 라고
    제시하므로 매일 한, 두 페이지씩 보면서 재밌게 놀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중요한 뽀.인.트다. 

    재밌게 놀 것.
    즐겁게 상상할 것.
    반드시 꼭 직접 해볼 것. 

    두뇌는 상상력 혹은 창의력을 키울 때 매우 활성화 된다.
    어릴 때 왕성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접했을 때는 누구나 그리고, 만들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를 좋아했다. 어른이 되면서 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상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동시에 스스로 뇌를 썩게 만드는 주범이다. 

    회사에서 실적을 높이는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든, 학교에서 똑똑한 수재가 되고 싶든,
    자신의 두뇌 지능 지수를 높이고 싶은 사람이든 모두에게 꾸준한 창의력 훈련은 필수품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근육을 키우면 뭐하는가.
    뇌는 굳어가고 있는데.
    몸에 비타민이나 영양제가 필요하듯이 뇌도 필요하다.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는 매일 종이와 펜, 그리고 가끔씩 약간의 준비 재료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자신의 뇌와 신나게 놀면 그만이다. 

    그러는 사이 본인도 모르게 새로운 뇌세포가 깨어나서,
    장담하건데 스스로 '어라, 나 똑똑해진 거 같아' 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테니까. 

    * 흥미 유발을 위한, 내가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을 힌트로 주자면,
      (아직 120개 까지 밖에 못 봤고, 직접 해본 것은 몇 개 안되지만!) 

    (005번) 직선 4개와 동그라미 1개로 여러 감정을 표현한 상형문자 만들기
    (019번) 위에서 언급한 계란 깨지지 않게 떨어트리기
    (071번) 동굴 주민에게 '빨간색' 설명하기 (그들은 색의 이름을 모른다는 가정하에)
    (080번) 패스트 푸드 어린이 세트에 딸려 나오는 장난감을 주듯이 중세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점심 세트에 선물을 준다면 어떤 걸로?
    (104번) 현금 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도 인출할 수 있는 CD기를 만들어라 

    감이 잡히는가? 실제로 해보면 훨씬 재미 있다.^ㅡ^ 

  

    정말이지, 내가 책에 별 ☆ 4개를 박아준 게 얼마만인지.
    두뇌 훈련에 창의력만큼 효과적이고 확실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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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moon 2009-12-1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이 책, 나랑 통할 것 같아요.
엄청 끌어당기고 있어요. (웃음)
더 좋은 건 말이죠?
우리가 만나서, 같이 실험해보는 거예요. 어때요?:)

L.SHIN 2009-12-11 09:14   좋아요 0 | URL
그거 정말 좋죠! 실험은 원래 같이 하는 게 재밌거든요.
문님의 거주지부터 제가 있는 곳 까지의 수백 키로미터의 거리가 아주 사소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웃음)
 
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
빈스 에버르트 지음, 조경수 옮김 / 이순(웅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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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혹했다.
    지식을 탐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얻은 게 없었다.
    그저, 작가의 엉뚱하고 재밌는 필체에 몇 번 피식 했을 뿐.
    이래서 책은 직접 들춰보고 내 입맛에 꼭 맞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모니터 속의 책 표지와 제목, 책에 대한 간결한 홍보글만 보고 골랐다가는
    이렇게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물론, 모든 책의 평은 주관적이다.
    나에게는 별☆ 한 개 짜리 밖에 안 되는 책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 세 개 짜리 책이 될 수도 있다. 

    깊이 있고 해박하며 '지식 다운' 지식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면,
    누구에게나 쉽게 읽힐 수 있는 일반적인 생활의 지식쯤 될까?
    이상하게도 나는 재치꾼 독일 작가를 자꾸 만나게 되나 보다.
    예전에 읽었던 '호어스트'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지]와
    비슷한 필체와 익살이 들어 있어 읽는데 지루함은 없다. 

    내용에 비해 너무 거창했던 제목 - 끝내주는 낚시였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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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 살림Biz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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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가 1/5을 남겨두고 갑자기 종이와 펜을 들어 끄적였다.
  다 쓰고 난 후, 나는 벌써부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후... 

  일명, 

  

   
 

 

★ 충치 굶겨 죽이기 프로젝트 ☆ 

 1. 자이리톨을 씹는다. 

 2. 충치는 그 껌의 성분을 당분으로 착각해서 신나서 먹는다. 

 3. 그러나 자이리톨의 '단 맛'은 거짓 당분이다. 

 4. 그래서 충치는 결국 굶어 죽는다. 

 5. 그리고 나의 썩은 이는 깨끗히 완전하게 나아진다! 

 

 
   

  

  이미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인 『시크릿』의 '비밀'은 굉장히 간단하다.
  대상이 무엇이든지 스스로 원하는 것은 '되고, 하고,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기이하고 신기하고 논리정연하게 설명하거나 납득할 수 없다는 등의 쓸데없는
  생각은 휴지통에 버린다.
  그냥 아이와 같이 순수하게 한치의 의심도 없이,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된다면
  되는거야'라고 돈키호테처럼 원하는 것을 이룬다고 믿어버리면 장땡이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같이 일하던 동료가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책 표지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그 당시 히트쳤던 '다 빈치 코드'풍이 나서 고런
  류의 책이겠거니 하고 넘겨버렸다.
  그리고 그 후에 사람들 사이에서 자꾸 이 책에 대해 화자 되길래, 대충 흘려 들은 내용을
  보니 내가 숱하게 읽어온 '자기 계발서'의 하나일 뿐이었기에 또 다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지금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게 된 것은 대화가 잘 통하는 좋은 벗에게서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해준, 책의 일부분이 내 마음에 호기심을
  불어넣어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은 우주의 주파수와 맞아서, 원하면 이루게 해준대요." 

  오잉, 지구인들이 그걸 깨달았단 말인가.
  오호라, 과연 우주와 교류하는 법을 어떻게 서술했는지 궁금했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미 내가 알던 사실들이나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새롭지는 않았으나 함께 실린 여러 사람들의 사례나 경험은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도 한 가지, 15년 전에 직접 체험한 것을 써보고 싶었다. 

  아마도 10대 중반쯤이었나?
  봄 바람에 이유없이 기분이 들뜨고 마냥 좋은 것처럼 어느 따뜻한 날, 나는 꽃집에서
  작은 화분을 샀었다. 노란 꽃봉오리가 있던 녀석이었는데 며칠 신경을 안썼던 탓인지
  녀석이 시들기 시작했었다.
  저녁에 그 모습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먹고 미안한 마음이 너무 들어서 나는 그 꽃을
  향해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늦었지만 물을 주고, 그 앞에 앉아서 계속 노래를 불러주었었다.
  나무나 식물들도 감정이 있어서 외부의 변화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았기에.
  혹시나 내가 정성들여 노래를 불러주면 섭섭했던 꽃의 마음이 풀어지지 않을까 하는
  순수하고 한편으로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었다. 

  저녁부터 내내 2시간 가량 불렀을까. 결국 지쳐버린 나는 깜박 잠이 들었고 나중에
  정신차려 깨었을 때,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죽어가던 꽃봉오리가 싱싱하게 활짝 핀 노란 꽃 이 되어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 

  그 때의 감동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식물도 감정이 있고 영적인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때도, 지금도 나는, 꽃이 나의 정성에 보답하려고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서 내게
  '난 이런 모습이었어. 보고 싶었지?' 하고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러 갔다 온 사이 꽃은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이나마 내게 마음을 보답해주고 가버린 꽃.
  고마웠다.
  그 후로 나는, 나무들을 보면 어디서든 껴안았고, 꽃을 꺽지 않았으며,
  그들과 함께 숨을 쉬었다. 

  『시크릿』에서 계속 강조하는 부분은 '우주에게 소원을 빌라는 것'이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신에게 소원 빌듯이 무조건 '해주세요'가 아니다.
  우주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진심으로 송신하면 우주는 어떠한 형태로든 답신을
  보내준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어디에선가 본 인상깊은 구절이 있다. 

 

   
 

네가 무언가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한다면 

우주는 너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미 '비밀'은 인류에게 열려 있었다. 태초부터.
  그러나 사람들은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과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오로지 소수만이 우주와 혹은 신과 교류하며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 소수들의 공통점은 늘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그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무식하리만치 자신을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불치병도 스스로 치유했고, 시력도 4일 만에 되찾았으며,
  엄청난 부를 손에 거머쥐을 수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적극적이며 자신감이 차 있으며 당당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데 있어 의심하지 않는다.
  우주가 그들의 마음에 답변함으로 인해 얻어지는 것을 알든 모르든,
  그들은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라 믿는다. 

  '내가 이렇게 하면 그렇게 될거야' 

  어떤 방법이나 경로로 이루어지는지 따위는 관심도 없다.
  그저 '원하고, 움직이고, 받는다'
  물론 세상엔 공짜는 없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받기 위해 약간은 움직여줘야
  한다. 마음 속 간절히 원하는 것을 빌지 않는다.
  비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얻을 것이라 생각하며 좀 더 빨리 얻기 위해 약간의 노력
  이나 움직임이 더해질 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충치 굶겨 죽이기'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강한 정신력이나 마인트 컨트롤이 자유자재로 되는 자는 자연 치유로도 가능하지만
  나는 좀 더 확실한 방법으로 '자이리톨'이라는 '자기 최면제' 역할을 하는 매개체를
  선택했다. 물론, 그렇다고 양치질을 안해선 안되겠지만.(웃음)
  작전 계획을 세웠으면? 돌부저처럼 그냥 밀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자이리톨을 씹거나 양치질을 하면서 충치균이 '으악' 하고 쓰러지는 모습, 그들이
  배를 움켜쥐고 굶어 죽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즐거워하면 된다. 

  이미 많은 선구자나 현자들은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가르쳐왔다. 

  '하면 된다'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 

  '너 자신을 믿어라' 

  '구하라 그리고 얻어라' 등등. 

  성공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면 된다. 노력하는 것 조차 즐기면 된다.
  왜냐면 반드시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므로 기분 좋게 기다리면 된다. 

 

  자기 자신(뇌)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자는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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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개론
천병수 외 지음 / 교문사(청문각)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15,16년 전에 처음 접했던 물리는 지금 느끼는 것처럼 어렵지도 방대하지도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책상에서 공이 굴러 떨어질 때의 위치/운동에너지)
  이나 아주 쉽게 납득이 가는 비교적 쉬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나는 화학을 아주 싫어했는데, 원소주기율부터 시작하여 각종 화학식을 암기하는
  것이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재밌었던
  생물이나 지구과학은 그 이후로도 호감을 느낄 정도였다.
  애시당초 저 모든 것들이 하나(자연과학 혹은 자연철학)에서 시작되었기에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의 것이긴 했어도 20세기에서는 이미 저렇게 세분화 되어 교육을 했기 때문에
  나 역시 각각의 과학으로 받아들이면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선을 확실히
  그으면서 접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화학이 더 쉽게 느껴지고 물리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20세기에서 접했던 책들과는 반대로 지금, 21세기에 새로이 접하는
  책들의 화학은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나왔고 물리는 그 놈의(정말 싫다)
  암기 물리 공식부터 얼굴을 들이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읽고 있는 (성급하게 리뷰부터
  대충 끄적여 놓은)
<과학: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녀석에서도 간접적으로 강조
  되었고, 지금 쓰려고 하는 리뷰의 대상 <자연과학개론>에서도 역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인
  '물리는 수학적 언어 혹은 공식으로 서술되거나 주로 수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발전' 된다는
  내용 덕에 왜 그렇게 지금 물리가 어렵고 다른 분야에 비해 과학적 역사가 길고 내용이
  지칠 정도로 방대한지 조금은 납득한 상태이다. (그렇다고 친해진 것은 아니다,아직은) 

  하지만 중요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모든 과학의 시초는 물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고대 시대에서부터 이미 정전기에 대해 발견했다는 것이 놀랍고, 물체의 움직임의 원리를
  알고자 가졌던 의문에서 물리학은 아주 활발하게 시작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그 시대인들은 태양과 달,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천체학과 자연에서 접하는 신기하고
   경이로운 현상에 대한 것에서 발달한 철학의 한 부류로써 여기면서 물리에 대해 이해하려고
   했을테지만) 
  물리학에서 다뤄지고 있는 광학, 열역학, 전자기학 등은 후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해준
  발명품들(현미경, 전구, 자동차, 발전소, 정보통신 등)의 '엄마'라는 것을 알면 물리가 얼마나
  인간의 삶의 질을 높였는지 그리고 다른 과학 분야에도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그
  존재와 그를 알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의 노고는 굉장히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만다. 

  내가 가장 멀리 하고 싶어했던 물리가 내가 좋아하는 과학 속에 깊숙히 뼈대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조금 거리감을 좁히게 만들기도 했지만, 고대 시대부터 수학과 일치감치 짝꿍이 되어버린
  그 특유의 성격 때문에 머리가 더 복잡해진 것은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그러나 과학을 계속 좋아하려면 결국 물리부터 친해져야 한다고 절반은 체념하고 말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압축 요약해서 풀어 넣으면서
  뽀너스로 현대 과학(전자기술과 정보사회)도 함께 다루어서 짧은 시간 안에 자연과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450페이지가 되지 않는 분량이므로 많은 양의 과학을 얼마나 빨리 전개
  하는지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자가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저술한 것
  같아 마음을 비우고(나오는 과학자나 과학적 업적 혹은 명칭에 대해 하나하나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 가겠다는 그 오기나 욕심을 일단 버리고)
읽으면 과학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재밌는 것은, 같은 내용과 과학자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다른 여러 책들을 동시에
  읽으면 서로 비교해 보거나(이 책엔 기술되어 있는데 저 책엔 없더라는 식의), 같은 내용을 계속
  접하면서 '반복 학습'의 효과도 생겨서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조금이라도 더 쉽게 혹은 더 낫게 과학 서적류를 발간하려고 노력하려는 교수들
  덕분에 재미를 붙이며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흡수할 수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
  만약, 내가 15~17세기에 살고 있다면, 과학 저작물을 읽기 위해 라틴어나 이태리어 혹은 로마어,
  그리스어 등 다양한 언어부터 공부해야 하는 끔찍한 숙제 때문에 고생 꽤나 했을 것이다.
  (그 당시엔 영어로 출간되는 저작물이 그다지 많지 않았으므로)
  게다가 그 시대에 출간되는 과학 저작물 혹은 논문 등은 일반인들이 읽기엔 너무나 어려운 수준
  이었기에, 다소 과열 경쟁은 있어도 각국의 언어로 다양하고 쉽게 과학 서적류를 출간하는 이
  시대에서 사는 것은 정말이지 큰 행운이자 탁월한 선택이다!  

  자연과학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물리가 과학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며, 싫어도 물리와 친해져야만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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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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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18: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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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2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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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0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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